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
제147화
145.
“…….”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지금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그저 입장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정복 메시지가 왜 떴단 말인가?
물론 그 이유를 수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 권도 없다고? 허…….’
데밀 도서관에는 수혁이 읽지 않은 책이 단 한 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입장과 동시에 정복된 것이다.
스윽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하루 만에 세 곳을 전부 가게 될 줄이야…….’
라만 왕국의 세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몇 주는커녕 하루 만에 세 곳을 전부 가게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수혁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도루스도 바로 정복자 뜨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 가게 될 도루스 도서관 역시 데밀 도서관처럼 바로 정복되면 어떻게 할까?
‘그래, 아니겠지. 그래도 입장 조건이 꽤 높은데.’
도루스 도서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레벨이 190 이상이거나 사서 NPC 호가르의 퀘스트를 깨야 했다.
입장 조건이 캐일이나 데밀보다 더 어려운 만큼 도서관 크기도 클 것이고 책들도 많을 것이다.
데밀처럼 입장과 동시에 정복자 칭호가 뜨지는 않을 것이었다.
도루스 도서관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204
경험치 : 7%
생명력 : 111600
마나 : 91100
포만감 : 74%
힘 : 40 (+10)
민첩 : 35 (+16)
체력 : 1108 [554 (+10)]
지혜 : 4555 (+10)
‘이번 것도 50이네.’
지혜가 50 올라 있었다.
혹시나 크기가 작기에 더 적은 수치가 오르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지혜를 보던 수혁은 이어 칭호 창을 열어 칭호를 확인했다.
-데밀 도서관 정복자 (지혜 +50)
-책을 좋아하는 자4 (책을 읽을 경우 스텟 경험치 추가 획득)
수혁은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4’를 보며 생각했다.
‘기대가 된단 말이지…….’
기대가 됐다.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2’를 얻고 지혜가 오르는데 읽어야 할 책의 수가 대폭 줄었다.
그런데 지금은 ‘책을 좋아하는 자3’과 ‘책을 좋아하는 자4’가 추가되었다.
과연 지혜가 오르는데 읽어야 할 책의 수는 몇 권이 되었을까?
전과 비교해 얼마나 단축되었을까?
‘예전처럼 한 권마다 오르면…….’
수혁은 피식 웃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도루스요.”
그리고 이내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NPC의 물음에 답했다.
“10골드입니다.”
“여기요.”
수혁은 10골드를 건넸고 도루스로 워프했다.
‘여긴 좀 있네.’
도루스는 앞서 갔었던 캐일, 데밀과 달리 한적하지 않았다.
마을이 크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사람들이 많아 조용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조용하지 않아 기대가 됐다.
‘도서관도 꽤 클 것 같은데?’
마을이 큰 만큼 도서관이 꽤나 클 것 같았다.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도루스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은 도루스의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도루스 도서관은 앞서 간 캐일 도서관, 데밀 도서관과 비교해 배 이상 컸다.
마탑 도서관이나 하드락 도서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확실히 큰 편이었다.
수혁은 입구로 향했다.
“무슨 일로……?”
입구에 도착하자 초췌한 안색의 사서 NPC 호가르가 물었다.
“도서관 좀 이용하려구요.”
수혁의 답에 호가르는 수혁을 한번 훑어보았다.
“쿨럭,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호가르의 답에 수혁은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메시지가 뜨지는 않았다.
“오.”
거기다 바로 시야에 들어온 책장들에 반짝이는 책들이 여럿 보였다.
“꽤 읽을 수 있겠어.”
수혁은 도서관 내부를 돌며 책장의 책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모든 책장을 확인 후 입구로 돌아온 수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내일이면 다 읽겠는데.’
새 책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이 없었다.
대부분 읽은 책들이었다.
내일이면 도루스 도서관에 있는 새 책들을 전부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도 오늘 저녁 약속이 있기 때문이지 저녁 약속만 없다면 오늘 전부 읽었을 것이다.
‘다른 곳도 별로 없는 거 아냐?’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루스 도서관을 정복하면 다른 왕국에 있는 도서관에 가야 한다.
그런데 다른 도서관들 역시 캐일, 도루스, 데밀과 다를 게 없을 것 같았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네 권 정도 읽을 수 있겠네.’
오늘 수혁은 부모님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즉, 일찍 로그아웃을 해야 했다.
시간을 보니 네 권이 한계였다.
저벅저벅
수혁은 책 네 권을 들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책을 펼쳤다.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수혁은 말없이 메시지를 보았다.
‘말도 안 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칭호 효과가 뭐 이래?’
지혜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4개 나타났다.
그리고 수혁이 읽은 책은 네 권이었다.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지혜가 상승한 것이다.
예전에 레벨이 낮을 때처럼 지혜가 권마다 오른 것은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 때문이 분명했다.
‘대박이네.’
칭호의 효과가 이 정도로 대단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동안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 후 시간을 보았다.
‘5시니까.’
현재 시각은 5시.
‘운동하면 딱 되겠네.’
운동 후 저녁 식사를 하면 딱 될 것이었다.
수혁은 로그아웃을 했다.
저벅저벅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7시.’
아버지 강지성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7시에 도착한다는 문자였다.
딱 좋았다.
문자를 확인한 수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장 3층으로 올라가 운동을 시작했다.
러닝머신으로 간단히 몸을 푼 수혁은 무산소 운동을 시작했고 이어 무산소 운동을 끝낸 뒤 다시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마무리했다.
