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
제196화
194.
후니에스는 오니앙의 말에 생각했다.
‘크라노손이?’
당황스러웠다.
‘마족도 아니고?’
증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 크라노손이 보낸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어째서 마족이 아닌 인간을 보낸 것일까?
“어떻게 하실 거예요?”
에코스가 물었다.
레이놈, 엘렉타, 아이고스 그리고 오니앙은 후니에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후니에스는 생각을 끝내고 말했다.
“……죽여야지.”
크라노손의 증표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도 죽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크라노손의 증표를 가지고 있다?
죽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막내야, 그 인간들 강해 보이냐?”
후니에스의 말에 에코스가 오니앙에게 물었다.
“네? 그렇게 강해 보이지는 않던데요?”
“그래?”
오니앙의 답에 에코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에코스는 후니에스에게 말하고 오니앙을 지나쳐 밖으로 향했다.
후니에스는 에코스가 나가고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원래는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헤헤,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다른 애들한테도 전하겠습니다!”
후니에스의 말에 마족들이 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
“……!”
약속이라도 한 듯 후니에스를 포함한 집 안 모든 마족들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마족들이 놀란 이유.
“형님, 에코스의 기운이…….”
“아무래도 인간들에게…….”
인간들을 잡으러 나갔던 에코스의 기운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기운이 사라졌음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죽음이었다.
‘에코스가 이렇게 빨리?’
마을에 있는 마족들 중 후니에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마족이 에코스였다.
스윽
후니에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보통 인간들이 아닌 것 같…….”
하지만 말을 다 하기도 전 후니에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입을 다문 후니에스의 표정에는 경악이 가득했다.
‘이 무슨……!’
에코스의 기운이 사라진 곳에서 엄청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쾅!
이내 후니에스는 듣고 볼 수 있었다.
‘헬 파이어!’
굉음과 함께 벽을 태우며 등장한 헬 파이어를.
‘버틸 수 있나?’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헬 파이어를 보며 후니에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망할.’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먼저 헬 파이어를 접한 마족들이 그대로 사라졌다.
2초도 버티지 못했다.
‘상급의 육체만 이루었어도…….’
후니에스는 이를 악물었다.
능력은 이미 상급을 이루었지만 육체가 아직 중급이었다.
상급의 육체만 이루었어도 헬 파이어를 버텼을 것인데 상급의 육체를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이내 헬 파이어가 다가왔다.
후니에스는 그리고 또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상급도 안 되겠군.’
상급의 육체를 이루었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생각은 끝났다.
헬 파이어는 후니에스를 집어삼켰고 후니에스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 * *
“파이어 스톰, 포이즌 스톰, 헬 파이어,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마을에 있는 각 집들을 향해 범위 마법을 시전한 수혁은 마지막으로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한 뒤 메시지를 보았다.
[크라노손의 증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상한 마을에 입장하셨습니다.]
[퀘스트 ‘첩자들’이 생성되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온 후 마족에게 크라노손의 증표를 보여주었을 때 나타난 메시지였다.
-중급 마족의 영혼석
-중급 마족의 영혼석 2개
드랍 창이 갱신되기 시작했고 메시지를 보고 있던 수혁은 이어 퀘스트를 확인했다.
<첩자들>
이곳은 아밀레타 파벌의 반대 파벌인 키라드 파벌의 첩자들이 세운 마을이다.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을 전부 죽이고 비밀 지령을 획득하라!
[마족 : 4 / 11]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아밀레타, 비밀 지령
지도에 이곳이 나와 있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정식 마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연중이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수혁은 연중의 중얼거림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들이 불에 타 무너지거나 독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됐다. 수혁아.”
이내 연중이 말했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바로 퀘스트를 완료했고 메시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퀘스트 ‘첩자들’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아밀레타’가 생성되었습니다.]
[비밀 지령을 획득합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곧바로 퀘스트 ‘아밀레타’를 확인했다.
<아밀레타>
최상급 마족 아밀레타가 다스리는 도시 ‘아밀레타’.
비밀 지령을 아밀레타에 있는 아밀레타에게 전해라!
(크라노손의 증표를 통해 아밀레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밀 지령 : 1 / 1]
퀘스트 보상 : 퀘스트 – 전쟁
“호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전쟁?’
이번 연계 퀘스트의 보상 역시 연계 퀘스트였다.
퀘스트 명은 ‘전쟁’.
여기서 말하는 전쟁은 키라드 파벌 마족들과의 전쟁이 분명했다.
“와, 퀘스트 봤어?”
수혁과 마찬가지로 연중이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어.”
“이거 완전 재미난 냄새 나지 않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쉬워하던 연중의 표정에는 현재 아쉬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흥분이 가득했다.
‘하긴…….’
연중처럼 흥분까지는 아니지만 수혁 역시 흥미가 돋았다.
‘아밀레타라…….’
최상급 마족이자 10마계를 지배하고 있는 두 지배자 중 하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어떻게 생겼을까.’
아밀레타의 생김새를 궁금해하며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일단 가자.”
그리고 유령 마차를 소환했다.
모든 건물이 무너졌고 모든 마족들이 죽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연중이 먼저 올라 기수 자리에 앉았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수혁은 연중의 말에 피식 웃으며 조수석에 앉았고 연중은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 * *
“그래, 그런데 올라온 이유가 뭐야?”
“스승님, 특등급 유저들 보안 등급 좀 내려 주시면 안 될까요?”
“왜?”
장경우는 양주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
양주혁은 장경우의 반문에 탄성을 내뱉으며 말끝을 흐렸다.
마땅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곧이어 말했다.
