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
제191화
189.
장경우는 피식 웃었다.
수혁이 마계에서 갑자기 중간계로 돌아가길래 도서관에 가나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친구랑 같이 간다 이건가.”
수혁은 연중과 함께 마계의 입구가 있는 악마의 둥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긴 아무리 책이 좋아도 마계인데.”
장경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왠지 승리한 기분이 드는걸?”
수혁이 중간계로 돌아갔을 때 마계가 도서관에 밀린 것 같아 패배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마계로 가고 있는 수혁을 보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빠르긴 엄청 빠르네.”
눅눅한 습지대부터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유령 마차랑 어둠의 자식이 이런 효율을 보일 줄이야.”
빠르게 움직이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움직이며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마음먹고 사냥하면 사냥왕 따라잡겠는데?”
판게아를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유저는 사냥왕이었다.
그런데 수혁의 경험치 오르는 속도를 보면 사냥왕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사냥을 한다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지, 수혁이 사냥만 할 것 같진 않았다.
마계에서 흥미를 잃는다면 또 도서관에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떻게 되려나.”
장경우는 생각했다.
“아직 사냥왕은 힌트도 못 얻었고.”
10마계에는 11마계로 이어지는 메인 퀘스트가 존재했다.
그러나 아직 사냥왕은 메인 퀘스트의 힌트조차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수혁은 크라노손을 만날 것 같고.”
반면 수혁은 이대로 쭉 간다면 메인 퀘스트의 큰 열쇠가 될 수 있는 크라노손과 만나게 될 것이다.
과연 누가 메인 퀘스트를 먼저 완료할까?
“흐음.”
잠시 생각을 하던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애초에 정반대 진영에서 시작하는 수혁과 사냥왕이었다.
어떻게 될지는 마계를 만들어낸 장경우조차 예상할 수 없었다.
장경우는 수혁과 사냥왕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러자 새로운 정보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목요일 오후 3시 시작이라.”
모니터에 나타난 정보는 메인 에피소드의 시작 시간이었다.
장경우는 유저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했다.
메인 에피소드의 시작이다.
아주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유저들의 반응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상상을 끝낸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기며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라이가스 산맥에 입장하셨습니다.]
“라이가스 산맥…….”
연중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12시까지 이동하기로 했기에 많이 가봐야 아코니아 산맥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유령 마차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코니아 산맥은 가볍게 지나쳤고 신기루 초원, 야일 숲, 매혹의 숲을 지나 라이가스 산맥에 도착했다.
‘20분이나 남았어.’
라이가스 산맥에 도착한 지금도 12시가 되지 않았다.
‘잘하면 죽음의 사막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남은 시간과 유령 마차의 속도를 생각하면 다음 지역인 죽음의 사막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중은 힐끔 수혁을 보았다.
수혁은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대단한 녀석.’
몇 시간 동안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수혁이 연중은 너무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수혁에 대해 생각하던 연중은 다시 마차를 모는 데 집중했다.
그로부터 20분 뒤.
[죽음의 사막에 입장하셨습니다.]
예상대로 수혁과 연중은 라이가스 산맥을 넘어 죽음의 사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중은 고삐를 당겨 마차를 세웠다.
이제 12시였다.
로그아웃을 할 시간이었다.
연중은 수혁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수혁아.”
이내 수혁이 책을 덮었고 연중이 입을 열었다.
“응?”
“이제 12시야.”
“아.”
수혁은 탄성을 내뱉으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죽음의 사막까지 왔네?”
“응, 유령 마차 속도가 장난 아니더라고. 이 속도면 헤이든까지 2시간 정도면 갈 거야.”
“오, 그래? 진짜 많이 단축됐네?”
“그렇지.”
연중은 히죽 웃으며 이어 말했다.
“알칸디움 갑옷 하의 글은 바로 올릴게.”
야리온의 분노 때처럼 연중은 알칸디움 갑옷 하의 경매를 유저들에게 알릴 생각이었다.
“응! 근데 이따 언제 출발할까?”
“오늘처럼 9시 어때?”
“그래!”
“먼저 간다!”
연중은 마차에서 내려 수혁에게 인사하고 로그아웃을 했다.
그렇게 연중이 사라진 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어 책을 넣고 마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유령 마차를 역소환한 뒤 드랍 창을 확인했다.
아코니아 산맥에서부터 단 한 번도 습득을 하지 않아 드랍 창에는 놀랄 정도로 많은 양의 아이템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들만 팔아도 꽤 나오겠네.’
수혁은 드랍 된 아이템들을 습득하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399
경험치 : 42%
생명력 : 109400
마나 : 160980
포만감 : 69%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8049 (+700)
보너스 스텟 : 715
58%만 올리면 400이 된다.
그리고 400이 되면 새로운 속성을 개방할 수 있다.
‘어떤 속성을 개방할지 고민해봐야겠어.’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어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1’을 확인했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1>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술사 라이언의 지팡이’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를 통해 몬스터 사냥 : 10,000 / 10,000]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를 통해 마법 시전 : 1,000 / 1,000]
퀘스트 보상 :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 첫 번째 옵션 개방
‘드디어…….’
