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66화 (266/553)

# 266

제 266화

264.

‘케일 님?’

외침의 주인공은 독의 부마탑장 케일이었다.

“여긴 어쩐 일로…….”

수혁이 물었다.

“마탑장님이 돌아오셨습니다. 수혁 님을 급히 찾고 계십니다.”

케일이 찾아온 이유는 바로 아소스 산맥으로 떠났던 파비앙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산맥에서 돌아온 파비앙은 지금 수혁을 찾고 있었다.

“저를요?”

수혁은 케일의 말에 반문했다.

파비앙이 갑자기 자신을 왜 찾는단 말인가?

“그게…….”

케일은 수혁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골드 드래곤의 정수와 관련해 보고를 드리다가 공허의 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리고 이내 수혁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탑장님이 공허의 정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따로 이야기하실 게 있다고 합니다.”

“……!”

케일의 말이 끝나고 수혁의 표정에는 놀람이 가득 나타났다.

‘공허의 정을?’

수혁은 바로 케일에게 말했다.

“바로 가죠.”

케일은 수혁의 말에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수혁은 그 뒤를 따랐다.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케일 때문에 잠시 확인을 미룬 마나의 정령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의 정령[신]>

제한 : 마법사, 체력 1000, 지혜 5000

마나 소모 시 30초간 최종 데미지 50% 증가 (쿨타임 30초)

최종 데미지 50% 증가.

처음 보는 옵션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것임에도 아주 이해가 잘 가는 옵션이었다.

‘스킬만 쓰면 되는 거잖아.’

조건을 발동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스킬만 사용하면 된다.

아니, 유령 마차만 타고 있어도 옵션을 발동시킬 수 있다.

‘역시 신 등급이란 건가…….’

신 등급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첫 옵션이 이 정도라니.’

최종 데미지 증가는 첫 번째 옵션이다.

아직 6개의 옵션이 더 남아 있었다.

남은 옵션들이 어떤 옵션들일지 너무나 기대가 됐다.

‘다 최종 데미지 증가면…….’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나머지 6개의 옵션 역시 최종 데미지 증가라면?

‘디스펠도 못 하겠지.’

디스펠이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칭호는 무슨 효과려나.’

수혁은 장비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칭호 창을 열어 칭호 ‘반신의 길’과 ‘제작하는 자’를 확인했다.

-반신의 길 (쉽게 죽지 않는다.)

-제작하는 자 (장비 제작 시 성공 확률 +20%)

“……?”

칭호를 확인한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쉽게 죽지 않아?’

칭호 ‘반신의 길’ 때문이었다.

‘뭔 소리야?’

마나의 정령 첫 번째 옵션과 달리 이해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계속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혁의 표정에 의아함과 짜증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왜 그러십니까?”

걸음을 옮기다가 수혁의 표정을 본 케일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칭호 창을 닫았다.

‘나쁜 칭호는 아니겠지.’

쉽게 죽지 않는다는 효과가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수혁은 칭호에 대한 생각을 접고 이동에 집중했다.

이내 독의 마탑에 도착한 수혁은 곧장 4층으로 올라갔다.

똑똑

“마탑장님, 케일입니다.”

“들어와!”

케일의 노크에 안쪽에서 파비앙의 목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파비앙의 말에 케일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구나.”

케일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온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인사를 했다.

“앉자.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반대편에 가 앉았다.

“그럼 전 이만.”

수혁이 앉자 케일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케일.”

하지만 파비앙의 부름에 케일은 다시 뒤로 돌아섰다.

“너도 같이 들어야 할 이야기야.”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수혁뿐만 아니라 케일도 알아야 했다.

“……?”

케일은 파비앙의 말에 의아해하다가 이내 수혁의 옆에 앉았다.

파비앙은 케일이 앉자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 * *

‘왜 안 일어나는 거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3일이 지났다.

그런데 고블린은 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미치겠네.’

체력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다 보호독 역시 거의 다 떨어졌다.

‘앞으로 1시간인가…….’

파비앙은 1시간 안에 고블린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랐다.

‘망할!’

하지만 1시간이 지났음에도 고블린은 일어나지 않았다.

파비앙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독의 늪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흐암.

하품을 하며 고블린이 일어났다.

“…….”

-…….

눈이 마주친 파비앙과 고블린 사이에 잠시간의 정적이 감돌았다.

“하하…….”

정적을 깬 것은 파비앙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존재시여.”

파비앙은 어설픈 웃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꾸벅 숙여 고블린에게 인사했다.

-인간?

고블린은 파비앙의 인사에 반문했다.

스악

그리고 고블린의 두 눈에 빛이 서렸다.

파비앙은 고블린의 눈빛에서 탐색 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오, 독을 잘 다루는 인간이구나.

이어진 고블린의 말에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탐색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파비앙이었지만 그 대상이 드래곤이었다.

싫어하는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내 고블린의 두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마음에 들어.

그리고 고블린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난 라스칼이라고 한다.

고블린 아니, 블랙 드래곤의 이름은 라스칼이었다.

-근데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라스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3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파비앙은 라스칼의 물음에 재빨리 답했다.

-호오, 3일간 내 눈을 속이다니 대단하구나.

