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
제199화
197.
-20분만 일찍 볼까?
연중의 말에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그럼 지금?”
-응! 혹시 안 돼?
“가능하지. 지금 들어갈게.”
수혁은 연중과의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곧장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어둠의 자식을 시전하고 연중이 접속하길 기다렸다.
어둠의 자식을 소환한 후 20초도 지나지 않아 연중이 접속했다.
“가자.”
수혁은 유령 마차를 소환하고 조수석에 올랐다.
그리고 연중은 기수 자리에 올라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가면 되지?”
마차를 몰며 연중이 물었다.
“응.”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아론의 일기』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연중은 운전을, 수혁은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어둠의 자식들을 재소환했다.
그렇게 각자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이런 상황은 점심을 먹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데스 웜의 심장 108개
“연중아, 교환.”
드랍 창을 확인한 수혁은 심장이 다 모였다는 것을 깨닫고 확인을 눌러 습득 후 연중에게 심장 50개를 넘겨주었다.
“이제 하나 남았네?”
연중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아이템을 모은 결과, 퀘스트 완료까지 남은 아이템은 단 하나였다.
“응, 이제 레리카의 뿔 50개만 구하면 끝이야.”
“어디로 가면 돼?”
연중이 물었다.
“음.”
수혁은 지도를 펼쳐 방향을 확인했다.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
“이거 모으고 바로 갈 거지?”
“어, 근처에 도시 있으니까 거기 워프 게이트 타고 바로 가자.”
레리카가 서식하고 있는 지역 근처에는 도시가 있었다.
마을이라면 모를까 도시에 워프 게이트가 없을 리 없다.
수혁과 연중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바로 아밀레타에 갈 생각이었다.
[레리카의 숲에 입장하셨습니다.]
그렇게 수혁과 연중은 마지막 아이템 레리카의 뿔을 얻을 수 있는 레리카의 숲에 도착했다.
물론 도착했다고 연중이 마차를 멈추지는 않았다.
연중은 계속해서 나무 사이로 마차를 몰며 이동했고 어둠의 자식들은 레리카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 * *
“도시를 치겠다고?”
발록 타르망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내가 널 불렀지.”
타르망의 물음에 돌겐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마을에 쳐들어가는 것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그러나 도시는 아니다.
상급 마족 한둘이 있으면 모를까 혼자 도시에 쳐들어갔다가는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할래? 같이 갈래?”
돌겐이 물었다.
“…….”
타르망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도시라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도시 파괴는 마을을 파괴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을 줄 것이다.
거기다 상급 마족과의 전투 역시 엄청난 쾌감을 선물해 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위험부담이 커.’
하지만 너무나도 위험했다.
“너 안 가면 엘로타 부르고.”
타르망이 답이 없자 돌겐이 이어 말했다.
“엘로타도 불러서 같이 가는 건 어때?”
고민하고 있던 타르망은 돌겐의 말에 되물었다.
엘로타까지 온다면?
위험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이었다.
“에휴, 겁쟁이 녀석. 알았다. 알았어.”
돌겐은 한숨을 내뱉으며 허리춤에 달려 있던 돌들 중 빨간색 돌을 집었다.
그리고 기운을 불어넣었다.
스아악
그러자 돌에서 밝은 빛과 함께 음성이 들려왔다.
-뭡니까?
“지금 내가 알려주는 좌표로 워프해.”
-왜요?
“도시를 칠 거다.”
-도시요?
“그래.”
-불러주십쇼.
* * *
-레리카의 뿔 52개
한동안 책을 읽던 수혁은 드랍 창을 확인하고 지도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지도를 보며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연중아, 이제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
“다 모았어?”
“응.”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수혁은 레리카의 뿔 25개를 넘겨주었다.
“에카임 평야 도착하면 말해줘.”
“오케이!”
수혁의 말에 연중은 곧장 수혁이 알려준 방향으로 마차를 몰았다.
‘도시는 어떻게 생겼을까?’
연중은 마차를 몰며 도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마을은 가보았지만 도시는 처음이었다.
과연 마족들의 도시는 어떨까?
마을과 얼마나 다를까?
[에카임 평야에 입장하셨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마차를 몰던 연중은 메시지를 보고 마차를 세운 뒤 수혁을 불렀다.
“수혁아?”
“어.”
“도착했어.”
“그래?”
수혁은 연중의 말에 반문하며 지도를 꺼냈다.
그리고 연중에게 방향을 알려 준 뒤 다시 책을 펼쳤다.
연중은 수혁이 알려준 방향으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이제 곧 도시에 도착하기 때문일까?
연중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시다!’
이내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연중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중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지? 무슨 일 생겼나?’
도시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중은 다시 마차를 세웠다.
“수혁아?”
“응?”
“저기…….”
수혁이 답하자 연중은 손가락으로 도시를 가리키며 말끝을 흐렸다.
연중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돌려 전방을 보았고 연중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저건?”
“무슨 일 난 것 같지?”
“어, 무슨 일 난…….”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말을 멈췄다.
‘발록?’
* * *
도시 ‘에브라탐’.
“발록들이?”
에브라탐을 관리하는 상급 마족 데헬른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 현재 서문에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3분이면 성문이 뚫릴 것 같습니다.”
데헬른의 반문에 중급 마족 오톨이 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상급 마족 에켈라테가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북문에 발록이!”
“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데헬른은 에켈라테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북문에도?”
