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19화 (219/553)

# 219

제219화

217.

갑자기 왜 지도가 드랍된 것일까?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메라가?’

유저가 드랍한 것은 아니다.

만약 유저가 드랍한 것이었다면 드랍 창에 뜨지 않아야 한다.

지도는 키메라가 드랍한 것이 분명했다.

‘보스도 없는데.’

문제는 보스 키메라가 없다는 점이었다.

일반 키메라가 드랍을 했다.

‘이상하네.’

수혁은 일단 확인을 눌러 아이템을 습득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가 있는 지도’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가 있는 지도[영웅]>

???가 있는 지도이다.

‘뭐야?’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음에도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름과 정보가 똑같았다.

수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캐슈?’

지도를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캐슈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도에는 붉은 점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붉은 점이 있는 곳이 ???가 있는 곳일 것이다.

‘워프 게이트 근처인데…….’

붉은 점의 위치는 워프 게이트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끝나고 가봐야겠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붉은 점에 가서 ‘???’를 찾는다면 키메라들이 나타난 이유나 혹은 배후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혁은 인벤토리에 지도를 넣었다.

그리고 남은 키메라들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5분 뒤.

[마을 ‘캐슈’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캐슈를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캐슈의 모든 키메라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수혁 혼자 모든 키메라를 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반 이상을 잡아 증표를 획득할 수 있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후…….’

그리고 도서관 앞에 도착한 수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폐허까지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할 정도로 망가진 도서관과 책장 속 책들을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가져갈 수도 없고.’

정화가 되지 않았다.

이대로 두다간 남은 독에 의해 책이 상할 것 같았다.

하지만 책을 가져갈 수는 없다.

획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니지, 도서관이 파괴됐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혹시나 도서관이 파괴되었기에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수혁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책장에 다가갔다.

그리고 책을 들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획득할 수 없습니다.]

인벤토리에 넣자마자 메시지와 함께 책이 튀어나왔다.

혹시는 혹시로 끝났다.

‘빨리 가자.’

수혁은 땅에 떨어진 책을 주워 원래 자리에 놓은 뒤 도서관에서 나왔다.

아직 가야 할 마을이 14곳이나 남아 있었다.

캐슈처럼 공격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혁은 워프 게이트로 향하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방금 전 획득한 ‘???가 있는 지도’를 꺼내 펼쳤다.

‘들렀다가 가야겠지.’

어차피 가는 길에 있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지도를 따라 붉은 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관?’

붉은 점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여관이었다.

나그네의 쉼터라는 이름의 여관.

‘여기에 뭐가 있길래…….’

여관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있기에 키메라가 여관을 가리키는 지도를 가지고 있던 것일까?

잠시 고민하던 수혁은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키메라 때문일까?

여관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뭐 뜨는 것도 없고.’

고요한 여관 내부를 둘러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지도가 갱신되지도 않았고 퀘스트가 생성된 것도 아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있는 건 분명한데.’

수혁은 짜증이 살짝 깃든 표정으로 여관에서 나왔다.

무언가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찾는 데 시간을 쓸 수는 없었다.

현재 할 일이 없다면 모를까 할 일이 많은 수혁이었다.

캐슈를 제외하고도 가야 할 마을이 14곳이었다.

그것도 도서관이 있는 마을만 14곳이지 가야 할 곳은 더 많았다.

여관에서 나온 수혁은 훗날을 기약하고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 * *

중앙 마탑 7층.

“…….”

부마탑장 코알은 파비앙이 가져온 증표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건…….’

증표에 각인되어 있는 문양을 코알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흑월의 문양…….’

흑월.

과거 마탑이 세워질 때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던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대마도사 라피드에 의해 철저히 박살 나 음지로 사라진 단체.

증표의 문양은 바로 그 흑월의 상징이었다.

“이거 그거 맞죠? 흑월.”

파비앙이 물었다.

“……예, 흑월의 문양이군요.”

코알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의 후예일까요?”

파비앙이 재차 물었다.

“벌써 200년이 흘렀습니다.”

라피드에 의해 지금의 마탑이 세워진 지도, 흑월이 박살 나 사라진 지도 어느덧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후예일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고 봅니다.”

진짜 ‘흑월’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흑월로 자신들의 정체를 가리려는 것이겠죠.”

코알은 이번 사건의 배후들이 정체를 가리기 위해 흑월의 문양을 사용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흐음.”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리가 있었기에 파비앙은 침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코알이 파비앙에게 물었다.

이번 배후가 흑월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라모스 말입니까?”

“네.”

바로 파비앙을 죽여 마탑장이 되려 했던 라모스가 배후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지금 추적 중에 있습니다.”

라모스가 떠올라 기분이 살짝 안 좋아진 파비앙은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현재 라모스 아니, 라모스와 함께 독을 만들었던 이들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코알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이 뭘까요?”

그리고 이어 물었다.

코알은 궁금했다.