“궁금해서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조절도 하고…….”
“안 돼.”
장경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만간 모든 유저들의 정보 등급도 최상으로 올릴 거다.”
“예?”
양주혁은 크게 놀랐다.
특등급 유저들의 보안 등급을 내리기 위해 왔는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너는 믿지.”
장경우는 양주혁에게 말했다.
“그런데 다른 녀석들이 문제를 일으키더라고.”
얼마 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설마 정보를 판 겁니까?”
양주혁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랭커들 혹은 유망한 유저들의 정보를 제왕 그룹, 현성 그룹 등에 팔았더구나.”
“…….”
장경우의 말에 양주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운영자는 양주혁과 장율 둘만이 아니다.
양주혁과 장율은 총괄이고 둘 밑에는 수많은 운영자들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양주혁은 이내 답했다.
장경우는 싱긋 웃었고 양주혁은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띠링!
양주혁이 나가고 알림 소리가 들렸다.
장경우는 왼쪽 모니터를 보았다.
“오? 드디어?”
모니터를 본 장경우는 활짝 웃었다.
“과연 얼마나 버틸까?
* * *
“힐! 힐 줘!”
윤진이 다급히 외쳤다.
“…….”
그러나 뒤쪽에서는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익!”
윤진은 마족의 손톱을 후려치고 재빨리 뒤로 빠지며 레아가 있는 자리를 보았다.
“……!”
그리고 윤진은 레아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몇 마리나 온 거야!’
사냥왕이 상대하는 마족이 셋, 윤진이 상대하는 마족이 둘이었다.
그런데 레아의 시체 근처에 마족이 둘이나 있었다.
“야, 뒤에 두 마리 또 있잖아! 이래서 내가 마을 밖에서 로그아웃하자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할 거야!”
윤진은 다시 한 번 날아오는 마족의 손톱을 피하며 외쳤다.
“…….”
사냥왕은 윤진의 말에 답할 수 없었다.
‘망할!’
지금 상황에서 사냥왕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었다.
‘중급 마족이 이렇게 강했나?’
아예 죽이지 못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사냥왕이 둘, 윤진이 하나를 죽였다.
그러나 겨우 셋이 죽었을 뿐이다.
아직 일곱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어디선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그러자 사냥왕과 윤진을 몰아치던 중급 마족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사냥왕은 힐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사냥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상급 마족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셋이나 되었다.
“로그아웃할 수 있겠어?”
사냥왕이 윤진에게 물었다.
“패치돼서 1분으로 늘어났잖아. 녀석들이 가만히 있어 줄까?”
얼마 전 패치로 인해 전투 중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1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과연 1분 동안 마족들이 가만히 있을까?
“해 봐! 만에 하나 걸리면 내가 끌어볼 테니까.”
“그럼 넌?”
사냥왕의 답에 윤진이 물었다.
“…….”
그러나 사냥왕은 답하지 않았다.
“죽을 생각이야?”
“어차피 걸리면 하나는 죽어야 돼.”
“야, 그럼 내가 죽어야지!”
“네가 1분 버틸 수 있겠냐! 그리고 어차피 생명의 가호가 있으니까 죽어도 돼. 시작해!”
사냥왕은 윤진에게 말하며 로그아웃을 시작했다.
그리고 윤진 역시 로그아웃을 시작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이내 상급 마족들이 도착했고 그중 가운데에 있던 상급 마족이 입을 열었다.
레아가 죽어 통역 마법을 받을 수 없는 지금 사냥왕은 상급 마족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상급 마족이 손을 휘두르더니 검은 덩어리 2개가 사냥왕과 윤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망할!’
사냥왕은 이를 악물며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은 덩어리를 피하고 윤진에게 날아가는 검은 덩어리를 향해 야리온의 분노를 휘두르며 외쳤다.
“호우갈의 가호!”
[호우갈의 가호를 받습니다.]
[10초간 물리 공격으로 마법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스악
야리온의 분노 검신에 푸른빛이 서렸고 그대로 검은 덩어리를 갈랐다.
갈라진 검은 덩어리는 그대로 소멸이 되었다.
‘개 같은…….’
공격은 막았지만 로그아웃이 취소된 사냥왕은 짜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상급 마족을 노려보았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그러자 상급 마족이 무어라 또 중얼거렸다.
‘빨리…….’
사냥왕은 상급 마족을 향해 검을 겨누며 윤진의 로그아웃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스악!
이내 윤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성공적으로 로그아웃한 것이다.
그나마 한 명이라도 로그아웃을 성공했다는 사실에 사냥왕은 씨익 웃었다.
그러나 사냥왕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스악
검은 덩어리를 날렸던 상급 마족이 자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라진 상급 마족이 다시 나타난 곳은 사냥왕의 앞이었다.
사냥왕은 반사적으로 상급 마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상급 마족의 공격이 더욱 빨랐다.
퍽!
상급 마족의 주먹이 사냥왕의 가슴을 강타했고 사냥왕은 그대로 날아갔다.
뒤로 날아가며 사냥왕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10%나 깎였다고?’
70%였던 생명력이 공격 한 번에 60%가 되어 있었다.
쾅!
이내 벽에 부딪혀 땅으로 내려온 사냥왕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준이 달라.’
이미 중간계에서 상급 마족의 강함을 겪어보았다.
당연히 상급이라고 다 같은 수준은 아니겠지만 10마계의 상급 마족은 중간계에서 겪은 상급 마족과 너무나도 차이가 났다.
‘이걸 어떻게 잡아야 하나…….’
사냥왕은 착잡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급 마족을 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