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제141화
139.
* * *
“진짜 녀석들이 나타날까? 녀석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화랑 길드의 길드 마스터 파비가 물었다.
“글쎄?”
파비의 물음에 도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연중 님 부탁 때문에 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도 안 나타날 것 같아.”
연중의 부탁 때문에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비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나타날 것 같지 않았다.
“근데 만약 나타나면 어떻게 할 거냐?”
도란은 파비에게 물었다. 만에 하나 연중의 말대로 마을 ‘아릴’에 독고 길드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파비는 도란의 물음에 이를 악물며 답했다.
“그때 그 새끼들이 한 짓 그대로 돌려줘야지.”
과거 독고 길드에게 당했던 일들을 떠올린 파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파비의 반응에 도란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였다.
-피르 : 부길마님.
마을 아릴에서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 피르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도란 : 예!
-피르 : 케팜 그 새끼 나타났는데요?
“……!”
귓속말을 본 도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나타났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진짜 나타나다니?
“왜 그래?”
갑작스레 도란의 표정이 변하자 이상함을 느낀 파비가 물었다.
“나타났대, 케팜.”
“……!”
파비 역시 도란과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란 : 몇 명이나 같이 있습니까?
도란은 피르에게 물었다.
-피르 : 혼자입니다.
-도란 : 혼자요?
-피르 : 예, 혹시나 제가 모르는 이들이 있을까 확인해 봤는데 없었습니다.
피르의 답에 도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새끼가 미치지 않고서 혼자 올 리가 없는데.’
케팜이 왜 혼자 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케팜이라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텐데 왜 혼자 온 것일까? 혹시나 혼자 오면 별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게 도란이 피르의 귓속말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그때 파비에게도 귓속말이 왔다.
-검으로얍얍 : 길마님.
-파비 : 네, 얍얍 님.
-검으로얍얍 : 마을 밖에 커맨더가 있는데요?
-파비 : 커맨더요? 독고 길드의?
-검으로얍얍 : 네, 그리고 처음 보는 녀석들이랑 같이 있는데 아무래도 고독 길드인 것 같습니다.
-파비 : 몇 명이나 됩니까?
-검으로얍얍 : 일단 보이는 놈들만 커맨더를 포함해 10명입니다.
-파비 :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녀석들 잘 감시해 주세요.
-검으로얍얍 : 옙.
검으로얍얍과의 귓속말을 끝낸 파비는 도란을 불렀다.
“명운아.”
“응?”
“커맨더 그 새끼도 나타났다.”
“그럼 그렇지, 케팜이 혼자 나타날 리가 없지.”
도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나 케팜은 혼자가 아니었다.
“어떻게 할까?”
끄덕임을 멈춘 도란이 파비에게 물었다.
“난 커맨더! 면상 일그러지는 거 보고 싶다.”
파비는 도란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케팜 맡을게.”
도란 역시 씨익 웃으며 말했다.
* * *
“근데 마을에도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끙, 그게 문제이긴 한데…….”
케팜의 물음에 커맨더가 앓는 소리와 함께 말끝을 흐렸다. 케팜은 커맨더를 바라보다가 커맨더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커맨더 님.”
“응?”
“혹시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겁니까?”
“……뭐가?”
커맨더는 케팜의 물음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새끼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위험하게 이곳까지 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리더 길드의 신입 길드원이며 연중의 친구라는 이유로 위험한 이곳까지 와 수혁을 죽이려는 커맨더의 행동이 케팜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커맨더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어.’
그리고 그런 커맨더의 반응에 케팜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에게도 말씀해 주실 수 없는 이유입니까?”
케팜은 고민을 하고 있는 커맨더에게 물었다.
“……후아.”
커맨더는 케팜의 물음에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너한테는 알려 줘야겠지.”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이 야리온의 분노를 가지고 있어.”
“……!”
이어진 커맨더의 말에 케팜의 동공이 흔들렸다.
‘야, 야리온의 분노?’
보통 이유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야리온의 분노라니? 정말 예상치 못한 이유였다.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케팜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답했다.
“녀석들한테 걸리면 힘들어질 거야. 조심히 다녀와.”
“옙,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커맨더의 걱정 가득한 말에 케팜은 위를 가리켰다.
“길드 마크도 바뀌지 않았습니까? 흐흐.”
독고 길드에서 나와 고독 길드를 만들었다. 당연히 길드 마크도 바뀌었다.
독고 길드의 길드 마크는 유명하나 고독 길드의 길드 마크는 유명하지 않다. 활동 지역에서 가깝다면 모를까 이곳에서 고독 길드의 길드 마크를 알아보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케팜은 홀로 마을로 향했다.
‘리더 길드의 마크…….’
마을로 들어온 케팜은 곧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들의 머리 위를 보았다.
리더 길드의 길드 마크를 찾기 위해서였다.
-커맨더 : 어때? 있어?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커맨더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케팜 : 아니요. 안 보입니다.
케팜은 커맨더에게 답을 보낸 뒤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멈칫!
주변을 둘러 본 케팜은 순간 멈칫했다. 익숙한 길드 마크가 보였기 때문이다. 리더 길드의 길드 마크는 아니었다.
