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93화 (293/553)

# 293

제 293화

291.

“알겠습니다.”

비둘의 답을 들으며 연중은 길드 하우스를 나섰다.

나오자마자 연중은 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콜로니 암살자들의 시선이었다.

연중은 덤덤히 비욘드 후작의 저택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무슨 일일까?’

수혁과 관련된 것 같다고 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비둘의 추측일 뿐 다른 이유 때문에 만나자고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내 비욘드 후작의 저택에 도착한 연중은 총집사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이동했다.

“오셨군요.”

비욘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중을 반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인사를 나눈 연중은 비욘드와 책상 하나를 두고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근데 저를 찾으신 이유가…….”

연중이 말끝을 흐리며 물었다.

“아, 수혁 님과 식사 자리를 한번 마련할 수 있을까요?”

비둘의 예상대로 비욘드가 연중을 찾았던 것은 수혁 때문이었다.

“식사요?”

“예.”

“단순한 식사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연중은 말끝을 흐리며 재차 물었다.

친목을 위한 식사 자리는 아닌 것 같았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아, 그게…….”

비욘드는 연중의 물음에 말끝을 흐리며 잠시 침묵한 뒤 이어 말했다.

“아일락 후작이라고 아십니까?”

“레일 평원 개척기지 사령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아일락 그 친구가 수혁 님을 한번 뵙고 싶어 합니다.”

연중은 비욘드의 말에 생각했다.

‘설마 개척을 도와달라는 건가?’

수혁이라면 개척을 매우 빠르게 할 수 있다.

혹시나 그 때문이 아닐까?

‘이런 부탁은 내 선에서 처리해야 돼.’

말한다면 수혁은 분명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수혁의 즐거운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연중은 거절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음…….”

침음을 시작으로 비욘드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연중 님은 수혁 님이 패인과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을 처단한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네,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

비욘드는 연중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자리에 계셨습니까?”

“예.”

“아…….”

연중의 답에 비욘드는 탄성을 내뱉었다.

수혁이 한 일이기에 듣기는 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왜 밝히지 않은 거지?’

길드의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왜 밝히지 않은 것일까?

비욘드는 나중에 차차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연중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아일락은 패인에게 딸을 잃었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는 연중이 탄성을 내뱉었다.

어째서 아일락이 수혁을 보자고 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얼마 전 수혁은 패인의 머리와 크라누스의 증표를 현상금 사무소에 가져갔다.

즉, 패인과 크라누스의 살인마들을 죽인 게 수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감사 인사를 하려는 건가?’

비욘드가 알았듯 아일락 역시 알았을 것이다.

자신의 원수가 누구에게 죽었는지 말이다.

식사 자리를 원하는 것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됐다.

“그렇군요.”

연중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그런데 지금 수혁이가 좀 먼 곳으로 떠나서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나중에 시간이 될 때 연락 주시지요. 일단 그 친구에게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식사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고 화제가 변했다.

“그런데…….”

비욘드가 연중을 보자고 한 것은 단순히 수혁과의 식사 자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 길드전에 수혁 님이 참여하십니까?”

“길드전이요?”

연중은 비욘드의 말에 반문했다.

길드전이라니?

“네, 제국 길드전 말입니다.”

비욘드가 연중을 보자고 한 이유, 그것은 바로 1년에 한 번 수도 ‘페이델리아’에서 열리는 축제 ‘제국 길드전’ 때문이었다.

리더 길드 역시 이번 ‘제국 길드전’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비욘드는 이번 제국 길드전에 수혁이 참여하는지가 궁금했다.

“아아.”

연중은 비욘드의 말에 탄성을 내뱉으며 얼마 전 비둘에게서 받은 서신 속 내용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세 달 뒤 그런 게 있었지.’

잠시 잊고 있었다.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때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생각을 마친 연중은 비욘드에게 답을 해주었다.

물론 수혁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리더 길드는 도시 ‘비욘드’의 대표 길드였다.

제국 길드전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수록 비욘드 후작가의 명성 역시 올라간다.

그래서 비욘드는 수혁이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서신에도 수혁이 참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되어 있었다.

그런 비욘드에게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군요.”

확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까?

비욘드의 표정에서 살짝 아쉬움이 나타났다.

그렇게 제국 길드전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만남은 끝났고 연중은 저택에서 나와 길드 하우스로 향하며 생각했다.

‘굳이 지금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제국 길드전까지는 90일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더구나 제국 길드전은 매해 진행 방식이 바뀐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는 30일 전에 발표가 되니 그때부터 생각을 하면 될 것이다.

