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76화 (176/553)

# 176

제176화

174.

“무슨 일인데?”

수혁은 연중의 말에 반문했다.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미안해하는 것일까?

“길드에 일이 생겼어.”

“일?”

“응, 비욘드 후작한테서 급히 서류가 왔대. 급히 처리해야 할 서류라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말을 마친 연중은 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에이, 미안해할 필요 없어. 길드에 일이 생긴 건데.”

수혁은 연중의 표정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길드에 일이 생겼다.

길드 마스터인 연중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오래 걸릴 것 같아?”

“음…….”

연중은 수혁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어 답했다.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그럼 여기서 사냥하고 있을게, 다녀와.”

“미안…….”

“미안하면 어서 갔다 와!”

“알았다. 끝나는 대로 귓할게!”

수혁의 말에 연중은 워프 스크롤을 사용해 사라졌다.

연중이 사라지고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업하려나.’

오크 3마리를 잡아 1레벨이 올랐다.

과연 연중이 돌아오기까지 레벨이 몇이나 오를까?

‘NPC들인가.’

얼마 뒤 수혁은 바람 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람 오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갑옷을 입고 바람 오크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떠 있지 않았다.

입고 있는 갑옷과 길드 마크가 없는 것을 보아 NPC로 추정됐다.

‘그냥 지나가도 되나?’

수혁은 고민했다.

유저들이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스틸 시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NPC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오히려 도움을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면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죽을 것 같은데.’

더구나 오크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오크들이 승리할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바람 오크를 상대하고 있던 이들 중 하나가 수혁을 발견하고 외쳤다.

<기사 알레도의 도움 요청>

기사 알레도는 때마침 나타난 당신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

알레도와 병사들을 도와 바람 오크들을 처치하라!

[바람 오크 : 0 / 8]

퀘스트 보상 : ???

그러자 퀘스트가 나타났다.

-취익! 인간 하나가 더 왔다. 취익!

-내가 가겠다. 취익!

그리고 오크 한 마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수혁은 다가오는 오크를 보며 고민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매직 미사일.”

[퀘스트 ‘기사 알레도의 도움 요청’을 수락하셨습니다.]

따로 답을 할 필요는 없었다.

오크를 공격함과 동시에 퀘스트가 수락됐다.

퍽!

이내 매직 미사일이 작렬했고 다가오던 바람 오크가 움직임을 멈췄다.

-바람 오크의 피

그리고 이어 드랍 창이 나타났다.

‘매직 미사일에도 한 방이네.’

현재 수혁의 공격 마법 중 가장 약한 마법이 매직 미사일이었다.

“파이어 볼.”

수혁은 두 번째 바람 오크에게 파이어 볼을 시전했다.

-바람 오크의 피 2개

파이어 볼이 작렬하며 드랍 창이 갱신됐다.

“포이즌 볼, 파이어 스피어, 포이즌 스피어.”

수혁은 이후 차근차근 마법을 날리며 바람 오크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레벨 업!]

[레벨 업!]

[퀘스트 ‘기사 알레도의 도움 요청’을 완료하셨습니다.]

[알레도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8마리를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

“…….”

힘겹게 싸웠던 바람 오크들이 너무나도 빨리 죽었기 때문일까?

알레도와 병사들은 멍하니 수혁을 바라보았고 정적이 감돌았다.

“감사합니다.”

정적을 깬 것은 알레도였다.

“페이드 제국의 아몽 기사단 소속 알레도라고 합니다.”

알레도는 수혁에게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수혁입니다.”

“수혁 님이셨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혁 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죽고 말았을 겁니다.”

만약 수혁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국 알레도를 포함해 병사들 모두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여기…….”

알레도는 품에서 작은 동전을 꺼내 수혁에게 내밀었다.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를 상징하는 증표인 것 같았다.

“훗날 수도에 들르신다면 절 찾아주세요. 꼭 보답해드리고 싶습니다.”

“나중에 들르게 된다면 찾아뵙겠습니다.”

알레도의 말에 수혁은 동전을 받으며 답했다.

“그럼 전 이만.”

수혁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뒤 다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207

경험치 : 29%

생명력 : 111600

마나 : 131080

포만감 : 89%

힘 : 40 (+10)

민첩 : 29 (+10)

체력 : 1108 [554 (+10)]

지혜 : 6554 (+210)

보너스 스텟 : 10

‘쭉쭉 오르는구나.’

레일 평원에 들어선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레벨이 3이나 올랐다.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분배한 뒤 캐릭터 창을 닫았다.

‘다음 문은 뭘 개방할까.’

이런 속도라면 금방 300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300이 되면 속성 하나를 개방할 수 있다.

수혁은 어떤 속성을 개방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바람 오크를 찾기 시작했다.

* * *

“뭐? 연중 님이?”

도하가 벌떡 일어나며 반문했다.

“응.”

“어디 계셔?”

핼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하가 재차 물었다.

“1시간 전이야. 어디로 가신 건지는 나도 몰라.”

연중을 만나고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금 연중이 어디에 있는지는 핼리 역시 모른다.

“아, 빨리 말해주지! 물어볼 거 있었는데.”

“연중 님한테? 뭘?”

