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8
제 288화
286.
라스칼은 지금 수혁이 소환한 독룡을 본 적 있었다.
200년 전 라피드라는 마법사에게서 보았다.
약간이라도 다르면 묻지 않았겠지만 너무나 똑같았다.
“……?”
수혁은 라스칼의 입에서 라피드가 나오자 순간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라스칼은 고룡.
라피드가 활동했던 200년 전에도 살아 있었다.
안다고 이상할 게 없었다.
“유지를 이어 받았습니다.”
수혁은 사실대로 말했다.
“역시…….”
라스칼은 중얼거림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똑같아 혹시나 후예가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했던 대로였다.
[퀘스트 ‘라스칼의 호기심’을 완료하셨습니다.]
중얼거림과 함께 퀘스트가 완료됐다.
“이제 가지.”
라스칼이 말했다.
그리고 수혁과 연중의 발밑에 워프 마법진이 나타났다.
[3초 뒤 워프합니다.]
[2초 뒤 워프합니다.]
[1초 뒤 워프합니다.]
3초 뒤 수혁과 연중은 라스칼의 창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다 주겠다.”
창고에 도착한 후 라스칼이 말했다.
[라스칼의 창고에 입장하셨습니다.]
[5개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수 : 5]
전과 마찬가지로 메시지가 나타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5개?’
전에는 3개였다.
그런데 2개가 늘어나 있었다.
-수혁 : 몇 개야?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이게 퀘스트 ‘타락한 블랙 드래곤 아서르’의 보상인지 아니면 퀘스트 ‘라스칼의 호기심’을 완료해 강화 된 보상인지 궁금했다.
-연중 : 3개. 갑자기 이건 왜 물어? 설마 늘어났어?
-수혁 : 응.
-연중 : 몇 개로?
-수혁 : 5개!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전에 봐두었던 아이템들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할로드 남작가.
“…….”
유저 ‘날씨’는 멍하니 할로드 남작가의 저택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스윽
한동안 입구를 응시하던 날씨는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정보 수집’을 확인했다.
<정보 수집>
할로드 남작가의 저택으로 가 정보를 수집하라!
[할로드 남작가 보고 서류 : 0 / 1]
[정보 수집률 : 89%]
퀘스트 보상 : 콜로니 정식 길드원 증표
정보 수집률이 100%가 될 경우 ‘할로드 남작가 보고 서류’를 획득합니다.
‘11%…….’
벌써 남작가 입구를 주시한 지 2시간째였다.
“에휴…….”
아직도 11%나 남았다는 것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날씨는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입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20분 뒤.
[정보 수집률이 100%가 되었습니다.]
[할로드 남작가 보고 서류를 획득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
날씨는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할로드 남작가 보고 서류가 들어와 있었다.
‘드디어!!’
날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남작가를 주시할 이유가 없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라시스로 갑니다!”
“5골드입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날씨는 도시 ‘라시스’로 워프했다.
그리고 곧장 퀘스트 ‘정보 수집’을 주었던 암살 길드 ‘콜로니’의 라시스 지부로 향했다.
지부에 도착함과 동시에 날씨는 바로 지부장 ‘에솔’의 방으로 향했다.
이미 날씨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길을 막는 이들은 없었다.
“저 왔습니다. 지부장님!”
방문이 열려 있었고 날씨는 에솔에게 인사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 말씀하셨던 겁니다.”
그리고 방금 전 획득한 ‘할로드 남작가 보고 서류’를 꺼내 건넸다.
에솔은 서류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솔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수고했다.”
[퀘스트 ‘정보 수집’을 완료하셨습니다.]
에솔의 말에 퀘스트가 완료됐다.
‘나이스!’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본 날씨는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기나긴 여정이 끝났다.
‘정식 길드원이다! 히히.’
퀘스트 ‘정보 수집’의 보상은 콜로니 정식 길드원 증표였다.
즉, 임시 길드원에서 정식 길드원으로 승급이 된 것이다.
‘이제 탄탄대로구만.’
유저들이 만든 길드였다면 임시 길드원과 정식 길드원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NPC들의 길드는 다르다.
임시 길드원과 정식 길드원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특히나 콜로니는 암살 길드였다.
암살 길드에서 정식 길드원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제대로 된 암살자로 인정받았다는 것이고 그것은 빵빵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이제 미친 듯이 암살 퀘스트 진행해야지!’
임시 길드원과 달리 정식 길드원이 되면 언제든 암살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콜로니는 대륙 제일은 아니지만 페이드 제국 내 수많은 암살 길드 중 단연 최강이라 할 수 있는 길드였다.
암살 퀘스트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고 그만큼 보상도 좋았다.
‘흐.’
아직 퀘스트를 받지도 않았는데 보상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 정식 길드원 증표다.”
에솔이 증표를 내밀며 말했다.
날씨는 바로 증표를 습득했다.
[콜로니의 정식 길드원으로 승급되었습니다.]
증표를 받자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그리고 바로 의뢰를 하나 수행해줬으면 좋겠는데…….”
탄성을 시작으로 말을 꺼낸 에솔은 말끝을 흐리며 날씨를 보았다.
날씨는 에솔의 시선에 활짝 웃으며 답했다.
“맡겨만 주십쇼.”
어차피 의뢰를 받으려 했다.
의뢰를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스윽
에솔은 날씨의 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로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수많은 의뢰서 중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본부에서 내려온 의뢰다.”
“……!”
본부라는 단어에 날씨의 동공이 확장됐다.
‘대박!’
특히나 보상이 더 좋은 퀘스트가 바로 ‘본부’에서 내려온 퀘스트였다.
날씨는 재빨리 의뢰서를 받아 펼쳤다.