운동을 끝낸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1시간 30분이 지나 있었다.
‘빨리 씻어야겠네.’
수혁은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10분 뒤.
삑삑. 삐리릭. 끼이익
문이 열리며 강지성과 김지수가 들어왔다.
“오셨어요?”
강지성과 김지수가 들어오자 수혁은 현관으로 마중을 나가 인사했다.
“어, 그래.”
“뭐 먹을래?”
수혁의 인사에 답을 한 강지성과 김지수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웬 그을음이지?’
강지성과 김지수가 입고 있는 옷 군데군데 그을음이 있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수혁이 물었다.
“아, 이거. 연구하다가. 하하…….”
“아이고, 바빠서 신경도 못 썼네.”
강지성과 김지수는 어색하게 소리 내어 웃으며 답했다.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뭐 먹을지 생각하고 있어.”
그러고는 수혁에게 말하며 재빨리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연구를 하셨길래.’
도대체 무슨 연구를 했기에 옷에 그을음이 생긴 것일까?
궁금했지만 수혁은 이내 궁금증을 접었다.
나중에 차차 물어보면 될 것이다.
‘뭘 먹을까.’
지금 생각할 것은 저녁 메뉴였다.
‘그래, 어차피 이야기도 해야 할 테니까.’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수혁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오늘 저녁 식사는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었다.
1년에 단 2번 있는 특별한 저녁 식사였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것인지 앞으로의 계획을 브리핑하는 자리였다.
‘시켜 먹는 게 좋겠지. 중화요리로 가야겠어.’
중화요리를 먹기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 * *
“그래, 뭐 대학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니까.”
강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과 달리 대학이 그리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
“그러면 지금처럼 지낼 생각이니?”
끄덕임을 멈춘 강지성이 물었다.
“네, 아빠나 엄마가 항상 말씀하신 대인관계는 판게아에서도 충분히 겪을 수 있으니까요.”
강지성과 김지수는 항상 말했었다.
사람을 겪어봐야 한다고.
그러나 사람을 겪는 것은 판게아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
벌써 다양한 이들을 만나지 않았던가?
“그래, 알겠다.”
수혁의 브리핑이 끝났고 강지성은 김지수에게 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때?”
“나쁘지 않은데? 대인관계야 수혁이 말대로 판게아에서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거고 무엇보다 수혁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까. 나쁜 일도 아니고. 애초에 우리가 돈을 버는 것도 다 수혁이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하려고 버는 거잖아.”
“그렇지.”
김지수의 말에 강지성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버는 것은 전부 수혁을 위해서였다.
나쁜 일만 아니라면 자식이 하고 싶은 일을 밀어주는 것이 부모 된 도리라 생각하는 강지성과 김지수였다.
* * *
“허어, 이거 참.”
모니터를 보던 장율은 탄성을 내뱉으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팀장님.”
그리고 이어 양주혁을 불렀다.
“응?”
양주혁이 부름에 답했고 장율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 수혁 칭호 싹쓸이 시작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장율의 말에 양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문했다.
“칭호를 싹쓸이해? 무슨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 칭호요.”
양주혁의 반문에 장율이 답했다.
“뭐?”
장율의 답에 양주혁은 다시 반문했다.
“하드락 정복했어?”
“네, 하드락뿐만이 아니라 지금 라만 왕국의 도서관들까지 정복하고 있습니다.”
“몇 곳이나? 아니, 몇 개나 얻었는데?”
몇 곳이나 정복했는지 물었던 양주혁은 곧장 물음을 바꿨다.
도서관을 몇 곳이나 정복했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책을 좋아하는 자’ 칭호를 몇 개나 얻었는가? 였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좋아하는 자’ 칭호는 유니크 칭호였다.
각 도서관마다 한 명만 얻을 수 있는 칭호가 바로 ‘책을 좋아하는 자’였다.
“지금까지…….”
말끝을 흐린 장율은 모니터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양주혁을 보며 말했다.
“4개 얻었습니다.”
“벌써 4개나?”
“네. 이대로 가다간 혼자서 다 해먹겠어요.”
“끙, 오렌 도서관만 정복하지 않았더라도.”
양주혁은 앓는 소리와 함께 중얼거렸다.
좋아하는 자 칭호는 도서관을 처음으로 정복했다고 무조건 획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니크 칭호인 ‘책을 좋아하는 자’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첫 번째 조건은 도서관을 처음으로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시작 마을인 오렌의 도서관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오렌의 도서관을 정복하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정복해도 ‘책을 좋아하는 자’ 칭호를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수혁은 오렌의 도서관을 정복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혼자서 다 쓸겠는데요?”
장율이 말했다.
현재 수혁만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유저는 없다.
수혁이 유일했다.
그러나 수혁만큼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유저는 있다.
문제는 그들 중 오렌의 도서관을 정복한 유저가 없다는 점이었다.
즉, 현재 ‘책을 좋아하는 자’ 칭호는 수혁만이 얻을 수 있었다.
거기다 책을 읽기 위해 끊임없이 도서관을 찾아다니고 있는 수혁이다.
이대로 가다간 수혁 혼자서 ‘책을 좋아하는 자’ 칭호를 모두 휩쓸 것이 분명했다.
“……그렇겠지?”
양주혁은 장율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지혜가 몇이나 될까?’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는 스텟 경험치를 추가해 준다.
과연 수혁의 지혜는 어디까지 오를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