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
제 255화
253.
‘장난 아니겠지.’
대박 그 자체다.
지속 시간보다 쿨타임이 길어 어둠의 자식만큼 꾸준히 효과를 보이지는 못하겠지만 단기적인 파괴력은 어둠의 자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날 것이다.
물론 스킬 ‘분신’이 그런 ‘분신’일 때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개념의 스킬일 수도 있다.
수혁은 스킬 창을 닫았다.
그리고 경매장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중간계에 온 이유는 경매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수혁은 마탑에 갈 생각이었다.
마탑에 가는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마탑 도서관에서 『환상 마법이란』을 읽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둘째.
‘공허의 정이나 정수가 있으려나.’
바로 공허의 정과 드래곤의 정수 때문이었다.
마탑에는 특별한 아이템들이 많다.
공허의 정이나 드래곤의 정수 역시 있을 수 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마탑으로 워프했다.
‘일단 확인부터 하자.’
지역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우선 독의 마탑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키메라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독의 마탑 입구에는 유저, NPC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었다.
수혁은 유저와 NPC들을 지나쳐 빠르게 파비앙의 방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어디 갔지?’
4층에 도착한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라면 4층 입구를 지키고 있을 이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 파비앙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마탑장님.”
이내 방 앞에 도착한 수혁은 노크와 함께 외쳤다.
“……?”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똑똑
“마탑장님?”
수혁은 다시 한 번 노크와 함께 외쳤다.
‘어딜 가셨나?’
이번에도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파비앙이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수혁 님?”
귓가에 들려오는 부름에 수혁은 뒤로 돌아섰다.
“아, 부마탑장님.”
그리고 수혁은 목소리의 주인공 독의 부마탑장 케일을 볼 수 있었다.
“마탑장님을 뵈러 오신 겁니까?”
케일이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와 물었다.
“예.”
“지금 마탑장님은 아소스 산맥으로 떠나셨습니다.”
“아소스 산맥이요?”
“네, 이번 키메라 사태의 배후인 흑월의 꼬리가 잡혔거든요. 직접 확인하시겠다고 떠나셨습니다.”
수혁의 반문에 케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 혹시 언제 오실까요?”
“음…….”
케일은 침음을 내뱉으며 잠시 생각하고는 이어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기한을 정해놓고 가신 게 아니고 또 미개척 지역인지라…….”
아소스 산맥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잡은 게 아니다.
더구나 아소스 산맥은 미개척 지역이었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그곳에 숨어 있는 흑월을 찾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렇군요.”
수혁은 케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럼 케일 님한테 말해야 하나?’
꼭 파비앙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
실질적으로 준비를 하는 것은 케일이기 때문이었다.
“저 부마탑장님.”
생각을 마친 수혁은 케일을 불렀다.
“예?”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방으로 가시죠!”
케일은 수혁이 말끝을 흐리자 앞장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수혁은 케일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고 곧 케일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방에 도착 후 케일이 말끝을 흐리며 운을 띄웠다.
“혹시 탑에 드래곤의 정수가 있나요?”
수혁은 케일의 말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드래곤의 정수요?”
케일은 수혁의 말에 반문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이제 곧 제국에서 골드 드래곤의 정수가 들어오긴 합니다만…….”
수혁은 케일의 말에 반색했다.
“혹시 필요하십니까?”
케일은 수혁의 반색을 보고 물었다.
정수의 유무를 묻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케일은 수혁이 필요하다 답하면 골드 드래곤의 정수를 줄 생각이었다.
이미 파비앙이 수혁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 명령을 내렸다.
거기다 이번 키메라 사태 때 독의 마탑은 수혁 덕분에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
재정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많은 곳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마탑의 것도 아니고 독의 마탑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설사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구해다 지원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네.”
수혁은 케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도착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이미 수혁의 답을 예상하고 있던 케일은 바로 답했다.
“……!”
그리고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쉽게?’
드래곤의 정수가 어떤 아이템이던가?
무려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유저뿐만 아니라 NPC들에게도 아주 귀한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준다니?
“그런데 어디에 쓰시려는 건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놀란 표정으로 케일을 보고 있던 수혁은 이어진 케일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이번에 장비 하나를 만들려고요.”
아이템 ‘무(無)’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언제쯤 도착할까요?”
수혁은 화제도 돌리고 궁금증도 해결할 겸 골드 드래곤의 정수에 대해 물었다.
“5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5일 뒤에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예. 준비해 둘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그리고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두 번째 본론으로 들어갔다.
필요한 것은 드래곤의 정수뿐만이 아니다.
공허의 정도 있었다.
“……?”
케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수혁이 이어 말했다.
