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
제177화
175.
-연중 : 너 설마 죽였어?
-수혁 : 응.
수혁은 연중에게 답을 보내고 핼리를 보았다.
핼리는 멍하니 도하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도하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핼리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는 데 걸린 시간이 믿기지 않았다.
전투가 시작되고 5초도 지나지 않아 도하는 쓰러졌다.
무언가를 하지도 못했다.
도하의 죽음을 수도 없이 보았던 핼리였지만 이런 죽음은 없었다.
스윽
핼리는 고개를 들어 수혁을 보았다.
‘괴물…….’
독고 길드를 혼자서 와해시켰다는 일부 유저들의 글이 이해가 됐다.
수혁은 괴물이었다.
“저…….”
핼리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혁이 입을 열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도하와의 전투가 끝났다.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 네. 그리고 정말 죄송했습니다.”
핼리는 수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죄송함을 표했다.
“아닙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연중 : 너 혹시 아물의 가호라는거 맞았어?
-수혁 : 어떻게 알았어?
연중과 귓속말을 나누며 수혁은 조금 놀랐다.
아물의 가호를 연중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연중 : 그게 위치 추적이야.
-연중 : 3시간 지속이고 아마 이따 접속해서 너 또 찾아갈 거다.
-연중 : 아니지, 한 방에 죽었으니까 그냥 포기하려나?
연중의 귓속말이 이어졌다.
-수혁 : 이따 보고 알려줄게. 근데 언제쯤 와?
-연중 : 서류만 전해주면 끝이고, 이야기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는데 이야기 끝나는 순간부터 30분! 30분이면 도착한다.
-수혁 : 그럼 출발할 때 연락 줘.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이어 퀘스트 창을 열어 ‘살인마의 지혜’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살인마의 지혜>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살인마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살인 : 75 / 100]
퀘스트 보상 : 지혜 스텟 강화
100명을 죽여야 하는 특수 퀘스트 ‘살인마의 지혜’.
독고 길드와의 전쟁에서 완료를 할 생각이었지만 갑작스레 전쟁이 끝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답이 나타났다.
‘계속 덤벼 주면 좋겠는데…….’
수혁은 도하가 연중에게 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덤벼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25번이나 도전을 할까?’
도하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법 한 방에 죽은 도하다.
문제는 25번이나 도하가 도전을 하느냐였다.
아무리 사망 페널티가 1시간인 도하라고 하지만 25번이면 25시간이었다.
‘근데 다른 사망 페널티는 어떻게 되는 거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망 페널티는 총 4가지다.
접속 제한, 레벨 하락, 스텟 하락, 아이템 드랍.
도하는 접속 제한 페널티가 24시간이 아닌 1시간이었다.
다른 페널티들은 어떨까?
레벨 하락이 아니라 경험치 하락일까?
스텟 하락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일까?
아이템 드랍은?
-취익! 인간이다!
-취이익! 가자!
도하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전방에서 달려오는 바람 오크 무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파이어 스톰.”
스악!
파이어 스톰이 등장했고 바람 오크들을 집어삼켰다.
바람 오크들은 파이어 스톰을 뚫고 나오지 못했고.
[레벨 업!]
-바람 오크의 피 3개
-바람 오크의 힘줄 2개
대신 레벨 업 메시지와 드랍 창이 나타났다.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257
경험치 : 29%
생명력 : 111600
마나 : 141180
포만감 : 89%
힘 : 40 (+10)
민첩 : 29 (+10)
체력 : 1108 [554 (+10)]
지혜 : 7059 (+210)
보너스 스텟 : 5
보너스 스텟과 지혜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뭔가 아깝단 말이지…….’
여태껏 레벨 업을 하며 지혜에 스텟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혜에 투자하는 것이 아까웠다.
책으로도 충분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체력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지혜는 책으로 올릴 수 있지만 체력은 아니다.
차라리 보너스 스텟으로 체력을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근데 체력도 높은 것 같고…….’
그러나 체력을 올리자니 또 마음에 걸렸다.
체력 역시 높았기 때문이었다.
‘모아둘까?’
고민을 하던 수혁은 이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모아두자.’
현재 수혁은 사냥하는 데 있어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보너스 스텟을 지금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스텟을 모으기로 결정한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바람 오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레벨 업!]
바람 오크가 쓰러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 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언제쯤 끝나는 거야?’
걸음을 옮기며 시간을 본 수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서류만 전하면 된다던 연중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40분이나.
‘또 뭔 일 생긴 거 아니야?’
혹시나 연중에게 또 일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끝났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수혁은 주변을 살펴 바람 오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답을 보냈다.
-연중 : 미안.
-연중 : 향후 일정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많이 걸렸어.
-수혁 : 이제 출발할 거야?
-연중 : 응, 지금 가고 있어!
-수혁 : 그럼 기지 입구로 갈게. 거기서 보자.
연중이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수혁은 개척 기지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연중 : 기지 입구에서?
-연중 : 이제 곧 도하 사망 페널티 끝날 시간이야.
