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195화 (195/553)

# 195

제195화

193.

“중간계면?”

수혁의 말에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아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손으로 상급 마족을 중간계에 소환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연중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도 너랑 같아.”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만약 중간계랑 연결된 거라면 막아야지.”

그렇게 크라노손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수혁은 『아론의 일기』에 집중했다.

[참수의 묘지에 입장하셨습니다.]

이내 수혁과 연중은 듀라한이 서식하는 ‘참수의 묘지’에 도착했다.

“수혁아, 다 왔어.”

한참 집중하고 있던 수혁은 연중의 말에 드랍 창을 확인했다.

-스켈레톤의 두개골 29개

-스켈레톤의 정강이뼈 9개

참수의 묘지에 오며 잡은 스켈레톤의 수는 적지 않았고 드랍 창에는 두개골과 정강이뼈가 가득했다.

이제 이곳에서 듀라한이 드랍하는 아이템들을 쌓아야 하기에 수혁은 확인을 눌러 아이템들을 습득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그리고 지속 시간이 20분인 어둠의 자식들을 재차 소환했다.

“출발할게.”

“응.”

어둠의 자식들이 새로 소환되자 연중이 말했고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연중이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수혁은 책에 집중했다.

* * *

다다다다다닥!

일단의 무리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선두로 달리는 인원이 셋이었고 그 뒤를 따르는 인원이 열이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이었다.

“인간 새끼들 때문에 이게 무슨…….”

“어디서 나타난 거야?”

“거기밖에 없지.”

선두에서 달리던 상급 마족 오넨과 케피, 호에스가 대화를 나눴다.

“이제 곧 오웬이네.”

“오웬에 중급 마족 하나 있지 않나? 그 인간들 잡지 않았을까?”

“마을 일곱 곳을 몰살시킨 녀석들이야. 우리라면 모를까 중급 마족이? 택도 없지.”

오넨을 포함한 13명의 마족들은 지금 마을 ‘오웬’으로 가고 있었다.

쫓고 있는 인간들의 흔적이 오웬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인간 녀석들 빨리 잡아야 돼.”

오넨이 말했다.

“키라드 님 심기 많이 불편하셔?”

케피가 조심스레 물었다.

“응, 큰일을 앞두고 있잖아.”

오넨이 답했다.

현재 키라드 파벌은 거사를 앞두고 있었다.

운명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거사를 말이다.

“……!”

바로 그때 선두에서 달리던 오넨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멈추라는 신호였다.

오넨의 신호에 케피, 호에스 그리고 뒤에서 따라오던 중급 마족들이 일제히 멈췄다.

“왜 그래?”

호에스가 물었다.

스윽

오넨은 말없이 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

호에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전방을 보았다.

“……!”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웬 아니야?”

문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마을 ‘오웬’이라는 점이었다.

“인간 녀석들!”

오넨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 *

“휴식은 1시간! 이따 보자.”

사냥왕은 레아와 윤진에게 말하며 로그아웃했다.

캡슐에서 나온 오재용은 책상에 있는 벨을 누르며 의자에 앉았다.

똑똑

얼마 뒤 윤명석이 노크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부탁드릴 게 있어요. 골드 매입 좀 해주세요.”

“얼마나 매입을 할까요?”

“음…….”

오재용은 윤명석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4천만까지는 안 갈 것 같은데.’

야리온의 분노 경매에 4천만 골드를 투자했던 이유는 첫 전설 등급이라 유저들의 관심이 어마어마했고, 무기였으며 착용 제한도 없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해 경쟁 상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경매에 올라오는 알칸디움 갑옷 하의는 야리온의 분노 때와 많이 달랐다.

일단 처음이 아니기에 유저들의 관심이 야리온의 분노 때보다 덜했다. 거기다 착용 제한 역시 전사로 직업 제한이 있었고 힘이 무려 3천이나 필요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3천만 정도는 준비해야지.’

생각을 마친 오재용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윤명석에게 말했다.

“3천만 골드까지 매입해주세요.”

“언제까지 준비할까요?”

“토요일 점심까지요.”

경매는 수요일 오후 8시에 시작되어 토요일 오후 8시에 끝난다.

“알겠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네.”

“그럼.”

윤명석은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오재용은 윤명석이 나가자 컴퓨터를 켜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연중의 마당을 확인했다.

‘없네.’

새로 올라온 글은 없었다.

알칸디움 갑옷 하의의 새로운 정보를 기대하고 있던 오재용은 아쉬운 표정으로 이어 이메일을 확인했다.

현재 제왕 길드에서는 수많은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진행 상황은 오재용의 이메일로 차곡차곡 보고되고 있었다.

역시나 수많은 메일들이 와 있었다.

“수혁…… 수혁…….”

오재용은 메일을 보며 수혁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내 수혁에 대한 보고 메일을 찾은 오재용은 기대하며 메일을 열었다.

“…….”

그러나 메일 내용을 본 오재용은 미간을 찌푸렸다.

메일의 내용은 짧았다.

연락 중이라는 내용이 끝이었다.

“하…….”

오재용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연락 중이라는 말만 도대체 몇 번째야?”

수혁에 대한 보고 메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보고 메일은 왔었고 전부 연락 중이라는 말만 쓰여 있었다.

