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4
제 294화
292.
“뭘?”
암당은 한두 가지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
무엇을 찾았다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던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물었다.
“수혁 그 녀석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의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어디지?”
“아이미스 왕국의 도시 에리앙에 나타났다가 불의 마탑에 나타났습니다.”
“후…….”
구체적으로 나타난 곳을 듣게 된 아소멜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클레인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지금도 불의 마탑에 있나?”
아소멜은 기로스에게 물었다.
“…….”
그러나 기로스는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도 사라졌다.
“……설마.”
아소멜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또?”
“죄송합니다.”
“…….”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은 잠시 침묵했다.
“알겠다. 나가 봐.”
이내 아소멜은 침묵을 깨고 기로스에게 말했다.
기로스가 방에서 나가자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하프 블러드와 연결된 수정구를 가져왔다.
스아악
-무슨 일이지?
이내 하프 블러드의 수장 클레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녀석을 찾았습니다.”
-어디에 있지?
“불의 마탑이라고 합니다.”
-불의 마탑? 설마 그곳에 쭉 있는 건 아니겠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수혁은 마탑에서 벗어났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을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었다.
-흐음, 혹시 그 아이의 힘을 빌려도 될까?
“…….”
클레인의 말에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절대 안 됩니다. 그냥 만나시는 거라면 제가 막을 수는 없지만 힘을 빌리는 것은…….”
-알겠다. 그냥 해본 소리야.
클레인은 아소멜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조만간 연락 주지.
스악
그렇게 클레인의 말을 끝으로 수정구에서 초록빛이 사라졌다.
* * *
“진짜 가실 생각이십니까?”
캣솔의 물음에 클레인은 자신의 애검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야지, 마탑이라면 넷째 녀석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수혁의 암살을 넷째인 에스찬에게 맡겼다.
에스찬에게 맡긴 것은 수혁이 페이드 제국에 있었기 때문이지, 마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탑은 클레인이라도 상당히 껄끄러운 곳이었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많기만 한 것도 아니다.
10개의 마탑을 이끄는 마탑장들이나 중앙 마탑의 부마탑장은 클레인이라도 암살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암살 대상인 수혁은 10개 마탑 중 하나인 독의 마탑의 차기 마탑장.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마탑에서는 특히나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는다.
즉, 암살을 성공한 순간 수많은 이들의 추격을 받게 될 것이다.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클레인이 직접 나서야 했다.
“마침 일도 있고.”
물론 마탑에 가는 이유가 수혁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탑에 가서 받아 올 것이 있었다.
“보고 싶은 아이도 있고.”
거기다 만날 이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에스찬에게는 말을 해두겠습니다?”
캣솔이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난감하다고 했던 에스찬이었다.
“그래, 말해줘. 녀석 성격상 하소연을 꽤나 많이 했겠군.”
클레인은 캣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근데 바로 출발하실 겁니까?”
“그래야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다.
출발만 하면 된다.
클레인의 말에 캣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캣솔이 돌아가고 클레인은 하프 블러드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를 통해 마탑으로 워프했다.
마탑에 도착한 클레인은 외곽으로 이동해 식당 ‘나그네의 쉼터’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파리 한 마리 날리지 않을 정도로 텅텅 비어 있었다.
“어서 오…….”
카운터에 엎드려 졸고 있던 식당 주인 아샬은 인사를 하다가 클레인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식당 ‘나그네의 쉼터’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하프 블러드의 비밀 지부였다.
“오셨습니까. 마스터.”
졸음을 단번에 날린 아샬은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클레인에게 인사했다.
“플랏 한 잔 부탁하지.”
클레인은 자리에 앉으며 아샬에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아샬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클레인은 품에서 서신을 하나 꺼냈다.
이내 아샬이 플랏을 들고 나왔다.
“전할 서신이 있다.”
클레인은 아샬이 탁자 위에 플랏을 내려놓자 서신을 내밀며 말했다.
“어디로 전하면 될까요?”
“대지의 마탑 근처에 있는 엘린의 상점이란 곳에 전하면 된다. 그리고 주는 게 있을 거야. 그걸 받아오면 된다.”
“옙, 그럼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아샬은 바로 식당에서 나갔다.
클레인은 아샬이 나가자 플랏을 한 모금 머금었다.
세계수의 잎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머금은 것만으로 활기가 가득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아샬은 아니었다.
로브를 푹 눌러 쓰고 있어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빨리 왔구나. 에리미.”
클레인은 머금고 있던 플랏을 넘긴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쩐 일이세요?”
에리미는 클레인의 인사에 싸늘한 목소리로 답하며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답답하지 않니?”
클레인은 여전히 로브를 쓰고 있는 에리미에게 물었다.
