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6
제206화
204.
마냥 행복한 얼굴로 책을 바라보던 수혁은 이내 걸음을 옮겨 책장을 한번 쭉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나도 없네.’
안쪽에 있는 책장에는 혹시나 유색 책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단 한 권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지금 읽을 수 있는 게…….’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4권 정도 읽을 수 있겠다.’
시간을 확인한 수혁은 가장 안쪽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4권 꺼냈다.
그리고 책상으로 왔다.
수혁은 흐뭇한 표정으로 가져온 책 4권 중 3권을 왼쪽에 쌓아 놓고 1권을 펼치며 생각했다.
‘얼마나 오를까?’
레벨이 대폭 올랐다.
‘1 오르려나?’
지혜를 올리는 데 필요한 스텟 경험치 역시 대폭 올랐을 것이다.
과연 책 한 권에 지혜가 몇이나 오를지 궁금했다.
수혁은 이내 책에 빠져들었다.
얼마만의 새로운 책이란 말인가?
책을 읽는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환히 피어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장에 도착한 수혁은 책을 덮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오르네.’
두꺼운 책도 아니다.
보통 두께의 책이었다.
1이라도 오르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이라니?
‘마계 도서관들 정복하면 또 그때처럼 오르는 거 아냐?’
수혁은 레벨을 올리기 전의 지혜 상승 수치를 떠올리며 다음 책을 펼쳤다.
‘보통 두께는 3씩 고정인가 보네.’
그 뒤에도 지혜는 계속해서 3씩 상승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얼마 뒤 가지고 온 모든 책을 읽은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시간을 바라보다가 이내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442
경험치 : 42%
생명력 : 109400
마나 : 181220
포만감 : 69%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9061 (+1700)
보너스 스텟 : 930
‘3권만 읽으면 지혜도 1만이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지혜가 3씩 상승한다.
3권을 읽고 보너스 스텟을 전부 지혜에 투자한다면?
스텟 5자리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끌리긴 하지만…….’
그러나 수혁은 보너스 스텟을 지혜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책만 읽어도 쭉쭉 오르는 지혜다.
급히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보너스 스텟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체력에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겠지.’
체력은 1을 투자해도 2의 효율을 보인다.
거기다 현재 체력 스텟은 강화가 되어 생명력이 1당 50이 아니라 100이 오른다.
생명력만 따지면 1당 4의 효율을 보이는 것이다.
잠시 보너스 스텟 분배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이내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에 있는 반납함에 책을 넣었다.
‘어떻게 할까.’
책을 반납한 뒤 수혁은 생각했다.
‘직접 가서 확인을 할까?’
바로 알칸디움 갑옷 하의 경매에 대한 생각이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유저들의 글을 통해 확인을 해도 되지만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것만큼 정확한 것은 없었다.
‘그래.’
어차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마나석도 사야 하고.’
더구나 마나의 폭풍 옵션을 개방하기 위해서라도 가야 했다.
“아공간으로.”
결정을 내린 수혁은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오른쪽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내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용병 도시 ‘하드락’으로 워프했다.
‘역시 큰 도시야.’
평일인데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하드락의 워프 게이트에는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오가고 있었다.
수혁은 워프 게이트에서 나와 경매장으로 향하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마나의 폭풍1>
마나의 폭풍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나의 폭풍’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5등급 마나석 : 0 / 100]
[4등급 마나석 : 0 / 80]
[3등급 마나석 : 0 / 40]
퀘스트 보상 : 마나의 폭풍 첫 번째 옵션 개방
<마나의 폭풍2>
마나의 폭풍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나의 폭풍’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5등급 마나석 : 0 / 100]
[4등급 마나석 : 0 / 80]
[3등급 마나석 : 0 / 40]
[2등급 마나석 : 0 / 20]
퀘스트 보상 : 마나의 폭풍 두 번째 옵션 개방
퀘스트 ‘마나의 폭풍1’을 완료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이건 얼마 안 드네.’
5등급이 10골드이고.
4등급이 50골드이며.
3등급은 200골드이고.
2등급은 1000골드이다.
모든 옵션을 개방하는 데에도 다 합쳐 4만6천 골드밖에 들지 않는다.
리헴의 반지, 알템의 반지 옵션을 개방했을 때에 들어간 골드와 비교하면 매우 적었다.
‘아…….’
그러다 문득 시야에 들어온 퀘스트에 수혁은 생각했다.
<특수 퀘스트 - 버팀의 미학>
공격을 버텨 맷집을 키워라!
[받은 데미지 : 530,147 / 10,000,000]
퀘스트 보상 : 스텟 – 맷집
사망 시 받은 데미지가 0으로 초기화됩니다.
‘이것도 깨긴 해야 하는데.’
바로 스텟 ‘맷집’을 얻을 수 있는 특수 퀘스트였다.
‘언제 천만 데미지를 받냐…….’
하지만 데미지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1, 2만도 아니고 무려 1000만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사망하면 받은 데미지가 초기화된다.
