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
제200화
198.
‘누가?’
상급 마족 중에서도 헬 파이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이는 극히 적었다.
누가 온 것일까?
쾅! 쾅! 쾅!
그사이 각종 마법들이 엘로타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엘로타는 거칠게 비명을 내뱉었다.
데헬른은 안도의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누가 지원을 온 것인지 확인했다.
“……!”
그리고 데헬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간?’
* * *
“발록이야!”
연중이 외쳤다.
“헬 파이어.”
수혁은 발록을 향해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불놀이, 파이어 스피어, 다크 스피어, 포이즌 스피어, 포이즌 볼.”
그리고 이어 발록을 향해 계속해서 마법을 시전했다.
“크아아아!”
발록이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발록의 비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포이즌 스피어가 도착하기도 전에 발록이 쓰러졌다.
-발록의 영혼석
-발록의 피
-발록의 뿔
-발록의 힘줄
-투기의 정
발록이 쓰러지며 무수히 많은 아이템이 드랍됐다.
하나같이 고가의 아이템들이었다.
하지만 수혁의 눈에는 드랍 창이 들어오지 않았다.
“연중아, 저쪽으로 와! 블링크!”
수혁은 블링크를 시전해 발록 앞에 서 있는 마족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크라노손의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
증표를 본 마족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짓더니 수혁을 보았고 수혁은 마족에게 물었다.
“발록은 이게 끝입니까?”
“아닙니다. 발록 두 마리가 더 있습니다! 부디 도움을!”
마족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도시 에브라탐으로 쳐들어온 발록들>
도시 에브라탐에 발록 3마리가 쳐들어왔다.
3마리 중 1마리는 당신의 손에 죽음을 맞았다.
남은 발록은 2마리.
상급 마족이자 도시 에브라탐을 관리하는 데헬른은 당신이 그 두 발록을 막아주었으면 한다.
[발록 : 1 / 3]
퀘스트 보상 : ???
그러자 퀘스트가 나타났다.
“알았어요. 어디 있는데요?”
[퀘스트 ‘도시 에브라탐으로 쳐들어온 발록들’을 수락하셨습니다.]
수혁은 퀘스트를 다 읽지도 않고 수락했다.
지금 중요한 건 퀘스트 내용이 아니었다.
‘도서관…….’
도시에는 분명 도서관이 있을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발록들이 도서관을 파괴할 수도 있다.
수혁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제,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데헬른이 앞장서 달리기 시작했다.
“수혁아!”
그리고 때마침 연중이 도착했다.
수혁은 조수석에 오르며 연중에게 말했다.
“저 마족 따라가 줘!”
“오케이!”
연중의 데헬른의 뒤를 따라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발록 사냥이라니!’
파티 상태라 연중 역시 퀘스트 ‘도시 에브라탐으로 쳐들어온 발록들’을 받게 되었다.
발록을 잡아 얻는 경험치도 아이템도 없다.
하지만 연중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애초에 경험치와 아이템은 연중이 거절을 한 것이고.
‘무슨 보상을 줄까?’
보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보통 보상은 아닐 텐데.’
상급 마족이 부탁을 할 정도였다.
발록만 잡아 준다면 엄청난 보상을 줄 것이라 연중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연중은 마차를 몰며 조수석에 앉아 있는 수혁을 보았다.
‘진짜 고맙다.’
마계로 자신을 데려와 준 수혁이 너무나 고마웠다.
쾅!
바로 그때였다.
귓가에 들려오는 폭음에 연중은 전방을 보았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수많은 마족들이 도망을 치고 있었다.
“호오! 한 놈이 더 왔구나!”
이내 무너진 건물에서 발록이 걸어 나왔다.
데헬른의 기운을 느끼고 온 것이 분명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수혁은 어둠의 자식을 소환했다.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에게 명령했다.
“저기 저 발록 새끼만 죽여.”
* * *
“왜 이렇게 약한 거야!”
발록 돌겐은 상급 마족 오니멜과 아루타를 향해 두 주먹을 뻗었다.
돌겐의 두 주먹에는 짙은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붉은 기운들은 각각 오니멜과 아루타에게 날아갔다.
“피하지 마!”
오니멜이 붉은 기운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피하면 안 된다.
뒤에는 아직 대피하지 못한 마족들이 있었다.
“알아!”
아루타 역시 오니멜처럼 붉은 기운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내 오니멜과 아루타는 붉은 기운과 충돌했고.
쾅! 쾅!
굉음과 함께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뒤에 있던 건물을 무너트리고 나서야 날아감을 멈췄다.
“크윽.”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오니멜은 돌겐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이 정도 발록이면 하나가 더 있었다고 해도…….’
발록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상급 마족 셋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돌겐은 강했다.
한 명이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돌겐을 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
스악
돌겐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짜잔!”
자리에서 사라진 돌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오니멜의 바로 앞이었다.
“이 새…….”
오니멜은 돌겐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돌겐의 팔 길이가 더욱 길기 때문인지 오니멜이 먼저 주먹을 뻗었지만 돌겐의 주먹이 먼저 작렬했다.
돌겐의 주먹에 담긴 파괴력은 오니멜이 땅에 박힐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크억!”
오니멜은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것을 보아 죽은 것은 아니었다.
“오니멜!”
아루타는 오니멜의 이름을 외치며 돌겐에게 검을 휘둘렀다.
