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79화 (279/553)

# 279

제 279화

277.

낯이 익었다.

처음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아, 그때 그 길 막았던 이상한!’

누군지 기억을 해낸 수혁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얼마 전 길을 막고 ‘동족인가?’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던 사내가 분명했다.

‘여긴 왜?’

사내가 누구이기에 이곳에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왔구나.”

파비앙이 미소를 지은 채 수혁을 반겼다.

“이분은…….”

그리고 이어 사내를 소개했다.

“……?”

하지만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말을 안 하시지?’

말끝을 흐린 파비앙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사내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바로 그때 사내가 입을 열어 자신을 소개했다.

“난 라스칼이라고 한다.”

“……?”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

수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얼마 전 파비앙은 아소스 산맥에서 블랙 드래곤과 인연을 맺었다.

그 블랙 드래곤의 이름이 라스칼이었다.

‘드래곤이었어?’

수혁은 어째서 파비앙이 눈치를 본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그리고 고민했다.

드래곤에게 어떤 식으로 인사를 해야 될까?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혁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라스칼에게 인사했다.

공손한 인사에 흡족함을 느낀 것일까?

“반갑다.”

라스칼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수혁은 따라 슬쩍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왜 부른 거지?’

라스칼을 보기 전까지는 특수 키메라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마탑으로 오라 한 것은 분명 라스칼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파비앙.”

“예.”

“설명을 좀 해주겠나?”

수혁의 궁금증을 눈치챈 것일까?

라스칼이 파비앙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파비앙은 라스칼의 말에 답한 뒤 수혁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 * *

파비앙의 설명이 끝나고 퀘스트가 나타났다.

수혁은 멍하니 퀘스트를 보았다.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

블랙 드래곤 아서르는 드래곤 킬 웜 때문에 타락하고 말았다.

지금은 라스칼이 통제를 하고 있지만 10년 뒤 아서르가 성룡이 되면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그 전에 라스칼은 아서르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다.

하지만 드래곤 킬 웜 때문에 직접 나설 수는 없다.

직접 나섰다가는 드래곤 킬 웜에 의해 라스칼이 타락을 하게 될 것이고 아서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라스칼은 인연을 맺은 파비앙에게 부탁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이라면 파비앙과 휘하 마법사들의 힘으로 충분히 아서르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린 라스칼은 곧장 독의 마탑을 찾았고 당신을 발견했다.

라스칼은 당신에게서 엄청난 가능성을 보았다.

라스칼의 도움을 받아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라!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 : 0 / 1]

퀘스트 보상 : ???

퀘스트에는 라스칼이 마탑에 온 이유와 수혁을 마탑으로 부른 이유가 쓰여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드래곤이었다.

‘드래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마나의 정령4’를 확인했다.

<마나의 정령4>

마나의 정령에는 숨겨진 옵션이 있다. 아래 조건을 달성해 ‘마나의 정령’의 숨겨진 옵션을 개방하라!

[드래곤 : 0 / 1]

퀘스트 보상 : 마나의 정령 옵션 하나 개방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던 퀘스트였다.

드래곤을 만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드래곤이라는 존재 자체가 마법사의 천적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회가 찾아왔다.

‘블랙 드래곤…….’

수혁은 이어 퀘스트 하나를 더 확인했다.

<독룡 소환>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블랙 드래곤 : 0 / 1]

[블랙 드래곤의 심장 : 0 / 1]

[독의 정수 : 0 / 10]

퀘스트 보상 : 스킬 – 독룡 소환

바로 독의 문을 개방하며 생성된 스킬 퀘스트 ‘독룡 소환’이었다.

스킬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블랙 드래곤을 잡는 것이 완료 조건인 말도 안 되는 난이도의 퀘스트였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잡아야 할 아서르가 블랙 드래곤이었다.

즉, 아서르를 잡으면 마나의 정령 옵션 개방과 스킬 ‘독룡 소환’을 습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석이조라 할 수 있었다.

‘정수까지 드랍되면…….’

아니, 장비 ‘무(無)’를 만드는 데 필요한 블랙 드래곤의 정수를 아서르가 드랍한다면?

일석삼조였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퀘스트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를 수락하셨습니다.]

수혁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언제 출발하나요?”

그리고 퀘스트 창을 닫으며 물었다.

‘바로 출발하면 안 되는데…….’

아직 10마계의 일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긴 했지만 크라노손의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가 남아 있었다.

안정화 중이기에 당장 출발할 가능성은 적지만 만에 하나 출발을 하려 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아서르를 잡으러 떠난다면?

상황이 상당히 난감해진다.

아서르를 금방 잡을 수 있다면 모를까 가는 데에만 이틀이 걸린다고 했다.

준비와 전투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혁의 물음에 파비앙은 라스칼을 보았다.