* * *

“수혁 님이?”

사냥왕이 반문했다.

“응, 방금 전 연중 님이 올린 글 보고 왔어.”

“흐음, 잘됐네.”

윤진의 답에 사냥왕은 침음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많으실 줄이야.’

수혁이 전설 등급 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기, 방어구, 장신구 모든 종류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할 거야? 다 살 거야? 그렇지 않아도 대거 필요했잖아.”

윤진이 물었다.

“그래야지, 랭커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전설 등급 아이템이 필수적이니.”

10마계의 몬스터들은 너무나 강했다.

전설 장비를 둘둘 두른 사냥왕 역시 살짝 버거운 느낌이 들고 있는데 전설 장비가 없는 랭커들은 어떻겠는가?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다음 지역은?

안정화 중인 10마계보다 더욱 험난한 난이도일 것이다.

그래서 사냥왕은 제왕 길드 소속 랭커들에게 전설 장비를 대여해 무장시킨 뒤 공략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럴 거면 그냥 연락해서 다 사는 게 낫지 않아?”

“아니.”

사냥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담이 될 거야.”

윤진의 말대로 연락을 한다면 다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부담?”

이해를 하지 못한 윤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이미 글이 올라갔잖아. 연중 님이라면 벌써 조회수 수만 찍었을 텐데.”

연중이 글을 올리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올라간 상황에서 실시간 경매를 취소한다?

그렇게 되면 연중은 어마어마한 욕을 먹을 것이다.

연중만 욕을 먹는 게 아니다.

수혁 역시 욕을 먹을 것이다.

언급이 된 건 아니지만 이번 전설 아이템들의 주인이 수혁이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리고 얼마를 제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아.”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시세가 정해진 것들이라면 모를까 여태껏 경매를 통해 나온 전설 아이템은 단 2개뿐이었다.

구매 금액을 결정하기에도 애매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오기만을 기다렸던 레아가 접속을 했다.

“가자.”

사냥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퀘스트를 진행할 때였다.

방문을 나서며 사냥왕은 생각했다.

‘얼마나 들려나…….’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베네치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베네치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서른한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30을 획득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흐뭇한 미소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 후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가볼까.’

무(無)를 만든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즉, 예약을 해둔 전설 아이템들의 실시간 경매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비록 경매가 시작된 지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얼마나 입찰 되었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도서관에서 나온 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한적한 곳으로 가는 게 좋겠지.’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였다.

어떤지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유저들이 경매장에 몰려 있을 것이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예전에도 이용했던 아이미스 왕국의 에리앙으로 워프했다.

그리고 에리앙의 경매장에 도착한 수혁은 전과 다를 바 없는 한적한 경매장 상황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매장 NPC에게 향했다.

경매창을 연 수혁은 바로 등록한 아이템들의 입찰 금액을 확인했다.

1.

-아이템 : 펠로리어의 분노

-입찰 금액 : 372,000

2.

-아이템 : 아스칼츠의 신발

-입찰 금액 : 179,000

3.

-아이템 : 지옥의 창

-입찰 금액 : 297,000

.

.

입찰 금액을 확인한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제각기 입찰 금액이 다르긴 했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남은 시간을 확인하면 야리온의 분노나 알칸디움 갑옷 하의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입찰 금액 확인을 마친 수혁은 경매장에서 나왔다.

‘일단 책부터 돌려줘야겠지.’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지역 ‘마탑’으로 워프했다.

* * *

“…….”

아소멜은 말없이 보고서를 보았다.

보고서에는 찾지 못했다는 짤막한 내용만이 쓰여 있었다.

아소멜은 보고서를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가 있나?’

암당은 현재 수혁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가 않았다.

아무리 행방이 묘연한 자라고 해도 이틀이면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암당의 정보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수혁은 이틀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했다.

‘도서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수혁이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대륙에 있는 모든 도서관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어떤 도서관에서도 수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마탑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탑에 박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루칼 왕국의 도시 ‘로하임’을 끝으로 수혁은 사라졌다.

수혁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작은 흔적이라도 찾으면 되는데…….’

이미 하프 블러드에게 수혁의 행방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슬슬 클레인에게서 압박이 들어 올 것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수혁을 찾아내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당주, 기로스입니다.”

노크의 주인공은 바로 암당의 부당주 기로스였다.

“들어와.”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찾았습니다.”

기로스는 히죽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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