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
제190화
188.
‘도하…….’
외침의 주인공은 바로 도하였다.
“아물의 가호 없지?
연중이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도하를 보며 수혁에게 물었다.
“없지. 우연이야.”
도하가 나타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이내 수혁과 연중의 앞에 도착한 도하가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수혁과 연중은 도하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연중이 말끝을 흐리며 도하에게 물었다.
“하하, 그게…….”
도하는 연중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더니 말끝을 흐리며 수혁을 보았다.
그리고 수혁과 연중은 도하가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혹시 저랑 또 싸우실 생각이세요?”
확실히 하기 위해 수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도하가 답했다.
“알겠습니다.”
간절한 도하의 눈빛을 보며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부…… 네?”
수혁이 거절할 것이라 생각해 끈질기게 애원하려 했던 도하는 수혁의 답에 당황했다.
‘어, 아직 귀찮지 않은 건가?’
귀찮아하는 반응을 바랐던 도하였다.
“가호 쓰실 거죠?”
“아, 예!”
도하는 수혁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거리를 좀 벌린 뒤 아물의 가호를 시전했다.
[아물의 가호가 부여됩니다.]
[유저 ‘도하’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도하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입을 다물었다.
‘맞다. 다크 스피어는 안 되겠구나.’
현재 연중을 제외하고는 수혁이 특수 직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없다.
유저들에게는 그저 불, 독, 치유를 개방한 트리플 마법사라고만 알려져 있다.
지금 상황에서 다크 스피어를 쓴다면?
일반 마법사들은 속성을 최대 3가지만 개방할 수 있다.
어둠 속성 개방이 알려지면 특수 직업이라는 것도 알려질 것이다.
물론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기에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갑니다!”
그사이 도하가 메이스를 들었다.
‘볼 때마다 달라지네.’
주무기가 없는 것인지 도하의 무기가 또 달라져 있었다.
“플레임.”
수혁은 메이스를 들고 달려오는 도하에게 플레임을 시전했다.
화르륵!
이내 도하의 몸에서 플레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아악!
그러나 바로 그때 메이스에서 빛이 나더니 플레임이 사라졌다.
‘아…….’
수혁은 어째서 도하가 메이스를 든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메이스에 특별한 옵션이 있는 게 분명했다.
“독의 사슬.”
물론 계속해서 막지는 못할 것이고 수혁의 마법도 플레임이 끝은 아니었다.
독의 사슬이 엄청난 속도로 도하에게 날아갔다.
챙!
도하는 메이스로 독의 사슬을 후려쳤다.
하지만 독의 사슬은 유도 기능이 있었고 메이스에 의해 방향이 변경되었던 독의 사슬은 다시 방향을 변경해 도하에게 날아갔다.
이내 독의 사슬이 도하를 감아 조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털썩
도하가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도하의 몸에는 검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가자.”
수혁은 연중에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
수혁과 도하의 전투를 처음 본 연중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답하며 수혁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여태까지 이런 식이었나.’
연중은 수혁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러면 귀찮지도 않겠네.’
도하가 계속해서 덤빈다고 해도 1분이 걸리질 않는데 전혀 귀찮을 게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 맞다.”
수혁이 걸음을 멈췄다.
“……?”
연중은 수혁의 뒤를 따라 걸음을 멈추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가호 좀 지우고 올게.”
아물의 가호는 3시간 지속이고 도하는 1시간 뒤에 접속할 것이다.
즉, 가호를 지우지 않으면 2시간 동안 도하는 수혁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제 눅눅한 습지대를 넘어 더 깊숙한 곳으로 갈 예정인데 수혁은 그것을 도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응.”
“잠시만 기다려.”
연중이 답을 했고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물의 가호가 사라집니다.]
도착과 동시에 가호가 사라졌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지웠어?”
“응.”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일 평원의 개척 기지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연중아.”
“응.”
“혹시 여기에 현상금 사무소 없지?”
“현상금 사무소?”
연중은 수혁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거긴 왜?”
“크라누스. 증표랑 머리 가져다줘야지.”
수혁이 현상금 사무소에 대해 물은 이유, 그것은 바로 얼마 전 눅눅한 습지대에서 대량 획득한 크라누스의 증표와 패인의 머리 때문이었다.
이곳 개척 기지 역시 페이드 제국의 것이었다.
현상금 사무소가 있다면 페이드 제국의 현상금 사무소이니 증표와 머리를 주고 보상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
연중은 수혁의 답에 이해를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여기는 없어.”
그리고 이어 답했다.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대부분인 개척 기지에는 현상금 사무소가 없었다.
“그래?”
수혁은 연중의 답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현상금 사무소도 없고 따로 준비할 것도 없었기에 수혁과 연중은 그대로 개척 기지에서 나와 눅눅한 습지대로 향했다.
[눅눅한 습지대에 입장하셨습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바람 오크들을 잡으며 걸음을 옮긴 수혁과 연중은 얼마 뒤 눅눅한 습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습지대에 입장함과 동시에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연중아, 잠깐.”
그리고 연중을 불러 세웠다.
“……?”
연중이 의아한 눈빛으로 수혁을 보았다.
“아까 반지 옵션 물어봤잖아.”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장비 창을 열었다.
“어, 그랬지!”
“이거다.”
그리고 ‘알템의 반지’ 아이템 정보를 공유했다.
<알템의 반지>
제한 : 레벨 350, 생명력 10만, 마나 10만
유령마 소환 (소환 시 마나 5천 소모, 1분당 300 소모)
유령 마차 소환 (소환 시 마나 1만 소모, 1분당 500 소모)
퇴마사 알템의 반지다. 천계의 광물인 레피오사로 만들어졌으며 죽은 존재들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유령마? 유령 마차?”
