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3
제 253화
251.
분신 역시 수혁이었다.
파이어 스톰이 분신들을 쫓지 않은 이유는 수혁이기 때문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독의 늪.”
어둠의 분신이 독의 늪을 시전했다.
“독의 가시.”
그리고 동시에 바람의 분신이 연계 스킬 ‘독의 가시’를 시전했다.
수혁의 발밑에 독의 늪이 깔렸고 이어 가시들이 튀어나와 보호막을 두들겼다.
쩡!
그렇지 않아도 금이 가 있던 보호막은 독의 가시에 결국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블링크.”
수혁은 블링크를 시전해 재빨리 독의 늪 범위 밖으로 빠져나왔다.
“윈드 커터.”
그리고 윈드 커터를 날리며 생각했다.
‘왜 헬 파이어 같은 걸 안 쓰는 거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었다.
처음부터 헬 파이어를 사용했다면?
죽는 것은 분신들이 아닌 수혁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헬 파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위 마법 자체를 안 쓰고 있어.’
헬 파이어뿐만이 아니다.
고위 마법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파이어 스톰, 포이즌 스톰 등 큼지막한 범위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못 쓰는 건가?’
혹시나 고위 마법을 못 쓰게 돼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수혁은 입을 열었다.
“헬 파이어.”
무슨 이유로 분신들이 고위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수혁은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화르륵!
헬 파이어가 나타났다.
대상은 바람의 분신이었다.
어둠의 분신도 강하지만 바람의 분신이 더 강하다.
먼저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치익!
헬 파이어는 순식간에 보호막을 태워 없앴다.
그리고 이어 바람의 분신에게 들러붙었다.
[다섯 번째 분신이 죽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의 분신이 죽었다.
수혁은 메시지에서 시선을 돌려 홀로 남은 어둠의 분신을 보았다.
분신이라 그런지 혼자 남았음에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파이어 스피어.”
묵묵히 수혁에게 마법을 날릴 뿐이었다.
“다크 스피어, 플레임.”
수혁은 다크 스피어를 날려 파이어 스피어를 상쇄시키고 플레임을 시전했다.
화르륵!
플레임이 어둠의 분신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바람의 분신이 헬 파이어에 죽은 것처럼 어둠의 분신 역시 쓰러졌다.
[네 번째 분신이 죽었습니다.]
[모든 분신을 처치하셨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어둠의 분신을 끝으로 모든 분신이 죽음을 맞았고.
[환상의 문이 개방되었습니다.]
환상 속성이 개방됐다.
[스킬 ‘대마도사’가 강화됩니다.]
[스킬 퀘스트 ‘환상의 손길’이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은신’이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세뇌’가 생성됩니다.]
[스킬 퀘스트 ‘분신’이 생성됩니다.]
.
.
개방과 함께 무수히 많은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후, 진짜 다행이야.’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만약 마지막에 개방을 했으면…….’
개방한 속성에 따라 숫자가 하나씩 늘어난다.
마지막에 개방을 했다면?
9명의 분신과 전투를 해야 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어떻게 됐으려나.’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여태까지 그래 왔듯 스킬 창을 열어 스킬 ‘대마도사’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효과가 생겼을까?
<대마도사[패시브]>
숙련도 : -
특수 효과 : 1. 마법 공격 시 추가 데미지 100%
2. 마법 시전 시간 50초 감소
3. 마법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상을 중독시킨다.
4. 자신의 마법에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5. 마법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상에게 저주를 건다.
6. 마법 공격 시 대상의 마법 방어력 40% 감소
7. 정신 공격을 무효화시킨다.
“호오.”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번에 바뀌고 추가된 것은 총 3가지였다.
첫 번째로 시전 시간 감소가 40초에서 50초로 증가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대상의 마법 방어력 감소가 30%에서 40%로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효과가 생겼다.
‘정신 공격 무효화라…….’
아주 괜찮았다.
‘대박인데?’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끝내줬다.
대표적인 정신 공격으로는 고위 몬스터나 NPC들이 사용하는 매혹과 세뇌가 있다.
매혹이나 세뇌에 걸리면 몸의 통제권을 잃게 된다.
몬스터나 NPC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죽음을 맞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생긴 효과는 정신 공격들을 전부 무쓸모로 만들어준다.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스킬 창을 닫았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이제 어딜 갈까.’
경매장에 갈지 도서관에 갈지 고민이 됐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수혁아! 큰일 났다! 지금 알린 난리 났어.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
수혁은 연중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중간계에 무슨 일이 생겼나?’
키라드가 죽었다.
마계에서 날 만한 큰일은 없다.
그렇다면 혹시 중간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연중 : 마왕! 마왕이 나타났어!
하지만 이어진 연중의 말에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혁 : 마왕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수혁은 다급히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헤르타나가 마왕이 돼서 돌아왔어!
“…….”
연중의 말에 수혁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헤르타나는 상급 마족이었다.
그리고 수혁에게 큰 데미지를 받고 사라졌다.
그런데 갑자기 마왕이 돼서 돌아왔다?
-수혁 : 확실한 거야?
-연중 : 어, 메시지 떴어. 그리고 퀘스트도!
-수혁 : 퀘스트?
-연중 : 응, 헤르타나 온 순간 생성되더라.
메시지도 떴고 퀘스트도 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헤르타나가 마왕이 된 것은 분명했다.
-연중 : 퀘스트 보니까 최종 보스는 키라드가 아니라 헤르타나인 것 같아.
