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
제132화
130.
-어떤 정보죠?
“이번 주 토요일. 라이언의 보고에 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허, 그 미친 던전에 또 도전한다구요?
“예, 이번에는 치유 법사를 대동하기로 했습니다.”
-사제도 아니고 치유 법사를요?
“네.”
-특별한 치유 법사인가요? 치유 법사라면 4단계를 통과 못 할 텐데요?
“친구라고 하더군요.”
-아아, 친구요? 흐음, 바보 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그것 때문에 전화를 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알려드려야 할 정보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현성 님이 관심을 보이셨던 그 아이템에 대한 정보입니다.”
현성의 물음에 김태환이 전화를 건 진짜 목적을 말했다. 던전에 도전을 하려는 것뿐만이었다면 전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물론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아도 알려야 할 정보였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자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던 게 현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야리온의 분노를 말하는 겁니까?
“예.”
답을 한 김태환은 현성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김태환의 답이 충격적이었는지 현성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굽니까?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방금 전 말씀 드린 치유 법사가 야리온의 분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요?
“던전의 난이도를 알고 있음에도 함께 가려는 건 친구이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꽤나 수준이 높을 겁니다. 그리고 연중의 지인 중에 제가 모르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수준이 높고 제가 모르는…….”
-아아, 알겠습니다.
현성은 이해했는지 김태환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토요일이라고 했나요?
“예.”
-이번에 잘 주시하시면서 한번 떠보세요. 태환 씨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예, 편히 쉬시길.”
-아참, 입금은 바로 해드릴게요. 그리고 좋은 결과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렇게 현성의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끝이 났다. 김태환은 핸드폰을 다시 서랍에 넣었다.
부르르르
그리고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책상 위에 자리 잡고 있던 김태환의 하얀색 핸드폰이 진동했다.
“…….”
김태환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흐.”
핸드폰을 확인한 김태환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 * *
“여! 왔냐?”
약속 장소에 도착한 수혁은 입구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연중을 볼 수 있었다. 수혁은 연중에게 다가갔다.
“왜 안 들어가 있고?”
“거의 도착했다길래 같이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수혁과 연중은 대화를 나누며 가게로 들어갔다.
“12시, 연중으로 예약했는데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연중이 카운터에 있던 여인에게 말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종업원이 다가와 안내를 했다. 수혁과 연중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했던 3번 방으로 들어갔다.
“뭐 먹을래?”
“소갈비 맛있다며?”
“어, 여기 소갈비가 진짜 맛있어.”
무엇을 먹을지 결정이 났고 연중이 말했다.
“소갈비 4인분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혹시 음료는…….”
“콜라랑 사이다 한 병씩 가져다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주문이 끝나자 종업원은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종업원이 나가자마자 수혁과 연중은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바로 설명해 줄까?”
“응.”
“일단 우리가 갈 던전의 이름은 라이언의 보고라는 던전이야.”
이번 주 토요일에 탐사할 던전의 이름은 ‘라이언의 보고’였다.
“던전 탐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셋. 10개 구역만 통과하면 던전 클리어. 문제는 구역이 10개라는 것만 알려져 있고 각 구역에 어떤 시험이 있는지는 모른다는 점이지.”
던전 ‘라이언의 보고’는 총 10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던전 탐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10개의 구역을 통과해야 했다. 문제는 각 구역에 존재하는 시험이었다.
“우리가 아는 건 1구역부터 4구역의 시험뿐이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다. 몰랐던 것은 처음뿐이다. 이미 여러 번 도전을 해 1구역부터 4구역까지의 시험은 알고 있었다.
“1구역은 몬스터만 잡으면 돼.”
라이언의 보고의 첫 번째 시험이 있는 1구역. 1구역의 시험은 간단했다. 그냥 몬스터만 잡으면 된다.
“300레벨 오크 300마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300레벨의 오크 300마리만 잡으면 통과다.
“그게 끝이야?”
수혁이 물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300마리는 어마어마한 숫자였지만 어차피 동시에 300마리를 상대해야 되는 건 아니다. 자리를 잘 잡으면 한 번에 상대할 오크의 수를 서넛으로 제한할 수 있다.
“응, 1구역은 300마리 잡기가 끝이야.”
연중은 수혁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2구역은 함정 통과. 어떤 함정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2구역은 딱히 신경 쓸 필요 없어.”
처음 도전했을 때에는 2구역에서 실패했다. 함정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도전 때 모든 함정을 파악했다. 2구역의 함정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3구역은…….”
바로 그때였다.
똑똑 스르륵
3구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문이 열렸다. 수혁과 연중은 잠시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종업원이 가져온 고기와 음료를 내려놓고 나가자 고기를 구우며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3구역은 어떤데?”
“3구역은 다시 몬스터야.”
1구역과 마찬가지로 3구역 역시 몬스터 사냥이었다.
“320레벨 트롤 50마리.”
“……더 쉬워졌네?”
3구역의 설명을 들은 수혁이 물었다. 아무리 레벨이 20 높고 오크에서 트롤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수가 6분의 1로 줄었다. 1구역과 비교해 조금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트롤 50마리만 있다면 쉽겠지.”
연중은 씨익 웃었다.
“보스 몬스터가 있어. 트윈 헤드 트롤. 레벨은 370.”