“누가 보면 큰 문제니까요.”
“하긴, 그렇지.”
에리미의 답에 클레인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여전히 싸늘한 목소리로 에리미가 물었다.
클레인은 싸늘함이 가득한 목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일이 있어 왔다가 잠시 얼굴을 보고 싶어서…….”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저를 부르신 거예요?”
“아니, 그게…….”
“이만 가볼게요. 다음부터 이런 걸로 부르지 마세요.”
에리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
클레인은 아무런 말없이 에리미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후…….”
이내 클레인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가슴에 비수가 꽂힌다면 이런 느낌일까?
너무나 아팠다.
그때 그 선택이 너무나 후회됐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었다.
그렇게 클레인이 후회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아샬이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아샬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수고했다.”
“더 필요하신 건…….”
말끝을 흐리며 아샬이 클레인에게 물었다.
“당분간 이곳에 머물 거다.”
마탑에 온 목적 3가지 중 2가지는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수혁뿐이었다.
* * *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빌려주시고.”
수혁은 코델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금 당장 읽지는 않겠지만 미리 빌려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수혁은 고서를 반납 후 새로운 고서들을 빌렸다.
“아닙니다. 이대로 먼지만 쌓이는 것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드려야죠.”
코델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예, 나중에 뵙지요!”
수혁은 코델과 인사를 나누고 불의 마탑에서 나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10마계의 지도를 꺼냈다.
방금 전 도서관을 하나 정복했다.
이제 새로운 도서관을 찾아야 했다.
‘몇 개 안 남았네.’
지도를 보던 수혁의 표정에 아쉬움이 나타났다.
‘슬슬 도시를 가야 되는 건가.’
정복되지 않은 마을 도서관은 여섯 곳이었다.
중복되는 책들이 많아 여섯 곳이라 하더라도 정복을 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마을 ‘라포니’로 워프했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시야에 들어온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전부 빛을 잃은 상태였다.
중복된 책들이 너무나 많았다.
물론 정복 메시지가 뜨지 않은 것을 보아 읽지 않은 새 책이 있기는 할 것이었다.
수혁은 새 책을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모든 책장을 둘러 본 수혁은 책상으로 돌아왔다.
수혁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라포니 도서관에 있는 새 책은 단 한 권뿐이었다.
수혁은 책상에 앉아 바로 독서를 시작했다.
두껍지도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끝을 읽을 수 있었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라포니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라포니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서른두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31을 획득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혁은 책을 반납 후 도서관에서 나와 다음 목적지인 마을 ‘헬림’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이내 헬림의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입장과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뒤로 돌아 도서관에서 나왔다.
[헬림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헬림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서른세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32를 획득합니다.]
‘이제 시작인가.’
입장 정복이 시작됐다.
수혁은 다음 마을로 향했다.
다음 마을 또한 입장 정복이었다.
아무래도 남은 마을들은 전부 입장 정복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수혁의 느낌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마지막 마을까지 전부 입장 정복이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서관 여섯 곳을 정복한 수혁은 다시 지도를 꺼냈다.
이제부터는 도시에 있는 도서관을 갈 차례였다.
이내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지도를 넣고 도시 ‘알루엣’으로 워프해 도서관을 찾아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에 도착한 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책장 속 책들 중 절반 정도가 반짝이고 있었다.
도서관 크기를 생각하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상당할 것이었다.
수혁은 도서관을 한 번 쭉 둘러보았다.
‘정복이 좀 걸리겠어.’
하루, 이틀 만에 정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도시와 마을의 차이는 상당했다.
수혁은 책을 다섯 권 챙겨 책상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얼마나 오르려나.’
1시간 전과 비교해 좋아하는 자 칭호가 여섯 개나 늘어났다.
과연 지혜가 한 권에 몇이나 오를지 기대가 됐다.
이내 책상에 도착한 수혁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수혁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하나, 둘…… 아홉, 열?’
나타난 메시지는 10개.
한 권에 상승한 지혜가 무려 10이나 됐다.
수혁은 뒤로 고개를 돌려 책장을 보았다.
수많은 책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 권에 2레벨이라.’
레벨이 한 번 오를 때마다 보너스 스텟 5가 주어진다.
즉, 책을 한 권 읽는 것과 레벨을 2번 올리는 것이 똑같아진 것이다.
소모되는 시간이 엄청나게 차이 나지만 말이다.
‘차원의 도서관만 아니면 올릴 필요도 없는데.’
그렇다고 레벨을 올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수혁의 최종 목표는 차원의 도서관이었다.
차원의 도서관 때문에라도 레벨을 올려야 했다.
물론 읽을 책이 없다면 모를까 레벨 업에 몰두할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