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제136화
134.
-햇별 : 지금 정보가 또 들어왔는데 말이야.
-커맨더 : 예, 형님!
-햇별 : 불, 독, 치유의 트리플 마법사라는데?
-커맨더 : 아, 진짜요? 역시 그 녀석이었구나.
“……?”
커맨더와 귓속말을 나누던 햇별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햇별 : 그 녀석? 알고 있는 유저야?
-커맨더 : 예, 알고 있어요. 형님도 아실 걸요?
-햇별 : 내가?
-커맨더 : 악마 길드 초토화시켰던 유저 있잖아요.
-햇별 : 악마 사냥꾼?
-커맨더 : 예, 악마 사냥꾼 아이디가 수혁이었어요.
“……!”
햇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악독한 새끼라고?”
악마 사냥꾼, 햇별 역시 알고 있었다. 길드 마스터라면 모를 수가 없는 존재가 바로 악마 사냥꾼이었다.
“맞아, 아이디가 수혁이라고 했지.”
캐릭터명보다 별명이 더욱 유명해 잠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커맨더의 말을 듣고 기억이 났다. 악마 사냥꾼의 캐릭터명은 수혁이었다.
“이거 잘못 건든 건 아니겠지?”
악마 길드의 일이 떠오른 햇별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나 잘못 건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어차피 꼬리를 자르면 그만이고 우리가 악마 길드처럼 약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곧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악마 길드가 그렇게 된 것은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고 길드는 힘이 있다. 판게아 최강 길드의 자리를 차지한 길드가 바로 독고 길드였다.
“거기다 그때 무서웠던 건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고.”
악마 사냥꾼이 무서웠던 것은 알려진 게 캐릭터명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더구나 길드까지 들어간 상황. 무서울 것 없었다.
-햇별 : 잘 처리해.
-커맨더 : 물론이죠! 악마 사냥꾼인 걸 알았으니 더욱 확실히 준비하겠습니다.
* * *
-쿠어어…….
트윈 헤드 오우거가 쓰러졌다.
[모든 몬스터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5구역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6구역으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5구역의 시험이 끝나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야…….”
연중은 감탄을 내뱉었다.
“들어온 지 1시간도 안 돼서 5구역을 통과할 줄이야.”
던전에 입장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5구역을 끝냈다. 이렇게 빨리 통과할 줄은 몰랐다.
“그러게요.”
리리스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수혁과 연중, 리리스는 6구역의 문 앞으로 이동했다.
“6구역은 뭘까? 함정이려나?”
문 앞에 도착한 연중이 중얼거렸다. 과연 6구역에는 어떤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 보자.”
수혁이 말했다. 그리고 연중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6구역으로 진입했다. 수혁 역시 그 뒤를 따라 진입했다.
[6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시험이 시작됩니다.]
[6구역의 시험 : 통과]
[독기를 뿜어내는 구멍 여섯 개를 막으십시오.]
[포션 사용은 개인당 10개로 제한됩니다.]
[현재 사용한 포션의 수 : 0]
진입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독기?’
메시지를 본 수혁은 친숙한 단어를 볼 수 있었다.
“설마 이게 다 독이야?”
그리고 이어 들려온 연중의 목소리에 수혁은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는 초록, 보라,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연기가 가득했다. 메시지에 나온 독기가 분명했다.
‘중독이 안 되면…….’
독기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수혁의 칭호 ‘독의 대가’의 효과는 자신의 독과 평범한 독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었다. 만약 이곳에 있는 독이 ‘평범함’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쉽게 깰 수 있겠어.’
가볍게 깰 수 있을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잠깐 들어갔다 와 볼게.”
연중이 말했다. 독 연기가 어떤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저벅저벅
연중은 독 연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독 연기에 발을 들인 순간.
[오한 상태에 빠집니다.]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동상 상태에 빠집니다.]
[5초간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미 중독이 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연중은 중독을 통해 깎이는 생명력을 확인했다.
“……!”
그리고 생명력을 확인한 연중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8만?’
10만이었던 생명력이 8만이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20%가 날아갔다.
‘버, 벗어나야 돼!’
이곳에 있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어서 안전지대로 돌아가야 했다. 5초가 지나 마비 상태에서 풀려난 연중은 재빨리 안전지대로 후퇴했다. 그리고 50% 밑으로 내려간 생명력을 보며 다급히 외쳤다.
“수, 수혁아 생명의 마법진!”
생명의 마법진이 필요했다. 끊임없이 생명력이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마법진.”
수혁은 연중의 다급한 표정에 의아한 표정으로 생명의 마법진을 시전했다.
스아악!
생명의 마법진이 나타났고 연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미간을 한껏 찌푸린 채 독 연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이딴 시험이 다 있어? 이걸 깨라고 만든 거야?”
깨라고 만든 게 아닌 것 같았다.
“왜?”
연중의 중얼거림에 수혁이 물었다.
“그게…….”
독 연기를 바라보던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답했다.
“상태 이상이 장난 아니야. 방금 전 죽을 뻔했다. 뭔 독이…….”
“그래?”
수혁은 연중의 답에 독 연기를 보았다.
“내가 한번 다녀올게.”
“뭐? 괜찮겠어?”
“응. 관련 아이템이 있으니까. 그리고 너보다는 지혜도 높고.”
정확히 말해 관련 칭호가 있었다. 그러나 연중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 없는 수혁이었다.
“알았다. 위험해지면 재빨리 돌아오고.”
“응.”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독 연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독 연기가 ‘평범’한지 아닌지 확인을 할 차례였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
.
.
