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제119화
117.
* * *
다다닥. 다닥.
장율은 키보드를 두들기며 특등급 유저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빨리빨리 하고 어서 자자!’
어느덧 자정이었다. 특등급 유저들의 상황만 확인하면 잘 수 있다. 장율은 피곤함을 억누르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야, 사냥왕은 진짜…….”
두들김을 잠시 멈춘 장율은 감탄을 내뱉었다.
“어떻게 이런 레벨 업 속도를 보이는 거지?”
사냥왕의 레벨 업 속도는 정말 말이 안 될 정도로 빨랐다.
“많이 느려지긴 했지만.”
물론 처음과 비교해 많이 느려지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사냥왕의 레벨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580이니까 3주 안에 600 찍겠는데…….”
현재 사냥왕의 레벨은 580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여태까지의 속도를 보면 3주 안에 600을 찍을 것이었다.
다닥. 다다닥.
장율은 펜을 들어 메모지에 필기를 한 뒤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이어 나타난 특등급 유저의 상황에 장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율은 놀란 표정으로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겼다. 이어 모니터에 새로운 정보가 나타났다.
“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장율은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네.”
부정적인 감정이 담겨 있는 한숨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왜?”
장율의 한숨과 중얼거림을 들은 양주혁이 다가와 물었다.
“아, 그게…….”
장율은 양주혁의 물음에 모니터를 힐끔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수혁이 전설 무기를 얻었습니다.”
“뭐?”
양주혁은 장율의 답에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전설 무기? 무기면 처음 아냐?”
전설 등급의 장비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았을 뿐 사냥왕을 포함해 3명의 유저들이 전설 등급의 장비 7개를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7개는 전부 방어구와 장신구였다.
“다행이 지팡이는 아닙니다. 검이 나왔어요.”
장율은 양주혁의 놀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렸다. 수혁은 마법사였다. 하지만 나온 것은 검이었다.
“검? 검이면 그것대로 문제…… 아니지, 엄청난 이슈가 될 수도 있겠네.”
수혁은 마법사, 검을 사용할 리 없다. 그렇다고 전설 등급의 무기를 그대로 묵혀 둘 리 없으니 판매를 할 것이다.
검은 많은 유저들의 주무기였다. 즉, 인기가 많다. 전설 등급의 검이 경매장 혹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다면?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이었다.
“검 이름이 뭐야?”
양주혁은 장율에게 물었다.
“야리온의 분노요.”
“……뭐?”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미간을 좁혔다.
“야리온의 분노?”
그리고 반문했다.
“……네.”
장율은 양주혁의 반문에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옵션 확인해 봐.”
양주혁은 장율의 답에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예.”
장율은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키보드를 두들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니터에 ‘야리온의 분노’의 정보가 나타났다.
“어?”
정보를 본 장율은 탄성을 내뱉었다. 양주혁이 어째서 미간을 좁힌 것인지, 그리고 왜 굳은 표정을 지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양주혁은 예상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검이어도 마검사의 검이라는 건가.”
미간을 좁히고 표정이 굳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아이템 명에 나온 야리온이 마검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완전 자무기네요.”
장율이 중얼거렸다.
“그렇지.”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전설 등급의 지팡이와 비교해 모자라지만 ‘야리온의 분노’는 마법사들이 충분히 사용할 만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이걸 쓰면…….”
장율은 말끝을 흐렸다.
부르르
그리고 상상을 한 장율은 몸을 부르르 떨며 이어 말했다.
“엄청 쎄겠죠?”
그렇지 않아도 강한 수혁이었다. 그런 수혁에게 완전하지는 않지만 사용이 가능한 전설 등급의 무기가 생겨버렸다.
“쎄겠지.”
양주혁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검이라고 하지만 마검사의 검이다. 거기다 전설 등급이었다. 야리온의 분노를 사용한다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 * *
<야리온의 분노[전설]>
제한 : 없음
물리 공격력 증폭 : 5
마법 공격력 증폭 : 3
마검사 야리온의 분노가 담겨 있는 검. 마법의 광물 라이오디렘으로 만들어져 마법을 증폭시켜준다.
놀람이 나타난 이유, 그것은 바로 야리온의 분노의 아이템 정보 때문이었다.
‘이게 뭐야?’
수혁이 익히 알고 있는 아이템들의 정보와는 궤를 달리했다.
‘증폭?’
무기에는 보통 물리 공격력 혹은 마법 공격력이 붙어 있다. 그런데 야리온의 분노에는 그 공격력들이 보이지 않았다.
‘증폭이 뭐지?’
대신 증폭이라는 처음 보는 특이한 옵션이 달려 있었다. 도대체 증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설마 데미지를 증폭시켜 주는 건가?’
말 그대로 데미지를 증폭시켜 주는 것일까? 100의 물리 데미지를 가진 공격을 시전하면 500이 되는 것일까?
‘근데…….’
놀라운 것은 공격력 대신 존재하는 증폭이라는 옵션뿐만이 아니었다.
‘제한이 없어?’
보통 장비 아이템에는 착용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존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야리온의 분노’는 착용하는 데 아무런 조건도 필요치 않았다. 전설 등급의 무기를 레벨 1인 유저가 착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설이라 그런가?’
혹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은 전부 조건 없이 착용이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이 아이템만?’
