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
제193화
191.
“…….”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연중 : 뭐라는 거야?
연중이 귓속말을 보내왔다.
‘아, 연중이는 못 듣는구나.’
아르헨의 반지가 있는 수혁과 달리 연중은 크라노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혁 : 어디서 왔냐는데?
-연중 : 엥? 그건 왜?
연중이 반문했다.
-수혁 : 모르겠어.
그러나 수혁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수혁 : 어떻게 할까?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수혁 : 잡으면 보상 엄청날 것 같은데.
경고 메시지가 떴다.
분명 보스 몬스터였다.
거기다 10마계의 왕자이고 상급 마족이었다.
잡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보상을 줄 것이 분명했다.
-연중 : 잡을 수 있을까?
연중이 답을 보냈다.
마족은 강하기로 소문난 종족이었다.
그런 종족의 왕자이며, 하급도 아니고 중급도 아니고 상급이었다.
-연중 : 어둠의 자식이 힘도 못 쓰는 걸 봐서 장난 아닐 것 같은데.
거기다 악마의 둥지까지 안전하게 호위를 해주었던 어둠의 자식들이 순식간에 제압을 당했다.
“어디서 왔냐니까?”
수혁과 연중이 답이 없자 크라노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수혁 : 피할 수도 없잖아. 방금 나타난 속도를 봐서는 도망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연중 : 그건 그렇지.
-수혁 : 일단 잡는 걸로 가자.
-연중 : 알았어. 준비할게.
수혁과 연중은 크라노손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렸다.
둘의 선택은 바로 전투였다.
“제발 알려주라. 응? 포탈 어디 있어?”
크라노손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크라노손의 호기심>
크라노손은 10마계의 두 지배자 중 하나인 최상급 마족 아밀레타의 하나뿐인 자식이다.
현재 크라노손은 금지 ‘불의 들판’ 어딘가에 있는 중간계 포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차원의 돌이 파괴되며 크라노손이 찾는 중간계 포탈 역시 파괴되었다.
크라노손에게 상황을 설명하라!
퀘스트 보상 : ???
그리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
전투를 생각하고 있던 수혁은 당황했다.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 그런가?’
몬스터에게서 퀘스트를 받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퀘스트 떴어?
-연중 : 응. 어떻게 하지?
연중의 답에 수혁은 말은 통하지 않아도 퀘스트는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혁 : 일단 퀘스트니까 깨보자.
퀘스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전투를 밀었겠지만 퀘스트가 나타났다.
상황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 퀘스트를 준 크라노손은 10마계의 왕자였다.
바로 그때였다.
“아! 너희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크라노손이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니요. 알아들었어요.”
수혁은 크라노손의 말에 입을 열었다.
“응?”
크라노손은 수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답을 안 해?”
그리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수혁은 재빨리 답했다.
“어떻게 답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중간계 포탈은…….”
[퀘스트 ‘크라노손의 호기심’을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가 수락되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수락됐어?
-연중 : 어, 파티라 네가 수락해도 같이 수락되나 봐.
연중의 답을 들은 수혁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크라노손을 보며 이어 말했다.
“파괴됐습니다. 중간계에 있던 차원의 돌이 파괴되었거든요. 중간계에서는 올 수 있지만 이곳에서 중간계로 가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수혁은 사실 그대로 전했다.
그리고 크라노손을 주시하며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하고 있어.
-연중 : 응, 언제든 방패 뽑을 준비 하고 있을게.
크라노손은 중간계 포탈을 찾고 있었다.
찾고 있던 것이 파괴되었다.
분노할 가능성이 있었고 그 대상은 수혁과 연중이 될 확률이 높았다.
“하, 포탈이 사라졌다고?”
크라노손이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반문했다.
“네.”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잖아…….”
크라노손은 매우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퀘스트 ‘크라노손의 호기심’을 완료하셨습니다.]
그리고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계속해서 크라노손을 주시했다.
“그런데.”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크라노손의 표정에 다시 호기심이 나타났다.
“너 인간 맞지?”
“……?”
수혁은 너무나도 뜬금없는 물음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네, 인간입니다.”
일단 수혁은 물음에 답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친근한 느낌이 들지?”
크라노손은 수혁의 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자주 본 것도 아닌데 인간인 수혁에게서 너무나도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수혁은 크라노손의 중얼거림에 의아해했다.
‘……!’
그러다 문득 아르헨의 반지 옵션이 떠올랐다.
‘설마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통역 마법을 왜 거창하게 풀어 설명했나 싶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친근감까지 느끼게 하는 건가?’
말을 알아듣는 것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해 다르다.
첫 번째 옵션 ‘모든 종족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단순한 통역 마법이 아니었다.
‘대박 옵션이었구나.’
별것 아니라 생각했다.
두 번째 옵션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첫 번째 옵션 역시 대박이었다.
“저기 말이야.”
크라노손이 말했다.
“네.”
수혁은 크라노손의 말에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내가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
크라노손의 말에 수혁은 생각했다.
‘퀘스트!’
부탁=퀘스트!
판게아의 공식이었다.
“이건 너희들만 할 수 있는 일이야.”
크라노손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꼭 해주었으면 해.”
* * *
“호오.”
장경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바로 메인 퀘스트 받았네?”