그러자 퀘스트가 나타났다.
<암살>
콜로니의 정식 암살자가 된 당신에게 첫 임무가 내려왔다.
페이드 제국 비욘드를 거점으로 삼은 리더 길드.
리더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 수혁을 암살하라!
[수혁 : 0 / 1]
퀘스트 보상 : ???
“……!”
퀘스트를 본 순간 날씨의 동공이 다시 한 번 확장됐다.
동공뿐만이 아니었다.
표정 역시 살짝 굳었다.
날씨의 굳은 표정을 본 에솔이 말했다.
“부담이 되겠지. 하지만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
“……예?”
퀘스트를 보고 있던 날씨는 에솔의 말에 반문했다.
혼자 진행하는 게 아니라니?
“전 지부에 의뢰가 내려왔다. 우리 지부에서도 너 말고도 다섯이 더 참여할 거야.”
“아…….”
날씨는 탄성을 내뱉었다.
“할 거야?”
에솔이 물었다.
“네, 하겠습니다.”
날씨는 퀘스트를 수락했다.
[퀘스트 ‘암살’을 수락하셨습니다.]
“그럼 전 이만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왔다.
방에서 나온 날씨는 걸음을 옮기며 다시 한 번 퀘스트 ‘암살’을 확인했다.
‘수혁 님을…….’
날씨는 수혁을 알고 있었다.
‘나보고 죽이라고?’
그것도 그냥 아는 게 아니었다.
날씨는 수혁의 팬이었다.
‘간부인 나한테?’
그것도 보통 팬이 아니라 팬클럽의 간부였다.
그런 날씨에게 수혁을 죽이라는 암살 퀘스트를 주다니?
“끄응…….”
상황이 참으로 난감했다.
‘내가 안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안 한다고 해서 수혁이 안전한 게 아니었다.
‘족히 50 이상이 수혁 님을 노릴 텐데.’
전 지부에 의뢰가 내려왔다.
거기다 본부에서 내린 의뢰기에 지부당 최소 셋 이상의 암살자를 투입할 것이다.
콜로니의 지부는 17곳.
최소 50명이었다.
라시스 지부장인 에솔 역시 날씨를 제외하고도 다섯을 투입했다.
50이 훨씬 넘을 수도 있다.
‘위험해.’
아무리 수혁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위험했다.
수혁은 마법사다.
그리고 암살자는 마법사에게 특히 강하다.
50이 넘는 암살자들이라면 수혁이 죽을 수도 있다.
물론 수혁은 유저다.
죽는다고 해도 영원히 죽는 게 아니다.
사망 페널티만 지나면 다시 접속을 할 수 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날씨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암살 의뢰로 죽는 것과 그냥 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관계가 초기화되실 텐데.’
몬스터에게 죽거나 유저에게 죽었을 때에는 NPC들과의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NPC가 보는 앞에서 죽거나 암살자 NPC에게 죽을 경우에는 모든 관계가 초기화된다.
어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도 아예 모르는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알려야 해!’
어떻게 해서든 수혁에게 이 상황을 알려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리지?’
문제는 방법이었다.
팬클럽 간부이긴 하지만 일방적 사랑이었다.
수혁과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수혁이 따로 마당을 운영한다거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리더 길드의 길드 하우스에 갈 수도 없다.
이미 수많은 암살자들이 리더 길드의 길드 하우스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접촉을 한다면?
힘들게 얻은 정식 길드원의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더욱더 치밀하게 암살 준비를 할 것이다.
거기다 내부 정보도 알릴 수 없게 된다.
어떻게 정보를 전해야 될까 곰곰이 생각하던 날씨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그래, 연중 님한테 쪽지를 보내자.’
방법이 있었다.
바깥세상을 이용하면 된다.
수혁과 절친한 친구인 연중은 마당을 운영한다.
연중에게 이 상황을 알린다면 분명 수혁에게 전달될 것이다.
결정을 내린 날씨는 로그아웃을 했다.
캡슐에서 나온 박경덕은 컴퓨터 앞에 앉아 바로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수혁의 소식을 볼 수 있어 즐겨찾기 해놓은 연중의 마당으로 들어가 연중에게 쪽지를 보냈다.
* * *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라. 도와주겠다.”
라스칼이 말했다.
“넵,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수혁과 연중은 라스칼에게 인사를 했다.
스악
그리고 라스칼이 사라졌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라스칼이 사라지자 연중이 물었다.
“사냥왕 님한테 물어보니까 아직 안정화되려면 먼 것 같은데.”
“음…….”
수혁은 연중의 물음에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다 기다려야 되는 일뿐인데.’
앞으로 해야 될 일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특수 키메라를 잡아 공허의 정을 얻어 ‘무(無)’를 제작하는 것.
두 번째로는 크라노손과 함께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 향하는 것.
그러나 2가지 전부 당장 진행할 수가 없었다.
기다려야 했다.
특수 키메라가 나타날 때까지.
10마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그래, 당분간…….’
수혁은 활짝 웃었다.
오히려 당장 할 게 없다는 것이 좋았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연중에게 말했다.
“당분간 도서관에 있지 뭐.”
요즘 들어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데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읽는다고 해도 며칠이 끝이었다.
이번 기회에 수혁은 10마계 도서관들을 쭉 순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알았다. 그러면 바로 갈 거야?”
“그래야지.”
10마계에 갈 것인데 굳이 도시에 들를 필요가 없다.
“그럼 나 먼저 출발한다!”
“나중에 봐.”
“응!”
연중은 수혁의 말에 답하며 워프 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 빛과 함께 사라졌다.
수혁은 연중이 사라지고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