-연중 : 또 나타날지도 몰라!
-수혁 : 괜찮아, 어차피 한 방이고. 나 지금 퀘스트 때문에라도 그 유저 죽여야 돼.
-연중 : 퀘스트? 그게 무슨 소리야?
수혁은 연중에게 특수 퀘스트 ‘살인마의 지혜’를 설명해주었다.
-연중 : 스텟 강화 퀘스트 오늘 아침에 깨지 않았어?
-수혁 : 응, 총 2개였어.
-연중 : 남들은 1개 받기도 힘든 스텟 강화 퀘스트를 2개나…….
-연중 : 이 퀘스트도 책 통해서 받은 거야?
-수혁 : 응.
-연중 : 하, 부럽다.
연중과 대화를 나누며 수혁은 개척 기지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마리도 안 나타나네…….’
오면서 단 한 마리의 바람 오크와도 마주치지 못했다.
‘너무 많이 잡았나?’
씨가 마른 느낌이었다.
-수혁 : 나 입구 도착했어.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연중 : 오케이 나도 5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 조금만 기다려!
-수혁 : 응.
연중과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가만히 서서 연중이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다다닥!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 입구에서 나왔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고 미소를 지었다.
* * *
‘1분…….’
김도하는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 앞에서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움직이며 생각했다.
‘왜 죽은 걸까?’
1시간 가까이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죽은 것일까?
‘화상이랑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유 중 하나는 알고 있었다.
바로 화상.
화상 상태에 빠졌다는 메시지가 나타났었다.
죽는 데 가장 큰 이유가 화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조한 것은 확실했다.
‘일단 화상 포션 먹고 확인해 보자.’
김도하는 이번 수혁과의 전투에서는 화상 포션을 복용하기로 결정했다.
띠링!
이내 1분이 지났고 알람이 울렸다.
도하는 기다렸다는 듯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핼리 : 야!
접속과 동시에 핼리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도하 : 응.
도하는 핼리에게 답을 보내며 스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아물의 가호’를 클릭했다.
스악!
그러자 작은 창이 나타났다.
바로 아물의 가호를 받고 있는 이들의 위치를 나타내주는 창이었다.
“……?”
도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구에 있어?”
창에는 아물의 가호를 받은 수혁의 위치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수혁의 위치는 개척 기지 입구였다.
“사냥 끝나고 돌아온 건가?”
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이유 때문에 개척 기지로 돌아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하에게는 지금 당장 수혁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핼리 : 너 어디야?
-도하 : 잠시만 기다려 봐. 이따 귓 줄게.
도하는 핼리에게 답을 보낸 뒤 수혁이 있는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핼리 : 잠시만? 야!
-핼리 : 또 덤빌 생각 하지 마!
-핼리 : 한 방에 죽었잖아!
핼리에게서 계속해서 귓속말이 왔다.
그러나 도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도하의 머릿속에는 수혁과의 전투만이 가득했다.
* * *
“여! 나 왔어!”
입구에서 나온 연중은 손을 흔들며 수혁에게 인사했다.
“응?”
인사를 하던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혁의 앞에 누군가 엎드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은빛이 맴도는 것을 보아 시체가 분명했다.
“이 시체 뭐야?”
연중은 수혁에게 물었다.
스윽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시체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들어 물음에 답했다.
“도하.”
“……!”
시체의 정체를 알게 된 연중은 놀랐다.
“너 오기 좀 전에 왔었다.”
“허. 포기 안 했구나.”
연중은 수혁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도하는 1시간 전 수혁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것도 치열한 전투 끝에 죽임을 당한 게 아니라 마법 한 방에 죽임을 당했다.
좋게 말해 끈기가 엄청난 도하였지만 너무나도 어이없는 죽음이었기에 포기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이번에도 한 방?”
연중은 도하의 시체를 힐끔 보고 수혁에게 물었다.
“응. 포이즌 스피어 맞고 3초 정도?”
“…….”
수혁의 답에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도하와 직접 싸워 본 연중이었다.
결코 마법 한 방에 죽을 도하가 아니었다.
‘나는 몇 방이나 버틸까?’
연중은 문득 궁금해졌다.
피하지 않고 막는다는 가정하에 과연 수혁의 마법을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을까?
“왜?”
수혁은 연중이 빤히 쳐다보자 물었다.
“아냐, 가자.”
연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근데 얼마나 죽인 거야? 레벨이 장난 아니게 올랐던데.”
“보이는 족족. 세기 힘들 정도로 잡았지.”
“보스 몬스터도 꽤 잡았겠다?”
“응, 3마리 잡았어. 근데 미개척지에는 원래 이렇게 보스 몬스터가 많아?”
“모든 미개척지가 그런 건 아닌데 여기는 많더라고.”
수혁의 물음에 답을 한 연중은 수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떤 속성으로 개방할 생각이야?”
“개방?”
“이제 곧 300이잖아. 100레벨마다 개방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
갑작스러운 연중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수혁은 이어진 연중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음, 아무래도…….”
수혁은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