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85화 (285/553)

# 285

제 285화

283.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마법이 강한 것이지 육체가 강한 게 아니다.

“마탑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잠입하기 껄끄러운 ‘마탑’에 있는 것도 아니다.

암살하기가 아주 쉬운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넷째 제자 에스찬이 맡고 있는 암살 길드 ‘콜로니’의 힘이라면 충분히 암살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전할까요?”

캣솔이 물었다.

그리고 클레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캣솔은 클레인의 끄덕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사 후 방에서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도착한 캣솔은 왼쪽 벽 진열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수정구 중 하나를 들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상 왼쪽에 놓여 있는 마나 공급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는 판에 수정구를 내려놓았다.

스아악

그러자 수정구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왔다.

붉은빛을 본 캣솔은 이어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암당에서 보낸 서류들을 꺼냈다.

서류에는 수혁과 리더 길드에 대한 정보들이 쓰여 있었다.

캣솔은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암당에서 정리를 하고 보낸 것들이지만 암살자의 시선에서 한 번 더 정보를 가공할 필요가 있었다.

이내 정보를 전부 확인한 그때.

-무슨 일이십니까?

수정구의 붉은빛이 초록빛으로 변하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스터의 명령 때문이지.”

캣솔이 서류에서 시선을 떼며 답했다.

-사부님이요?

“그래.”

-누굽니까?

에스찬이 물었다.

“리더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수혁이란 마법사다.”

-리더 길드의 수혁이요?

캣솔의 답에 에스찬이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 녀석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입니다.

“안다.”

-엥? 알고 계셨습니까?

“그럼, 근데 그 중요한 걸 알고 있으면서 왜 보고를 안 했냐?”

-저도 방금 전에 보고받았습니다. 바로 알려드리려고 했죠. 하하.

에스찬의 답에 캣솔은 어째서 그가 연락을 바로 받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이거 마탑과 전면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하프 블러드에서 흑월의 존재를 아는 것은 마스터인 클레인과 부마스터 캣솔 둘뿐이었다.

제자인 에스찬 역시 흑월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캣솔은 제대로 된 답을 해줄 수 없었다.

-끙,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가능하겠냐?”

에스찬의 답에 캣솔이 물었다.

-칼 들어가면 죽는 건 모든 인간이 똑같으니까요. 그 후가 문제지…….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읽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후…….’

수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가져올걸.’

더 이상 인벤토리에는 새 책이 없었다.

이제 책을 읽으려면 읽었던 것을 또 읽어야 되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이면 끝나니까.’

수혁은 고개를 들어 결계를 해제하고 있는 라스칼을 보았다.

어제 첫 번째 결계를 통과하고 내내 이동만 했다.

그 결과 두 번째 결계를 지나쳤고 지금 세 번째 결계를 해제하고 있었다.

이번 결계만 해제되면 남은 결계는 단 하나!

더구나 마지막 결계는 세 번째 결계와 매우 가깝다고 했다.

이제 곧 아서르와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스아악…….

이내 결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연중과 함께 라스칼에게 다가갔다.

“이제 30분 정도만 더 가면 마지막 결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라스칼은 수혁과 연중이 다가오자 입을 열었다.

마지막 결계에 도착하기 전 해줄 말이 있었다.

“누누이 말했듯 마지막 결계는 해제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아. 10분 정도면 된다. 그리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결계를 해제하고 너희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는 것뿐이야.”

아서르를 타락시킨 ‘드래곤 킬 웜’.

드래곤 킬 웜 때문에 라스칼은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들어 알고 있던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수혁의 답을 들은 라스칼은 미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흔적만 남은 세 번째 결계를 지나쳐 마지막 결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과 연중 역시 따라 걸음을 옮겼다.

[스킬 사용 시 마나 소모가 6배 증가합니다.]

[스킬 데미지가 30% 감소합니다.]

지나치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한층 더 마법에 대한 페널티가 강력해졌다.

물론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마지막 결계를 해제하는 순간 페널티 역시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 * *

아서르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째서 드래곤은 중간계를 수호해야 되는 것일까?

하등한 종족들을 위해 왜 희생을 해야 되는 것일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었다.

분노가 극에 달한 순간.

‘크으윽.’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두통 때문일까?

파괴 본능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모든 걸 다 파괴하고 싶었다.

하등한 종족들을 전부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발에 채워진 거대한 족쇄로 인해 아서르는 움직임을 봉인 당했다.

족쇄를 파괴하고 싶어도 파괴할 방법이 없었다.

브레스도 먹히지 않았고 마나가 동결되어 마법을 시전해도 제대로 된 파괴력이 나오지 않았다.

방법이 없다는 것에 또다시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서르는 주변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내며 분노를 표출했다.

바로 그때였다.

“……!”

브레스를 뿜어내던 아서르가 브레스를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결되었던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계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드디어!’

결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이 빌어먹을 곳을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서르는 손을 휘저었다.

오랜 시간 아서르의 발을 붙잡고 있던 거대한 족쇄가 그대로 바스러져 사라졌다.

