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11화 (111/553)

# 111

제111화

“쉬게. 저쪽 방을 쓰면 되네.”

이내 대화가 끝났는지 로미안이 해키드를 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수혁에게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감사에 답하고는 이어 말했다.

“동굴에는 언제 가실 생각이신지…….”

말끝을 흐린 수혁은 로미안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로미안이 입을 열었다.

“해키드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해키드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로미안 역시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희 둘이서 가야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로미안이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퀘스트가 나타났다.

<동굴 탐사>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동굴 탐사에 필요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동굴을 탐사할 차례. 동굴의 끝으로 가 대도 켈타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라!

퀘스트 보상 : ???

‘……!’

다행히도 나타난 퀘스트는 다른 퀘스트가 아닌 ‘동굴 탐사’였다.

“네. 물론입니다.”

동굴 탐사라는 것을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로미안의 물음에 답했다.

[퀘스트 ‘동굴 탐사’를 수락하셨습니다.]

답을 하자 메시지가 나타나며 퀘스트 창이 사라졌다.

“언제 출발하실 생각입니까?

수혁은 로미안에게 물었다. 시간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당장 출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지금 출발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로미안이 말끝을 흐렸다.

“……?”

지금 출발한다는 말에 미소를 지었던 수혁은 로미안이 말끝을 흐리자 의아한 표정으로 로미안을 쳐다보았다.

“그 전에 수혁 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로미안이 이어 말했다. 로미안은 수혁에게 할 말이 있었다. 아니, 같이 탐사를 할 수혁에게 해 줘야 할 말이 있었다.

“동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동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가 동굴 입구에 대한 정보를 얻은 곳. 그곳에서 책을 하나 얻었습니다.”

로미안이 대도 켈타의 동굴에 대해 알게 된 곳. 그곳에는 책이 하나 있었다.

“……책이요?”

수혁은 책이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예.”

로미안은 수혁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의 각종 정보가 쓰여 있는 책이었지요.”

책의 정체는 바로 동굴의 대한 각종 정보가 담겨 있는 책이었다. 책에 대해 설명을 한 로미안은 이어 말했다.

“동굴에는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두 개의 길요?”

“예, 한쪽은 함정이 가득하고 또 다른 길은 몬스터들이 가득합니다.”

책에 따르면 대도 켈타의 동굴에는 2개의 길이 있었다. 그중 한 곳은 함정이 가득했고 또 다른 곳은 몬스터들이 가득했다.

“문제는 함정의 길의 경우 어떤 함정이 있는지 전부 나와 있지만.”

책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나와 있었지만 전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길 중 하나인 함정의 길에 대한 정보는 많았다.

모든 함정에 대해 나와 있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도 다 함정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몬스터의 길에는 어떤 몬스터들이 있는지 전부 나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몬스터의 길이었다. 몬스터의 길은 함정의 길과 달리 정보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초반에 있는 몬스터의 종류뿐이었다. 거기다 책에는 끝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고 강한 몬스터들을 마주할 것이라 쓰여 있었다.

“시간이야 몬스터의 길이 더 빠릅니다.”

동굴의 끝에 도착하는 데에는 함정의 길보다 몬스터의 길이 더 빠르다. 책에는 그리 쓰여 있었다.

“하지만 나와 있는 정보가 없다 보니 위험합니다.”

함정의 길 역시 위험하다. 하지만 함정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시간을 들여 파훼할 준비도 끝냈다. 정보가 없는 몬스터의 길보다는 훨씬 안전했다.

빠르지만 위험한 몬스터의 길. 느리지만 안전한 함정의 길.

“그래서 함정의 길로 갈 생각입니다.”

로미안이 가려는 길은 함정의 길이었다. 애초에 준비 시간을 일주일로 잡은 것도 다 함정을 파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책에 나와 있지 않는 함정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야기를 듣던 중 의문이 생긴 수혁은 로미안에게 말했다. 책에 나와 있는 함정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전혀 언급되지 않은 함정이 있을 수도 있다.

“예, 말씀하신 대로 그런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함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함정의 길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이야기를 말씀 드린 것은 수혁 님의 생각이 어떤지 듣기 위해섭니다.”

“……제 생각요?”

“예, 이번 탐사는 매우 위험합니다. 목숨을 걸어야겠죠. 그렇기에 수혁 님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그리고 둘이 한 곳으로 갔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나뉘어 가는 것이 더 성공률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저에겐 몬스터가 위험하지만 수혁 님의 힘이라면…….”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로미안은 말을 마쳤다.

“아…….”

수혁은 로미안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따로 가자는 건가?’

로미안이 따로 가자고 직접적으로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로미안의 말은 따로 가자는 뜻을 담고 있었다.

수혁은 로미안의 표정을 확인했다.

‘진심인 것 같은데.’

표정을 보니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기야 상황이 상황인데 농담을 할 리 없다.

‘갑자기 왜?’

진짜로 목숨이 달린 위험한 일이기에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성공률은 개소리고.’