“예? 북문에도 라뇨?”
에켈라테는 데헬른의 반문에 반문으로 답했다.
바로 그때였다.
다다닥!
열린 문을 통해 중급 마족 오닐레가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남문에 발록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두타르 님이 막고 계십니다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데헬른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셋이나?’
서문, 북문, 남문.
한 발록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필 지금…….’
에브라탐에 머물고 있던 대부분의 상급 마족들은 현재 도시 ‘아일롬’에 가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에켈라테, 지금 당장 남문으로 가 두타르를 도와. 가는 길에 오니멜, 아루타한테 서문으로 가라고 말하고.”
생각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다.
데헬른은 정신을 차리고 에켈라테에게 말했다.
“옙!”
에켈라테는 곧장 방에서 나갔다.
“오톨, 오닐레.”
데헬른은 에켈라테가 나가고 오톨과 오닐레를 불렀다.
“너희는 각자 남쪽, 서쪽에 있는 하급 마족들을 대피시켜.”
“그럼 북문은…….”
오톨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발록들이 나타난 곳은 서문, 북문, 남문 세 곳이었다.
“내가 간다.”
데헬른의 말에 오톨과 오닐레는 곧장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데헬른은 서랍을 열어 수정구를 꺼내 마기를 주입했다.
스아악
수정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얼마 뒤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발록들이 나타났다. 수는 총 셋. 아밀레타 님께 급히 전해드려.”
-헉! 알겠습니다!
데헬른은 수정구로 주입하던 마기를 끊었다.
그리고 서랍에 다시 수정구를 넣고 방을 나서 북문으로 향했다.
“버텨야 해!”
“조금만 버텨!”
북문에 도착한 데헬른은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중급 마족들과.
쾅! 쾅!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는 결계를 볼 수 있었다.
결계에는 금이 쩍쩍 가 있었다.
곧 파괴될 것 같았다.
데헬른은 바로 성문을 지나쳤다.
그리고 결계를 두들기고 있는 발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정도 투기면 혼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겠어.’
보통 발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상급 마족 셋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결계를 두들기는 발록의 투기는 그 ‘보통’보다 약했고 데헬른은 상급 마족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했다.
이길 수는 없겠지만 지원군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데헬른은 바로 발록에게 달려들었다.
휙!
결계를 후려치던 발록은 데헬른의 공격에 뒤로 물러났다.
“크하핫! 드디어 나타났구나!”
발록은 데헬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엘로타 라고 한다!”
“안 물어봤다.”
데헬른은 엘로타에게 다시 발차기를 날렸다. 엘로타는 아까와 달리 피하지 않았다.
팔을 들어 데헬른의 발을 막았다.
쾅!
굉음이 터져 나왔고 엘로타는 활짝 웃으며 주먹을 날렸다.
엘로타의 주먹에는 넘실넘실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맞으면 위험!’
붉은 기운을 본 데헬른은 막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대각선으로 물러나며 주먹을 피했다.
후웅!
바람 찢기는 소리와 함께 엘로타의 주먹을 감돌던 붉은 기운이 그대로 빠져나가 결계를 후려쳤다.
쾅!
결계가 크게 흔들렸다.
‘이런!’
데헬른은 미간을 찌푸렸다.
붉은 기운이 날아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피하면 결계가 박살 날 텐데 계속 피할 거야?”
엘로타가 씨익 웃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엘로타의 주먹에는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막으면 안 된다.
애초에 버티는 것은 공격을 피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결계가 깨지는 것도 안 된다.
결계가 깨지면 복구하는 것도 복구하는 것이지만, 엘로타가 성벽 안으로 들어가 학살을 일으킬 것이었다.
“망할!”
데헬른은 욕을 내뱉으며 엘로타의 주먹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쾅!
굉음과 함께 엘로타는 두 걸음 물러났고 데헬른은 뒤로 날아가 결계를 지나쳐 성문에 부딪혔다.
‘좋지 않아.’
데헬른은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의 충돌로 예상했던 것 이상의 데미지를 받았다.
“결계 안에 있을 거야?”
엘로타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데헬른은 엘로타가 주먹을 들자 결계 밖으로 나와 다시 한 번 엘로타와 격돌했다.
쾅!
상황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데헬른에게 더욱 안 좋아졌다.
데헬른은 똑같이 성벽에 날아가 부딪혔지만 엘로타는 두 걸음이 아닌 한 걸음만 물러났을 뿐이다.
‘지원군은 언제…….’
도대체 지원군은 언제쯤 올까?
“이봐, 빨리 나와! 결계 부서진다?”
엘로타가 주먹을 든 채 외쳤다.
‘망할 새끼.’
데헬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엘로타가 주먹을 휘둘렀고 데헬른은 결계를 지나 붉은 기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쾅!
굉음과 함께 데헬른은 다시 성벽으로 날아갔다.
‘얼마 버티지 못해.’
앞으로 몇 번만 더 부딪히면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빨리 와야 하는데…….’
데헬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크아아악!”
엘로타의 포효가 들려왔다.
고통이 가득 담겨 있는 포효였다.
‘설마!’
지원군이 온 것일까?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데헬른은 고개를 들어 엘로타를 보았다.
“……?”
엘로타를 본 데헬른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불?’
그도 그럴 것이 엘로타가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데헬른은 엘로타를 불태우고 있는 불이 보통 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헬 파이어?’
헬 파이어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