돌겐은 뒤로 발을 뻗어 아루타의 검을 막았다.
스윽
그리고 뒤로 돌며 반대 발로 아루타를 후려찼다.
아루타는 다시 한 번 허공을 날았고 건물에 부딪혔다.
‘망할…….’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검을 쥐고 있기도 힘들었다.
고개를 들어 돌겐을 노려보던 그때.
“호오! 한 놈이 더 왔구나!”
돌겐이 고개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 기운은!’
그리고 아루타는 익숙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데헬른!’
데헬른의 기운이었다.
‘북문의 발록을 해결한 건가?’
데헬른은 북문의 발록을 막으러 간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데헬른이 왔다는 것은 발록을 해결했다는 뜻이고, 그 말은 지원군이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홀로 발록을 해결했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다행이군…….’
아루타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에도 씨익 웃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긴 했지만 죽은 마족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망할 새끼, 잘 죽…….?’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루타는 이내 시야에 들어온 데헬른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
데헬른과 함께 인간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인간만 보인다는 점이었다.
‘내가 눈이 잘못됐나?’
혹시 돌겐에게 맞아 눈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크악!”
돌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루타는 고개를 돌려 돌겐을 보았다.
“……?”
돌겐을 본 아루타는 다시 한 번 당황을 느꼈다.
‘저건 뭐야?’
검은 무언가들이 돌겐의 몸에 검은 무언가를 박아 넣고 있었다.
‘정령인가?’
쾅! 쾅! 쾅!
그사이 마법들이 돌겐의 몸에 작렬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털썩
돌겐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더 이상 발록들의 기운인 ‘투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뭐야?’
아루타는 돌겐이 죽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음에도 믿기 힘들었다.
방금 전까지 그 어떤 이가 와도 다 박살 낼 것 같은 투기를 풀풀 풍기던 돌겐이었다.
그런 돌겐이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죽었다.
‘도대체…….’
아루타는 힘겹게 다시 고개를 돌려 데헬른 아니, 그 옆에 있는 인간들을 보았다.
‘뭐하는 인간들이지?’
데헬른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돌겐 근처에 있는 검은 무언가들 역시 데헬른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즉, 인간들이 만든 것이 분명한데 뭘 하는 인간들일까?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모든 게 다 궁금했다.
“이쪽입니다!”
데헬른이 외치며 남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존댓말?’
아루타는 또 한 번 당황했다.
데헬른이 누구던가?
상급 마족 중에서도 상, 중, 하로 급을 나눈다면 상에 위치한 이가 바로 데헬른이었다.
50년이면 최상급 마족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앞날이 창창해 몇몇을 제외하고는 존댓말을 아예 하지 않는 데헬른이 인간에게 존댓말을?
‘누구야?’
궁금증이 더욱더 커졌다.
‘이따 알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일까?
본격적으로 고통이 전신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아루타는 눈을 감아 마기를 움직여 몸을 치유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이제 하나!’
발록 한 마리를 추가로 죽였다.
이제 남은 발록은 단 하나였다.
하나만 잡으면 도시 ‘에브라탐’은 안전하다.
쾅! 쾅!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발록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수혁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쾅!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마족 하나가 튕겨 나왔다.
“에켈라테!”
데헬른이 외쳤다.
쾅!
무너진 건물에서 다시 한 번 폭음이 터지며 발록이 걸어 나왔다.
발록의 손아귀에는 마족 하나가 잡혀 있었다.
“호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셋을 동시에 상대할 뻔했어.”
데헬른을 발견한 발록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지.’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발록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마족은 살아있었다.
그래서 공격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헬 파이어든 파이어 스피어든 마족 역시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발록만 노려.”
수혁은 조용히 어둠의 자식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어둠의 자식들은 은밀한 이동을 위해 초급 때처럼 검은 원의 모습으로 주변을 돌아 발록에게 향했다.
“응? 저건 뭐야?”
데헬른을 바라보고 있던 발록이 수혁과 연중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
그리고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 어떻게 여길 온 거야? 허, 말도 안 돼!”
발록은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별미를 즐길 수 있겠어!”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손아귀에 쥐고 있던 마족을 옆으로 던졌다.
데헬른은 잽싸게 움직여 정신을 잃은 채 건물로 날아가던 마족을 받았다.
“헬 파이어!”
수혁 역시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플레임.”
그리고 이어 플레임을 시전했다.
“어?”
발록은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의 몸을 태우기 시작한 헬 파이어와 플레임에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크아아악!”
“매직 미사일, 포이즌 스피어, 포이즌 볼, 다크 스피어.”
수혁은 발록의 비명을 들으며 매직 미사일 등 각종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태껏 그래 왔듯 발록은 곧 죽음을 맞았다.
-발록의 영혼석 3개
-발록의 피 5개
-발록의 뿔 4개
-발록의 힘줄 4개
-투기의 정 2개
수혁은 드랍 창을 보며 발록 3마리가 드랍한 아이템들을 전부 습득했다.
발록 3마리를 전부 잡았다.
이제 끝이다.
더 이상 에브라탐을 위협할 존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혁의 표정에는 여전히 심각함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데헬른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퀘스트 ‘도시 에브라탐으로 쳐들어온 발록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그리고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데헬른에게 말했다.
“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예, 말씀하시지요.”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