족쇄가 사라지며 자유를 되찾은 아서르는 활짝 웃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 생명들이 가득한 곳들로 가고 싶었다.

다른 생명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다.

중간계의 모든 생명을 죽여 없애고 싶었다.

휙!

아서르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생명이 느껴졌다.

동족은 확실히 아니었다.

아서르는 생명이 있는 곳으로 워프를 시전했다.

하지만 마나가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시전이 되지 않았다.

‘기다려라!’

결국 아서르는 생명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서 생명을 짓밟고 싶었다.

* * *

[중독되지 않습니다.]

[중독되지 않습니다.]

.

.

결계에 가까워지자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시.’

혹시나 중독되는 게 아닐까 했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연중을 보았다.

‘장비 효과도 상당하구나.’

독에 대한 저항이 약한 연중 역시 무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라스칼이 준 장비의 효과 때문임이 분명했다.

이내 수혁과 연중은 마지막 결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준비됐나?”

라스칼은 결계를 해제하기 전 수혁과 연중에게 물었다.

마지막 결계는 해제하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즉, 10분 뒤 전투를 벌여야 되는 것이다.

“네, 준비됐습니다.”

“옙!”

수혁과 연중이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둘의 답을 들은 라스칼은 바로 결계 해제를 시작했다.

수혁과 연중은 결계가 해제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수호자는 바로 걸게.”

[유저 ‘연중’이 당신의 수호자가 됩니다.]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받는 데미지의 50%를 수호자 ‘연중’이 대신 받습니다.]

[사냥 경험치가 50% 증가합니다.]

[사냥 경험치의 20%를 수호자 ‘연중’이 대신 받습니다.]

“현신은 어떻게 할까?”

수호자를 건 뒤 연중이 물었다.

“전투가 시작되면.”

현신의 경우 지속 시간보다 쿨타임이 더 길다.

즉, 상시 지속이 불가능했다.

아서르와 전투가 시작된 직후 현신을 시전해야 한다.

“이제 1분 뒤면 결계가 해제될 거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결계 해제를 끝낸 라스칼이 수혁과 연중에게 말했다.

스악! 스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혁과 연중의 몸 주변에 반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났다.

“잘 부탁한다. 만에 하나 실패할 것 같다면…….”

말끝을 흐린 라스칼은 보라색 돌 2개를 꺼내 수혁과 연중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그걸 파괴해라. 그러면 내 레어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둘에게 나눠준 보라색 돌의 정체는 바로 워프 마법이 걸려 있는 귀환석이었다.

“……성공하길 바란다.”

귀환석을 나눠 준 라스칼은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수혁과 연중에게 말한 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스악!

라스칼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계가 사라졌다.

“가자.”

그리고 수혁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결계를 지나쳤다.

이전과 달리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라스칼의 말대로 마지막 결계가 해제되며 페널티가 사라진 것이다.

‘이동 마법은 그대로라는 게 문제지만.’

물론 모든 페널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동 스킬이나 이동 아이템의 경우 여전히 사용이 불가능했다.

라스칼이 워프로 가지 않고 직접 움직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중앙으로 가다 보면 만나지 않을까?”

바로 그때였다.

[경고!]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굳이 찾으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대화를 나누던 수혁은 메시지를 보고 주변을 확인했다.

‘저건가?’

저 멀리 검은 점이 보였다.

그리고 검은 점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서르가 분명했다.

“현신 지금 쓸까?”

“응.”

“현신!”

수혁의 말에 연중이 바로 현신을 시전했다.

그러자 수혁의 몸 주위로 빛의 갑옷과 빛의 방패가 등장했다.

“수호의 영역 바로 준비해줘.”

갑옷과 방패를 보며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드래곤이다.

거기다 타락해 매우 난폭하다고 했다.

갑옷과 방패로 부족할 수 있다.

“응, 대기하고 있을게.”

연중은 수혁의 말에 방패를 들며 아서르를 주시했다.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힌 아서르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인간?

아서르는 수혁과 연중을 보고 중얼거렸다.

-고작 인간이 결계를 뚫고 이곳에 왔다고?

수혁은 아서르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수혁의 관심은 오로지 아서르와의 거리에 가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

이내 수혁이 미소를 지었다.

“헬 파이어.”

그리고 아서르의 날개를 향해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스악!

갑작스러운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당연히 디스펠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서르는 디스펠을 하지 않았다.

헬 파이어가 아서르의 날개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인간들이 결계를 어떻게 뚫고 온 것일까 의아해하던 아서르는 순간 엄습해온 엄청난 고통에 움직임을 멈추고 비명을 내뱉었다.

“……!”

그리고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서르의 비명 때문이 아니었다.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바로 메시지 때문이었다.

얼마 전 획득한 스텟 ‘지혜’의 효과, 쿨타임 초기화가 발동됐다.

다른 마법도 아니고 무려 ‘헬 파이어’다.

드래곤인 아서르가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헬 파이어가 초기화된 것은 희소식이었다.

“헬 파이어!”

수혁은 재차 헬 파이어를 시전했다.

이번에는 아서르의 오른쪽 다리였다.

-크으으윽!

쿵!

아서르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헬 파이어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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