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
제230화
228.
‘뭐지?’
알라드는 생각했다.
‘침투를 하셨다고 해도…….’
키라드 파벌의 별동대가 오지 않으면 수혁은 역으로 별동대가 되어 침투하기로 했다.
하지만 침투를 했다고 해도 저기서 오면 안 된다.
아니, 저곳이 어떤 곳인데 저곳에서 온단 말인가?
무려 키라드 파벌의 본진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다.
길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다.
단 하나다.
즉, 수혁과 연중이 저 길을 통해 오고 있다는 것은 본진을 뚫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상을 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알라드는 부르르 한 번 몸을 털며 소름을 잠재우고 기지에서 나와 마중을 나갔다.
한시라도 빨리 상황 설명을 듣고 싶었다.
* * *
“도대체 왜 후퇴 신호를 보낸 거야?”
엘로가탄은 미간을 좁힌 채 엘라미에게 물었다.
후퇴 신호가 이해 가지 않았다.
전투에서 밀리고 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전투를 벌인 것도 아니다.
“지금 아밀레타 파벌에서 습격을 해왔습니다. 지금 당장 복귀하라고 하십니다.”
“뭐?”
엘라미의 답에 엘로가탄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녀석들이 습격을? 병력을 돌렸단 말이야?”
“예.”
“허, 그 말이 그 뜻이었나.”
엘로가탄은 알라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냥 지지 않기 위해 한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뒤로 수를 쓴 것이다.
“근데 어떻게 습격을 한 건데?”
엘로가탄은 궁금했다.
아밀레타 파벌에서 어떻게 습격을 한 것일까?
“워프 게이트를 통해 나타났습니다.”
“뭐? 그럼 최대 10명이잖아. 고작 그 인원 때문에 후퇴 명령을 내렸다고?”
엘로가탄이 미간을 찌푸렸다.
“5 전초기지가 이미 당했습니다. 그리고 리인카 님 역시…….”
엘라미는 말끝을 흐렸다.
“리인카 님이 당하셨다고?”
엘로가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5 전초기지가 당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리인카가 당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예, 아마도 그 때문에 상황 정리를 먼저 하실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엘라미의 답을 끝으로 대화는 끝났다.
‘리인카 님이…….’
엘로가탄은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겼다.
리인카가 당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키라드 파벌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강자인 리인카가 당했다니?
‘누가…….’
도대체 누가 온 것일까?
“응?”
이내 전초기지 근처에 도착한 엘로가탄은 생각에서 깨어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그리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전초기지를 보았다.
전초기지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워프 게이트로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나?”
엘로가탄은 엘라미에게 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엘라미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저 상황은 뭔데?”
전초기지는 저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었다.
워프 게이트를 통해 한 번에 올 수 있는 수는 10명뿐.
아무리 강한 자가 왔다고 하더라도 곳곳에 검은 연기는 결코 보여선 안 되었다.
물론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저렇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딱 한 가지 있었다.
‘아밀레타가 왔을 리도 없는데…….’
바로 아밀레타 파벌의 수장이자 최상급 마족인 아밀레타가 왔을 때였다.
아밀레타라면 충분히 저런 일을 벌일 수 있다.
일단 엘로가탄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속도를 올려 전초기지로 달려갔다.
그리고 전초기지에 도착했을 때.
‘인간?’
반대편에서 마차를 타고 있는 인간을 볼 수 있었다.
* * *
“아, 그렇게 된 거였군요.”
모든 설명을 들은 알라드는 탄성을 내뱉으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혁과 연중을 보며 존경 가득한 눈빛으로 생각했다.
‘대단하신 분들이야!’
만약 수혁과 연중이 키라드 파벌의 영역에서 온 게 아니었다면 결코 믿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A 지역으로 가보겠습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퀘스트 ‘날개 꺾기’를 보았다.
<날개 꺾기>
아일롬과 알린 사이에는 A, B, C, D, E, F, G, H 총 8구역이 있다.
그중 중앙 지역인 C, D, E를 아밀레타 파벌에서 장악했다.
하지만 알린 성으로 진격을 할 수는 없었다.
날개라 할 수 있는 A, B, G, H 지역을 키라드 파벌에서 장악했기 때문이다.
A, B 지역에서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을 몰아내라!
[A 지역 : X]
[B 지역 : O]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만
완전히 몰아내지 않았다.
그런데 본진을 털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령관인 레드카스를 죽였기 때문인지 X에서 O로 변경되어 있었다.
완료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더 이상 B 지역에 있을 필요가 없다.
‘A 지역도 본진만 털면…….’
수혁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본진을 쓸어버리는 것이 충족 조건인지 아니면 사령관을 죽이는 것이 충족 조건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본진이 있는 곳에 사령관이 있다.
즉, 본진만 초토화시키면 퀘스트 완료 조건은 충족될 것이었다.
“옙!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전황을 뒤집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알라드는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수혁과 연중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마무리 잘 부탁드립니다.”