“끙,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은데.”

* * *

이내 책을 다 읽은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했다.

-듀라한의 갑옷 68개

-듀라한의 혼 5개

퀘스트에 필요한 듀라한의 갑옷은 30개였다.

연중의 것을 포함해 60개.

“연중아 교환.”

수혁은 아이템을 습득 후 연중에게 교환을 걸었다.

연중은 고삐를 당겨 마차를 세운 뒤 교환을 받았고 수혁은 갑옷 30개를 넘겨주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음. 한번 보자.”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수혁아.”

지도를 펼치자마자 연중이 수혁을 불렀다.

“응?”

“혹시 마을은 안 가볼 거야?”

10마계에도 도시와 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지도에는 그 도시와 마을들이 전부 표시되어 있었다.

거기다 크라노손은 수혁과 연중이 마족들을 만날 때를 대비해 증표를 주었다.

증표만 보여준다면 인간이라 하더라도 마족들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크라노손이 말했다.

즉, 마족들과의 다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가고 싶어?”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응, 솔직히 좀 가고 싶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해.”

마계에 도시와 마을이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던 연중이었다.

연중은 도시와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너는 안 궁금해? 도시나 마을이 있다는 건 도서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

수혁은 이어진 연중의 말에 놀랐다.

‘그러고 보니…….’

도시와 마을이 있는데 도서관이 없을 리 없다.

‘아니지, 있어 봤자지…….’

하지만 이어 든 생각에 수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마족어를 읽지 못하는데…….’

도서관이 있어 봤자였다.

마족들의 도서관이고 책은 마족들의 언어로 쓰여 있을 것이다.

즉, 도서관에 간다고 해도 읽을 수 없다.

‘그래도 연중이가 가고 싶어 하니까.’

수혁은 지도를 보았다.

‘제일 가까운 마을은 여긴데…….’

가장 가까운 마을의 위치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근처의 몬스터들이 필요가 없네.’

마을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이 퀘스트에 필요한 아이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로 가는 게 낫겠다.’

수혁은 조금 더 멀기는 하지만 근처에 잡아야 할 몬스터가 있는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쪽으로 가서 아이템 구하고 여기 가자.”

목적지를 정한 수혁은 연중에게 설명했다.

“오케이!”

연중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출발할게!”

그리고 수혁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수혁은 지도를 넣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수혁은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 저기 마을 아니야?”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연중의 말 때문이었다.

“마을?”

수혁은 고개를 들었다.

“어, 저기!”

그리고 연중이 말한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없었는데?’

수혁은 당황했다.

방금 전 지도를 보았을 때에는 마을이 없었다.

혹시나 잘못 본 것일까 싶어 수혁은 다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없는데?’

하지만 지도에는 전방에 있는 마을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참수의 묘지는 물론 맞닿은 지역에도 마을은 없었다.

‘저긴 뭐야?’

전방에 있는 마을은 무엇일까?

‘너무 작아서 빠진 건가?’

마을의 크기는 매우 작아 보였다.

건물도 10개 정도였다.

마을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라 지도에서 제외가 된 것일까?

‘그래, 그런 거겠지.’

그럴 가능성이 상당했다.

“가볼까?”

연중이 물었다.

수혁은 연중을 보았다.

연중의 눈빛은 매우 초롱초롱했다.

“그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본 수혁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어차피 가는 길이었다.

“오케이!”

연중은 수혁의 답에 활짝 웃으며 마을로 향했다.

* * *

“형님,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겁니까?”

키라드 파벌의 마족 에코스가 말했다.

현재 에코스를 포함해 키라드 파벌의 몇몇 마족들은 아밀레타 파벌 지역에 잠입해 있었다.

“하루하루가 쫄린다니까요?”

“이러다 들키면…….”

“아밀레타 쪽 상급 마족들이 찾아올 테고.”

“개죽음을 당하겠죠.”

에코스와 레이놈, 엘렉타, 아이고스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이어서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잠입한 마족들의 수장 후니에스가 말했다.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될 거니까.”

후니에스는 전쟁 생각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미 1주 전부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말했던 후니에스였다.

“그 말 저번 주에도 하셨잖아요.”

“도대체 왜 전쟁 시작을 안 하는 겁니까?”

“뭐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그냥 바로 시작해버리죠!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는 건 기정사실 아닙니까?”

에코스를 포함한 마족들은 후니에스의 말에도 진정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형님!”

거칠게 문이 열리며 오니앙이 들어왔다.

“밖에!”

오니앙의 외침에 후니에스는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후니에스는 오니앙에게 물었다.

“인간이 왔습니다!”

“……?”

이어진 오니앙의 말에 후니에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 중간계에 있는 그 인간?”

“네, 둘이요!”

“…….”

후니에스는 물론 자리에 있던 마족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곳 마계에 인간이 나타났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빨리 가서 죽여버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니에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떻게 인간들이 이곳에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괜히 인간들 때문에 시선을 끌 수도 있다.

“그게…….”

오니앙은 말끝을 흐리며 문 쪽을 힐끔 보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인간 녀석들이 크라노손의 증표를 가지고 있어요.”

“……크라노손의 증표?”

“예, 아무래도 크라노손이 보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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