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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읽는자-102화 (102/553)

# 102

제102화

파비앙은 케일의 끄덕임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모스 그 새끼 독이야.”

“예? 라모스요?”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라모스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어, 그 새끼 독이야, 분명 그때 날 죽이려 했던 그 새끼의 독! 조금 강화되긴 했지만 확실히 그 새끼 독 맞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독이었다. 표본의 독은 당시보다 조금 강화되긴 했지만 라모스의 독이 분명했다.

“하드락 지하 수로라고 했지?”

파비앙이 물었다.

“예, 가실 생각이십니까?”

케일은 파비앙의 물음에 답하고 물었다.

“응, 라모스 그 새끼라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니까. 수혁이가 위험할 수 있어.”

라모스가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 수혁은 케일의 물음에 답한 뒤 곧장 방을 나섰다. 그리고 하드락으로 향했다.

하드락에 도착한 파비앙은 곧장 지부로 향했다.

“누구십니까?”

지부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마법사가 물었다.

스윽

파비앙은 마법사의 물음에 품에서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마탑장을 증명하는 증표였다.

“헉!”

증표를 본 마법사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 마탑장님을 뵙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마법사는 말까지 더듬었다. 그리고 말을 더듬는 마법사의 표정에는 큰 근심이 나타났다.

하긴 자신의 최고 상관이라 할 수 있는 마탑장이 왔으며 거기다 몰라봤으니 근심이 나타난 건 당연했다.

하지만 마법사가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탑의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파비앙의 얼굴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지부의 마법사가 몰라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부장 자리에 있나?”

파비앙 역시 개의치 않았다. 거기다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예! 모시겠습니다.”

마법사는 파비앙의 말에 재빨리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걸음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사는 안내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다다닥!

라이노가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큰 부담을 갖고 있던 마법사는 라이노가 도착하자 파비앙에게 인사를 한 뒤 입구로 돌아갔다.

“마탑장님을 뵙습니다.”

파비앙의 앞에 도착한 라이노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라이노의 인사에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그날 이후 처음이군.”

“…….”

파비앙의 말에 라이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묻지.”

침묵하는 라이노를 보며 파비앙은 키메라의 표본을 꺼내며 말했다.

“여기에 라모스의 독이 남아 있어.”

“……!”

라이노는 파비앙의 말에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파비앙은 말끝을 흐리며 라이노를 쳐다보았고 라이노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알겠어.”

라이노의 답에 파비앙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물론 따뜻한 미소는 아니었다. 의심을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의 미소도 아니었다. 싸늘함이 담겨 있는 미소였다.

의심을 받았음에도 사과 없이 싸늘한 미소를 보이는 파비앙에게 화가 날 법도 했지만 라이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고 봐야 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지하 수로로 가야겠어. 안내해.”

“……알겠습니다.”

* * *

“그렇게 된 거야.”

파비앙의 설명이 끝났다.

“아…….”

모든 이야기를 들은 수혁은 탄성을 내뱉은 뒤 이어 말했다.

“그러면 지금 라모스라는 분이…….”

물론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분이 아니라 놈.”

파비앙이 말을 잘랐다. 정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라모스에게 ‘분’은 과분한 호칭이었다. ‘놈’이 적당했다.

“아, 네. 그러니까 마탑장님을 죽이려 했다가 실패 후 도망을 간 그놈이 어떤 짓을 꾸미고 있는지 확인하러 오신 거군요.”

수혁은 파비앙의 정정에 호칭을 바꾸어 말했다.

“어, 그렇지. 그게 두 번째 이유! 첫 번째 이유는 너!”

파비앙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근데 괜한 걱정이었네. 세 곳이나 파괴했다니.”

답을 한 뒤 파비앙이 이어 말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수혁은 생각보다 강했고 라모스의 준비는 생각보다 약했다. 굳이 직접 오지 않았어도 되었을 정도였다. 수혁에게 답을 한 파비앙은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키메라 소환 마법진이라니. 대학살이라도 벌일 셈이었나?’

직접 오지 않았어도 되었지만 직접 와서 얻은 정보도 많았다. 마법진을 파괴하기 전 마법진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마탑장님.”

수혁은 파비앙을 불렀다.

“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파비앙은 생각을 접고 수혁의 부름에 답했다.

“남은 마법진은 저한테 맡겨 주실 수 있을까요?”

수혁이 파비앙을 부른 이유는 바로 남은 마법진의 처리 때문이었다.

‘뺏길 수 없지.’

정확히 말해 마법진 자체는 상관없었다. 마법진이야 누가 파괴하든 충족이 된다. 파비앙이 파괴해도 상관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경험치를 올려놔야 돼.’

하지만 키메라는 아니었다. 키메라만큼은 파비앙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 키메라를 양보할 수 없는 이유는 경험치 때문이었다.

“응? 마법진을?”

“네, 키메라를 잡으면서 경험 좀 쌓아 보려구요.”

“아~ 그런 거라면야 뭐. 그리 위험한 것 같지도 않고.”

파비앙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파비앙이 거절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수혁은 안도했다.

