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37화 (137/553)

# 137

제137화

135.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곳이 어떤 곳인데 그냥 걸어가 구멍을 막는단 말인가? 말도 안 된다.

-햇별 : 유머 있으시네요. 농담도 할 줄 아시고.

햇별은 싸늘한 표정으로 리리스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리리스 : 농담 아닙니다. 진짜예요. 관련 아이템이 있다고 했습니다. 독을 무력화시키는 아이템이.

“독을 무력화시키는 아이템? 그런 아이템이 어디 있…….”

리리스에게서 다시 답이 도착했고 햇별은 문득 든 생각에 중얼거림을 멈췄다.

“설마 야리온의 분노?”

전설 무기 ‘야리온의 분노’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고 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이거 이거.”

햇별은 씨익 웃었다.

“잠깐.”

그러나 그것도 잠시 햇별은 이내 미소를 지웠다.

“던전 클리어 하는 거 아냐?”

야리온의 분노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은 좋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야리온의 분노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던전이 클리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방해할 수도 없고…….”

던전 ‘라이언의 보고’는 이미 입장한 인원이 있으면 그 누구도 입장이 불가능하다. 방해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입장하기 전에 방해했어야 한다.

“클리어 하면 안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클리어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방해하라고 말해 봐?”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리스가 있었다. 리리스를 통해 방해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위험한 방법이었다.

“아니지, 던전 하나 때문에 고급 정보원을 잃을 수는 없지.”

리더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인 리리스는 아주 좋은 정보원이었다. 방해를 했다가 잘못되면 부길드 마스터라는 직위를 잃을 수 있고 더 이상 고급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끙…….”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햇별은 앓는 소리를 내뱉으며 생각했다.

‘8구역은 통과하겠고 9구역이나 10구역에서 실패하길 바라야겠군.’

* * *

휙!

가시가 날아왔다.

스윽

연중은 방패를 들어 가시를 막으며 생각했다.

‘분명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던전 ‘라이언의 보고’는 정말 어려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쉬운 곳이었나?’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쉬웠다. 그냥 저레벨 던전을 도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수혁이 때문이겠지?’

연중은 가시를 막으며 고개를 돌려 수혁을 보았다. 던전의 난이도가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 것은 수혁 때문이 분명했다.

‘사람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앞서 왔을 때와는 난이도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사람 하나가 달라졌을 뿐인데 난이도가 이렇게 쉬워져도 되는 것일까?

‘역시 친구를 잘 뒀단 말이지.’

연중은 씨익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어어…….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9구역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10구역의 문이 열립니다.]

수혁과 리리스의 마법에 가시를 날려대던 마지막 몬스터가 죽었다.

“이제 마지막 시험이다!”

메시지를 보며 연중이 외쳤다. 9구역의 시험을 통과했다. 남은 것은 이제 10구역의 시험뿐이었다.

“그러게, 벌써 마지막이라니.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어.”

연중의 외침에 수혁이 말했다. 현재 시간은 오후 5시. 점심시간 40분을 포함해도 엄청난 속도였다.

“가죠!”

수혁과 연중의 대화에 리리스가 말했다. 리리스의 말에 수혁과 연중은 10구역으로 향했다.

[10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시험이 시작됩니다.]

[10구역의 시험 : 처치]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십시오.]

10구역에 입장하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9구역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10구역의 시험 역시 몬스터 처치였다. 수혁은 어떤 몬스터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방을 보았다.

‘조각상?’

전방을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방에 있는 것은 무수히 많은 조각상이었다. 돌로 만들어진 조각상, 철로 만들어진 조각상, 흙으로 만들어진 조각상 등 다양한 재료의 조각상이 가득했다.

“설마 가고일은 아니겠지?”

조각상을 보던 연중이 중얼거렸다.

“가고일이면 큰일인데요. 마법 방어력 엄청 높잖아요.”

연중의 중얼거림에 리리스가 답했다. 현재 파티의 구성은 전사 1, 마법사 2로 마법 공격력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고일은 마법 방어력이 높은 몬스터였다. 만약 가고일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강철 가고일이면 물리 방어력도 어마어마할 텐데.”

문제는 군데군데 강철 조각상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강철 가고일의 경우 마법 방어력뿐만 아니라 물리 방어력 역시 높다.

바로 그때였다.

쩍. 쩌적.

조각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고일이구나.”

“가고일이네요.”

처치해야 할 몬스터가 가고일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리리스 님.”

수혁은 리리스를 불렀다.

“네?”

“잠시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

리리스는 수혁의 부름에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뭐하게?”

연중은 의아한 표정으로 수혁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려 리리스를 부른 것일까?

“잡아야지.”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고 리리스에게 말했다.

“제가 중앙선을 기준으로 오른쪽 구역에 불 마법을 난사할 건데. 거기에 불 마법이랑 전기 마법 좀 써 주세요.”

“아, 네.”

리리스의 답을 들은 수혁은 곧장 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월, 파이어 필드, 파이어 스톰, 불놀이.”

말했던 대로 오른쪽에는 불 마법을.

“포이즌 스톰, 독 웅덩이, 독의 사슬, 포이즌 포그.”

왼쪽에는 독 마법을 난사했다.

“기가 라이트닝, 파이어 필드, 파이어 월…….”

수혁의 마법 난사가 끝나고 정확한 범위가 정해지자 리리스 역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키에엑!

이제 막 깨어나 움직이려 했던 가고일들은 괴성을 내뱉었다. 마법 방어력이 높은 가고일들이었지만 마법 방어력이 높다고 데미지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고통의 괴성을 내뱉은 가고일들은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올라 수혁과 연중, 리리스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도 마법에 의해 많은 가고일들이 죽음을 맞아, 날아오는 가고일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강철 가고일 10마리네요!”

