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81화 (281/553)

# 281

제 281화

279.

“후.”

서신을 다 쓴 로스타카는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응? 소장님 여긴 어쩐 일로?”

서신을 정리하고 있던 디누스가 로스타카를 보고 말했다.

“이걸 아일락 후작가로.”

로스타카는 디누스에게 방금 전 작성한 서신을 내밀며 말했다.

“급한 겁니까?”

디누스가 서신을 받으며 물었다. 로스타카는 디누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주.”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디누스는 로스타카의 말에 옆에 있던 수많은 끈들 중 붉은 끈으로 서신을 봉했다.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급한 거야. 중간에 어디 새지 말고.”

“걱정하지 마십쇼! 곧장 갈 테니.”

* * *

현상금 사무소에서 나온 수혁은 인벤토리를 보았다.

인벤토리에는 크라누스의 증표와 패인의 머리를 넘기고 받은 보상 아이템들이 한가득 들어와 있었다.

‘전설이 많아서 그런가.’

너무 많은 전설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보상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보상 때문에 증표와 머리를 넘긴 게 아니기에 수혁은 아쉬움을 떨쳐내고 인벤토리를 닫았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었다.

물질적인 보상만 받은 게 아니었다.

기여도와 길드 공헌도를 올려 줄 보상 퀘스트 역시 생성됐다.

완료 가능 표시가 되어 있는 퀘스트들을 보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보상 퀘스트 ‘크라누스의 증표’를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5만이 상승합니다.]

[길드 공헌도 5만이 상승합니다.]

[보상 퀘스트 ‘크라누스의 증표’를 완료하셨습니다.]

.

.

[보상 퀘스트 ‘도살자 패인’을 완료하셨습니다.]

[기여도 20만이 상승합니다.]

[길드 공헌도 20만이 상승합니다.]

보상 퀘스트 ‘크라누스의 증표’ 24개와 ‘도살자 패인’을 전부 완료한 수혁은 기여도 창을 열어 기여도를 확인했다.

-10 마계 아밀레타 : 1,894,830,729

-페이드 제국 : 1,400,000

수혁은 새로 생긴 페이드 제국의 기여도를 보며 피식 웃었다.

19억에 가까운 10마계 기여도와 너무나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140만으로 뭘 할 수 있으려나.’

수혁은 기여도 창을 닫았다.

-수혁 : 연중아, 퀘 깼다.

그리고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연중 : 확인했어! 고맙다! 지금 어디야?

-수혁 : 지금 길드 하우스 가고 있어.

-연중 : 길드 하우스? 비욘드 현상금 사무소 간 거야?

-수혁 : 어, 너랑 같이 갈 겸.

-연중 : 오호, 그럼 바로 작업 시작할게! 얼마 안 걸릴 거야!

-수혁 : 그래.

연중과 대화를 끝낸 수혁은 길드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연중의 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나 왔…….”

방으로 들어온 수혁은 인사를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연중이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수혁은 의자에 앉아 연중의 작업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연중이 허공에서 손을 내렸다.

“끝났어?”

수혁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어 연중에게 물었다.

“어? 언제 왔어?”

연중은 수혁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방금! 이제 끝난 거야?”

“응.”

“그럼 바로 갈까?”

수혁은 연중의 답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래.”

연중 역시 미소를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수혁의 뒤를 따라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며 물었다.

“가는 데 오래 걸린다고 했잖아. 자정 넘어서도 쭉 가는 거야?”

“최종 목적지까지 이틀이고 일단 1차 목적지까지는 3시간 정도면 된다던데?”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답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자정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자정 전에 1차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길드 공헌도로 뭘 한 거야?”

이번에는 수혁이 물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수혁과 연중은 라스칼이 있는 독의 마탑으로 향했다.

* * *

“방으로 안내해드릴까요?”

파비앙이 물었다.

“방이 있나?”

“물론입니다.”

“미안하군. 부탁을 하러 온 상황에 폐까지 끼치다니.”

라스칼이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파비앙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다른 마탑도 마찬가지만 마탑에는 항상 많은 손님들이 온다.

그래서 손님용 방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

방을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상황이 파비앙은 마음에 들었다.

고룡이자 블랙 드래곤 일족의 수장인 라스칼에게 마음의 빚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 언제 또 오겠는가?

“그럼 가시죠!”

파비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마탑장님.”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노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저 수혁입니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말에 파비앙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들어와!”

끼이익

파비앙의 말에 문이 열리며 수혁이 들어왔다.

수혁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단단한 느낌을 주는 사내 역시 수혁 옆에 있었다.

‘저 아이가 연중이란 아이인가?’

사내는 수혁이 말한 연중이란 자가 분명했다.

“일은 끝난 거야?”

파비앙이 물었다.

“예, 생각보다 일찍 끝났습니다.”

수혁이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지금 바로 출발을 하고 싶은데…….”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라스칼을 보았다.

“마음의 준비는 끝난 건가?”

라스칼이 수혁의 시선에 물었다.

“예, 준비됐습니다.”

“알았다. 그럼 바로 출발하지.”

