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42화 (242/553)

# 242

제 242화

240.

“포이즌 스톰, 독의 늪, 윈드 스톰.”

파이어 스톰에 이어 수혁은 수많은 마법들을 시전했다.

마나 소모가 정상적으로 돌아온 지금 수혁의 마법 시전은 거침이 없었다.

“크아악!”

“디스펠! 디스펠을 해!”

“마나가 부족하다고!”

“망할! 왜 네 녀석들밖에 없는 거야!”

“다 헤르타나 님한테 갔잖아!”

마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수혁의 마법을 디스펠할 상급 마족들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육체파 상급 마족밖에 없었다.

비육체파 상급 마족들은 전부 헤르타나를 치료하러 갔다.

[상급 마족 에로간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수혁은 상급 마족의 죽음과 쭉쭉 오르는 기여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헤르타나 상태가 안 좋은가 보네.’

역시 데미지 감소는 문제 되지 않았다.

맞느냐 맞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조만간 스킬 작업 좀 해야겠어.’

헤르타나보다 강한 존재들은 많다.

앞으로 헤르타나처럼 마법을 피하는 이들을 또 만날 수 있다.

‘바람, 어둠 마법들이면 충분히 구속할 수 있겠지.’

그러니 마법을 피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바람과 어둠 마법 중에서는 이동을 제한하는 스킬들이 많았다.

‘어제 갔을 때 다 작업할걸.’

문득 아쉬움이 들었다.

어제 수혁은 알칸디움 갑옷 하의 낙찰 금액을 수령하기 위해 경매장에 갔었다.

그러나 많기도 했고 시간도 없었고 딱히 필요도 느껴지지 않아 윈드 스톰 같은 범위 마법 몇 개만 습득했었다.

바로 그때였다.

[레벨 업!]

메시지가 나타났다.

‘다음 속성은 뭘로 하지?’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500레벨까지는 1레벨이 남았다.

곧 속성을 하나 더 개방할 수 있다.

남은 속성은 물, 환상, 빛, 대지, 전기였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들을 재소환한 수혁은 다시 고민했다.

‘환상으로 갈까?’

수혁은 염두에 두고 있는 속성이 있었다.

‘빛?’

바로 환상과 빛이었다.

물, 대지, 전기 속성의 마법들은 현재 수혁이 개방한 속성들의 마법과 상당히 비슷했다.

딱히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환상과 빛은 다르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고민에 빠져 있던 수혁은 연중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가자.”

퇴로인 구멍과 멀어지게 되겠지만 헤르타나도 나타나지 않는 지금 퇴로와 멀어지는 것은 상관없다.

“아, 맞다. 연중아.”

연중이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수혁은 문득 든 생각에 연중을 불렀다.

“응?”

“이따가 만에 하나 헤르타나가 나타난다거나 아스만의 영역이 선포돼서 도망갈 상황이 오면은 너 혼자 도망가.”

“뭐?”

수혁의 말에 연중이 반문했다.

“나 혼자 도망을?”

“응, 난 시간 끌다가 아공간으로 도망가면 되니까.”

“아.”

연중이 탄성을 내뱉었다.

생각해 보니 수혁은 언제든지 도망을 갈 수 있다.

스킬 ‘아공간으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탄성을 내뱉은 연중은 생각했다.

‘아까도 그럼 나 때문에…….’

수혁은 바로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빠지지 않은 것은 연중 때문이 분명했다.

‘더 단단해져야겠어.’

연중은 다짐했다.

수혁이 걱정할 필요 없도록 더욱 강해지기로.

* * *

“…….”

에슈타르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헤르타나를 보았다.

헤르타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헤르타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

‘다행이야.’

에슈타르는 생각했다.

디스펠이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스윽

에슈타르는 헤르타나의 팔을 보았다.

다행히도 디스펠이 늦지 않아 팔을 절단하지는 않았다.

화상이 가득하긴 했지만 마법으로 충분히 치유가 가능했다.

스윽

에슈타르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어서 보고를 드려야겠어.’

헤르타나의 치유에 집중하느라 아직 키라드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제 키라드에게 보고를 할 때였다.

‘무어라 보고를 드려야 될까…….’

에슈타르는 고민했다.

키라드에게 보고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할까?

인간들이 아니, 인간 둘이 성벽을 부수고 들어와 난동을 피웠다?

그 난동을 제압하려다 헤르타나가 크게 다쳤다?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보고를 하던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하…….”

에슈타르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

그리고 방 앞에 도착한 에슈타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르가스?”

하르가스가 방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앗! 오셨군요!”

에슈타르의 중얼거림을 들은 하르가스가 재빨리 에슈타르에게 다가왔다.

“큰일 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하르가스의 말에 에슈타르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또 무슨 큰일?”

큰일이 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큰일이 났단 말인가?

“인간들이 또 돌아오기라도 했어?”

“……!”

에슈타르의 말에 하르가스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으로 움찔할 뿐이었다.

“……?”

그런 하르가스의 반응에 에슈타르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설마 진짜야?”

에슈타르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네.”

“하…….”

하르가스의 답에 에슈타르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으…….”

갑작스레 두통이 밀려왔다.

에슈타르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러주며 중얼거렸다.

“지독한 새끼들.”

지독했다.

아주 지독했다.

악독했다.

너무나도 악독했다.

