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5
제 275화
273.
* * *
[죽음에 이르는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칭호 ‘반신의 길’ 효과가 발동됩니다.]
[1분 동안 무적 상태에 빠집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당황했다.
‘이런 칭호였어?’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허…….’
그런데 이제는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물론 모든 것을 다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발동 조건이 뭔지가 중요한데.’
한 번에 죽음에 이르는, 말 그대로 즉사의 경우 발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명력이 0이 될 때마다 발동하는 것인지 조건을 알 수가 없었다.
‘실험해 볼 수도 없고.’
실험을 하면 되지만 페널티 때문에 내키지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자.’
수혁은 일단 연중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옆을 보았다.
아니, 옆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고개가 움직여지지 않아 볼 수가 없었다.
‘왜 안 움직여져?’
고개뿐만이 아니었다.
팔, 다리 등 모두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반 무적이구나.’
무적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절대 무적과 데미지만 입지 않는 반 무적.
칭호 ‘반신의 길’의 무적은 반 무적임이 확실했다.
‘죽었겠지?’
10만이 넘어가는 수혁의 생명력도 한순간에 0이 되었다.
아무리 연중이 방어력이 높다고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수혁은 이어 헤르타나를 떠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남다니 진짜…….’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즉, 헤르타나는 살아 있다.
이 엄청난 폭발 속에서 버티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생존력이었다.
‘그래도 많이 타격 입겠지?’
죽지 않았다는 것이 무사하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1분 안에 끝날까…….’
수혁은 시야를 가득 채운 빛을 보며 생각했다.
1분 뒤 무적이 끝난다.
무적이 끝난 뒤에도 이 빛이 계속된다면?
‘끝나야 되는데…….’
수혁은 빛의 폭발이 끝나길 간절히 바라며 헤르타나를 떠올렸다.
스아악…….
30초 뒤,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혁은 안도했다.
다행히 무적이 끝나기 전 빛이 사라질 것 같았다.
‘오.’
빛이 사라짐에 따라 몸이 조금씩 움직여졌다.
이내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나가 안정화되었습니다.]
[스킬을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 3분이라고 했는데?”
메시지를 본 수혁은 탄성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3분이었나?’
수혁은 생명력을 확인했다.
“힐.”
서서히 오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대 툭 맞으면 죽을 정도였다.
아직은 무적이 남아 있어 안전했지만 이제 곧 무적이 끝난다.
수혁은 힐을 시전했다.
생명력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고 수혁은 안도하며 주변을 확인했다.
‘어디 있을 텐데.’
헤르타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역시.”
그리고 수혁은 헤르타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헬 파이어.”
수혁은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무적도 남아 있었고 헤르타나는 현재 매우 지쳐 보였다.
지금은 공격이 최고의 방어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스아악!
헬 파이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헤르타나를 집어삼켰다.
역시나 지친 것이 맞았는지 헤르타나는 헬 파이어를 피하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왕 헤르타나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기여도를 획득합니다.]
[엄청난 기여를 하셨습니다.]
[기여도 2억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헤르타나’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를 획득합니다.]
.
.
[기여도 2억이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놀랐다.
‘6억…….’
헤르타나를 잡아 2억.
퀘스트 ‘헤르타나’와 ‘마왕 헤르타나’의 보상으로 각각 2억.
총 6억의 기여도가 상승했다.
‘이 정도면 작은 창고 정도는 휩쓸 수 있겠는데…….’
전설 장비 하나를 획득하는 데 300만에서 많게는 900만의 기여도가 필요하다.
즉, 6억은 전설 장비를 수십 개, 아니 100개를 넘게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마지막 전투는 직접 가서 완료해야 하나?’
더구나 아직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전투’를 완료하지 않았다.
퀘스트 ‘마지막 전투’ 역시 많은 기여도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근데 진짜 허무하게 끝났네.’
메시지를 보던 수혁은 고개를 돌려 헤르타나의 시체를 보았다.
‘나쁘지는 않지만…….’
허무하긴 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 것이 좋았다.
시간이 매우 단축됐기 때문이었다.
만약 폭발이 없었다면?
수호의 영역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쉽고 빠르게 헤르타나를 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체를 보던 수혁은 이어 드랍 창을 확인했다.
마왕인 헤르타나가 죽었다.
한 지역의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한 ‘세계’의 최종 보스인 헤르타나가 무엇을 드랍했을지 상당히 기대가 됐다.
-불안정한 마왕 헤르타나의 목걸이
-불안정한 마왕 헤르타나의 벨트
-불안정한 마왕 헤르타나의 팔찌
-마왕의 정
-마기 장갑.
.
.
“와…….”
드랍 창을 확인한 수혁은 감탄을 내뱉었다.
정말 많은 아이템들이 드랍됐다.
거기다 절반 이상이 장비 아이템이었다.
‘대박이다.’
드랍 창 확인을 마친 수혁은 확인을 눌러 아이템들을 습득했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불안정한 마왕 헤르타나의 목걸이’였다.
<불안정한 마왕 헤르타나의 목걸이[전설]>
제한 : 힘 2000, 체력 2000, 마법사 계열 착용 불가
물리 방어력 증폭 : 2
마법 방어력 증폭 : 2
마왕 헤르타나의 목걸이다. 벨트와 팔찌가 함께한다면…….
