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67화 (267/553)

# 267

제 267화

265.

“후…….”

파비앙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빨리 휴식을 취해야겠어.”

현재 파비앙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라면 전혀 부담이 없었을 마법이 너무나 부담됐다.

저벅!

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파비앙은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뒤로 돌아섰다.

‘설마…….’

지금이면 아페니온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기운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펑!

이내 아페니온을 집어삼켰던 늑대가 폭발했다.

-크흐흐! 이건 좀 따끔했어!

아페니온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파비앙은 블링크를 시전하며 생각했다.

‘이 정도 독도 안 먹힌다고?’

아페니온은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뭘 어떻게 만든 거야?’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나 정말 강한 독과 마력을 담은 공격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니?

‘큰일이군.’

파비앙은 난감했다.

현재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아페니온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쉽게 도망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블링크로 도망을 가자니 아페니온의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남은 것은 워프인데 시전할 틈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쿠어어어엉!

포효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몸이 굳었다.

움직이려 해도 바들바들 떨릴 뿐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페니온 역시 같은 상태라는 점이었다.

포효의 주인공은 아페니온이 아니었다.

‘이건…….’

파비앙은 웃었다.

포효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라스칼 님!’

아소스 산맥에 레어를 만든 블랙 드래곤 라스칼.

라스칼의 피어가 분명했다.

스악

이내 포효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파비앙의 예상대로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라스칼이었다.

-괜찮나?

라스칼이 물었다.

“예, 괜…… 찮습니다.”

파비앙은 라스칼의 물음에 힘겹게 입을 벌려 답했다.

-다행이군.

라스칼은 파비앙의 답에 고개를 돌려 아페니온을 보았다.

-근데 저건 뭐지?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키메라입니다.”

-키메라? 내가 아는 키메라와는 많이 다르군.

아페니온을 보는 라스칼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 나타났다.

파비앙은 침을 꼴깍 삼켰다.

호기심일 뿐인데 드래곤의 호기심이라 생각을 하니 압박감이 엄청났다.

-크으, 파비앙 운 좋은 줄 알아라!

이내 피어에서 벗어난 아페니온이 파비앙에게 외쳤다.

그리고 뒤로 돌아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아페니온은 명령을 받았다.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만나게 되면 도망을 치라는!

드래곤인 라스칼이 바로 그 감당할 수 없는 적이었다.

-어딜.

하지만 아페니온은 도망을 칠 수 없었다.

라스칼이 도망을 치는 아페니온을 보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페니온의 몸이 붕 떴다.

-어어?

아페니온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발을 움직였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이내 라스칼이 다시 한 번 손짓하자 엄청난 속도로 아페니온의 몸이 라스칼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라스칼은 마주 달려나가며 주먹을 휘둘렀다.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어 주먹은 작디작았다.

-크억!

그러나 주먹이 작다고 파괴력 역시 작은 것은 아니었다.

모습만 고블린일 뿐 그 안은 드래곤이었다.

라스칼의 주먹이 작렬한 순간 아페니온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뱉으며 활대처럼 몸을 휜 채 다시 앞으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쾅!

땅에 처박히며 폭발이 일어난 듯 폭음이 울려 퍼졌다.

-호오.

라스칼은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단단하군.

“……?”

파비앙은 라스칼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아페니온이 처박힌 곳을 보았다.

먼지 구름이 가득했다.

-크으…….

이내 먼지 구름이 가라앉았고 파비앙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페니온을 볼 수 있었다.

스윽

라스칼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다시 아페니온의 몸이 붕 떠서 라스칼에게 날아갔다.

방금 전처럼 라스칼은 마주 달려나가 주먹을 휘둘렀다.

쾅!

아페니온은 다시 땅에 처박혔다.

쾅! 쾅! 쾅!

몇 번이고 반복이 되었다.

그러나 일어나는 속도가 살짝 느려졌을 뿐 육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상처 하나 없었다.

-흐음.

라스칼은 침음을 내뱉었다.

-자세히 확인을 하고 싶지만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언제까지 버티나 확인을 해볼까 했는데 지금 당장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말을 마친 라스칼은 마지막으로 아페니온의 몸을 띄웠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바람이 라스칼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브레스!’

라스칼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파비앙은 침을 꼴깍 삼켰다.

파비앙은 뒤쪽에 있음에도 혹시나 휘말릴까 걸음을 옮겨 거리를 벌렸다.

-크으…….

상처가 나지 않았을 뿐 고통은 느끼는지 아페니온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라스칼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내 라스칼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고블린의 모습이라 브레스의 위력이 본체로 뿜어내는 것보다 훨씬 약했지만 라스칼은 7천 년을 산 고룡이었다.

아무리 아페니온이 독에 강하다 하더라도 브레스를 버틸 수는 없었다.

파비앙의 독에도, 라스칼의 주먹질에도 상처 하나 없던 아페니온의 육체는 브레스에 그대로 녹아 사라졌다.

-음?

아페니온이 사라지고 브레스를 멈춘 라스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페니온이 사라진 곳에서 붉은색의 무언가가 떠올랐다.

“헉!”

파비앙은 그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허의 정?’

붉은색의 무언가는 바로 만드는 것이 금지된 ‘공허의 정’이었다.