수혁은 알라드의 말에 답하며 연중과 함께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유령마차를 소환했다.
연중이 기수석에 올랐고 수혁은 조수석에 올라 인벤토리를 열어 지도를 꺼냈다.
A 지역까지의 길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서쪽으로 나가서 쭉 올라가면 되겠네.”
동선 확인을 마친 수혁은 지도를 넣었고 연중은 서쪽 입구를 향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서쪽 입구로 향하는 수혁과 연중에게 알라드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알라드는 수혁과 연중이 사라지고 나서야 허리를 폈다.
“하라간.”
그리고 활짝 미소를 지은 채 부기지장 하라간을 불렀다.
“예.”
따라 배웅을 나와 허리를 숙이고 있던 하라간이 답했고 알라드가 이어 말했다.
“출전 준비해.”
본진에 있는 상급 마족들 대부분을 죽였다고 수혁이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전부 죽였다고 했지만 놓친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많은 상급 마족들이 죽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그들의 머리인 레드카스가 죽었다.
상급 마족들의 부재와 머리의 부재.
지금이라면 몰아붙일 수 있다.
더구나 C 지역은 아밀레타 파벌이 거의 장악을 한 상황이었다.
C 지역의 도움을 받는다면?
중간까지는 순식간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
“이제 곧 끝나겠네?”
“뭐가?”
연중의 물음에 수혁이 반문했다.
“경매.”
“아.”
수혁은 연중의 말에 탄성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다 돼가는구나.’
어느새 6시가 되었다.
경매가 끝나기까지는 고작 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다녀올 거야?”
연중이 물었다.
현재 수혁과 연중은 A 지역의 전초기지에 가는 중이었다.
아직 퀘스트도 받지 않았다.
“아니, 늦게 받는다고 수수료 떼어 가는 건 아니니까.”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골드를 받는 것은 언제든 해도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A 지역의 마무리였다.
‘얼마나 걸리려나.’
수혁은 A 지역의 조건을 달성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생각해봤다.
‘예상대로 본진만 털면 되면 금방일 것 같은데.’
본진만 찾아내면 된다.
아니, 어차피 전초기지끼리 워프 게이트로 연결되어 있을 테니 전초기지 하나만 찾으면 된다.
‘정면으로 가는 게 좋겠지.’
전초기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도 아밀레타 파벌 A 지역 전초기지에 가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하나 정도는 알고 있지 않겠는가?
“내 생각에는 늦어도 10시면 끝날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개인 정비? 아니면 바로 다음 퀘스트 받고 움직일까?”
생각을 마친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어떤 퀘스트인지 보고 결정하는 게 어때? 날개 꺾기 같은 퀘스트 또 줄 것 같은데, 만약 날개 꺾기 같은 퀘스트면 내일로 미루는 걸로 하고 오늘 할 수 있으면 오늘 해버리고.”
키라드 파벌에서는 A, B 말고도 G, H를 완전히 장악했다.
분명 ‘날개 꺾기’ 같은 퀘스트를 또 줄 것이었다.
“그래.”
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뒤 수혁과 연중은 A 지역 전초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혁 님과 연중 님을 뵙습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마족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아무래도 수혁과 연중에 대한 정보가 이미 쫙 전달된 것 같았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마족 병사는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혁은 그 뒤를 따라 전초기지장 립타의 천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증표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밀레타의 마기를 느낀 것일까?
천막에서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는 마족이 걸어 나왔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마족들과 달리 상당히 연륜이 있어 보이는 마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곳 A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립타라고 합니다.”
수혁과 연중에게 인사를 한 립타는 이어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립타의 말에 수혁과 연중은 마차에서 내렸고 립타의 안내에 따라 천막으로 들어갔다.
천막에 들어가며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냈다.
“여기 앉으시죠.”
“여기…….”
그리고 립타가 자리를 권한 순간 편지를 내밀었다.
“크라노손 님이 보내신 편지입니다.”
립타는 수혁이 내민 편지를 받아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읽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립타는 흐뭇한 미소로 수혁과 연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인간으로서 저희를 돕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수혁은 알라드 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예, 말씀하시지요.”
“혹시 녀석들의 본진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본진이요?”
립타는 수혁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본진은 왜 묻는단 말인가?
“설마…….”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립타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본진에 쳐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예.”
수혁은 립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됩니다!”
그러자 립타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본진은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리 발록을 잡을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수혁과 연중이지만 본진에 직접 쳐들어가는 것은 위험했다.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마족들이 있었다.
그것도 상급 마족들이 말이다.
“더구나 B 지역을 통해 오셨으면 아시겠지만 깊숙이 가셨다가는 B 지역에 있는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까지…….”
수혁은 립타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 아직 모르는구나.’
방금 전 B 지역을 정리했다.
아직 그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B 지역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수혁의 말에 립타가 반문했다.
“지금 B 지역에 있던 키라드 파벌 마족들을 정리하고 오는 길이거든요.”
“……정리요?”
립타는 다시 한 번 반문을 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