* * *

“3일을 버티는 게 답이었군요.”

“그렇지.”

수혁의 말에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3일을 버티지 않았다면?

라스칼에게 죽임을 당했을 수도 있다.

3일 동안 라스칼의 눈을 속인 것.

그것 때문에 호감을 살 수 있었다.

“근데 공허의 정은…….”

수혁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파비앙은 공허의 정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했다.

공허의 정을 어디서 얻은 것일까?

라스칼이 준 것일까?

“그래, 공허의 정.”

파비앙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공간이 열렸고 파비앙은 아공간에 손을 넣어 이내 붉은색 구슬 2개를 꺼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야.”

공허의 정을 꺼낸 파비앙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 *

라스칼과 헤어지고 마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파비앙은 활짝 웃었다.

‘좋아.’

흑월의 꼬리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흑월의 함정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파비앙은 너무나 좋았다.

블랙 드래곤 라스칼과의 친분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겠지.’

아소스 산맥에 함정을 판 라모스는 파비앙이 블랙 드래곤과 친분을 맺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함정에 걸렸다고 낄낄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 사실을 라모스가 알게 되면 어떨지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크흐흐흐

저벅!

실실 웃으며 산맥을 내려가던 파비앙은 주변에 울려 퍼지는 음흉한 웃음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크흐흐흐

‘어디지?’

웃음소리의 근원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라스칼 님인가?’

라스칼의 영역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바로 근처였다.

혹시나 라스칼이 이 웃음소리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런 장난을 하실 리 없는데.’

그러나 곧 든 생각에 파비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드를 만나러 간다고 했던 라스칼이다.

‘설마…….’

이 웃음소리 역시 라모스가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흑월의 함정이 아니라 진짜 흑월의 꼬리가 있는 게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든 파비앙은 웃음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주변으로 마나를 퍼트려 탐색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파비앙은 재빨리 보호막을 만들었다.

쾅!

그리고 이내 무언가가 보호막에 충돌하며 폭음을 만들어냈다.

“바위?”

무언가의 정체는 거대한 바위였다.

‘아니야, 바위에서는…….’

파비앙은 고개를 들어 바위가 날아온 방향을 보았다.

탐색에 잡힌 것은 바위가 아니었다.

쿵! 쿵!

-크흐흐흐

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발소리까지 함께했다.

-역시 아버지의 말씀대로군!

이내 음흉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이자 바위를 던진 주인공이 나타났다.

‘저건 뭐야?’

파비앙은 주인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키메라?’

키는 3m로 거대했고 팔은 팔이 아니라 몸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두꺼웠다.

그리고 키메라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느질 자국이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파비앙! 네 목숨을 가져갈 아페니온이라고 한다!

파비앙은 아페니온의 말에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아버지가 혹시 라모스냐?”

아페니온은 자신을 소개하기 전 분명 ‘아버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

파비앙의 말에 아페니온이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라모스가 만든 키메라구나. 뭘로 만든 거지?”

아페니온의 외침에 파비앙은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앞서 라모스가 대륙에 풀어낸 키메라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도대체 어떤 몬스터들을 합성한 것일까?

-그딴 저급한 녀석들과 날 동급으로 취급하지 마!

파비앙의 중얼거림을 들은 아페니온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파비앙은 재빨리 블링크를 시전했다.

스악! 쾅!

그리고 파비앙이 사라진 자리에 아페니온의 주먹이 나타나 작렬했다.

두꺼운 주먹은 파비앙이 있던 자리에 크레이터를 만들어 낼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마냥 보호막을 믿을 수는 없겠군.’

크레이터의 크기로 보아 보호막을 믿다가는 그대로 생을 마감할 것 같았다.

-재빠르구나!

아페니온은 휙 돌아 파비앙을 향해 다시 움직였다.

파비앙은 계속해서 블링크를 시전하며 아페니온의 능력을 확인했다.

‘괴물을 만들어냈어.’

아페니온의 능력을 확인하며 파비앙은 생각했다.

보통 키메라들의 경우 한쪽을 극대화시키면 다른 쪽이 문제가 되는데 아페니온은 파괴력은 물론이고 이동속도까지 탁월했다.

‘육체가 약한 것 같지도 않은데.’

파비앙은 아페니온의 맷집을 확인하기로 결정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스아악

독으로 이루어진 창들이 무수히 나타나 아페니온에게 날아갔다.

쾅! 쾅! 쾅! 쾅!

-크하핫! 이깟 독으로 날 죽일 수는 없어!

아페니온은 두꺼운 팔을 방패 삼아 포이즌 스피어를 막으며 파비앙과의 거리를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외쳤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난 독에 아주 강하거든!

파비앙은 아페니온의 외침에 생각했다.

‘역시 하나가 아니었나.’

만에 하나 한 마리가 끝이었다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블랙 드래곤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하나뿐인 키메라를 보낸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제 끝내자.”

아페니온의 맷집 확인을 끝낸 파비앙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파비앙의 소매에서 독들이 쏟아져 나와 늑대의 형상을 이뤘다.

그리고 아페니온을 향해 날아갔다.

독으로 이루어진 늑대는 입을 쩍 벌려 아페니온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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