“혹시 공허의 정이라고 아세요?”
그리고 이어진 케일의 반응에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의아함이 가득했던 케일의 부드러운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기 때문이었다.
‘왜 이래?’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공허의 정이라고 하셨습니까?”
케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알고 계신가요?”
“네, 근데 그건 무슨 이유로…….”
“아…….”
수혁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장비 때문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케일의 반응을 보니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책을 보다가 발견했는데 어떤 건지 궁금해서요.”
“아, 그런 거였군요.”
수혁의 답에 케일은 탄성을 내뱉었다.
“공허의 정은…….”
탄성을 내뱉은 뒤 케일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뒤 이어 말했다.
“생명의 결정입니다.”
“생명의 결정이요?”
“예, 120년 전 레스토리라는 미치광이가 있었습니다.”
케일의 설명이 시작되었고 수혁은 경청했다.
그리고 수혁은 케일의 설명을 들으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케일이 공허의 정을 생명의 결정이라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공허의 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생명력을 강제로 뽑아내야 한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다.
‘오크 6천. 트롤 3천? 이런 미친…….’
종족마다 다르지만 최소 단위가 천이었다.
하나를 만드는데 수많은 생명이 죽어야 되는 것이다.
“만드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이미 만들어진 공허의 정들은 대부분 신성 제국의 대신전에서 보관을 하고 있습니다.”
케일의 설명이 끝났다.
“그렇군요…….”
수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5일 뒤에 뵙겠습니다.”
이후 수혁은 5일 뒤에 오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와 마탑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공허의 정이 문제네…….’
레드 드래곤의 정수는 구했고 이제 곧 골드 드래곤의 정수도 얻게 될 것이며 아밀레타 왕궁 보물 창고에 블루 드래곤과 실버 드래곤의 정수가 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드래곤의 정수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공허의 정은?
구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만드는 방법도 모르고 애초에 방법을 안다고 해도 만드는 것 자체가 금지였다.
만들다가 걸리면 신성 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를 적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
‘대신전을 털 수도 없고.’
신성 제국 대신전에 공허의 정이 보관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끙…….’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공허의 정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고민을 한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요.”
수혁은 증표를 맡기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여태껏 그래 왔듯 내부를 돌며 책들을 확인했다.
‘역시 없네.’
조건을 충족한 책은 없었다.
수혁은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환상 마법이란』만을 챙겨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환상 마법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스킬 ‘어둠의 자식’ 때와 마찬가지로 『환상 마법이란』에는 전에 없던 스킬 ‘분신’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호오.’
설명을 읽던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분신이 맞구나!’
스킬 ‘분신’은 환상 속성을 개방할 때 나타났던 그런 ‘분신’이었다.
‘응?’
하지만 이어 시야에 들어온 정보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급이 70%?’
수혁은 미간을 좁혔다.
당연하게도 분신은 수혁과 똑같은 스텟을 갖지 못했다.
페널티가 있었다.
초급은 30%, 중급은 50%, 상급은 70%의 스텟을 갖게 된다.
물론 수혁의 지혜를 생각하면 70%도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었다.
페널티 때문에 수혁이 미간을 좁힌 것은 아니었다.
미간을 좁힌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장비 효과를 못 받는다니…….’
바로 장비 때문이었다.
분신은 장비의 효과를 받지 못한다.
순수 스텟만이 분신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효과도 못 받는데 70%면…….’
엄청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것 같지 않았다.
[지혜가 대폭 상승합니다.]
이내 『환상 마법이란』을 전부 읽은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502
경험치 : 14%
생명력 : 109400
마나 : 221200
포만감 : 67%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11060 (+1700)
보너스 스텟 : 20
500이 올라 1만 1천이 되어 있었다.
수혁은 지혜를 보며 스킬 ‘분신’에 대해 생각했다.
‘30%. 장비 효과를 못 받으니까…….’
스킬 ‘분신’은 현재 초급 단계였다.
그리고 분신은 순수 스텟을 기준으로 스텟이 결정된다.
즉, 지혜 1만 1천의 30%가 아닌 9300의 30%.
지혜 2790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더구나 장비 아이템의 효과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무기의 공격력 증폭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수혁의 마법과 분신의 마법은 파괴력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일 것이었다.
‘지속이라도 무한하던가…….’
어둠의 자식처럼 무한히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10마계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
라모스는 말없이 서신을 읽었다.
서신을 읽어가는 라모스의 입가에 점점 미소가 번졌다.
이내 서신을 다 읽은 라모스의 입꼬리가 귓가에 걸렸다.
“크하하핫!”
서신을 내려놓은 라모스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흥분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