* * *

아일락 후작가의 집무실.

“어디에서 왔다고 했지?”

서신을 다 읽은 아일락은 고개를 들어 서신을 가져온 사내 디누스에게 물었다.

“비욘드입니다.”

“비욘드라면 로스카타 소장이 있는 곳인가?”

“그렇습니다.”

“조만간 한번 보자고 전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아일락의 말에 디누스는 고개를 꾸벅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디누스가 나가고 아일락은 다시 서신을 보았다.

‘리더 길드의 수혁이라…….’

드디어 찾았다.

패인을 포함해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에게 처벌을 내린 정의의 사도!

복수를 해준 은인!

얼마나 찾아다녔던가?

‘휴가가 끝나기 전에 찾아서 다행이야.’

이제 곧 휴가가 끝난다.

다시 레일 평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전에 찾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근데 문제군.’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일락은 미간을 찌푸렸다.

‘리더 길드면 요즘 명성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그 길드 아닌가?’

당장 수혁과 식사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수혁이 소속된 길드가 리더 길드라는 것이었다.

리더 길드는 독고 길드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며 페이드 제국에서 나날이 명성을 올리고 있는 길드였다.

그런 상황에서 접촉을?

수많은 귀족들의 타겟이 될 것이었다.

아일락은 그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귀족들의 타겟도 되지 않고 식사 자리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아일락은 펜을 들었다.

그리고 서신을 쓰기 시작했다.

비욘드 후작에게 보내는 서신이었다.

‘오랜만에 비욘드와 식사를 해야겠군.’

서신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식사를 하자는 내용이 끝이었다.

‘자연스레 자리를 만들면 되겠지.’

비욘드 후작과 식사를 하며 자연스레 자리를 만들면 된다.

아일락이 정치에 관심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비욘드 후작이었다.

아마 흔쾌히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마침 서신을 다 쓴 아일락은 펜을 내려놓았다.

“들어오게.”

그리고 문을 보며 말했다.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노크의 주인공이 들어왔다.

“아, 로울 님이셨군요!”

바로 마법사 ‘로울’이었다.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로울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하하! 예, 드디어 찾았습니다!”

아일락은 로울의 물음에 껄껄 웃으며 답했다.

“……?”

로울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뭘 찾았단 말인가?

“제 복수를 대신해준 그자 말입니다!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을 죽이고 패인을 죽인!”

“……!”

이어진 아일락의 말에 로울의 표정에 놀람이 등장했다.

‘그 마법사를 찾았다고?’

대마도사 라피드의 어둠 마법 ‘어둠의 자식’을 시전했던 그 ‘마법사’를 찾았다니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누구입니까?”

로울이 물었다.

“리더 길드의 수혁이라는 자입니다! 조만간 식사 자리를 만들어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하는데…….”

아일락이 답했고 로울은 생각했다.

‘리더 길드의 수혁…….’

그리고 생각을 마친 로울이 아일락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근데 방금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떠올려서 그런데 이만 가보아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애초에 고민하고 있던 문제도 없다.

로울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 보고를 할 생각이었다.

“아, 예. 물론입니다.”

아일락의 답에 로울은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락!”

그리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문에 ‘락’을 시전했다.

이후 로울은 아공간을 열어 수정구와 보라색 가루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로울은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 보라색 가루를 수정구 위에 뿌린 뒤 마나를 주입했다.

스아악!

가루가 수정구에 스며들고 수정구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냉기가 가득 느껴지는 으스스한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흘러나왔다.

“찾았습니다.”

-찾아?

“예! 어둠의 자식을 시전한 그 마법사를 찾아냈습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찾지 못했다.

그 결과 로울은 엄청나게 꾸중을 들었다.

이제 꾸중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지?

“페이드 제국의 도시 ‘비욘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리더 길드의 수혁이라는 마법사라고 합니다.”

로울이 답했다.

-수혁?

그리고 수정구에서 반문이 흘러나왔다.

“예!”

로울은 힘차게 답했다.

-수혁이라고?

그러나 또다시 반문이 흘러나왔다.

“……?”

두 번의 반문에 로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러시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왠지 이상했다.

거기다 평소에는 반문 한 번 하지 않는 마스터가 반문을, 그것도 연달아서 반문을 했다는 것도 이상했다.

“예, 수혁이라는 마법사입니다.”

일단 로울은 다시 한 번 답했다. 로울의 답에 수정구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연결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수정구는 빛나고 있었다.

-확실한 정보인가?

이내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아일락 후작이 조만간 자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마스터. 당연히 해야 될…….”

로울이 말했다.

스아악.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 빛이 사라졌다.

연결이 끊긴 것이다.

“…….”

로울은 말없이 연결이 끊긴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수정구와 유리병을 아공간에 넣었다.

‘왜 그러신 거지?’

반응이 이상했다.

‘분명 이름에 반응을 하셨어.’

수혁이란 이름을 듣고 나서 반응이 이상해졌다.

‘누구길래?’

아무래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로울은 아공간을 닫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은밀히 저택 근처에 있는 정보 길드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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