나누어서 간다고 더 성공률이 높아진다? 개소리였다. 둘 다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 로미안 역시 그것을 알 것이다. 그런데 굳이 왜 따로 가려는 것일까? 아니, 왜 몬스터의 길로 보내려 하는 것일까?

‘설마 혼자 독식하려는 건가?’

혹시 보물을 독식하려는 것일까?

‘에이, 너무 나갔다.’

독식을 위해 따로 간다? 말도 안 된다. 애초에 독식을 위해서라면 같이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잠시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수혁은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로미안의 눈빛에 말한 뒤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함정보다 몬스터가 낫기는 한데…….’

함정의 길로 가려는 로미안. 그러나 수혁에게는 함정의 길보다 몬스터의 길이 낫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혁의 경우 함정의 길로 갈 경우 가는 동안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 그러나 함정의 길과 달리 몬스터의 길에서는 얻을 게 많았다.

우선 몬스터를 잡으며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몬스터의 길이 함정의 길보다 더욱 빨리 끝에 도착한다.

즉, 시간이 덜 걸린다. 시간도 덜 걸리고 경험치도 얻을 수 있고. 수혁에게는 몬스터의 길이 함정의 길보다 더 낫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동굴 탐사>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동굴 탐사에 필요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동굴을 탐사할 차례. 동굴의 끝으로 가 대도 켈타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어차피 퀘스트도 로미안과 함께 가라는 건 아니고.’

완료 조건은 동굴의 끝으로 가 대도 켈타가 남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로미안과 함께 하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거기다 로미안도 내가 몬스터의 길로 가주는 걸 원하는 것 같고.’

거기다가 로미안 역시 따로 가고 싶어 한다.

수혁의 마음은 점점 몬스터의 길로 쏠리기 시작했다.

‘잠깐.’

바로 그때였다.

‘열쇠가 하나잖아?’

생각을 해 보니 열쇠가 하나였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자신을 바라보는 로미안에게 말했다.

“근데 로미안 님.”

“예.”

“열쇠는 하나뿐이지 않습니까?”

“아, 열쇠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열쇠는 처음 입구를 열 때에만 쓰이니까요. 두 개의 길이 나오기 전입니다.”

“아.”

수혁은 로미안의 말에 다시 탄성을 내뱉었다. 여태껏 수혁은 열쇠가 동굴의 끝에서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하지만 수혁의 의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끝에서 열쇠가 필요 없다면 더 문제가 된다.

“……?”

로미안은 수혁의 말에 의아해했고 수혁은 그런 로미안을 보며 이어 말했다.

“몬스터의 길이 더 빠르다고 하셨는데 제가 만약 몬스터의 길로 가게 되면 먼저 도착하게 될 텐데요.”

수혁이 말한 문제, 그것은 바로 통로의 끝에 도착하는 시간이었다. 몬스터의 길은 함정의 길보다 더 빠르다. 만약 수혁이 몬스터의 길로 간다면 함정의 길로 갈 로미안보다 더 빨리 도착하게 된다.

‘무슨 목적이 있는 건가?’

로미안이 말해 준 것인데 로미안이 모를 리 없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몬스터의 길로 수혁을 보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물을 독식하면 어떻게 하려고?

‘떠 보는 건가?’

혹시나 떠보는 것일까?

로미안은 수혁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수많은 보물들이 있을 겁니다. 수혁 님이 먼저 도착해 마음껏 가져가셔도 제 몫은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수 NPC가 아닌 일반 NPC이기에 인벤토리의 존재를 모르는 로미안이었다.

“그렇군요.”

굳이 인벤토리에 대한 설명을 해 줄 생각이 없는 수혁이었다. 아니, 해 준다고 해도 이해를 못할 것이다. 애초에 판게아의 일반 NPC들은 인벤토리 같은 개념을 알아듣지 못하게 시스템 되어 있었다.

“결정을 내리신 것 같군요.”

로미안이 말했다. 로미안의 말과 달리 아직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거의 기울어져 있던 수혁은 로미안의 말에 결정을 내렸다.

“예, 저는 그럼 몬스터의 길로 가겠습니다.”

110.

“알겠습니다.”

수혁의 답에 로미안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시죠! 가방 챙겨 나가겠습니다.”

끄덕임을 멈춘 로미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나가 있을까요?”

“예!”

로미안은 수혁의 물음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로미안의 답에 수혁은 밖으로 나갔다.

바로 그 순간.

“…….”

로미안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미소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로미안의 두 눈빛은 지극히 싸늘했다. 싸늘한 눈빛으로 수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로미안은 이내 문이 닫혀 수혁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방으로 향했다.

* * *

수혁은 저 멀리 전방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절벽을 보며 생각했다.

‘절벽 쪽에 있는 건가.’

로미안은 절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절벽 쪽에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입구가 있는 것 같았다.

얼마 뒤.

저벅!

절벽 앞에 도착한 로미안이 걸음을 멈췄다.

스윽

그리고 뒤로 돌아 수혁에게 말했다.

“이곳입니다.”

“……?”

수혁은 로미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절벽에는 아무런 통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벽이었다. 그런데 이곳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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