‘어디 지속 데미지가 들어오는 곳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이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지속 데미지가 들어오는 지역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깨야 할 것이었다.
“골드 삽니다! 100골드당 13000원! 200골드까지만 사요! 급히 삼!”
“200레벨 전사가 쓸 만한 장비 삽니다. 영웅 등급 이상만!”
이내 경매장에 도착한 수혁은 실시간 경매가 이루어지는 왼쪽으로 향했다.
알칸디움 갑옷 하의 입찰 가격이 얼마인지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실시간 경매 창이 나타났고 수혁은 알칸디움 갑옷 하의를 검색했다.
-현재 입찰 금액 : 3,000,000
-남은 시간 : 67 : 58
“……!”
경매 현황을 확인한 수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300만골드!’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300만 골드가 입찰 되어 있었다.
‘이것도 꽤 비싸게 팔리겠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오른쪽으로 향했다.
경매장 NPC를 통해 경매 창을 열어 마나석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내 모든 마나석을 구매한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마나의 폭풍 퀘스트를 완료하기 시작했다.
[퀘스트 ‘마나의 폭풍1’을 완료하셨습니다.]
[마나의 폭풍 첫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퀘스트 ‘마나의 폭풍2’를 완료하셨습니다.]
[마나의 폭풍 두 번째 옵션이 개방됩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장비 창을 열었다.
그리고 마나의 폭풍 옵션을 확인했다.
“……!”
옵션을 확인한 수혁의 동공이 커졌다.
‘호오.’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이거 완전 괜찮은데?’
* * *
칼라는 굳은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알칸디움으로 만들어진 의자가 있었다.
말 그대로 의자만 있었다.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칼라는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일까?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굳어 있던 칼라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며 발소리의 주인공이 들어왔다.
11마계를 지배하고 있는 발록들의 왕 에르테였다.
“급히 보고할 게 있다고?”
에르테는 알칸디움 의자에 앉아 한쪽 팔로 턱을 괴며 물었다.
“돌겐, 타르망, 엘로타가 죽었습니다.”
칼라는 에르테의 물음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턱을 괴고 있던 에르테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한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구슬을 통해 죽음을 알게 되어…….”
칼라는 말끝을 흐리며 침을 꼴깍 삼켰다.
“……또 나돈 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항상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후…….”
에르테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럼 지금 녀석들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개입이 불가능하겠군.”
“…….”
에르테의 말에 칼라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다문 채 에르테의 말을 경청할 뿐이었다.
“끙, 우리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에르테 역시 답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여태껏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개입을 해 승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조절했었다.
조절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11마계에서도 전쟁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1마계는 10마계와 마찬가지로 2개의 세력이 있었다.
에르테가 이끄는 발록들.
그리고 원래 11마계를 지배하고 있던 최상급 마족 에겔라스가 이끄는 마족들.
“만에 하나 한쪽으로 통합이 되면…….”
10마계의 전쟁이 끝이 난다면?
포탈을 통해 지원을 올 수도 있다.
아니, 지원을 올 것이다.
에겔라스는 10마계의 두 지배자 아밀레타, 키라드와 친분이 있으니.
“셋이 죽었다는 건 녀석들이 작정을 했다는 뜻. 이번에 레몽 조와 라시타 조와 같이 10마계로 가.”
“……!”
경청을 하고 있던 칼라가 놀란 표정으로 움찔했다.
에르테의 입에서 나온 레몽과 라시타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레몽과 라시타가 누구이던가?
11마계를 양분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상급 발록들이었다.
그들을 보내겠다니?
* * *
“알았어. 5분 뒤에 워프 게이트에서 보자.”
수혁은 연중과의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한 번 모니터를 보았다.
모니터에는 메모장이 하나 떠 있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도서관들의 입장 조건이 쓰여 있었다.
수혁은 조건을 보며 생각했다.
‘증표로 입장 조건 무력화시켰잖아.’
마계의 도서관들도 입장 조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입장 조건을 지배자인 아밀레타의 증표로 전부 무력화시켰다.
‘황제나 왕의 증표가 있다면…….’
그렇다면 중간계에 있는 도서관들은 어떨까?
황제나 왕 혹은 공작과 같은 고위 귀족들의 증표가 있다면?
입장 조건을 무시하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스승님한테 한번 부탁해봐야겠어.’
수혁은 파비앙에게 부탁해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파비앙은 독의 마탑장이다.
마탑장이란 위치는 결코 황제나 왕에게 밀리지 않는다.
만약 파비앙을 통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면?
‘조건을 달성할 필요가 없으면 좋겠는데…….’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하드락의 경매장에서 로그아웃했던 수혁은 접속과 동시에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연중과 헤어졌던 마을의 워프 게이트로 워프했다.
“수혁아!”
도착과 동시에 수혁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혁은 연중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았다.
연중이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밀레타에서 보자.”
“오케이!”
수혁은 연중의 답을 듣고 아밀레타로 워프하며 생각했다.
‘빨리빨리 끝내자.’
원래는 쉬엄쉬엄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지금 생각이 바뀌었다.
한시라도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싶은 수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