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제151화
149.
방에서 나온 루팅은 귓속말을 보았다.
-에가르도 : 지금 리더 길드원 중 하나가 길드 하우스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에가르도 : 마법사라고 합니다.
-에가르도 : 다른 파벌의 길드원들이 상당수 죽었습니다. 저희 파벌에서는 레카드와 리로이가 죽었습니다. 리로이가 죽은 걸로 보아 상당히 강한 것 같습니다.
-에가르도 : 동맹 길드를 통해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수혁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심복인 에가르도에게서 온 귓속말이었다.
‘수혁이라. 야리온의 분노를 가지고 있는.’
루팅은 길드 하우스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향하며 생각했다.
‘왜 여길 온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혁이 왜 이곳에 온 것일까?
‘지인이라고 들었는데.’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일까?
‘무슨 목적이지?’
아니,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리 없다.
이곳에 온 목적이 있을 것이었다.
‘설마 악마 길드 때처럼?’
문득 든 생각에 루팅은 미간을 좁혔다.
수혁이 어떤 자인지 루팅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악마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악마 길드에 어떤 식으로 보복을 했는지.
어째서 악마 길드에 그런 짓을 한 것인지.
모두 알고 있었다.
혹시나 지금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길드 하우스로 오고 있는 이유가, 악마 길드 때처럼 길드 하우스에서 깽판을 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닐 확률이 높지만…….’
물론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럴 확률은 낮았다.
독고 길드는 악마 길드처럼 약하지 않다.
그것을 수혁이 모를 리 없다.
연중의 지인이 아니던가?
‘가 보면 알겠지.’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인지는 가 보면 알게 될 것이었다.
쾅! 쾅!
얼마 지나지 않아 루팅은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폭음을 통해 루팅은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오셨습니까.”
루팅을 발견한 에가르도가 다가왔다.
“어디 있어?”
루팅은 에가르도에게 물었다.
“저기 연기 나는 곳 보이십니까?”
에가르도가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루팅은 에가르도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건물에 가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검은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기야?”
“예.”
“특별한 점은?”
“독, 불, 치유 속성을 개방한 트리플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격력이 엄청납니다.”
“뭐? 무기가 없어?”
연기를 보고 있던 루팅은 놀란 표정으로 에가르도를 보았다.
“예, 아무래도 비공식 랭커로 추정됩니다.”
“끙, 비공식 랭커라…….”
루팅은 다시 연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반 유저들을 의식해서 그런지 파이어 스톰 같은 범위 마법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 그래?”
에가르도의 말에 루팅이 씨익 웃었다.
“광역 마법을 안 쓰는 마법사라…….”
높은 레벨일 때 배울 수 있는 대부분의 마법은 광역 마법이었다. 그런데 광역 마법을 쓰지 않는다면?
“더 쉽게 잡겠네.”
아주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집할까요?”
에가르도가 물었다.
“근처에 있나?”
“예, 대기 중입니다.”
“소집해.”
“옙.”
“먼저 가 있는다. 애들 데리고 와.”
루팅은 에가르도에게 말하며 연기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장비 창을 열어 무장 버튼을 클릭했다.
무장 버튼을 클릭하자 루팅의 외관이 순식간에 변했다.
모든 방어구가 은색으로 변했고 허공에 창이 나타났다.
방어구와 달리 검은 묵빛의 창이었다.
루팅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창을 잡으며 생각했다.
‘재미있겠어.’
* * *
워프 게이트에서 나가기 전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일단.’
그리고 오랜만에 곰 가면을 꺼내 착용했다.
‘얼굴은 가려주고.’
어차피 길드 마크 때문에 알아보겠지만 얼굴까지 알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곰 가면을 착용 후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독고 길드원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없네. 있을 줄 알았는데.’
워프 게이트 근처이기에 분명 독고 길드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선전포고 때문인가?’
수혁은 주변을 경계하며 독고 길드의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저거 리더 길드 아냐?”
“에이, 리더 길드에서 여길 왜 와? 독고 길드랑 전쟁 중인데.”
“아냐, 저기 봐봐.”
“어? 진짜네?”
길드 하우스로 향하던 수혁의 귓가에 유저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수혁은 대화를 나눈 유저들을 보았다.
독고 길드원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독고 길드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곳은 독고 길드의 영역이었다.
독고 길드와 우호 관계인 자들이 많을 것이고 곧 독고 길드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수혁은 속도를 올렸다.
저벅!
속도를 올리고 얼마 뒤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진짜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대박! 공헌도 올릴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개꿀!”
전방에서 독고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세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자, 다들 비키세요. 비켜!”
“같이 맞아서 피해 보지 마시고!”
독고 길드원들은 수혁에게 다가가며 주변에 있는 유저들을 물렸다.
유저들이 물러나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일반 유저들 때문에 마법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물려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파이어 스피어.”
수혁은 파이어 스피어를 시전했다.
스악!
허공에서 파이어 스피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주변 유저들을 물리고 있는 독고 길드원들에게 날아갔다.
쾅!
파이어 스피어가 작렬하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독의 사슬.”
수혁은 흙먼지를 향해 독의 사슬을 시전했다.
스악!
원래 독의 사슬은 들고 있는 무기의 끝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 수혁은 무장 해제 상태로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무기가 없었기에 독의 사슬은 수혁의 머리 위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빠르게 독고 길드원들을 향해 날아갔다.