도대체 키메라를 왜 푼 것일까?

무슨 이유로?

“하하, 미친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는 데 목적이 있을까요?”

대륙 곳곳에 키메라를 풀었다.

미친놈들이 분명했다.

미친놈들에게 목적이 있을 리 만무했다.

“라모스 그 녀석이 가담한 이유는 저에 대한 복수겠지요.”

파비앙은 라모스를 떠올리고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이만 전 가 보겠습니다.”

궁금증도 해결했고 배후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던 파비앙은 자리에서 일어나 코알에게 인사했다.

“예, 안녕히 가시길.”

코알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파비앙은 방에서 나갔다.

코알은 파비앙이 나가자마자 심각한 표정으로 증표를 보았다.

실은 코알은 파비앙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흑월은 라피드에 의해 몰락한 후에도 정기적으로 세상에 혼란을 일으켰다.

이름을 달리했기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들의 상징을 쓰다니.’

그런데 자신들의 진짜 상징을 사용했다는 것은?

‘준비가 됐다는 건가?’

준비가 됐음을 의미했다.

흑월의 이름을 사용해도 패배하지 않을 준비가.

* * *

[마을 ‘또롱’의 모든 키메라를 처치하셨습니다.]

[특수 퀘스트 ‘또롱을 장악한 키메라들’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가장 많은 기여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배후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하…….”

수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끝났다.”

마을 ‘또롱’을 마지막으로 15곳의 키메라들을 전부 처리했다.

‘15곳 중 12곳을 지켰으면 선방한 건가?’

캐슈를 포함해 3곳의 도서관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12곳이나 지킨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혹시 수혁 님 아니세요?”

몇몇 유저들이 수혁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무래도 길드 마크와 동물 가면 때문에 알아본 것 같았다.

“아, 네. 안녕하세요.”

수혁은 유저들에게 인사했다.

“와! 팬입니다.”

“축하드려요!”

긴가민가했던 유저들은 수혁의 말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유저 중 하나가 물었다.

“네.”

당장 다른 마을의 키메라를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유저들의 간절한 눈빛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던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인데…….”

말끝을 흐린 유저는 수혁의 눈치를 보며 이어 말했다.

“혹시 특수 직업이세요? 아까 막 검은 뭔가가 키메라를 잡던데…….”

트리플 마법사로 알려져 있던 수혁이다.

그런데 유저는 수혁이 다루던 어둠의 자식들을 보았다.

‘역시 봤구나.’

어둠의 자식을 사용 안 할 것이라면 모를까 그럴 생각이 없는 수혁이었다.

즉,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다.

“예.”

수혁은 짧게 답했다.

알려진다고 해서 자세히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어떤 특수 직업인지 무슨 스킬이 있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을 것이다.

묻는 것이 매우 무례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수혁에게 질문을 했던 유저도 수혁의 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저기,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렇게 한 유저의 질문이 끝나자 그 옆에 있던 유저가 또 질문을 했다.

‘이렇게 질문만 받을 수는 없는데.’

이러다가 끝도 없이 질문이 나올 것 같았다.

‘이번 질문을 마지막으로 끝내야지.’

“네네.”

수혁은 마지막 질문이라 생각을 하며 답했다.

“혹시 전설 아이템 관련 정보를 공개하실 생각은 없나요?”

“공개를 한다면 연중이 마당을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제가 이제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즐판하세요!”

답을 하고 바로 유저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수혁은 재빨리 유령마를 몰아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이제 A등급만 돌면 끝!’

도서관이 있는 A등급, B등급 마을들은 전부 정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A등급 마을들이었다.

‘6시간이면 충분하겠지.’

넉넉히 잡아 6시간이면 될 것이었다.

‘1시니까. 시간이 꽤 남네?’

수혁은 시간을 확인하며 생각했다.

A등급 마을을 전부 정리해도 로그아웃까지는 5시간 정도가 남는다.

‘중앙 마탑에 들르고 팔찌 퀘스트를 깨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중앙 마탑에 들러 증표를 넘겨야 했다.

그리고 팔찌 ‘마나의 파도’의 옵션도 개방해야 했다.

팔찌 개방이야 아이템만 사면 되니까 얼마 걸리지 않는다.

중앙 마탑에 증표를 가져가 ‘무언가’에 대해 아는 것도 그리 걸리지 않을 것이다.

‘……흐.’

시간이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수혁은 도서관 생각에 속으로 웃었다.

‘아, 맞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저거 찾아봐야 하는데…….’

그리고 마을 ‘캐슈’에서 획득한 지도를 보았다.

“…….”

수혁은 고민했다.

도서관이냐 아니면 ‘???’를 찾느냐.

‘나중에 찾자.’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차차 찾으면 되지.’

어차피 지도를 가지고 있는 건 수혁이었다.

당장 찾을 필요는 없다.

“어디로 가십니까?”

“에니타 왕국의 에반이요.”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A등급 마을 ‘에반’으로 워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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