리리스가 외쳤다. 살아남은 가고일들은 마법 방어력도 높고 물리 방어력도 높고 생명력 역시 높은 강철 가고일 10마리뿐이었다.

“연중아!”

수혁은 연중을 불렀다.

“오케이!”

그렇지 않아도 대기를 하고 있던 연중은 방패를 들고 수혁과 리리스의 앞을 막아섰다.

-퀴에에에엑!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강철 가고일이 발톱을 휘둘렀다. 연중은 방패로 가고일의 발톱을 쳐냈다.

팡!

방패에 공격이 막히자 가고일은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오우, 장난 아닌데?”

가고일의 발톱을 쳐내며 느껴진 반발력에 연중은 탄성을 내뱉었다.

“파이어 볼!”

“일렉트릭 스피어!”

그리고 그 사이 수혁과 리리스는 하늘로 올라가는 강철 가고일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쾅! 쾅!

이어 마법이 작렬했고 굉음과 함께 하늘로 올라간 강철 가고일이 추락했다. 그렇게 연중이 방어를, 수혁과 리리스는 공격을 하며 강철 가고일의 수를 하나하나 줄이기 시작했다.

“포이즌 스피어!”

“일렉트릭 볼!”

-퀴에엑

이내 마지막 강철 가고일이 괴성과 함께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쾅!

강철 가고일이 땅에 추락하며 산산조각 난 순간.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10구역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던전 – 라이언의 보고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보상의 문이 열립니다.]

메시지가 나타나며 반대편에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

“…….”

연중과 리리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메시지와 보상의 문을 보며 생각을 할 뿐이었다.

‘너무 쉽게 깼는데? 수혁이가 진짜 쎄구나.’

‘생각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

둘 다 보상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리리스는 수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레벨이 도대체 몇이지?’

길드 마스터만이 길드 창을 통해 길드원들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다. 부길드 마스터인 리리스는 일반 길드원들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명만을 확인할 수 있다.

‘파티도 정보 비공개고.’

거기다 파티임에도 정보 비공개 파티로 만들어 레벨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캐릭터명뿐이었다. 즉, 레벨을 알 수가 없었다. 생명력이나 마나도 알 수 없었다.

“지속 마법이 끝나면 출발하죠.”

연중과 리리스의 시선을 받은 수혁이 말했다. 현재 전방은 수혁이 사용한 포이즌 스톰, 파이어 스톰 같은 지속 범위 마법 때문에 지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내 모든 마법이 사라졌다. 그리고 수혁과 연중, 리리스는 걸음을 옮겨 보상의 문으로 다가갔다.

[총 3개의 상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자 1개의 상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복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보상의 문을 지나쳐 보상의 방으로 이동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각자 1개?”

“호오, 이래서 3명이 최대 인원이었나?”

“그런 것 같네요.”

메시지를 본 수혁, 연중, 리리스가 차례대로 말했다. 그리고 곧장 저 멀리에 자리 잡고 있는 3개의 상자로 향했다.

‘뭔가…….’

상자로 향하며 수혁은 생각했다.

‘익숙한 느낌이야.’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익숙했다.

‘비밀 동굴 때문인가?’

아무래도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 때문이 분명했다.

“상자 엄청 크네요.”

“그러게요. 근데 상자 크기가 다 다른데요?”

상자 앞에 도착한 연중과 리리스가 대화를 나눴다.

“어? 그러고 보니 다 다르네요? 약간씩 차이 나는데요?”

“왼쪽에 있는 게 제일 작군요.”

“오른쪽에 있는 게 제일 크구요.”

둘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완전 비슷한데? 원래 던전 보상이 이런 건가?’

상자가 큰 것도 그렇고 크기도 그렇고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과 다를 게 없었다. 원래 던전의 보상이 다 이런 것일까?

‘근데 비슷하다고 하기에는 둘의 반응이…….’

하지만 연중과 리리스의 반응을 보아 던전의 보상이 다 이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요? 각자 선택할 수 있는 상자는 하난데 크기가 다 다르니…….”

연중이 말했다. 상자의 크기가 같다면 모를까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서로 원하는 상자가 있을 테니 정해야 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운데 상자요.”

가장 먼저 답을 한 것은 리리스였다.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중간은 갈 것 같아서……. 하핫.”

말을 마친 리리스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너는?”

리리스의 답을 들은 연중이 수혁에게 물었다.

“나는…….”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왼쪽 상자를 보았다.

‘만약 비밀 동굴이랑 보상이 같다면?’

대도 켈타의 비밀 동굴과 보상이 같다면? 왼쪽 상자에는 무기 상자가 있을 것이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보상이 다를 수 있다.

“고민이야.”

수혁은 다시 연중을 보며 답했다.

“넌?”

답을 한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난 제일 큰 상자!”

“그래?”

어떤 상자를 선택해야 될까 고민을 하던 수혁은 연중의 선택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럼 내가 왼쪽 상자 하지 뭐.”

그렇지 않아도 왼쪽 상자에 마음이 가던 수혁이었다. 연중이 오른쪽, 리리스가 가운데를 원하니 딱 됐다.

“진짜? 아니, 양보 안 해도 돼! 네 덕에 쉽게 온 거니까. 상자 조율이야 하면…….”

“아냐, 나도 왼쪽 상자 생각하고 있었어.”

연중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나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연중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후회 안 하겠어?”

“응.”

수혁은 연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럼 상자는 정해졌고. 상자 보상은 서로 나누기 없이 깔끔하게 가는 겁니다.”

연중의 말에 수혁과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의 끄덕임을 본 연중은 오른쪽 상자로 다가갔고 리리스는 가운데 상자로 다가갔다. 수혁 역시 왼쪽 상자로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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