어떻게 또 올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할까요? 지금 23구역을 지나 21구역에 진입했습니다.”

하르가스가 물었다.

“…….”

에슈타르는 하르가스의 물음에 생각했다.

‘상대할 수 있나?’

두 인간을 막을 수 있을까?

헤르타나가 쓰러진 지금 알린 최강의 전력은 에슈타르였다.

그러나 에슈타르는 두 인간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달려들었다가는 불나방처럼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두 인간들의 난동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대피시켜.”

고민 끝에 에슈타르는 하르가스에게 말했다.

“대피요?”

“그래, 일단 그 주변 구역에 있는 모든 마족들을 대피시킨다.”

맞설 수 없다면 피해야 한다.

“이유는 사실대로 말하지 말고 훈련이라고 말하고.”

인간 때문이라 말하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고 제대로 된 대피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마족들은 인간 때문에 왜 대피를 하냐? 하고 생각해서 인간들에게 달려들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애초에 그런 가능성을 차단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하르가스는 대답을 하고 곧장 사라졌다.

에슈타르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책상 위의 수정구를 들었다.

키라드와 바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는 수정구였다.

스악

수정구에 마기를 불어 넣자 초록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얼마 뒤.

초록빛이 파란빛으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지?

파란빛으로 바뀐 직후 목소리가 들렸다.

키라드였다.

“죄송합니다. 공주님이 많이 다치셨습니다.”

에슈타르는 우선 헤르타나의 상태를 알렸다.

-뭐? 헤르타나가? 설마 크라노손 녀석한테 당한 건가?

“……아닙니다.”

-응? 그런데 왜 다쳐?

키라드는 의아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크라노손이 아니라면 헤르타나가 다칠 이유가 없다.

-설마 아밀레타 녀석이 왔나?

에슈타르는 키라드의 반응에 착잡했다.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까 난감했다.

인간이라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다.

“인간입니다.”

그러나 결국 해야 할 보고였다.

에슈타르의 말에 수정구에서는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연결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수정구에서는 파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에슈타르?

이내 키라드가 침묵을 깨고 에슈타르를 불렀다.

“예, 키라드 님.”

에슈타르는 키라드의 부름에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방금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서 말이야. 다시 한 번 말해 주겠나?

키라드의 말에 에슈타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통신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매우 좋았다.

“인간입니다.”

에슈타르는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답했다.

-인간? 헤르타나가 인간에게 크게 다쳤다고? 인간에게?

키라드의 목소리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직접 보지 않았다면 에슈타르도 믿지 못할 상황이었다.

키라드의 반응이 이해가 됐다.

“네, 지금 그 인간들이 성안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습니다.”

-바로 가지.

에슈타르는 키라드의 목소리에서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스악

그리고 수정구에서 파란빛이 사라지고 초록빛이 나타났다.

에슈타르 역시 마기 공급을 끊었고 초록빛마저 사라졌다.

방에서 나온 에슈타르는 저택 지하 1층으로 향했다.

키라드를 마중 나가기 위해서였다.

* * *

‘정말…….’

키라드 파벌의 상급 마족 거스는 짐을 챙기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

거스는 아까 전 23구역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아밀레타 파벌과 인연을 맺은 것이 분명한 인간들이 쳐들어왔다.

그리고 헤르타나와 전투를 벌였고 승리했다.

인간들 역시 후퇴하긴 했지만 거스가 보기에는 인간들의 승리가 분명했다.

짐을 챙긴 거스는 아공간을 열어 짐들을 아공간에 넣었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

그리고 방에서 나왔다.

거스가 짐을 챙긴 이유.

그것은 알린을 떠나 아일롬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거스는 키라드 파벌에 소속되어 있지만 진짜 소속은 아밀레타 파벌이었다.

첩자로 활동을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계시려나?’

거스는 크라노손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과연 크라노손이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을까?

‘모르고 계시겠지.’

얼마 전까지 나누었던 연락을 생각하면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알려드려야겠어.’

전쟁은 끝났다.

수많은 마족들이 죽었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상급 마족들이 대거 죽었다.

이제 인간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키라드 파벌은 더 이상 아밀레타 파벌을 감당할 수 없다.

어서 이 사실을 알려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어디 가십니까?”

입구에 도착하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중급 마족이 물었다.

“정찰.”

거스는 물음에 짤막이 답하고 성에서 나왔다.

그리고 빠르게 아일롬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C 지역 전초기지에 도착한 거스는 잠시 이동을 멈췄다.

“완전히 작살 났군.”

전초기지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분들의 힘인가?”

이곳을 지나 알린으로 온 것 같았다.

잠시 전초기지를 둘러보던 거스는 다시 아일롬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밀레타 파벌의 전초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적이다!”

“적 상급 마족이 나타났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거스를 발견하고 외쳤다.

띵띵띵!

그리고 종을 울렸다.

거스는 마족들의 외침과 종소리에 아공간에서 예전에 크라노손에게서 받은 증표를 꺼냈다.

그리고 증표를 보여 주었다.

“어? 왕자님의 증표?”

증표를 본 마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당황했다.

어째서 키라드 파벌의 상급 마족이 크라노손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적의 상급 마족이!”

“저 녀석인가!”

종소리를 듣고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 역시 거스가 들고 있는 크라노손의 증표를 보고 멈칫했다.

거스는 멈칫한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을 보며 말했다.

“전초기지장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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