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295화 (295/553)

# 295

제 295화

293.

* * *

“예?”

유저 ‘날씨’는 반문했다.

날씨의 반문에 에솔이 답했다.

“의뢰자가 취소한 것 같다.”

[퀘스트 ‘암살’이 삭제되었습니다.]

에솔의 답에 퀘스트 ‘암살’이 삭제됐다.

메시지를 본 날씨는 미소를 지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다행입니다. 수혁 님!’

그렇지 않아도 퀘스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아주 잘 됐다.

‘어서 알려드려야겠어.’

날씨는 방을 나서자마자 연중에게 연락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전…….”

생각을 마친 날씨는 말끝을 흐리며 에솔에게 물었다.

에솔은 날씨의 물음에 서랍을 열어 의뢰서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이것 좀 처리해줘.”

날씨는 의뢰서를 받아 펼쳤다.

<암살>

마을 ‘하수드’에 숨어 있는 강도 ‘에비소’를 암살하라!

[에비소 : 0 / 1]

퀘스트 보상 : ???

‘강도쯤이야.’

어렵지 않은 퀘스트였다.

‘가는 길에 현상금 사무소도 들러야겠다.’

숨어 있는 강도라면 현상금 사무소에도 수배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중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퀘스트 ‘암살’을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한 날씨는 의뢰서를 인벤토리에 넣고 지부에서 나왔다.

그리고 현상금 사무소에 들르기 전 로그아웃을 했다.

연중에게 이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캡슐에서 나온 박경덕은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속 중이신가.’

하지만 접속 중인지 연중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로 남겨야겠네.’

어차피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굳이 통화로 전할 필요는 없었다.

박경덕은 연중에게 수혁의 암살 의뢰가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박경덕은 다시 접속을 위해 캡슐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띠리리리리!

벨 소리가 울렸기 때문이었다.

박경덕은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

“네, 연중 님!”

전화를 건 이는 바로 연중이었다.

-암살 퀘스트 진짜 취소됐나요?

“네네.”

-아, 어쩐지 갑자기 다 사라져서 혹시나 하고 나와봤더니.

“벌써 다 철수했어요?”

-예, 싹 다 사라졌어요.

“다행이네요. 하하, 전 그럼 진행할 퀘스트가 있어서 이만 끊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연중이 말했다.

“네네.”

-일란 아시죠?

“도시 일란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알고 있습니다.”

-일란 워프 게이트 근처에 바람의 소리라는 여관이 있습니다. 거기에 제가 보답으로 드리고 싶은 것들을 맡겨뒀습니다. 암호는…….

“아닙니다. 보답 받으려고 정보 드린 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박경덕은 연중의 말을 끊으며 재빨리 거절을 했다.

보답 때문에 정보를 준 게 아니다.

오로지 팬심 때문이었다.

-음, 그러면 이렇게 하죠!

“……?”

-콜로니가 제국 최강의 암살 길드잖아요.

“그렇죠.”

박경덕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중의 말에 답했다.

-만약 제국에 큰일이 생긴다면 분명 콜로니에 의뢰가 들어갈 거라고 봅니다.

“아, 혹시 정보를……?”

연중의 말에 박경덕은 탄성을 내뱉으며 물었다.

제국, 큰일, 콜로니, 의뢰.

이 4가지를 조합하니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예, 정보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이템은 정보료로 생각하시구요!

박경덕의 생각은 정확했다.

“그,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콜로니에 들어간 것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나 동경 때문이 아니었다.

엄청난 보상 때문이었다.

정보를 넘기는데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다.

더구나 리더 길드는 수혁의 길드가 아니던가?

굳이 연중의 말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정보였다면 전했을 것이다.

-일란에 있는 바람의 소리입니다! 1357이라 말씀하시면 줄 겁니다.

“넵!”

연중과 통화를 마친 박경덕은 바로 캡슐로 들어갔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일란으로 워프했다.

‘워프 게이트 근처라고 했지.’

날씨는 워프 게이트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관 ‘바람의 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어서 오십쇼!”

여관에 들어가자 여관 주인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날씨는 여관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가 말했다.

“1357.”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여관 주인은 날씨의 말에 흠칫하더니 이내 카운터 뒤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 여관 주인은 자루를 하나 들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여관 주인이 자루를 내밀었다.

[연중의 자루를 획득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자루를 받은 날씨는 인사와 함께 여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자루의 정보를 확인했다.

<연중의 자루[매직]>

유저 ‘연중’의 자루다.

사용 시 각종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다.

‘열어봐야 아는 건가.’

정보에 아이템이 적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쓰여 있지 않았다.

날씨는 바로 자루를 사용했다.

[연중의 자루를 사용하셨습니다.]

[히드라의 단도를 획득합니다.]

[라슈드의 가죽 상의를 획득합니다.]

[라슈드의 가죽 하의를 획득합니다.]

[어둠의 망토를 획득합니다.]

[고요한 마법 신발을 획득합니다.]

.

.

자루를 사용하자 메시지가 엄청나게 나타났다.

‘이, 이렇게나 많이?’

많아야 2, 3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풀세트잖아.’

무기부터 시작해 방어구, 장신구까지 부위별로 다 있었다.