탄성을 내뱉은 이유, 그것은 바로 수혁이 10마계의 메인 퀘스트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밀레타 마족들 성격이랑 아르헨의 반지 효과 때문인가.”
장경우는 말끝을 흐리며 옆에 있는 모니터를 보았다.
“역시 오래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지…….”
그곳에는 사냥왕의 정보가 떠 있었다.
수혁과 달리 사냥왕은 메인 퀘스트는커녕 일반 퀘스트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애초에 싸움만 하고 다니니 퀘스트가 가능할 리 없었다.
“키라드 마족들을 너무 호전적으로 만들었나?”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은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과 비교해 매우 호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사냥왕이 퀘스트를 시작하지 못한 데에는 키라드 마족들의 성격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스윽
장경우는 다시 시선을 돌려 수혁의 정보가 나와 있는 모니터를 보았다.
“친구랑 같이 있으니 책에 시선을 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
수혁 혼자 10마계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었다.
친구인 연중과 함께하고 있었다.
연중과 함께이니 아마도 마계의 도서관에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걸리려나?”
과연 수혁이 메인 퀘스트의 끝, 11마계로 넘어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장경우는 곰곰이 생각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빨라도 금요일이네.”
메인 퀘스트 중 몇몇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그런 퀘스트들을 생각하면 바로바로 퀘스트들을 완료한다고 해도 금요일이 될 것이었다.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되니 마계에서 복귀할 수도 있고.”
이틀 뒤 목요일 중간계에서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메인 에피소드 때문에 10마계의 메인 퀘스트 진행을 잠시 멈추고 중간계로 복귀할 수도 있다.
“수혁이 가져가려나?”
장경우는 마지막 메인 퀘스트에서 얻을 수 있는 신 등급 장비 레시피 상자를 떠올렸다.
“어떤 레시피가 나오려나?”
과연 상자에서는 어떤 레시피가 나올까?
* * *
수혁과 연중은 유령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이쪽 방향으로 쭉 가면 될 것 같은데?”
조수석에 탄 채 지도를 보고 있던 수혁은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현재 수혁이 보고 있는 지도는 크라노손의 퀘스트를 수락하며 받은 10마계의 지도였다.
연중은 수혁의 손가락이 향하고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어 달렸다.
[아엘의 뼈무덤에 입장하셨습니다.]
곧 수혁과 연중은 목적지 아엘의 뼈무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스켈레톤이 있는 곳이지?”
“응,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의 자식을 소환했다.
어둠의 자식이 소환되자 연중은 속도를 올려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수많은 스켈레톤들이 있었다.
어둠의 자식들은 살아있는 수혁과 연중을 느끼고 다가오는 스켈레톤들에게 진정한 죽음을 선물했다.
-스켈레톤의 두개골 3개
-스켈레톤의 두개골 4개
-스켈레톤의 두개골 5개
수혁은 계속해서 갱신되는 드랍 창을 보며 퀘스트 창을 열어 크라노손에게 받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크라노손의 부탁>
크라노손은 어느 날 우연히 다른 세계로 이어진 포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10마계를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포탈의 수는 총 3개.
첫 번째 포탈은 크라노손이 아예 가지 못하는 지역에 있고, 두 번째 포탈은 금지 ‘발록의 사원’에 있으며, 세 번째 포탈은 금지 ‘불의 들판’에 있다.
하지만 금지 ‘불의 들판’의 포탈은 파괴가 된 상황.
크라노손은 금지 ‘발록의 사원’에 있는 포탈을 이용해 다른 세계로 갈 생각이다.
그러나 금지가 괜히 금지가 된 게 아니다.
‘발록의 사원’에 가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들이 필요하다.
크라노손은 당신이 그 재료들을 남들 몰래 구해주길 원하고 있다.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 도시 ‘아밀레타’에서 크라노손을 찾아라!
[스켈레톤의 두개골 : 0 / 200]
[듀라한의 갑옷 : 0 / 30]
[데스 웜의 심장 : 0 / 50]
[카르누스의 혓바닥 : 40 / 40]
[드레이크의 발톱 : 0 / 100]
[익스모레스의 날개 : 0 / 50]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취소 시 크라노손의 증표가 소멸됩니다.
크라노손이 준 퀘스트는 10마계의 몬스터들을 잡아 재료들을 구해가는 것이었다.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종류만 20가지가 넘었다.
이곳 아엘의 뼈무덤에서 구해야 하는 재료는 스켈레톤의 두개골.
‘200개니까 총 400개…….’
퀘스트 완료 조건은 200개였지만 그 2배인 400개를 구해야 한다.
연중 역시 퀘스트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연중이 퀘스트를 받아 구해야 할 아이템이 2배로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크라노손이 언급한 수가 2배였다.
연중이 받지 않았다면 완료 조건이 2배로 증가했을 것이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아론의 일기』를 꺼냈다.
아이템을 구해야 하는 퀘스트지만 수혁이 직접 할 일은 없었다.
몬스터를 잡는 것은 어둠의 자식들이 하고 마차를 모는 것은 연중이 하겠다고 하였으며, 드랍 된 아이템들은 드랍 창에 차곡차곡 쌓인다.
수혁은 『아론의 일기』를 펼쳤다.
그리고 퀘스트 ‘아르헨의 반지2’를 완료하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