완료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옵션이 어떠려나.’
리헴의 반지나 알템의 반지는 정말 전설 같은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는 어떨까?
수혁은 기대를 하며 퀘스트를 완료했다.
[퀘스트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1’을 완료하였습니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 첫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그리고 바로 장비 창을 열어 지팡이의 정보를 확인했다.
‘지혜?’
옵션을 확인한 순간 수혁의 표정에 살짝 아쉬움이 나타났다.
리헴의 반지나 알템의 반지처럼 특별한 옵션을 기대했는데 지혜 추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혜 상승 수치를 확인한 순간 수혁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사라지고 놀람이 나타났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
제한 : 마법사, 체력 1000, 지혜 3000
물리 공격력 증폭 : 2
마법 공격력 증폭 : 7
무장 해제 상태에서도 장비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마술사 라이언의 투명 지팡이를 착용 시, 다른 무기의 효과는 받을 수 없습니다.)
지혜 +1000
뛰어난 마법사임에도 마법 실력을 감추고 마술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기를 친 사기꾼 라이언의 지팡이이다. 지팡이가 투명해 누구도 라이언을 마법사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려 1000이었다.
지혜가 1000이나 오르는데 아쉬워할 이유가 없었다.
‘이거 영웅 등급이랑 차이가 너무 나는데?’
전설 등급과 영웅 등급의 차이는 결코 등급 하나의 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아직 다 개방한 것도 아닌데…….’
1000이 끝이었다면 크게 차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옵션과 세 번째 옵션이 남아 있었다.
옵션을 마저 다 개방한다면 영웅 등급의 지팡이와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이내 정보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로그아웃했다.
‘신 등급은 얼마나 좋은 걸까.’
캡슐에서 나온 수혁은 책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판게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신 등급의 장비는 과연 얼마나 좋을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책장 앞에 도착한 수혁은 신 등급 장비에 대한 생각을 접고 책을 꺼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 * *
“이렇게 올리면 되려나?”
알칸디움 갑옷 하의에 대한 글 작성을 끝낸 연중은 마지막으로 한 번 글을 확인했다.
-제목 : [특급 정보! 전설 등급 무기에 이은 전설 등급 방어구 등장!]
안녕하세요.
리더 길드의 마스터 연중입니다!
제목에서 말씀드렸듯이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전설 방어구에 대한 정보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 아이템은 아닙니다!
입어보기는 했지만요!
일단 아이템 정보부터 확인하시죠!
.
.
이번 아이템 역시 실시간 경매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경매 시작 시간은 수요일 오후 8시라고 합니다.
혹시나 변동되는 사항이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꿈나라로 떠나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래, 이 정도면…….”
전해야 할 정보들도 빠지지 않았고 오타도 없었다.
글 확인을 마친 연중은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린 뒤 연중은 정상적으로 글이 올라갔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행히 글은 정상적으로 올라갔다.
“조회수 오르는 속도 보소…….”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댓글도 장난 아니네.”
폭발적으로 오르는 것은 조회수뿐만이 아니었다.
댓글 역시 폭발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1위 확정이다.”
조회수와 댓글을 보고 인기글 1위를 확신한 연중은 미소를 지은 채 유저들의 댓글을 확인했다.
-날씨 : 대박! 전설 등급 방어구도 나와버리네. ㅋㅋㅋㅋ
-버프팔이소년 : 입어보셨다고 하셨는데 방어력 체감 많이 되나요?
-수혁교신도 : 이것도 혹시 수혁 님 거예염?
-무신 : 이번에는 얼마에 팔릴까요? 힘 3천이면 낄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싸게 팔릴까요?
-오매불망 : 무신 / 낄 수 있는 사람들이 다 랭커들이라 엄청 비싸게 팔릴 듯?
-무신 : 오매불망 / 허, 생각해보니 그렇겠네요.
-오매불망 : 무신 / 그래도 야리온의 분노만큼 비싸지는 않을 것 같긴 함.
-헤르멘 : 와, 추가 옵션이 3개나 된다니. 기대되네요.
-알람을꺼라 : 전설 등급 아이템 또 나왔어요? 이제 슬슬 풀리는 건가?
댓글을 확인하던 연중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댓글 확인을 끝냈다.
그리고 이어 쪽지함을 확인했다.
무수히 많은 쪽지들이 와 있었다.
욕으로 가득 찬 쪽지도 있었고 응원의 쪽지도 있었으며 질문 쪽지도 있었다.
연중은 욕을 보낸 이들에게는 신고를, 응원을 해주는 이들에게는 감사를, 질문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답변을 하며 차근차근 쪽지들을 줄여나갔다.
“응? 제왕 길드?”
쪽지를 줄여나가던 연중은 이내 멈칫했다.
“제왕 그룹에서 만들었다는…….”
판게아에서는 아직 유명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매우 유명한 제왕 길드에서 쪽지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사칭은 아니었다.
길드 인증 마크가 달려 있었다.
제왕 길드의 공식 아이디에서 보낸 쪽지가 확실했다.
연중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제왕 길드에서 보낸 쪽지를 확인했다.
“…….”
쪽지를 본 연중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