-이게 뭔지 아나?

라스칼이 물었다.

-생명력이 넘치는데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예, 생명체들의 생명력을 강제로 뽑아내 만든 결정입니다.”

파비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쩐지…….

스윽

중얼거림과 함께 라스칼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둥둥 떠 있던 공허의 정 2개가 파비앙에게 다가왔다.

“……?”

파비앙이 의아한 표정으로 라스칼을 보았고 라스칼이 이어 말했다.

-기분이 나빠 가지고 있기가 좀 그래서 말이야. 그리고 인간인 너에게 왠지 유용하게 쓰일 것 같고.

* * *

“그러면…….”

수혁이 말끝을 흐리며 책상 위 공허의 정을 보았다.

“그래, 그 특수 키메라에게서 나온 거야.”

파비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공허의 정을 통해 움직이는 것 같아.”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 없이 공허의 정을 심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비앙의 말에 수혁은 생각했다.

‘한 마리가 아니라면 기회인 것 같은데.’

특수 키메라에게서 공허의 정이 나온다.

그것도 2개나!

‘쉽게 잡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파비앙의 독 마법도 먹히지 않았고 드래곤의 물리 공격에도 버텼다.

방어력이 탄탄하다는 뜻이었다.

‘관통이 높으니까 가능하려나?’

수혁의 마법 관통력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혁은 생각에서 깨어나 파비앙의 말에 집중했다.

“조만간 그 녀석과 비슷한 특수 키메라들이 움직일 거야. 아마 날 노렸던 것처럼 널 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라모스 그 녀석이 키메라들을 움직이는 거라면.”

“예, 조심하겠습니다.”

파비앙의 말에 수혁이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근데 이 공허의 정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파비앙에게 묻는 수혁의 두 눈빛에는 초롱초롱함이 가득했다.

* * *

‘그래, 이걸로 가자.’

사냥왕은 손에 들고 있던 귀걸이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이칸의 귀걸이를 획득합니다.]

[기여도가 700만 감소합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0]

[더 이상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보며 사냥왕은 생각했다.

‘이래서 전설 아이템을 판매하신 거였어.’

전설 아이템을 경매장에 내놓은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았다.

수혁에게 전설 아이템은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어떤 보상을 드려야 될까.’

고민이 됐다.

‘돈은 필요 없으실 것 같은데…….’

도움을 줄 때마다 보답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보답을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돈으로 보답을 할 수는 없었다.

전설 아이템 몇 개만 팔아도 돈을 갈퀴로 쓸어담을 수 있는 수혁이다.

수혁이 돈을 원한다면 모를까 먼저 돈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여쭤봐야겠다.’

사냥왕은 수혁이 오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물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생각을 마친 사냥왕은 레아와 윤진을 보았다.

레아와 윤진은 여전히 아이템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기야 기여도가 얼마 되지 않으니 신중히 고르는 것이 당연했다.

사냥왕은 이어 연중을 보았다.

연중은 아이템을 다 골랐는지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냥왕은 미소를 지은 채 연중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다 고르셨어요?”

* * *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어느 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공허의 정[전설]>

강한 생명력이 담긴 돌이다.

바로 ‘공허의 정’이었다.

수혁은 공허의 정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파비앙에게 부탁해 공허의 정을 받았다.

물론 2개 전부를 받지는 못했지만 1개로도 충분했다.

‘조만간 그 키메라들이 움직일 거라고 하셨지.’

공허의 정을 주는 특수 키메라들.

수혁은 한시라도 빨리 키메라들이 활동하기를 바랐다.

어서 ‘무(無)’를 만들고 싶었다.

다른 이에게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긴 했지만 파비앙이 잡지 못할 정도로 특수 키메라는 강했다.

그런 키메라를 누가 잡을 수 있겠는가?

‘빨리 움직여라.’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아이템 정보를 닫았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 10마계의 도시 ‘키라드’로 워프했다.

* * *

드래곤 로드 페론의 레어.

“로드, 저 왔습니다.”

레어에 도착한 라스칼이 외쳤다.

“왔구나.”

라스칼의 외침에 얼마 지나지 않아 레어의 주인이자 드래곤들의 수장 페론이 나타났다.

페론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땅이 솟아 의자가 만들어졌다.

페론은 의자에 앉은 후 반대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보자고 한 이유 알고 있지?”

“…….”

의자에 앉은 라스칼은 페론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역시 그 일로 부르신 건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 일 때문이었다.

“아서르 어떻게 할 거야?”

아서르, 타락을 해 미쳐버린 드래곤.

“성룡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야. 그 전에 해결을 해야 돼.”

드래곤 로드인 페론이 라스칼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서르가 블랙 드래곤이기 때문이었다.

라스칼은 블랙 드래곤들의 수장.

블랙 드래곤인 아서르를 라스칼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는 없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페론의 말에 라스칼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제 잘못으로 이렇게 된 걸요.”

페론의 말에 라스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애초에 아서르가 타락한 것은 라스칼 때문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스칼은 자리에서 일어나 페론에게 인사를 한 뒤 레어에서 나왔다.

그리고 본체로 돌아가 아소스 산맥으로 날아가며 생각했다.

‘아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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