[독고 길드원 ‘로로로’를 죽이셨습니다.]
흙먼지 안으로 독의 사슬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독고 길드원 ‘오마이쥬’를 죽이셨습니다.]
그리고 흙먼지가 반 정도 가라앉았을 때 또 메시지가 나타났다.
[독고 길드원 ‘캐트락’을 죽이셨습니다.]
마지막 메시지는 흙먼지가 완전히 가라앉았을 때 나타났다.
“헐, 뭐야?”
“왜 죽은 거야?”
“파이어 스피어 한 방에?”
“아니야, 그 뒤에 뭔 마법 썼잖아. 초록색 사슬!”
주변에 있던 유저들은 쓰러진 독고 길드원들을 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수혁은 독고 길드원들의 시체로 다가갔다.
‘드랍 창이 나타나면 딱인데.’
몬스터를 잡으면 드랍 창이 나타난다.
그러나 유저는 드랍 된 아이템이 있어도 드랍 창이 나타나지 않는다.
직접 주워야 했다.
이 점이 참으로 불편했다.
이내 독고 길드원들의 시체에 도착한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뭐야, 없어?’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드랍 된 아이템이 없었다.
‘별로 안 죽어 본 애들인가 보네.’
죽는다고 항상 아이템이 드랍 되는 게 아니다.
아이템이 드랍 되는 조건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범죄자 수치가 높거나 혹은 여러 번 죽을 경우에 드랍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와, 꼼꼼하다.”
“드랍 된 아이템까지…….”
“근데 어딜 가려는 걸까?”
“이쪽으로 쭉 가면 독고 길드 하우스 나오지 않아?”
“헐, 설마 독고 길드 하우스를?”
수혁은 유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독고 길드 하우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올랐으려나.’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길드 창을 열었다.
그리고 선전포고를 하며 활성화된 ‘전쟁 현황’ 버튼을 클릭했다.
-현재 죽인 수 : 3
-전쟁 공헌도 : 2597
-공헌 순위 : 27위
‘호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나 보네.’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3명이나 죽였기에 순위가 꽤 높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27위였다.
순위를 확인한 수혁은 길드 창을 닫았다.
전방에 독고 길드원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포이즌 스피어.”
[독고 길드원 ‘로가르미’를 죽이셨습니다.]
물론 독고 길드원은 등장과 동시에 죽음을 맞았다.
수혁은 포이즌 스피어 한 방에 시체로 변한 독고 길드원 로가르미를 보며 생각했다.
‘강하다고 들었는데.’
독고 길드에는 강한 유저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다.
‘왜 픽픽 죽어?’
그런데 너무나도 쉽게 죽고 있었다.
혹시나 수혁이 알고 있는 정보가 과거의 정보인 것일까?
“파이어 스피어.”
[독고 길드원 ‘보렛’을 죽이셨습니다.]
‘내 공격력이 말도 안 되는 건가?’
아니면 수혁의 공격력이 말도 안 되는 것일까?
“포이즌 스피어.”
“파이어 스피어.”
“독의 사슬.”
그 뒤로도 독고 길드원들은 꾸준히 나타나 죽음을 맞았다.
‘이 정도면 그냥 길드 하우스도 휩쓸 수 있겠는데?’
픽픽 죽어 나가는 독고 길드원들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길드 하우스도 쉽게 휩쓸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푹!
[유저 ‘코랑’에게 공격받으셨습니다.]
[유저 ‘코랑’과 적대 상태가 됩니다.]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따끔한 느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걸음을 멈추고 메시지를 보았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의아해했다.
‘독고 길드가 아니야?’
독고 길드라면 지금처럼 적대 상태 메시지가 뜰 리 없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따끔한 느낌이 든 왼쪽 어깨를 보았다.
화살 하나가 박혀 있었다.
수혁은 화살을 뽑으며 화살이 날아온 곳을 보았다. 그리고 수혁은 활을 들고 있는 사내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메시지에 나온 코랑이 분명했다.
‘어디지?’
코랑의 길드 마크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독고 길드 동맹 길드인가.’
처음 보는 길드 마크였지만 어째서 공격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
코랑의 옆에는 독고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가 있었다.
아무래도 동맹 길드의 유저 혹은 친분이 있는 유저 같았다.
“힐.”
일단 수혁은 힐을 시전해 생명력을 회복하고 출혈 상태에서 벗어났다.
“파이어 스피어.”
그리고 이어 코랑에게 파이어 스피어를 시전했다.
스악!
파이어 스피어는 곧장 모습을 드러내 코랑에게 날아갔다.
코랑의 옆에 있던 독고 길드원은 방패를 들고 코랑의 앞에 섰다.
파이어 스피어를 막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쾅!
이내 파이어 스피어가 독고 길드원의 방패에 작렬하며 폭발했다.
[독고 길드원 ‘캐리’를 죽이셨습니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폭발이 일어난 곳을 보며 생각했다.
‘죽었나?’
방패를 들고 파이어 스피어를 막은 캐리의 죽음은 메시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코랑은 아니었다.
코랑의 경우 전쟁 중이지 않았기에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직접 보는 수밖에 없는데 흙먼지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했다.
혹시나 죽지 않았다면?
“포이즌 스피어.”
죽을 때까지 공격하면 된다.
수혁은 흙먼지를 향해 포이즌 스피어를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