아이템들의 이름을 보니 평범과 특별 등급의 아이템도 아닌 것 같았다.

‘설마…….’

날씨는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헉!”

그리고 놀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전부 영웅?”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영웅 등급이었다.

전설 등급만큼은 아니지만 영웅 등급의 장비들은 여전히 비싼 가격에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전설 등급 장비를 착용할 수 있는 건 랭커들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물량이 없기 때문이었다.

즉, 대부분의 랭커들 역시 영웅 등급 장비를 사용한다.

“세트까지!”

거기다 단일 아이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세트 아이템도 있었다.

“이 정도면 본부도 금방 갈 수 있겠는데?”

지금은 지부에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장비들만 있다면 랭커들, 그것도 상위 랭커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

수월하게 의뢰를 해결해 나갈 것이고 금방 콜로니의 본부로 발령 날 것이다.

아니, 발령이 나게 할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본부로 올라가면 모든 게 다 상승한다.

의뢰의 수준은 물론이요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도 좋아진다.

“수혁 님과 연중 님한테 더 도움이 될 테고.”

더 많은 고급 정보를 얻게 되면 수혁과 연중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 열심히 하자 경덕아!”

* * *

“…….”

클레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탑장이 모르면 어쩌자는 거야?’

현재 클레인은 수혁이 소속되어 있는 독의 마탑에 잠입해 있었다.

마탑장인 파비앙의 방에는 잠입할 수 없었지만 대화는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잠입을 했다.

“수혁이가 언제쯤 돌아올까?”

“글쎄요. 좀 걸리지 않을까요?”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이미 수혁은 마탑에 왔었다.

그런데 그것을 마탑장인 파비앙이 모르고 있었다.

‘여기 있어 봤자 알 수 있는 건 없겠군.’

클레인은 결국 다른 곳에서 수혁을 찾아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그런데 너무 위험한 곳에 보내신 거 아닙니까? 아무리 성룡이 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드래곤인데…….”

‘드래곤?’

클레인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라스칼 님이 수혁이만 데리고 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이미 수혁이는 파괴력 면에서 날 뛰어넘었어.”

“예? 농담이시죠?”

“농담 아니야. 뭘 하고 다니는 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했어. 라스칼 님이 동족으로 생각할 정도라니까? 그러니 걱정은 안 해도 돼.”

대화를 듣던 클레인의 표정에 당황이 나타났다.

‘이게 무슨 소리야? 마탑장을 넘어서?’

지금 말한 이는 독의 마탑장 파비앙이었다.

파비앙이 수혁을 자기보다 위라 말하고 있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년도 안 된 햇병아리가?’

그도 그럴 것이 암당에서 받은 정보에 따르면 수혁은 마법사가 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햇병아리였다.

물론 재능이 엄청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마탑장을 넘어서다니?

파비앙이 재능이 없으면 모를까 마탑장에 오를 만큼 뛰어난 이였다.

“허, 그러면 진짜 드래곤을 잡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대화를 듣던 클레인은 이내 이를 악물었다.

‘아소멜!’

암당에서 몰랐을 리 없다.

수혁의 강함과 드래곤을 잡으러 떠난 것까지 전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 말을 해주지 않은 것일까?

‘견제를 하는 건가?’

인력 낭비를 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근데 라스칼은 누구지?’

생각을 하다가 파비앙이 존칭을 쓰던 존재 라스칼이 떠올랐다.

콧대 높은 마탑장들에게 존칭을 받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동족 이야기를 꺼내는 거 보니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드워프? 오크?’

보통 인간끼리는 동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동족이란 단어를 쓰는 것은 오크, 드워프 같은 유사 종족들뿐이었다.

‘일단 복귀해야겠어.’

필요한 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클레인은 복귀를 결정하고 다시 은밀히 이동했다.

* * *

“예? 드래곤을 잡으러 떠난 겁니까?”

아소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을?’

드래곤과 함께 떠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드래곤을 잡으러 떠난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흥, 떠난 것은 알고 있었군.

그러자 수정구에서 클레인의 성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게…….”

아소멜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클레인에게 수혁의 암살을 부탁했을 때에는 진짜 몰랐다.

이후에 알게 됐다.

그러나 말을 할 수 없었다.

떠났다고 말을 했다면?

분명 꼬투리를 잡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독산’에서 진행한 일에 집중을 하느라 잠시 잊었다.

“죄송합니다.”

아소멜은 사과를 했다.

변명을 하기에는 늦었다.

-라스칼은 누구지?

“라스칼이요?”

-모르는 건가? 함께 떠났다고 하는데.

“아.”

아소멜은 클레인의 말에 탄성을 내뱉었다.

‘드래곤 이름이 라스칼이었나.’

드래곤과 함께 떠난 것은 수혁과 리더 길드의 마스터 연중 둘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드래곤뿐이었다.

“아무래도 드래곤의 이름이 라스칼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흐음. 동족이라…….

그러자 클레인이 침음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

아소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혁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조사해줬으면 좋겠군.

이내 클레인이 말했다.

-보내준 정보와 너무 달라.

“……알겠습니다.”

아소멜은 클레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수혁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할 생각이었다.

클레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암당이 파악하고 있는 수혁의 정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다 다시 조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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