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
제202화
200.
“하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부탁이요?”
이미 부탁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던 수혁이었지만 일단은 모르는 척 반문했다.
“예.”
아밀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아무래도 며칠 내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
옆에서 대화를 듣던 데헬른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쟁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밀레타가 말했다.
그리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전쟁>
비밀 지령에는 많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아밀레타는 알 수 있었다.
키라드가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되었는데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아밀레타는 당신이 전쟁을 도와주길 원하고 있다.
당신의 선택은?
[내부정리 : X]
[아일롬으로 : X]
[알린 함락 : X]
[진격 : X]
[마지막 전투 : X]
[추격 : X]
[잔당 처리 : X]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들을 다 깨야 하는 건가.’
완료 조건을 보니 퀘스트들이 분명했다.
“예, 물론입니다.”
수혁은 답을 기다리고 있는 아밀레타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 ‘전쟁’을 수락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 아밀레타가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뭘 먼저 도와드릴까요?”
수혁은 퀘스트를 받기 위해 아밀레타에게 물었다.
“우선 첩자들을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위치는 알려드리겠습니다.”
<내부정리>
비밀 지령에는 키라드 파벌에서 잠입시킨 첩자들이 살고 있는 마을들의 대략적인 위치가 쓰여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아밀레타는 첩자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아밀레타는 당신이 은밀하게 첩자들을 정리해주길 바란다.
첩자들을 정리하고 아밀레타를 만나라!
[수상한 마을 ‘에보라’ : X]
[수상한 마을 ‘오니카트’ : X]
[수상한 마을 ‘올레니엄’ : X]
퀘스트 보상 : ???
아밀레타가 답하자 예상대로 퀘스트 ‘전쟁’의 완료 조건 중 하나인 퀘스트 ‘내부정리’가 나타났다.
“알겠습니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내부정리’를 수락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데헬른, 잠시 종이 좀.”
아밀레타는 수혁의 답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 데헬른에게 말했다.
데헬른은 책상으로 가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그리고 아밀레타는 종이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이내 아밀레타가 종이를 내밀었다.
수혁은 종이를 집었다.
[첩자들의 마을이 표시된 지도를 획득합니다.]
종이에는 첩자들이 세운 마을의 위치가 쓰여 있었다.
정확한 위치가 쓰여 있는 것은 아니었고 마을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만 쓰여 있었다.
‘어라? 여기에 마을이 있어?’
수혁은 조금 당황했다.
‘없었는데?’
갔었던 지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갔던 곳에 있는 건가.’
수혁은 일단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었다.
“이곳들을 정리하신 뒤 절 찾아와 주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아밀레타의 말에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수혁의 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아밀레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탄성을 내뱉으며 수혁과 연중을 한 번씩 본 뒤 이어 말했다.
“도시를 지켜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시를 지켜준 수혁과 연중이었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했다.
“데헬른.”
“예.”
“두 분과 함께 창고에 가서 두 분이 원하시는 것들을 드려. 마음껏.”
창고의 보물이라면 충분히 보답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데헬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아밀레타의 말과 대화를 들은 수혁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 * *
‘수혁이라…….’
아밀레타는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참 신기한 인간이란 말이야.’
수혁은 아밀레타가 알고 있는 인간과는 매우 달랐다.
‘그런 걸 원하다니.’
바로 그때였다.
“아……!”
수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아밀레타가 탄성을 내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그걸 안 물어봤군.”
크라노손이 왜 중간계로 넘어가지 않은 것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에 갈 때 물어보면 되겠지.”
어차피 이제 곧 만나게 될 것이었다.
그때 만나 물어보면 된다.
아밀레타는 수혁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아밀레타는 도시 ‘아밀레타’의 비밀 워프 게이트로 워프했다.
“오셨습니까.”
워프하자마자 아밀레타는 대기를 하고 있던 부관 오랜더를 볼 수 있었다.
“오랜더.”
“예.”
“당장 회의 소집해. 상급 이상 전원.”
* * *
장경우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메인 퀘스트를 또?”
정말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10마계에는 메인 퀘스트가 총 2개 있다.
첫 번째는 10마계에서 11마계로 넘어가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10마계 내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었다.
현재 수혁은 첫 번째 메인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메인 퀘스트까지 시작했다.
“이러면 11마계로 가는 게 느려지겠군.”
전쟁에 시간을 쓰지 않을 리 없다.
분명 시간을 쓸 테고 그만큼 11마계로 넘어가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럼 사냥왕한테도 기회가 있는 건가?”
신 등급 장비 레시피 상자는 첫 번째 메인 퀘스트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냥왕 쪽이 더 편해질 테니.”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현재 사냥왕의 상태에서는 참여를 할 리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참여를 할 수 없다.
참여를 한다고 해도 위치 때문에 키라드 파벌 편에서 참여를 해야 할 텐데 그들과의 사이가 최악인 사냥왕이 아니던가?
사냥왕은 여태껏 그래 왔듯 포탈을 찾아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키라드 파벌이 전쟁에 온 신경을 쏟을 것이기에 사냥왕이 활동하기에는 매우 좋은 상황이 될 것이었다.
* * *
“진짜 너도 참 대단하다.”
연중이 말했다.
“뭐가?”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거기서 그걸 요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아밀레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처음에는 몰랐다.
그러나 수혁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정말 놀랐다.