3구역에는 트롤 50마리만 있는 게 아니다. 보스 몬스터가 있었다. 바로 370레벨의 트윈 헤드 트롤이었다.
“아아.”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4구역.”
연중은 수혁의 탄성을 들으며 4구역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4구역은 그냥 걸어가면 돼. 반대편에 있는 출구로.”
“……?”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4구역에서 실패했다고 하지 않았나?’
연중은 분명 4구역에서 실패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냥 통과만 하면 되는 시험을 왜 실패했단 말인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이유가 없을 리 없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집중했다.
“문제는 환경.”
“환경?”
“응, 환경이 아주 나빠.”
걷기만 하면 되는 4구역을 실패한 이유, 그것은 바로 4구역의 환경 때문이었다.
“용암지대야. 들어선 순간 화상 상태에 빠지는데 피가 장난 아니게 깎여. 치유의 문을 개방해 달라고 한 것도 바로 4구역 때문이야.”
“화상 저항 포션은?”
수혁이 물었다. 판게아에는 수많은 종류의 포션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화상 상태에서 회복되는 포션도 있고 저항을 하는 포션도 있었다.
“화상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 저항 포션이 먹히질 않더라. 생명력 포션을 빨면서 가자니 포션 제한도 10개로 제한되어 있고.”
연중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치유의 문으로 개방을 해 달라 한 것인지 이해가 갔다.
“5구역부터는 몰라! 근데 아마 1, 3구역을 생각해보면 몬스터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
아는 것은 4구역까지다. 5구역부터는 어떤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1구역, 3구역. 홀수 구역의 시험을 근거로 몬스터 사냥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알았다. 근데 언제 출발할 거야?”
수혁이 물었다. 출발 날짜만 정해졌을 뿐 출발 시간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어때? 점심시간은 상황 봐서 정하고.”
“오전 10시? 알았다. 그럼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걸로.”
연중의 말에 답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운동을 좀 더 일찍 해야겠네.’
토요일은 오후에 운동을 하는 날이었다. 던전 탐사 때문에 아침에 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더 빨리 운동을 해야 될 것 같았다.
“근데 어디서 출발할 거야?”
“음, 유스 왕국 북부 지역에 레카톤이란 마을이 있는데 거기서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지금 어디에 있어?”
“나? 하드락.”
“하드락이면 워프 두 번으로 갈 수 있거든? 레카톤 워프 게이트 앞에서 보자.”
“알았다.”
만날 장소까지 정하며 던전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났다.
“아, 그리고 이번에 던전 탐사 끝나고 야리온의 분노를 경매에 올릴 생각이야.”
수혁은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갈비에 미소를 지으며 연중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 주에?”
“응, 다음 주 수요일 정도에 48시간으로.”
“호오, 그럼 오늘 가서 미리 글 올려야겠네.”
“고맙다.”
“아니지, 오히려 내가 고맙지. 이거 또 구독자 한 번 크게 늘겠네. 히히.”
그렇지 않아도 야리온의 분노 덕분에 구독자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연중이었다. 이번에 판매 관련 글을 올린다면? 한 번 더 엄청난 수의 구독자가 증가할 것이었다.
“근데 진짜 경매에 올릴 거야?”
“잘 안 쓰니까.”
그 뒤로 수혁과 연중은 다시 고기에 집중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연중아.”
“응?”
“헤이든이 어딘지 알아?”
바로 헤이든에 대한 질문이었다.
“헤이든? NPC 헤이든을 말하는 거야?”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반문했다. 그리고 연중의 반문에 수혁은 알 수 있었다. 연중 역시 헤이든을 모른다는 것을.
“아니, 지역.”
“거긴 또 어디야?”
수혁이 고개를 가로젓자 연중이 물었다.
“예전에 내가 물어봤던 악마의 둥지 기억나?”
“어어, 기억나.”
“악마의 둥지 입구가 있는 지역이 바로 헤이든이야.”
“아 그래?”
“네가 모른다면 미개척지 중 한 곳인 것 같은데…….”
연중은 랭커다. 랭커인 연중이 모른다면 미개척지 중 한 곳이 분명했다.
“한번 알아봐 줄까? 모험가들이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수혁의 말에 연중이 물었다. 랭커들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미개척지. 그러나 그런 미개척지를 전문적으로 다니는 유저들이 있었다.
판게아를 하는 이유가 신지역 탐험인 모험가 유저들이었다. 그들이라면 헤이든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 주면 고맙고.”
“오케이, 그럼 알아봐 줄게.”
* * *
“그러면 1주일 뒤에 마계로 진입하겠네?”
“네, 11천계에서의 퀘스트를 거의 끝냈으니까요.”
“그럼 10마계에 진입하면 알려 줘.”
“네.”
양주혁과 장율은 책상을 두고 마주 앉아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그 던전은 어때? 클리어 한 사람 있어?”
“그 던전이요?”
장율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던전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있잖아. 보상 중에 전설 무기 상자 있는 던전. 라…… 뭐였는데?”
“아, 라이언의 보고요?”
“어, 맞아. 거기!”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아요. 여러 길드에서 계속 도전하고 있기는 한데 6구역을 통과 못 하고 있거든요. 당분간 전설 무기는 안 나올 것 같아요.”
“6구역이 뭐였지?”
“독기 지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