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80화 (180/553)

# 180

제180화

178.

“……!”

수혁은 연중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자동 사냥이 될 것이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보게 되니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물론 부정적인 이유로 말문이 막힌 것은 아니었다.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독도마뱀의 독주머니 2개

이내 드랍 창이 나타났다.

그리고 검은 원들이 수혁에게로 돌아왔다.

“쿨타임은 어때? 몇 분 지속이야?”

검은 원이 돌아오자 연중이 물었다.

“소환 마법이라 그런지 쿨타임은 없고. 10분 지속.”

소환 마법은 일반 마법들과 다르다.

쿨타임이 있는 소환 마법도 있지만 그런 마법들은 대부분 궁극기라 할 수 있는 마법들이지 보통 소환 마법은 쿨타임이 없다.

그리고 쿨타임이 없기에 숙련도 역시 사용할 때마다 상승하는 게 아닌 소환된 시간에 따라 상승한다.

“10분 지속? 그러면 대량 소환은 불가능하겠네?”

“응, 소환하면 이전에 소환한 애들이 없어지더라고.”

수혁은 연중의 말에 답하며 생각했다.

‘쩐다…….’

아예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몬스터를 찾아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매우 짜릿했다.

“근데 이거 몬스터만 공격하는 거야?”

“응?”

“그냥 주변에 있는 생명체들을 다 공격하는 건지 아니면 몬스터들만 공격하는 건지 궁금해서.”

“……!”

연중의 말에 수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검은 원, 어둠의 자식들은 몬스터를 찾아 공격했다.

과연 몬스터만 공격하는 것일까?

“이거 한번 확인해봐야겠는데?”

수혁이 말했다.

일단 파티를 맺은 연중이 공격당하지 않는 것을 보아 우호 상태라면 공격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호 상태가 아닌 NPC나 유저들은 어떻게 될까? 만에 하나 어둠의 자식들이 그들을 공격한다면?

큰 문제가 된다.

확인이 필요했다.

‘책에 나와 있겠지?’

물론 직접 실험해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마탑 도서관에 있는 『어둠 마법이란?』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책에는 스킬 ‘어둠의 자식’에 대한 정보가 추가되어 있을 것이다.

“일단 가자.”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아따, 이 녀석이 어딜 갔을까잉.”

알리온은 단검을 휙휙 휘두르며 수풀을 헤쳐 나갔다.

현재 알리온은 은신처를 염탐하고 있던 페이드 제국의 병사를 찾고 있었다.

“그 몸으로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인디.”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다.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저벅…… 저벅…….

‘……!’

수풀을 헤치며 병사를 찾던 알리온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벅…… 저벅…….

‘둘.’

발소리를 보아 둘이었다.

알리온은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은밀히 이동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한 알리온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했던 대로 두 사내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알리온이 찾던 병사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웜마, 오랜만에 손맛 좀 보겠구마.’

제국에 쫓겨 이곳에 오게 된 뒤 오랫동안 손맛을 보지 못한 알리온은 흥분이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내를 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알리온은 발밑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응?’

그리고 알리온의 표정에 물음표가 등장했다.

‘이게 무어야?’

검은색 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츠악!

이내 원에서 뾰족한 가시가 튀어나왔다.

거리도 거리고 속도도 빨라 피할 수가 없었다.

검은 가시는 그대로 알리온을 관통했다.

“……!”

알리온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뚫은 검은 가시를 보았다.

스악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절망적인 상황이 떠올라 캄캄해졌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캄캄해졌다.

마치 눈을 감은 듯 시야에 어둠이 가득 찼다.

눈을 뜨고 있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배를 관통한 검은 가시 때문일까?

숨이 턱 막혀오며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따, 이게 뭐시당가…….’

알리온은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얼마 뒤, 알리온의 근처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알리온?”

그 누군가는 바로 알리온의 동료 캐터였다.

캐터는 알리온의 상태를 확인했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알리온은 배를 관통당해 죽었다.

그러나 이곳 눅눅한 습지대에는 배를 관통할 만한 공격을 하는 몬스터가 없었다.

“……!”

주변을 확인한 캐터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발자국이 보였다.

“호오…….”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캐터는 발자국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흥분이 가득한 표정으로 알리온의 시체로 돌아갔다.

“이 자식이 지 혼자 손맛을 느끼려고 해? 그러니까 이렇게 됐지. 으휴.”

캐터는 피식 웃으며 알리온의 시체를 들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독개구리 비선공 몹이라고 했지?”

“응.”

수혁의 물음에 연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비선공이든 선공이든 몬스터면 그냥 공격한다는 건데…….”

말끝을 흐리며 수혁은 드랍 창을 보았다.

-독개구리의 발바닥 3개

방금 전 어둠의 자식들이 사라지고 드랍 창이 나타났다.

독개구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독개구리는 독도마뱀과 달리 비선공 몬스터였다.

바로 그때였다.

[레벨 업!]

-독개구리의 발바닥 3개

-크라누스의 증표

레벨 업 메시지와 함께 드랍 창이 갱신됐다.

“……?”

드랍 창을 본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벨 업 메시지야 나타날 수 있다.

어둠의 자식들은 여전히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그런데 증표라니?

도대체 무엇을 잡았기에 증표가 드랍 된 것일까?

수혁은 확인을 눌러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크라누스의 증표 정보를 확인했다.

<크라누스의 증표[특별]>

대륙 살인마들의 모임 크라누스.