라스칼은 파비앙의 시선에 입을 열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해라. 그때 출발할 테니.”

‘휴.’

수혁은 라스칼의 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히도 출발 시간을 정하는 것은 라스칼이 아니었다.

하기야 10년이나 남아 있었다.

“그럼 잠시 어디 좀 들렀다가 오겠습니다.”

수혁은 라스칼과 파비앙에게 말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만에 하나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를 진행해야 한다고 해도 상대할 이들은 발록들이다.

금방 끝낼 수 있다.

“알겠다.”

라스칼이 답했고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인사 후 뒤로 돌아섰다.

바로 그때.

“진짜 동족이 아닌가?”

라스칼이 물었다.

“인간입니다.”

수혁은 라스칼의 물음에 답하고 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라스칼은 수혁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라스칼의 놀란 표정을 본 파비앙이 물었다.

“어떻게 용언을 이해한 거지?”

파비앙의 물음에 라스칼이 중얼거렸다.

방금 전 라스칼은 인간들의 언어가 아닌 용언으로 물었다.

그런데 수혁이 답을 했다.

즉, 용언을 이해했다는 뜻이었다.

인간이면서 용언을 이해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설마 방금 용언으로 말씀하신 거였습니까?”

라스칼의 중얼거림에 파비앙이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방금 전 라스칼에게서 마나가 살짝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수혁이 답을 하기에 마법으로 말을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용언이라니?

“진짜 인간 맞나?”

라스칼이 물었다.

“…….”

파비앙은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파비앙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비앙은 멍하니 수혁이 나가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 * *

“안정이 되기까지는 떠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크라노손이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크라노손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괜찮습니다. 당연히 안정시키는 게 먼저죠.”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하며 생각했다.

‘다행이야.’

역시나 안정화 때문에 크라노손은 바로 떠나지 못했다.

이제 마음 편히 아서르를 잡으러 떠나도 될 것 같았다.

‘근데 얼마나 걸리려나.’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는 안정화가 끝난 이후에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안정화가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이건 사냥왕 님한테 물어보면 되겠어.’

사냥왕은 10마계에서 퀘스트를 깨며 안정화를 도울 예정이었다.

10마계의 상황은 사냥왕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연중 님은…….”

크라노손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크라노손의 물음에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아,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도착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혁은 연중과 함께 아서르를 잡으러 갈 생각이었다.

이미 연중과 이야기도 끝냈다.

‘쉽게 잡겠지.’

마왕마다 드래곤마다 그 수준이 각기 다르다고는 하지만 보통 마왕과 드래곤은 동급의 존재로 취급한다.

갓 마왕이 된 헤르타나와 성룡이 되지 못한 아서르를 비교하자면 헤르타나가 좀 더 위협적인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런 헤르타나의 공격도 막아낸 연중이 함께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라스칼의 도움까지 함께할 테니 완벽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라노손을 만난 것은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끝났으니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인사를 나누고 방에서 나온 수혁은 왕궁 내 워프 게이트로 향하며 생각했다.

‘정복하고 갈까.’

조금만 더 읽으면 도서관 하나를 정복할 수 있다.

아서르를 잡으러 떠나기 전 정복을 하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지, 연중이가 기다릴 수도 있으니.’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접었다.

혼자였다면 도서관을 정복하고 갔을 것이다.

아니, 정복 후에도 책을 더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가는 게 아니었다.

연중이 있었다.

-수혁 : 연중아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퀘스트 ‘전쟁이 끝난 후’의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연중 : 응?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다.

-수혁 : 전쟁이 끝난 후는 시간 좀 걸릴 것 같아. 안정화되고 출발하재.

-연중 : 아, 그래? 그러면 드래곤 잡으러 바로 갈 거야?

-수혁 : 일 다 끝났어?

-연중 : 곧 끝날 것 같아.

-수혁 : 그럼 끝나는 대로 출발하자.

-연중 : 알았어, 그럼 마탑 도착하면 귓할게.

-수혁 : 응.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바로 출발하게 된 이상 굳이 워프 게이트로 갈 필요가 없었다.

‘10분…….’

수혁은 스킬 ‘아공간으로’의 쿨타임을 확인했다.

아직 10분의 쿨타임이 남아 있었다.

‘창고나 가자.’

수혁은 방향을 바꿔 보물 창고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서신을 확인한 아이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보고를 할 차례였다.

아이클은 방에서 나와 라모스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아이클입니다.”

“들어오게.”

라모스의 말에 아이클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라모스가 물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

아이클의 답에 라모스의 표정에 놀람이 나타났다.

“걸리지는 않았겠지?”

라모스가 놀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준비가 끝난 것도 중요했지만 그 준비를 들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만에 하나 걸린다면?

시작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예, 완벽합니다.”

아이클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바로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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