수혁은 연중의 말에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최종 보스가 중간에 죽는 게 말이 안 되지.’
아직 퀘스트는 절반 정도 진행했을 뿐이다.
그런데 최종 보스가 죽는다?
반이나 남아 있는데?
운영자들이 그렇게 설계를 했을 리 없다.
‘그럼 처음부터 헤르타나가 최종 보스였던 건가.’
수혁은 생각을 하며 연중에게 물었다.
-수혁 : 상황은 어때?
마왕이 된 헤르타나가 구경만 할 리 없다.
-연중 : 지금 가고 있어. 소리 장난 아니다.
메시지와 퀘스트로 헤르타나에 대해 알게 된 것이지 연중 역시 직접 본 게 아니었다.
-연중 : 아밀레타 님이랑 헤르타나랑 단둘이 전투를 벌이고 있어!
이내 현장에 도착한 연중이 중계를 해주었다.
-연중 : 어? 전투 끝났는데?
중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혁 : 뭐?
수혁은 반문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전투가 끝났단 말인가?
-연중 : 헤르타나가 도망을 갔어. 아니, 어떤 마족한테 업혀 가고 있는데? 정신을 잃은 것 같아.
-수혁 : 벌써 당한 거야? 마왕 됐다며?
-연중 : 아니, 안 당했어. 당한 건 아밀레타 님이야.
수혁은 연중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하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중 : 어디야? 바로 올 수 있어? 크라노손 님이 찾는데.
이내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응, 바로 갈게. 어디로 가면 돼?
-연중 : 그때 그 저택. 지금 아밀레타 님 이송 중이다.
-수혁 : 알았어.
수혁은 연중과의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아까 등록했던 ‘알린’의 워프 게이트로 워프했다.
워프 게이트에서 나온 수혁은 아밀레타 파벌 마족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며 아밀레타와 대화를 나눴던 저택으로 향했다.
* * *
10마계의 상황을 지켜보던 장경우는 미소를 지었다.
“꼬였군.”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헤르타나가 마왕으로 각성할 줄이야.”
원래는 헤르타나가 각성을 하는 게 아니다.
키라드가 각성해야 했다.
“역시 재미있단 말이지.”
그런데 수혁에 의해 상황이 변했다.
알린에 있어야 할 헤르타나가 수도로 가게 되었고 최종 보스인 키라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수혁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군.”
헤르타나는 육체파 중의 육체파였다.
그런데 마왕급이 되었다.
비록 완전한 마왕은 아니었지만 반쪽짜리 마왕이라도 마왕은 마왕.
지금 상태로는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러울 것이었다.
“그런데 참…….”
수혁이 떠오른 장경우는 말끝을 흐리며 피식 웃었다.
“거기서 무(無)가 나올 줄이야.”
운이 좋아도 너무나 좋았다.
“만드는 데 적어도 1년 이상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러면…….”
장경우는 계산해보았다.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신 등급 장비.
하지만 수혁은 가장 중요한 재료인 장비 재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재료들 역시 보유하고 있었다.
과연 신 등급 장비를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 * *
-인간 녀석들 여기까지 오다니!
중급 마족이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주먹에 뭉쳐 있던 마기가 날아갔다.
사냥왕은 날아오는 마기를 향해 마주 달려나갔다.
그리고 마기와 가까워졌을 때 외쳤다.
“호우갈의 가호!”
[호우갈의 가호를 받습니다.]
[10초간 물리 공격으로 마법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스악!
야리온의 분노에 푸른빛이 서렸다.
사냥왕은 마기를 가르고 이어 중급 마족마저 베었다.
이후 사냥왕은 몇 번 더 공격을 했고 중급 마족은 죽음을 맞이했다.
사냥왕은 드랍 된 아이템을 습득하고 레아와 윤진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뒤 레아와 윤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때? 뭐 건진 거 있어?”
레아와 윤진이 도착하자 사냥왕이 물었다.
“응!”
사냥왕의 물음에 레아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마!”
먼저 이야기를 들은 윤진이 사냥왕에게 말했다.
그리고 레아가 이어 말했다.
“지금 마계에 우리 말고 인간들이 또 있대!”
“뭐?”
사냥왕은 레아의 말에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밀레타 파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데? 힘을 합쳐서 키라드 파벌과 전쟁을 벌이고 있대!”
“NPC? 유저?”
사냥왕이 재차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레아 역시 자세한 건 알지 못했다.
인간들이 있다는 것만 알아냈을 뿐이었다.
“근데 NPC 아닐까?”
“맞아, 유저였으면 벌써 글을 올렸겠지.”
레아의 말에 윤진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음.”
사냥왕은 둘의 말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끝낸 사냥왕이 레아와 윤진에게 말했다.
“가볼까?”
“어딜?”
윤진이 반문했고 사냥왕이 이어 말했다.
“아밀레타 파벌 쪽으로.”
“뭐? 거길?”
“응, 왠지 좋은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지금 진행 중인 퀘스트가 있었지만 진전이 없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거기다 적의 적은 친구잖아.”
그리고 키라드 파벌과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냥왕 파티였다.
아밀레타 파벌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때?”
사냥왕이 재차 물었다.
“……난 찬성!”
잠시 생각을 하던 레아가 답했다.
“이러면 내가 반대해도 가는 거잖아?”
레아가 찬성함으로 이미 과반이 되었다.
반대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
윤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이어 말했다.
“가자, 근데 어디로 가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