“이런 거대한 도시의 창고라면 전설 장비, 아니 신등급 장비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뻥 날릴 뻔했잖아.”
아밀레타는 창고에서 원하는 것들을 전부 주겠다고 했다.
도시를 구해준 보답으로.
그러나 수혁은 그 보답 대신 다른 걸 원했다.
결과적으로 아밀레타가 수혁이 원하는 것도 주고 창고에서도 보답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
수혁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해 못 하겠지.’
아밀레타에게서 받은 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갖고 있는지 연중은 말해줘도 모를 것이다.
솔직히 말해 연중에게는 그리 큰 가치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수혁에게나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었다.
저벅!
앞장서 걷던 데헬른이 거대한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창고가 분명했다.
“이곳입니다.”
그리고 데헬른은 뒤로 돌아서서 말했다.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마음껏 가져가셔도 됩니다.”
말을 마친 데헬른은 창고 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스아악!
데헬른의 손이 닿자 문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이내 창고의 문이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문을 연 데헬른이 옆으로 비켜섰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데헬른에게 감사를 표하며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도시 ‘에브라탐’의 보물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3개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3]
입장과 동시에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마음껏 가져가도 된다고 했는데…….’
아밀레타도 그랬고 방금 전 데헬른도 그랬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마음껏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시스템으로 막힐 줄이야.’
그런데 시스템이 그것을 막았다.
메시지가 나타난 건 수혁뿐만이 아니다.
스윽
수혁은 연중을 보았다.
“…….”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활짝 미소를 짓고 있던 연중의 표정에 그늘이 가득했다.
하기야 인벤토리를 꽉 채우려 했던 연중인데 3개만 선택해야 한다니 그늘이 생기지 않을 리 없었다.
수혁은 그런 연중의 표정에 피식 웃으며 창고 내부를 둘러보았다.
‘장난 아니다.’
창고에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있었다.
그리고 매우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진열대마다 반지면 반지, 목걸이면 목걸이, 검이면 검, 보석이면 보석 종류별로 보관되어 있었다.
‘책은 없네.’
창고를 한 번 쭉 둘러본 수혁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책들이 보관되어 있는 진열대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창고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없었다.
‘뭘 가져갈까.’
수혁은 생각했다.
‘장비가 낫겠지?’
골드는 넘쳐났다.
보석이나 골드가 담긴 주머니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전설도 있을 테니까.’
거기다 돈이 필요하다고 해도 보석이나 골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장비들의 외관을 보아 분명 전설 등급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경매에 넘기면 더 많은 골드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없는 부위가…….’
수혁은 장비창을 열었다.
‘텅텅 비었네.’
현재 수혁은 무기, 투구, 장갑, 신발, 반지 4개를 착용 중이었다.
‘없는 것들 위주로 찾아봐야겠지?’
필요한 장비가 많았다.
상의, 하의, 망토, 벨트, 목걸이, 귀걸이 2개, 팔찌 2개가 필요했다.
수혁은 필요한 장비들 위주로 천천히 찾아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근데…….’
하지만 곧 든 생각에 수혁은 고민했다.
‘있는 부위에서 신 등급 장비가 있으면…….’
연중이 장난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창고에 진짜 신 등급 아이템이 있다면?
없는 부위 위주로 찾다가 놓치게 된다면?
‘그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간제한도 없는데 급하게 고를 필요는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대바악!!!!”
멀리서 연중의 외침이 들려왔다.
“……?”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연중에게 다가갔다.
그늘이 가득했던 연중의 표정에서는 더 이상 그늘이 보이지 않았다.
창고에 들어오기 전처럼 웃음이 가득했다.
‘방패?’
웃음의 원인은 아무래도 손에 들고 있는 방패인 것 같았다.
“수혁아!”
방패를 보며 싱글벙글하던 연중은 수혁을 발견하고 외쳤다.
“응.”
“대박이다! 대박이야!”
“왜? 그렇게 좋은 방패야?”
“어! 전설 등급 방패야!”
연중이 싱글벙글했던 이유는 방패의 등급 때문이었다.
“축하한다.”
“고맙다! 다 네 덕이다! 전설 방패라니! 크하핫!”
수혁의 말에 연중은 계속해서 소리 내어 웃음을 내뱉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너는? 뭐 건진 거 있어?”
연중이 물었다.
“난 천천히 둘러보려고.”
수혁은 물음에 답하며 연중을 지나쳐 입구로 갔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아이템들을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싹 다 골드네.’
첫 진열대에는 골드가 든 자루만이 가득했다.
수혁은 다음 진열대로 이동했다.
‘반지들…….’
두 번째 진열대에는 반지들이 있었다.
반지 4개가 전부 전설 등급이었지만 신 등급 반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수혁은 반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거의 영웅 등급이네.’
대부분의 반지들이 영웅 등급이었다.
간혹 유물 등급도 보였다.
‘전설이 없어?’
모든 반지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연중이 전설 등급의 방패를 얻었기에 반지 중에서도 최소한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혁은 다음 진열대로 이동했다.
세 번째, 네 번째 진열대에는 목걸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여태껏 그래 왔듯 수혁은 차근차근 목걸이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없어.’
목걸이에도 전설 등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 방패만 있는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불안한 눈빛으로 다음 진열대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팔찌였다.
수혁은 차근차근 진열된 팔찌들의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오?”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