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제106화
“솔직히 말해 힘이 필요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힘이요.”
힘, 헤론은 힘이 필요했다. 그것도 믿을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상단 규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도 켈타의 보물을 감당하기에는…….”
코파인 상단은 작은 상단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도 켈타의 보물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상단도 아니었다.
대도 켈타의 보물을 찾는 것은 상단의 힘으로 가능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분명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보물을 찾은 이후가 문제다. 주변의 수많은 이들이 손을 뻗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용병들의 도시. 아무리 관리하는 이들이 있다고 하여도 난장판이 될 것이 분명했다.
“믿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을 해 보니 딱 형님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힘이 필요했다. 대도 켈타의 보물을 지킬 수 있는 강함과 배신을 하지 않을 믿을 수 있는 힘이.
말을 마친 헤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답을 들은 로스 역시 헤론의 미소를 보고 따라 미소를 지었다.
“위치는?”
미소를 지은 채 로스는 헤론에게 물었다.
“여기…….”
헤론은 로스에게 지도를 내밀었다.
“여기냐?”
지도를 본 로스는 고개를 들어 헤론에게 재차 물었다.
“아닙니다.”
“……?”
“동굴의 위치를 아는 자가 숨어 있는 곳입니다.”
“위치를 아는 자?”
“예, 동굴의 열쇠는 제가 가지고 있는데 그 위치를 모릅니다. 위치를 알아내려 하는 찰나 도망을 가 버렸거든요.”
“잡아와 달라는 거구나.”
로스는 지도를 집었다.
“카르텐.”
그리고 지도를 옆으로 들며 말했다.
스악
그러자 허공에서 스르륵 한 사내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사내의 정체는 바로 카르텐이었다.
“…….”
헤론은 착잡한 표정으로 카르텐을 보았다. 카르텐은 파르빌 상단 직계들에게 붙는 호위인 파르빌의 그림자들 중 하나였다.
일신의 무위가 뛰어나고 잠행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파르빌의 그림자였다.
원래는 헤론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상단을 나오며 없어졌다. 만약 파르빌의 그림자가 있었더라면 굳이 이렇게 손을 벌리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아쉬웠다.
“늑대들에게 전해, 잡아오라고.”
“예.”
카르텐이 사라졌다.
“……!”
카르텐을 보고 있던 헤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르텐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붉은 늑대들을 데리고 오셨습니까?”
붉은 늑대, 파르빌 상단의 무력 단체 열 곳 중 하나로 로스가 이끄는 전투 집단이 바로 붉은 늑대였다.
“응, 네 말이 사실이라면 늑대 정도는 데리고 와야지.”
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 물론 전부 데리고 온 건 아니야.”
그리고 붉은 늑대 전부를 데리고 온 게 아니었다.
“전부 데리고 오기에는 좀 비밀을 요하는 일이잖아.”
아무리 로스가 붉은 늑대를 이끌고 있다고 하지만 전부를 데리고 올 수는 없다. 주변의 눈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일이었다면 전부 데리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대도 켈타의 보물과 관련된 일이었다.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험 쌓는다는 목적으로 신입들 위주로 데려왔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곧 데리고 올 거다. 그 지도 속 인물.”
붉은 늑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들을 데려왔다. 신입들이기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스악
로스의 말대로 얼마 뒤 카르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잡아왔다고 합니다.”
카르텐이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붉은 늑대의 목적 달성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로스는 카르텐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헤론에게 말했다.
“가자.”
“옙.”
헤론은 로스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장서 상단에서 나온 후 로스의 뒤를 따라 근처에 있는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을 사신 이유가 붉은 늑대 때문이었구나.’
처음 저택을 샀다고 했을 때 의아함을 느꼈다. 관리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급 여관을 가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셨습니까.”
저택 내부로 들어오자 한 사내가 다가와 인사했다. 붉은 늑대의 1조장이자 이번에 데려온 붉은 늑대들의 리더인 다미안이었다.
“어디에 있어?”
로스는 다미안에게 물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다미안은 로스의 물음에 답하며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헤론은 다미안과 로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좋았어.’
지금의 상황은 매우 좋다. 상단에 감금시켰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상단에 있었을 때에는 고문을 할 수 없었다. 조장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고문을 막을 조장들이 없었고 오히려 고문을 도와줄 이들이 있었다.
상단에 있었을 때에는 굳게 입을 다문 로미안이었지만 지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 것이 분명했다. 확실했다.
그렇게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목적지에 도착한 헤론은 은은히 미소를 지었고 로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응?’
방으로 들어온 헤론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방 중앙에 제압되어 있는 사내 때문이었다.
‘이건 또 누구야?’
당연히 로미안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잡혀온 이는 로미안이 아니었다.
“왜?”
헤론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로스가 물었다.
“……이자가 아닙니다.”
로스의 물음에 헤론은 당황스런 목소리로 답했다.
“뭐? 그럼 얘는 누구야?”
“글쎄요.”