‘마법사 착용 불가?’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트 아이템 같은데…….’
정보 맨 마지막에 나와 있는 아이템 설명.
설명에는 벨트와 팔찌가 언급되어 있었다.
정확히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세트 아이템이 분명했다.
그래서 살짝 기대했는데 착용할 수가 없다니 상당히 아쉬웠다.
‘연중이 줄까?’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생각했다.
세트 효과가 무엇인지 개방을 하면 어떤 옵션이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착용에 필요한 스텟을 보면 근접 계열 직업에 나쁜 옵션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받으려나.’
문제는 연중이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주고받는 것에 철저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는 연중이었다.
아무리 전설 등급 장비가 많아졌다고 하나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설 등급 장비는 여전히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었다.
거기다 세트 아이템이다.
‘일단 물어보자.’
생각을 마친 수혁은 차근차근 아이템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이 탄성을 내뱉었다.
바로 아이템 ‘마기 장갑’ 때문이었다.
<마기 장갑[전설]>
제한 : 지혜 3000, 마나 20만, 궁사 계열 착용 불가
물리 방어력 증폭 : 2
마법 방어력 증폭 : 2
스킬 ‘다크 베리어’ 사용 가능
마기가 가득 담겨 있는 장갑이다.
‘기본 옵션으로 스킬이?’
마기 장갑은 기본 옵션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본 옵션은 스킬이었다.
‘다크 베리어면…….’
수혁은 떠올렸다.
마법을 흡수하던 헤르타나의 보호막을.
잠시 아이템 확인을 멈춘 수혁은 마기 장갑을 착용했다.
[퀘스트 ‘마기 장갑1’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마기 장갑2’가 생성되었습니다.]
착용을 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혁의 관심은 메시지에 가 있지 않았다.
수혁은 스킬 창을 열었다.
스킬 ‘다크 베리어’가 생성되어 있었다.
수혁은 다크 베리어의 정보를 확인했다.
<다크 베리어>
숙련도 : -
특수 효과 : -
마나 : 3000 (시전 후 5초당 300)
쿨타임 : 3초
정보를 확인했지만 나와 있는 건 소모 마나와 쿨타임뿐이었다.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다크 베리어.”
그렇다면 확인해보면 된다. 수혁은 다크 베리어를 시전했다.
스악!
그러자 수혁의 몸 주위에 반투명한 검은색 보호막이 생성됐다.
‘맞네.’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다크 베리어는 헤르타나를 보호하던 보호막이 맞았다.
‘좋아.’
다크 베리어는 일반 보호막이 아니었다.
일반 보호막으로는 연중의 평화의 방패 같은 스킬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다크 베리어는 평화의 방패를 막는다.
일반 보호막의 상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 나중에 실험해봐야겠다.’
수혁은 다시 한 번 다크 베리어를 시전해 비활성화시켰다.
그리고 스킬 창을 닫은 뒤 이어 퀘스트 창을 열었다.
마기 장갑은 2개의 옵션이 더 있었다.
다크 베리어 때문에 기대가 됐다.
<마기 장갑1>
마기 장갑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기 장갑’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상급 마족 : 0 / 5]
[중급 마족 : 0 / 10]
퀘스트 보상 : 마기 장갑의 첫 번째 옵션 개방
<마기 장갑2>
마기 장갑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기 장갑’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상급 마족 : 0 / 10]
[중급 마족 : 0 / 30]
퀘스트 보상 : 마기 장갑의 두 번째 옵션 개방
퀘스트 ‘마기 장갑1’을 완료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족?’
마기 장갑 옵션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마족들을 잡아야 했다.
‘흐음, 이거 완료가 가능하려나…….’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을 잡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키라드 파벌의 마족들을 잡아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키라드 파벌의 상황이었다.
헤르타나가 죽은 지금 키라드 파벌은 거의 궤멸 상태에 가까웠다.
‘추격 때 꼭 완료해야겠어.’
아직 퀘스트 ‘추격’이 남아 있다.
키라드 파벌의 잔존 세력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퀘스트.
수혁은 퀘스트 ‘추격’에서 마기 장갑 옵션을 전부 개방하기로 다짐하며 퀘스트 창을 닫고 다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이내 모든 아이템들을 확인한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도시가 있었던 곳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삭막한 느낌이 가득했다.
‘일단 찾아가서 완료를 해야 되나?’
수혁은 고민했다.
이제 퀘스트 ‘마지막 전투’를 완료할 수 있다.
그런데 연중이 없는 상태에서 완료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헤르타나가 드랍한 아이템처럼 홀로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일까?
‘사냥왕 님은 어떻게 됐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친구 창을 열어 사냥왕의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연중과 마찬가지로 사냥왕은 로그아웃 상태였다.
‘죽으셨나?’
사냥왕 역시 도시 안에 있었다.
빛의 폭발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일단 나가서 물어봐야겠다.’
수혁은 로그아웃을 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로그아웃 창을 열었다.
‘……음?’
그러나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에 수혁은 잠시 로그아웃을 미뤘다.
‘누구지?’
저 멀리서 무언가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크라노손 님인가?’
혹시나 아밀레타 파벌의 마족들일까?
생존자가 있을까 수색을 하러 온 것일까?
그렇게 의아해하던 그때.
[퀘스트 ‘마로스’가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가 생성됐다.
‘마로스?’
그리고 퀘스트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