‘화랑!’
케팜을 멈칫하게 한 길드 마크는 바로 길드 화랑의 마크였다. 케팜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화랑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에게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고 묵묵히 지나갔다.
‘후.’
화랑 길드의 길드원을 지나친 케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어진 상황에 케팜은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전방에서 화랑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 다섯이 다가오고 있었다.
‘도란…….’
문제는 그 다섯 중 안면을 튼 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야, 여기는 어쩐 일이야?”
케팜 앞에 걸음을 멈춘 도란이 물었다.
케팜은 어떻게 답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여행 중이다.”
“그래?”
도란은 케팜의 답에 반문하며 활을 들었다. 활을 드는 도란의 행동에 케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하자는…….”
휙!
그러나 이어 날아오는 화살에 케팜은 입을 다물고 옆으로 움직여 화살을 피했다.
픽!
화살이 케팜이 있던 자리를 지나 뒤쪽 땅에 박혔다.
“미쳤어?”
땅에 박힌 화살을 본 케팜은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리며 도란에게 말했다.
“미치긴, 너희가 가르쳐 준 그대로 하고 있잖아?”
도란은 케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 다시 한 번 시위를 당겼다.
“이 개…….”
케팜은 그런 도란의 행동에 욕을 내뱉었다.
휙!
물론 도중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화살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케팜은 또다시 옆으로 피했다.
옆으로 피한 케팜은 재빨리 주변을 확인했다.
도주로를 찾기 위해서였다. 일대일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싸우면 개죽음이었다.
‘망할!’
그러나 도주로를 찾기 위해 주변을 확인한 케팜은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주변을 화랑 길드원들이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열둘.’
전방에 다섯, 오른쪽 둘, 왼쪽 둘, 뒤쪽 셋. 근처에 있는 화랑 길드원들의 수는 총 12명이었다.
‘미치겠군.’
도망을 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 독고 길드에서 나왔다고! 그 일은 독고 길드에 있을 때의 일이잖아!”
결국 케팜은 도망을 포기하고 도란에게 외쳤다. 도란은 케팜의 외침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커맨더도 같이 왔더만?”
“……!”
케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걸 어떻게?’
커맨더는 마을로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나 길드 마크 때문에 온 게 알려질까 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란이 어떻게 커맨더의 존재를 알고 있단 말인가?
‘설마 함정?’
혹시나 함정인 것일까?
‘그래! 여기에 녀석들이 이렇게 와 있다는 게 이상하지!’
조금 생각해 보니 함정이 분명했다.
화랑 길드의 영역이라고 하나 이곳은 유명한 도시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에 화랑 길드원들이 이렇게 대거 있다는 것 자체가 함정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망할 새끼.”
케팜은 도란을 노려보며 말했다.
“로그아웃 하고 커맨더 불러서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파비가 갔거든. 커맨더도 바쁠 거다. 아, 너희 길드원들도!”
도란은 케팜의 말에 시위를 당기며 답했다.
“그러니까.”
말을 마친 도란은 씨익 웃으며 시위를 놓았다.
“조용히 죽자.”
* * *
“…….”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귓속말을 보고 있었다. 바로 도란에게서 온 귓속말이었다.
-도란 : 커맨더랑 케팜이 나타났습니다.
-도란 : 전부 죽였습니다.
-도란 : 그런데 어떻게 아신 거예요?
-도란 : 여기에 뭐가 있는 건가요? 이 녀석들이 저희 지역에 올 정도면…….
‘아니길 바랐는데.’
도란에게서 이런 귓속말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리리스 님이 배신할 줄이야…….’
독고 길드나 고독 길드의 인물들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연중 : 길드에 배신자가 있었습니다.
연중은 도란의 귓속말에 답했다. 이어 귓속말임에도 놀람과 당황이 그대로 느껴지는 도란의 귓속말이 도착했다.
-도란 : 예? 배신자요?
-연중 : 네, 나중에 상황 정리되면 말씀드릴게요.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도란 :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정보를 알려 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덕분에 복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연중 :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도란 : 넵.
연중은 도란과의 귓속말을 끝내고 친구 창을 열어 리리스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연중 : 리리스 님
리리스는 접속 중이었고 연중은 리리스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리리스 : 네!
귓속말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리스에게 답이 왔다.
-연중 : 잠시 길드 하우스로 와 주시겠어요?
-리리스 : 길드 하우스요?
-연중 : 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리리스 : 알겠습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리리스와의 귓속말을 끝낸 연중은 이어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리리스의 배신이 확실해졌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연중 : 수혁아.
그러나 귓속말을 보내고 1분이 지났음에도 수혁에게서는 답이 오지 않았다.
‘책 읽고 있나.’
아무래도 책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수혁의 책 읽는 모습이 떠오른 연중은 피식 웃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이제 곧 리리스가 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까? 어떤 식으로 시작을 하고 어떤 식으로 끝을 맺어야 할까?
“……후.”
착잡함에 연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믿었는데.”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것에 마음 한구석이 너무나도 쓰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