크라누스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증표이다.

페이드 제국 현상금 사무소에 가져다주면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

정보를 확인했음에도 수혁은 의아함을 풀 수 없었다.

‘이게 왜 나온 거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연중이 물었다.

“아니, 크라누스의 증표라는 아이템이 나와서.”

“응? 크라누스?”

수혁의 답에 연중이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알아?”

“어, 당연히 알지! 대륙 공적으로 선포된 살인마 집단이야. 페이드 제국에서 쫓고 있는 패인이라는 미치광이 NPC도 거기 소속이고. 그런데 그 증표가 왜 나와?”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지. 몬스터가 드랍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스윽

수혁은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이어 말했다.

“설마 이 주변에 있는 거 아냐?”

“퀘스트 확인해봐. 너 잡으면 오르잖아.”

연중의 말에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살인마의 지혜’를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살인마의 지혜>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살인마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살인 : 77 / 100]

퀘스트 보상 : 지혜 스텟 강화

“……!”

도하를 잡아 76이었던 조건이 77로 올라가 있었다.

“진짜 있는데?”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고 주변을 주시했다.

연중 역시 주변을 경계했다.

스악…….

바로 그때 주변으로 탐사를 떠난 어둠의 자식들이 돌아왔다.

어둠의 자식들이 돌아왔다는 것은 주변에 몬스터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수혁과 연중은 어둠의 자식들을 보고 경계를 풀었다.

“왜 여기에 있었던 걸까?”

“그러게, 여기에 뭐가 있나?”

“시체 한번 찾아볼까?”

“찾는 동안 없어지지 않을까?”

“그렇겠지?”

대화를 나누며 수혁과 연중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위이잉!

걸음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쪽에서 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나무 위에 거대한 벌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절반 왔네.”

연중이 말했다.

독도마뱀과 독개구리는 습지대 전역에 퍼져 있다.

그러나 독벌의 경우 가장 습기가 강한 중앙에서만 서식한다.

벌집이 있다는 것은 절반을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예전에는 여기 도착하는 데에만 6시간이 걸렸는데…….’

수혁은 처음이었지만 연중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연중은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과거 이곳에 오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떠올린 연중은 수혁을 보았다.

‘이 속도면 오늘 매혹의 숲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지금 속도로 계속해서 움직인다면 오늘 밤 매혹의 숲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족들이 죽는데 진짜 반응이 없네?”

수혁의 말에 연중은 정신을 차리고 수혁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을 보았다.

스악! 스악!

그곳에는 어둠의 자식들이 쉴 새 없이 가시를 뿜어내며 독벌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다니는 독벌들은 동족들이 죽는데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말했잖아. 벌집만 안 건들면 된다고.”

연중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다른 지역의 벌 몬스터들은 동족이 공격당하면 모조리 몰려온다.

그런데 이곳 눅눅한 습지대의 독벌은 동족이 공격당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저기에 파이어 스톰 쓰면 어떻게 될까?”

수혁은 고개를 들어 나무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벌집을 보았다.

수많은 독벌들이 벌집을 들어가고 나오고 있었다.

“경치 엄청 먹을 것 같긴 한데 파이어 스톰이 저기까지 올라가?”

“아니, 저 높이까지는 안 올라가지.”

나무는 정말 거대했고 그만큼 벌집의 높이도 어마어마했다.

파이어 스톰으로도 닿지 않을 높이였다.

더구나 이곳은 습기가 가득한 지역.

파이어 스톰은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럼 가자. 여기보다 경치 더 쩌는 곳 있으니까!”

“알았어.”

연중은 수혁의 답을 듣고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벌집과 독벌들을 보다가 연중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둠의 자식들은 수혁이 움직이자 따라 움직이며 꾸준히 독벌들을 공격했다.

[레벨 업!]

그렇게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이용한 사냥으로 레벨 업을 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 *

눅눅한 습지대 패인 패거리의 은신처.

“알리온을 죽일 정도면 한 가닥 하는 놈이겠구먼.”

“그렇지.”

패인 패거리들은 패인의 방 앞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두 놈이라면서?”

“흐흐, 한 놈은 패인 형님께서 맛보시겠고.”

“나머지 한 놈을 우리가 나눠 맛봐야 하남?”

“에이, 그럴 필요 있어? 그냥 선착순으로 가자고!”

“그런데 병사 새끼는 어떻게 됐냐?”

“못 찾았어요.”

“뭐?”

“놀라지 마 임마. 가다가 죽었을 테니까.”

끼이익

패거리들이 낄낄대고 있을 때 문을 열고 패인이 나왔다.

패인이 나오자 패거리들은 입을 다물고 패인에게 집중했다.

저벅저벅

패인은 걸음을 옮겨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다들 와봐.”

그리고 패거리 아니, 의형제들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우르르

의형제들은 패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의 형제 알리온이 죽었어.”

패인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범인은 둘. 그 두 녀석은 지금 천상의 호수로 가고 있다.”

알리온의 시체를 가지고 온 캐터가 현재 흔적을 추적하며 정보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 녀석들이 습지대를 벗어나기 전에 알리온의 복수를 할 생각인데 혹시 반대하는 사람?”

패인은 물음을 날리고 의형제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반대하는 의형제들은 없었다.

오히려 표정에 흥분이 가득했다.

패인은 의형제들의 흥분 가득한 표정에 따라 흥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외쳤다.

“가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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