알템의 반지의 옵션을 확인한 연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탈것 소환이야?”
“어.”
수혁은 활짝 웃었다.
퀘스트를 통해 개방한 알템의 반지의 옵션은 바로 1인 전용 유령마, 4인이 탈 수 있는 유령 마차 소환이었다.
연중과 함께 타야 하기에 수혁은 유령 마차를 소환했다.
스아악!
푸르스름한 마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차 앞에는 마차를 이끌 2마리의 유령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와, 이거 타고 가는 거야 그러면?”
“어, 속도 엄청나.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아공간에서 시험을 했었다.
걷는 것은 물론 뛰는 것보다도 훨씬 빨랐다.
유령 마차를 타고 간다면 악마의 둥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내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랬지.”
“뭐가 필요한 거야?”
연중이 물었다.
수혁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도움이 필요한 것일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씨익 웃으며 답했다.
“운전!”
“아.”
연중은 수혁의 말에 다시 한 번 탄성을 내뱉었다.
“마차를 몰아야 하는구나.”
마차를 몰 기수가 필요했다.
“오케이! 오랜만에 마차 한번 끌어볼까!”
예전에 퀘스트를 깨기 위해 마차를 수도 없이 몰았던 연중이었다.
유령 마차는 처음이었지만 잘 몰고 갈 자신이 있었다.
연중은 기수 자리에 앉아 고삐를 쥐었다.
“어둠의 자식.”
수혁은 마차에 앉기 전 어둠의 자식을 시전했다.
앞을 막아설 몬스터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스악
수혁의 앞에 어둠의 자식 둘이 나타났다.
“유령 마차 빠르다며? 어둠의 자식들이 쫓아 올 수 있을까?”
어둠의 자식들을 보며 연중이 물었다.
연중은 어둠의 자식들의 이동 속도를 알고 있었다.
유령 마차의 속도는 알지 못했지만 매우 빠를 텐데 어둠의 자식들이 과연 따라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응, 내 이동 속도에 영향을 받는지 빨라지더라고.”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공간에서 이미 모든 실험을 끝냈다.
“어둠의 자식.”
그리고 재차 어둠의 자식을 시전했다.
“……?”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급이 되어 이제 무조건 2마리가 소환된다.
즉, 초급 때처럼 2마리가 나올 때까지 소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왜 또 어둠의 자식을 소환하는 것일까?
“……!”
의아해하던 연중은 이어진 상황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쥐고 있던 고삐를 놓쳤을 정도였다.
“넷?”
연중이 놀란 이유, 그것은 바로 어둠의 자식들의 수 때문이었다.
기존에 소환된 어둠의 자식들 옆에 어둠의 자식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거야?”
연중이 물었다.
먼저 소환된 어둠의 자식들이 없어져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없어지지 않았다.
“그건 이것 때문에!”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리헴의 반지’의 아이템 정보를 공유했다.
<리헴의 반지>
제한 : 마나 10만
모든 속성 친밀도 +50
소환수 소환 제한 +1
소환수 공격력 30% 증가
모든 정령왕들과 계약을 맺었던 정령사들의 전설 리헴의 반지다.
“소환수 소환 제한?”
연중은 알템의 반지를 보았을 때처럼 반문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 때문에 한 번 더 소환할 수 있더라고. 특수 효과 포함해서 총 넷!”
처음에는 특수 효과 때문에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특수 효과로 소환된 어둠의 자식은 소환 제한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혁은 히죽 웃으며 모든 창을 닫았다.
그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대박이네…….”
연중은 수혁을 따라 마차로 다가온 어둠의 자식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가자!”
수혁이 말했다.
어둠의 자식들을 바라보고 있던 연중은 정신을 차리고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이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눅눅한 습지대의 땅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일반 마차였다면 질척이는 땅에 바퀴가 빠지거나 말이 지쳐 얼마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령 마차는 땅에 닿지도 않았고 마차를 이끄는 것도 유령마들이었다.
땅의 상태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고 쭉쭉 나아갔다.
수혁은 엄청난 속도로 바뀌는 주변 풍경에 미소를 지은 채 등받이에 기대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파비앙에게 빌린 책 『아론의 일기』를 꺼냈다.
마차를 소환한 이유, 그리고 연중에게 기수를 부탁한 이유는 전부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아르헨의 반지는 무슨 옵션일까.’
책을 읽는 것이 완료 조건인 아르헨의 반지는 어떤 옵션을 가지고 있을지 너무나도 기대됐다.
수혁은 아르헨의 반지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아론의 일기를 펼쳤다.
그리고 독서를 시작했다.
[천사의 호수에 입장하셨습니다.]
독서에 빠져 몇 번이고 아론의 일기를 읽은 수혁은 천사의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책을 다 읽은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독도마뱀의 독주머니 57개
-독개구리의 발바닥 49개
-독벌의 독침 97개
눅눅한 습지대를 지나며 단 한 번도 습득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드랍 창에는 엄청난 양의 아이템들이 습득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 이렇게 빨리 가는데 엄청 죽였구나.’
책에 집중해 어둠의 자식들이 얼마나 죽였는지 수혁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드랍 창을 보니 예상이 됐다.
수혁은 확인을 눌러 아이템을 습득하고 주변을 확인했다.
몬스터들이 보였다.
‘재해는 안 일어나겠네.’
몬스터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힘들지 않아? 교대해줄까?”
주변을 확인한 수혁은 이어 연중에게 물었다.
“괜찮아. 재미있어! 속도감 최고야!”
연중은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너 퀘스트 깨야 한다며? 읽어! 내가 끝까지 몰 테니까!”
“고맙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연중의 말에 수혁은 마음 편히 다시 책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