안전 지역을 벗어나 독 연기에 진입한 순간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범이네.’
다행히도 6구역의 독은 평범한 독이었다.
‘이 정도면 쉽게 깨겠어.’
6구역의 시험은 독기를 뿜어내는 구멍 여섯 개를 막는 것이었다. 수혁에게는 아주 쉬운 시험이라 할 수 있었다.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뒤로 걸음을 옮겨 안전지대로 돌아갔다.
“구멍 막고 올게. 다녀오겠습니다.”
수혁은 연중과 리리스에게 말한 뒤 다시 독 연기로 들어갔다.
‘어디에 있으려나.’
독 연기로 들어온 수혁은 일단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쭉 직진했다.
‘벽에 붙어서 확인하자.’
구멍의 존재만 알뿐 위치를 아는 것은 아니다. 수혁은 벽을 따라가며 구멍의 존재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벽에 없으면 바닥에 있겠지.’
만약 벽에 없다면? 바닥을 수색하면 된다.
스아악…….
벽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수혁은 곧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구멍?’
이건 구멍에서 독기가 빠져나오는 소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수혁은 속도를 올려 소리가 난 곳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찾았다.’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초록색 독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구멍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구멍 바로 옆에는 짙은 검은색의 돌이 있었다.
스윽
돌의 모양을 보니 구멍을 막는 돌이 분명했다. 수혁은 돌을 들어 구멍을 막았다.
[막힌 독기 구멍 : 1]
구멍을 막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주변을 가득 채웠던 초록색 독기가 빠른 속도로 옅어지기 시작했다.
‘구멍을 막을수록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건가?’
독기가 옅어지며 전보다 더 먼 곳을 볼 수 있었다.
‘점점 찾기 쉽겠네.’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두 번째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란색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구멍이었다. 역시나 옆에 검은색 돌이 있었고 첫 번째 구멍을 막았을 때처럼 수혁은 돌을 들어 구멍을 막았다.
[막힌 독기 구멍 : 2]
그렇게 두 번째 구멍을 막은 수혁은 계속해서 벽을 따라 움직이며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구멍까지 막았다.
“어? 왔어?”
“이야, 대단하세요! 엄청 아프던데!”
그리고 수혁은 안전지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수혁은 연중과 리리스를 보고 당황했다.
‘여섯 번째는?’
벽을 따라 쭉 걸었다. 그런데 여섯 번째 구멍이 아니라 안전지대가 나왔다.
‘설마 벽이 아니라 바닥에 있는 건가?’
막은 구멍은 다섯 개뿐이다. 아직 구멍 하나가 남아 있다. 아무래도 여섯 번째 구멍은 벽이 아닌 바닥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마저 막고 올게요.”
수혁은 다시 안전지대를 벗어나 독 연기로 들어갔다.
‘짙은 곳으로 가면 되겠지.’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생각했다. 구멍 근처는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독기에 의해 짙을 것이었다. 즉, 짙은 곳으로 가면 구명을 발견할 수 있다.
‘이쪽.’
수혁은 독기가 짙은 곳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 * *
“후.”
마지막 서류를 확인한 햇별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의자에 등을 기댔다.
“부길마를 하나 더 뽑아야겠는데.”
길드가 점점 커짐에 따라 업무량 역시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부길드 마스터를 한 명 더 뽑아야 할 것 같았다.
“어떤 연락이 왔으려나.”
햇별은 휴식을 취하며 귓속말을 확인했다.
“흐음, 그렇군. 음…….”
여러 곳에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햇별은 최근에 온 귓속말부터 차근차근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
바로 그때였다.
“8구역을 통과?”
귓속말을 확인하던 햇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햇별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귓속말.
-리리스 : 8구역 통과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귓속말은 바로 리리스에게서 온 귓속말이었다. 햇별은 계속해서 창을 올리며 리리스에게서 온 귓속말을 모아 확인했다.
-리리스 : 6구역 도착했습니다.
-리리스 : 시험은 독기를 뿜어내는 구멍 여섯 개를 막는 겁니다.
-리리스 : 6구역 통과했습니다.
-리리스 : 7구역 도착했습니다.
-리리스 : 시험은 오우거 보스 몬스터 다섯 마리 사냥입니다. 각각 불, 물, 전기, 독, 대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리스 : 7구역 통과했습니다.
-리리스 : 8구역 도착했습니다.
-리리스 : 미로입니다. 몬스터들이 있는데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리리스 : 8구역 통과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리리스에게서 온 모든 귓속말을 확인한 햇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6구역을 통과했다고?’
8구역을 진행 중이다. 그 말은 6구역을 통과했다는 뜻이었다.
‘그 미친 곳을?’
6구역이 어떤 곳인데 통과를 했단 말인가? 믿기지가 않았다.
-햇별 : 리리스 님?
햇별은 바로 리리스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리리스에게서는 바로 답이 오지 않았다. 햇별은 초조한 마음으로 리리스에게서 답이 오기를 기다렸다.
-리리스 : 예, 현성 님.
2분 뒤, 리리스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햇별 : 6구역을 통과했다는 거 진짜입니까?
귓속말이 오자마자 햇별은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리리스 : 옙, 통과했습니다.
-햇별 : 어떻게 통과한 겁니까? 무슨 방법으로요?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6구역을 통과한 것일까?
-리리스 : 믿기 힘드시겠지만.
리리스의 답이 이어졌다.
-리리스 : 그냥 걸어가서 구멍을 막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리리스의 귓속말에 햇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걸어가서 구멍을 막아?”
고개를 갸웃거렸던 햇별은 인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