“그럼 난 지부에 가 있을게. 끝나고 지부에 들려!”

끄덕임을 멈춘 파비앙이 말했다.

“네.”

싫다고 할 수 없으니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수혁이 답했고 답을 들은 파비앙은 작은 마법진과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파비앙이 사라지고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일행을 보았다.

“…….”

“…….”

“…….”

“…….”

카미안, 케토토, 가란, 케이크로스는 말없이 수혁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워프로 사라진 파비앙 때문이 분명했다.

판게아의 수많은 지역 중에서도 특별히 유명한 지역이 있다. 그리고 NPC들 중에서도 특별히 유명한 NPC가 있다. 마탑은 특별히 유명한 지역이었고 파비앙은 특별히 유명한 지역에서도 특별히 유명한 NPC였다.

특별히 유명한 지역에서도 특별히 유명한 NPC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얼떨떨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수혁은 4명의 시선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출발하죠.”

101.

* * *

[소환 마법진 C가 파괴되었습니다.]

키메라 소환 마법진 C가 파괴되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디어 끝났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

늦은 밤이 돼서야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파비앙 덕분에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일단 들러야겠지.’

물론 단축된 시간을 써야 될 곳이 있었다. 바로 파비앙과의 만남이었다. 수혁은 이제 파비앙을 만나러 지부에 갈 생각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그때 카미안이 말했다.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카미안의 말을 시작으로 케토토, 가란, 케이크로스 역시 입을 열어 감사를 표했다. 당연히 감사의 대상은 수혁이었다.

“아닙니다. 수고하셨어요.”

수혁은 넷의 감사 인사를 듣고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이런저런 마무리 이야기를 나누고 케토토와 가란, 케이크로스가 스크롤을 찢어 먼저 귀환했다. 그렇게 셋이 돌아가고 지하 수로에는 수혁과 카미안 단둘이 남게 되었다.

“수혁 님, 스크롤 있으세요?”

카미안이 수혁에게 물었다.

“예.”

물론 귀환 스크롤은 없었다. 하지만 귀환 스크롤이나 마찬가지인 스킬이 있었다. 바로 ‘아공간으로’였다.

“아, 있으시구나.”

수혁의 답에 카미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주머니를 꺼낸 카미안은 수혁에게 주머니를 내밀었다. 주머니 앞에 금괴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골드 주머니가 분명했다.

“……?”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카미안과 주머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갑자기 골드 주머니를 왜 내민단 말인가?

“우선 정말 감사했습니다.”

카미안은 수혁의 눈빛에 입을 열어 설명했다.

“수혁 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이번 퀘스트를 포기했을 겁니다.”

수혁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퀘스트였다.

“이건 도와주신 것에 대한 작은 보답입니다.”

카미안이 내민 주머니는 바로 도움에 대한 보답이었다.

“뭘 이런 것을 다…….”

수혁은 카미안의 설명에 미소를 짓고 주머니를 받았다. 그리고 골드 주머니에 골드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확인했다.

‘헉!’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골드 주머니[특별]>

골드가 담긴 주머니다.

담긴 골드 : 10,000 골드

‘1만 골드?’

1만 골드가 들어가 있는 주머니였다. 100골드당 만 원, 1 골드당 100원이었다. 즉, 1만 골드면 현금으로 무려 100만 원이었다.

수혁은 난감한 표정으로 카미안을 보았다. 몇 백 골드 정도, 많아야 천 골드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이런 걸 바라고 도와드린 게 아니었는데…….”

애초에 보답을 노리고 도운 것이 아니었다.

“받아 주세요.”

수혁의 반응에 혹시나 수혁이 주머니를 돌려줄까 생각을 한 카미안은 수혁에게 말했다.

“도움 주신 것에 비해 아주 작은 보답입니다.”

개인 퀘스트도 아니고 길드 퀘스트였다. 그것도 쉬운 게 아니라 매우 어려운 난이도의 퀘스트였다.

그런 퀘스트를 완료해 줬는데 1만 골드는 그리 큰 금액이라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코마 길드가 얻을 이득을 생각하면 1만 골드는 적다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또 연락드릴 겁니다!”

그것을 카미안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게 1만 골드뿐이기에 1만 골드를 준 것이지 카미안은 후에 추가로 더 보답을 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카미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골드 주머니를 넣었다. 그러자 자연적으로 주머니가 사라지며 1만 골드가 늘어났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닫고 카미안을 보았다.

“그럼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카미안은 수혁의 시선에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혁 역시 따라 허리를 숙여 정중이 인사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카미안이 먼저 귀환 스크롤을 찢어 돌아갔다.

“흐음.”

카미안이 돌아가고 홀로 남게 된 수혁은 다시 한 번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골드를 보며 생각했다.

‘1만 골드라.’

생각지도 못한 큰돈이 들어왔다.

‘어디에 쓰지.’

수혁은 1만 골드를 어떻게 쓸지 생각하며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이어 입을 열어 스킬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책이나 살까?’

공동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딱히 골드가 필요한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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