“뭐긴, 수혁이지! 수혁이랑 한번 붙고 싶단 말이야.”

도하의 말에 핼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

핼리의 눈빛에 도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너 또 그때처럼 싸움 걸 생각하지 마.”

“……왜? 진짜 한번 붙고 싶단 말이야.”

“혼자서 독고 길드를 휩쓸었다. 너 그렇게 할 수 있어?”

“에이, 진짜들이 없었잖아.”

“그래서 할 수 있어?”

“…….”

도하는 핼리의 말에 답할 수 없었다.

진짜들이 없었다고 해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핼리에게 말에서 지기 싫었던 도하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내가 그렇게는 못 해도! 마법사 잡는 건 자신 있다고! 수혁은 마법사잖아. 마법사면 내가 잡을 수 있어!”

“하아…….”

도하의 답에 핼리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만나면 100%다.’

아무리 싸우지 말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수혁을 만나면 도하는 무조건 싸우려 할 것이다.

“근데 우리 언제 출발해?”

도하가 물었다.

“가자.”

핼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핼리와 도하는 개척 기지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레일 평원에서 바람 오크나 잡을 생각이야?”

걸음을 옮기며 도하가 물었다.

“공헌도 충분히 모일 때까지.”

경험치와 아이템을 보자면 레일 평원보다 동쪽에 있는 눅눅한 습지대 혹은 북쪽에 있는 카유 초원으로 가는 것이 나았다.

그럼에도 핼리가 레일 평원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공헌도 때문이었다.

“진짜 귀족이 될 수 있긴 한 거야?”

“응, 앞으로 5만 정도만 더 모으면 작위 퀘스트를 받을 수 있어.”

여태껏 수없이 개척 퀘스트를 깨며 제국 공헌도를 올렸다.

그리고 이제 달콤한 보상을 받을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5만이면 10번은 깨야겠네…….”

도하는 지루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응?”

문득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도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어딜 가는 거야?”

적어도 열 이상은 되어 보이는 바람 오크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도하는 고개를 돌려 바람 오크들이 달려가는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스아악!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도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의 폭풍이 나타나 바람 오크들을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불의 폭풍을 뚫고 나오는 바람 오크들은 없었다.

전부 죽은 것이다.

“저, 저거 봐!”

도하가 다급히 핼리에게 외쳤다.

“…….”

핼리는 도하의 외침에 답하지 않았다.

이미 그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간 상태였다.

“혼자서 저렇게 잡을 수 있나?”

도하가 이어 말했다.

“…….”

그러나 이번에도 핼리는 답이 없었다.

“어?”

도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핼리가 답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도하는 눈을 살짝 찌푸린 채 불의 폭풍을 만들어낸 사람을 유심히 보았다.

“저거 리더 길드 마크 아냐?”

그리고 이어 말했다.

“……?”

멍하니 바라만 보던 핼리는 도하의 중얼거림에 정신을 차리고 도하처럼 자세히 확인했다.

‘아까 그!’

그리고 핼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연중과 만났을 때 같이 보았던 길드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나 잠시만 다녀올게!”

도하가 핼리에게 말하며 달려나갔다.

“……야! 야!”

핼리는 갑작스러운 도하의 행동에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도하는 핼리의 외침에도 멈추지 않았다.

핼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도하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망할.”

그리고는 재빨리 도하의 뒤를 쫓았다.

* * *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연중은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들고 있던 서류를 인벤토리에 넣고 길드 하우스에서 나와 비욘드 후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얼마나 올렸으려나?’

저택으로 향하며 연중은 친구 창을 열었다.

수혁이 그사이 레벨을 얼마나 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친구 창을 열어 수혁의 레벨을 확인한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256?’

헤어진 지 1시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 256이라니?

헤어질 때 수혁의 레벨은 205였다.

1시간 만에 51이나 올린 것이다.

‘미친, 아무리 레벨이 차이 난다고 하지만…….’

바람 오크들의 레벨은 500이 넘는다.

수혁과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고 바람 오크들이 제공하는 경험치는 수혁에게 동레벨대 몬스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레벨이 오를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지, 그 말도 안 되는 속도라면…….’

연중은 수혁이 바람 오크를 잡던 모습을 떠올렸다.

아마도 수혁은 엄청난 속도로 바람 오크들을 학살했을 것이었다.

‘엄청 올리기 힘들었는데…….’

연중은 과거 200레벨이었던 시절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 연중아.

수혁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혹시 아까 말한 미친놈이 도하라는 캐릭터명 쓰냐?

“……!”

답을 보내려 했던 연중은 이어진 수혁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도하? 도하를 어떻게?’

수혁이 도하를 어떻게 안 것일까?

‘설마…….’

연중은 미간을 찌푸린 채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설마 만났어?

개척 기지에는 핼리가 있었다.

도하 역시 같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혁이 도하에 대해 묻는 이유는 만났기 때문이 분명했다.

-수혁 : 어, 만났어.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수혁 : 플레임 한 방이던데?

“응?”

그러나 이어진 수혁의 귓속말에 연중은 걸음을 멈췄다.

“한 방?”

한 방이라니?

-연중 : 너 설마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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