그러나 다른 전설 아이템을 본 적 없는 수혁은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설명도 나와 있네.’
아이템 정보 마지막에는 ‘야리온의 분노’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었다.
‘이건 전설이라 그런 거겠지?’
전설 등급이기에 나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걸 근데…….’
아이템 정보를 보던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써야 되나.’
고민이 생겼다.
‘팔아야 되나.’
지팡이가 아니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옵션 중 마법 공격력 증폭이라는 옵션이 마음에 걸렸다.
‘증폭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니 원…….’
증폭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해 결정을 내리기가 더욱 어려웠다.
‘일단 가자.’
고민을 하던 수혁은 이내 아이템 정보를 닫았다. 3개의 상자를 개봉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의 볼일은 없다.
스윽
가기 전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확인을 위해 수혁은 내부를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러나 놓친 것은 없었다.
“아공간으로.”
텅 빈 내부를 확인한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해 공동으로 워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 합니다.]
공동에 도착한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30분 남았네.’
현재 시간은 11시 30분, 로그아웃 시간인 자정까지 30분이 남아 있었다. 물론 30분을 채울 필요는 없었다. 거기다 오늘은 일찍 로그아웃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수혁이었다.
‘로그아웃 전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로그아웃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스샷 찍어야지.’
바로 야리온의 분노의 아이템 정보를 캡처하는 것이었다. 수혁은 야리온의 분노의 아이템 정보를 열었다. 그리고 아이템 정보 하단에 있는 카메라 버튼을 클릭했다.
[아이템 정보가 저장되었습니다.]
버튼을 클릭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확인한 수혁은 친구 창을 열어 연중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접속해 있네.’
연중은 접속 중이었고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내가 장비 정보 하나 보낼게. 한번 봐 줘.
-연중 : 급한 거야?
-수혁 : 아니, 천천히 봐 줘도 돼.
-연중 : 오케이! 일단 보내놔!
수혁은 연중의 답을 듣고 로그아웃을 했다. 그리고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핸드폰을 캡슐과 연결해 캡처했던 아이템 정보를 옮겼다.
‘무슨 반응을 보이려나.’
연중이 ‘야리온의 분노’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연중에게 아이템 정보를 보냈다.
아이템 정보를 보낸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곧장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직 접속 중인지 연중에게서 답이 오지 않았다.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어 책장으로 다가가 책을 하나 꺼내 침대로 향했다.
* * *
7m 길이의 거대한 뱀.
“뇌분 언제 되세요?”
연중은 뱀의 어그로를 끌며 뒤쪽에 있는 길드 ‘리더’의 부길드장이자 마법사인 리리스에게 물었다.
“1분 뒤 시전 완료요!”
“예!”
리리스의 답을 들은 연중은 다시 한 번 방패를 휘둘렀다.
쾅!
-크르륵!
방패가 작렬하자 굉음과 함께 뱀이 꿈틀거렸다.
-크륵!
꿈틀거린 것에 민망함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고통에 분노를 느낀 것인지 뱀은 연중을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휙!
하지만 한두 번 사냥을 한 게 아닌 연중은 꼬리가 날아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재빨리 몸을 날려 꼬리를 피했다.
쾅!
연중이 있던 자리에 꼬리가 작렬하며 폭음이 울려 퍼졌다. 연중은 다시 방패를 휘둘러 뱀을 후려쳤다. 그렇게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1분이 흘렀다.
“뇌신의 분노!”
약속한 1분이 지나자 리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리스의 외침을 들은 연중은 때마침 날아오는 꼬리를 피하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쾅! 쾅! 쾅! 쾅! 쾅!
그리고 연중이 물러나자마자 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크르륵!
번개가 작렬할 때마다 뱀은 고통스런 비명을 내뱉었다. 비명은 오래가지 않았다. 15초가 지나기도 전에 뱀은 죽음을 맞았다.
[레벨 업!]
뱀이 죽는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이스!’
메시지를 본 연중은 미소를 지었다.
“업하셨어요?”
연중의 미소를 본 리리스가 다가와 물었다. 리리스의 물음에 연중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옙, 혹시나 한 마리 더 잡아야 되나 했는데 딱 업했네요.”
혹시나 레벨 업을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딱 레벨이 올랐다.
“업하셨으니 오늘 사냥은 끝인가요?”
리리스가 말했다.
“예, 이제 슬슬 자죠!”
레벨이 오를 때까지 사냥을 하기로 했었다. 레벨이 올랐으니 오늘 사냥은 끝이었다.
“수고하셨어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여기서 로그아웃하시게요?”
“예, 너무 피곤해서요. 하핫.”
“넵, 이따 봬요!”
리리스가 먼저 로그아웃을 했다. 연중은 안전지대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어 보너스 스텟을 투자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안전지대에 도착한 연중은 로그아웃을 했다.
“어우, 피곤해.”
캡슐에서 나온 연중은 기지개를 펴며 침대로 향했다. 가상현실에서 현실로 돌아와서일까 아니면 피곤함이 본격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몸이 급속도로 무거워지고 있었다.
“아, 맞다.”
그러나 문득 든 생각에 연중은 방향을 틀어 책상으로 향했다.
“수혁이가 봐 달라고 했지.”
수혁이 봐 달라고 한 장비가 있었다. 책상에 도착한 연중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수혁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연중은 수혁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