헤론 역시 잡혀온 사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로미안도 아니었고 로미안을 구했던 용병도 아니었다.
“다미안, 거기서 잡아온 거 맞아?”
로스는 헤론의 답에 다미안에게 물었다.
“예, 그곳에서 잡아온 자입니다.”
“그곳에서 잡아왔다는데?”
다미안의 답에 로스가 헤론에게 말했다.
“그러면 아무래도…….”
헤론은 로스의 말에 말끝을 흐리며 사내를 쳐다보았다.
“동료인 것 같습니다.”
“동료?”
“예, 녀석도 혼자가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뭘 알고 있는지 알아봐야죠.”
로미안이 알고 있는 것을 사내도 알고 있을 수 있다.
“다미안.”
헤론의 말에 로스가 다시 한 번 다미안을 불렀다.
“들었지? 잠시 나갔다 올 테니까. 잘 만들어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그곳에 인원 배치 해놓고.”
“옙.”
다미안의 답을 듣고 로스는 헤론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문이 닫힌 순간 헤론은 들을 수 있었다.
“으아아아악!”
고통에 가득 찬 사내의 비명을.
* * *
<로미안의 두 번째 비밀 거처>
준비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거처로 돌아온 로미안은 핏자국을 발견했다. 그리고 해키드가 없는 것을 보고 일이 터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미안은 재빨리 거처를 벗어나 두 번째 비밀 거처로 향했다. 지도를 보고 로미안의 두 번째 비밀 거처로 향하라!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납치당한 해키드
<납치된 해키드>
해키드는 파르빌 상단의 무력 단체인 붉은 늑대들에게 납치를 당했다. 납치당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지도에 나온 곳으로 가 해키드를 만나 탈출시켜라!
퀘스트 보상 : ???
‘어디부터 가야 하나.’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탈출부터 시킬까.’
해키드가 납치되었다. 감금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다행히도 감금된 위치는 퀘스트가 생성되며 지도로 제공이 되어 알고 있었다. 감금 위치를 알고 있으니 큰일을 당하기 전에 탈출을 시켜야 될까?
‘로미안부터?’
아니면 로미안을 먼저 만나야 될까?
‘어차피 구하러 가야 되는 것 같은데.’
퀘스트 ‘로미안의 두 번째 비밀 거처’의 보상이 퀘스트 ‘납치당한 해키드’였다. 해키드를 구하는 퀘스트가 분명했다. 해키드를 구해 가면 단숨에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그럼에도 수혁이 고민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일을 두 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해키드를 구해 로미안에게 갔는데 퀘스트 ‘납치당한 해키드’가 해키드를 구해오는 퀘스트가 아니라면?
‘그래.’
퀘스트를 보며 고민을 하던 수혁은 고민을 끝내고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지도를 꺼냈다.
‘일단 로미안부터 만나자.’
수혁의 선택은 로미안이었다. 수혁은 로미안이 있을 두 번째 비밀 거처가 나와 있는 지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105.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두 번째 비밀 거처는 첫 번째 비밀 거처와 마찬가지로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걸음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가.’
목적지에 도착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제대로 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을 끝낸 수혁은 지도를 인벤토리에 넣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하지만 문을 두드렸음에도 안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설마 여기도?’
설마 이곳도 발각이 된 것일까?
수혁은 문을 열어보기 위해 문고리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은 수혁은 문고리를 돌렸다.
‘안 열리는데?’
하지만 첫 번째 비밀 거처와 달리 이번에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단단히 잠겨 있었다. 수혁은 문고리에서 손을 때고 다시 한 번 노크를 했다.
똑똑
“로미안 님?”
노크만 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노크와 함께 외쳤다.
저벅…….
외침 때문일까?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딸칵 끼이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수혁 님……!”
문을 연 이는 당연하게도 로미안이었다. 로미안은 놀람과 당황 그리고 씁쓸함 여러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수혁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퀘스트 ‘로미안의 두 번째 비밀 거처’를 완료하셨습니다.]
로미안이 수혁의 이름을 부른 순간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상인 퀘스트 ‘납치당한 해키드’가 생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로미안에게 받아야 되는 것 같았다.
“일단 들어오시죠.”
밖을 힐끔힐끔 확인한 로미안은 수혁을 안으로 안내했다. 로미안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수혁은 로미안이 탁자에 앉자 그 반대편에 앉은 뒤 로미안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후…….”
수혁의 물음에 로미안이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답하기 시작했다.
“거처가 들켰고 해키드가 납치를 당한 것 같습니다.”
거처가 들켰고 해키드가 납치를 당했다. 이미 퀘스트를 통해 알고 있는 정보였다. 아무래도 로미안 역시 그 이상 알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나보다 모를 수도.’
오히려 수혁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탐사 준비는 끝났지만…….”
로미안이 말끝을 흐렸다. 말끝을 흐리는 로미안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수혁은 퀘스트를 받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혁 님, 죄송하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수혁의 느낌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말씀하세요.”
“해키드를 구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