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
제127화
125.
“부마탑장님을 뵙습니다.”
사내가 가까워지자 마법사는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저 사람이 코델인가.’
수혁은 마법사의 인사를 듣고 사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사내는 불의 부마탑장이자 철혈의 마법사라 불리는 코델이었다.
‘부드러워 보이는데.’
코델의 외관은 부드러웠다. 그런데 어째서 철혈의 마법사라 불리는 것일까?
‘하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저분은?”
코델은 마법사의 인사를 받아 주고 마법사에게 물었다.
“마탑장님을 뵈러 오셨다고 합니다.”
마법사는 코델의 물음에 재빨리 답했다.
“마탑장님을?”
“예, 증표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코델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수혁을 쳐다보았다. 수혁은 코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마주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수혁을 보던 코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코델의 인사에 수혁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부마탑장 코델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코델이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수혁을 쳐다보았다. 수혁은 코델의 시선에서 코델이 자기 자신을 소개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수혁이 누구인지 파악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소개한 것이 분명했다.
“독의 마탑에서 온 수혁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파비앙이 가보라고 해서 온 것이다. 나쁜 일로 온 것도 아니고 소개를 하는데 문제 될 것 없다.
“……!”
수혁이 자기소개를 한 순간 코델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아주 순간이었지만 놀람과 당황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수혁 님이셨군요.”
코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코델은 마법사에게 시선을 주었다. 시선을 받은 마법사는 수혁과 코델에게 인사를 한 뒤 왔던 길을 돌아 내려갔다. 그렇게 마법사가 내려가고 코델이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과묵하네.’
수혁은 코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코델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똑똑
다행이라고 해야 될지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문 앞에 멈춘 코델이 노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여긴가.’
목적지인 브리니스의 방에 도착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수혁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브리니스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브리니스의 방이었다.
“손님?”
코델의 외침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브리니스가 분명했다.
저벅저벅 끼이익
목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을 열고 방의 주인인 브리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브리니스를 본 순간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느낌만 그런 건가?’
혹시 다른 닮은 사람을 착각한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수혁 님!”
브리니스가 수혁을 불렀다.
‘날 알아?’
수혁은 브리니스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당황했다. 이름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코델이 말을 해 준 것도 아닌데 브리니스가 어떻게 안 것일까? 이름이야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김새는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본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게 분명했다. 마주친 것이 분명했다.
‘아!’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상황에 수혁은 브리니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기억이 났다.
‘그때 한창 독 마실 때 봤던 그 여자구나.’
퀘스트 ‘30일간의 여정’ 때문에 독을 마시러 파비앙에게 갔을 때 보았던 여인이었다.
‘불의 마탑장이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다.
“어머! 저 기억나세요?”
브리니스는 수혁의 말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기억납니다.”
“어머머. 그때 잠깐 뵈었을 뿐인데. 기억력 엄청 좋으시네요!”
바로 그때였다.
“그럼 전 이만…….”
코델이 말했다. 그리고 인사 후 왔던 길을 돌아갔다.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할까요?”
그렇게 코델이 사라지고 브리니스가 말했다.
“네.”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답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불의 마탑이라 그런가.’
방으로 들어 온 순간 열기가 느껴졌다. 불의 마탑이라 그런 것일까?
“앉으세요!”
브리니스가 자리를 권했고 수혁은 브리니스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브리니스가 반대편에 앉은 뒤 책상 위에 있던 찻잔을 들며 물었다.
“차 드실래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여기…….”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파비앙의 서신과 브리니스의 증표를 꺼내 내밀었다.
“마탑장님께서 전해드리라 하시더군요.”
“증표는 가지고 계셔도 돼요!”
브리니스는 수혁의 말에 증표를 다시 내밀고 파비앙의 서신을 집었다. 그리고 서신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흐응…….”
서신을 읽던 브리니스가 야릇한 콧소리를 냈다.
‘……?’
브리니스의 야릇한 콧소리에 수혁은 의아했다.
‘뭐가 쓰여 있길래?’
도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 있기에 저러는 것일까?
‘연애편지인가?’
혹시 연애편지인 것일까?
‘아니지, 연애편지면 굳이 날 통해서 전할 필요가 없잖아.’
연애편지일 리 없다. 연애편지라면 굳이 수혁을 통해서 전할 필요가 없다. 편지는 분명 수혁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근데 왜…….’
그래서 조금 불안해졌다. 브리니스가 왜 야릇한 콧소리를 낸 것인지.
스윽
이내 서신을 다 읽었는지 브리니스가 서신을 내려놓았다.
[퀘스트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를 완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였다.
“여기요! 읽어 보시겠어요?”
브리니스가 서신을 내밀었다.
“서신을요?”
메시지를 보고 있던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반문했다. 서신은 파비앙이 브리니스에게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읽어 보라 하는 것일까?
“예, 보셔야 될 것 같아요.”
이어진 브리니스의 말에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신을 들어 읽기 시작했다.
-브리니스에게
수혁이가 이 서신을 가지고 언제 갈지 모르겠어.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겠지.
네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수혁이 온다면 잘 부탁해. 너무 깊게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
.
.
아참, 수혁이가 진짜 천재야.
아마 마법서만 줘도 다 알아서 이해할 거야.
서신에 적혀 있는 내용을 확인한 수혁은 당황했다.
‘마법을 배우라고?’
서신에는 파비앙의 부탁이 쓰여 있었다. 수혁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 그리고 서신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브리니스와도 이미 합의가 된 상황인 것 같았다.
스윽
수혁은 서신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브리니스를 보았다. 브리니스는 환한 표정으로 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을 배워야 되는 상황인 것 같군요.”
“예, 저는 수혁 님에게 불 마법을 알려주기로 파비앙 님과 약속했어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수혁 님의 의사지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브리니스의 말이 끝난 순간 수혁의 눈앞에 퀘스트가 나타났다.
<브리니스의 제안>
파비앙과의 약속을 한 브리니스는 당신에게 마법을 알려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사다. 브리니스에게 불 마법을 배울 것인지 아니면 배우지 않을 것인지 선택하라!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수락 시 브리니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퀘스트 거절 시 브리니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브리니스에게 불 마법을 배울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는 퀘스트였다.
“……?”
그러나 퀘스트를 본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친밀도가 둘 다 올라?’
그것은 퀘스트 보상 밑에 존재하는 수락과 거절 시 일어날 일들 때문이었다.
‘수락이야 당연히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퀘스트 수락 시 브리니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한다. 이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거절은 떨어져야 되는 거 아냐?’
그런데 거절 역시 브리니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한다. 상식적으로 거절을 할 경우 친밀도가 떨어져야 된다. 그런데 왜 오르는 것일까?
‘아니, 거절이 오르면 수락이 떨어지던가.’
물론 퀘스트 중에서도 거절 시 친밀도가 오르고 수락 시 친밀도가 떨어지는 퀘스트가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퀘스트는 수락을 하든 거절을 하든 친밀도가 상승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퀘스트였다.
‘근데 문제네.’
수혁은 고민했다. 친밀도 때문이 아니었다. 솔직히 친밀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르는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어떤 식으로 마법을 알려 준다는 걸까?’
고민하는 이유는 바로 방식 때문이었다. 브리니스는 어떤 방식으로 마법을 가르쳐 줄 생각일까?
‘그냥 책 주려나?’
파비앙처럼 책을 주고 알아서 익히라 할까?
‘재료도 주려나?’
그러면 재료도 줄까?
‘에이, 우리 마탑도 아닌데.’
하지만 재료를 제공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수혁이 불의 마탑 소속도 아닌데 재료를 제공해 줄 리 없지 않은가?
‘아니지, 마법을 알려 준다고 했으니 아이템을 줄 가능성도 있어.’
그러나 생각을 해 보니 재료를 제공해 줄 것도 같았다. 마법을 알려준다는데 재료 없이 마법을 시전하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
이내 수혁은 고민을 끝내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답을 기다리고 있는 브리니스에게 답을 해 주었다.
“배우고 싶습니다.”
[퀘스트 ‘브리니스의 제안’을 수락하셨습니다.]
[불의 마탑장 브리니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퀘스트 ‘브리니스의 제안’을 완료하였습니다.]
답을 하자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연달아 나타났다.
“다행이네요! 혹시나 거절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브리니스는 수혁의 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바로 마법을 배워 볼까요?”
“예. 그런데 어떤 식으로 배우는 건지…….”
“마법을 보는 족족 이해하신다고 들었어요.”
“예?”
수혁은 브리니스의 말에 반문하며 생각했다.
‘무슨 소리야?’
마법을 보는 족족 이해한다니?
‘설마 그때 그 일 때문인가?’
수혁은 예전 독의 문을 막 개방하고 파비앙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마법책을 주었던 파비앙. 수혁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파비앙을 찾아가 필요한 아이템들을 적은 메모지를 전달했다. 아무래도 그 때문에 브리니스가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이미 다 들었어요! 책만 보고 스스로 대부분의 마법을 시전하셨다는 거!”
수혁의 생각은 정확했다.
“여기요!”
브리니스는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스윽
수혁은 고개를 내려 브리니스가 내민 것을 보았다.
‘책?’
브리니스가 내민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다. 그리고 표지에는 불의 마탑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설마…….’
책을 본 순간 예전의 어떤 상황이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혹시나 막히시는 부분이 있거나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필요한 재료들은 저희가 전부 준비해드릴 테니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말을 마친 브리니스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브리니스의 말에 수혁 역시 싱긋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