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
제 299화
297.
‘20명이라.’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입구를 막아야 하나?’
악마의 둥지는 정말 길이 많다.
길이 엇갈린다면 20명 중 몇몇을 놓칠 수 있다.
수혁은 던전 입구를 보았다.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자.’
일반 필드와 달리 던전의 경우 지형을 바꿀 수 없다.
바꾼다고 하더라도 1분이면 다시 원래대로 복구가 된다.
즉, 입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바로 그때였다.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퀘스트 창을 닫은 순간 드랍 창이 나타났다.
“……?”
갑자기 나타난 드랍 창에 수혁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의 자식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수혁은 다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방금 전 생성된 퀘스트 ‘수상한 자들’을 확인했다.
‘올랐네.’
0이 아니라 1이 되어 있었다.
수혁은 드랍 창을 보았다.
‘암당이라…….’
드랍된 아이템은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수상한 자들의 정체는 암당이란 단체인 것 같았다.
스윽
바로 그때 사라졌던 어둠의 자식이 돌아왔다.
근처에 더 이상 암당의 당원들이 없다는 의미였다.
수혁은 아이템을 습득 후 정보를 확인했다.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영웅]>
암당의 정식 당원임을 증명하는 증표다.
“……?”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영웅 등급이라고?’
바로 증표의 등급 때문이었다.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마스터의 증표도 아니고 고작 정식 당원이었다.
그런데 영웅 등급이라니?
‘그래도 어둠의 자식에게 죽은 걸 보면…….’
물론 어둠의 자식에게 죽은 걸 보면 긴장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재소환했다.
그리고 포탈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포탈에 가까워지자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였다.
근처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암당의 존재들임이 분명했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분신.”
그리고 분신을 소환했다.
포탈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분신으로 잡을 수 있으면 좋고.’
수혁은 분신에게 명령을 내린 뒤 시야 공유를 시전했다.
그러자 시야 공유 창이 나타났다.
분신이 포탈하기 직전 시야에 누군가 나타났다.
‘인간만 있는 건가?’
혹시나 유사 종족들도 섞여 있는 단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시야 공유 창에 나타난 존재들은 전부 인간이었다.
‘다섯 정도는 충분히 잡겠지?’
분신은 장비 아이템의 효과를 받지 못한다.
거기다 스텟 역시 본체의 30%였다.
즉, 본체에 비해 너무나 약했다.
하지만 본체와 비교해 약하다는 것이지 수혁의 스텟을 생각하면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다.
수혁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분신은 수혁의 명령대로 마법을 시전했고 시야 공유 창에 보이던 인간 다섯은 그대로 픽픽 죽음을 맞았다.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5개
-식량 자루 3개
그리고 드랍 창이 나타났다.
수혁은 아이템을 습득하며 생각했다.
‘보스급 한 명은 있을 텐데 분신으로 잡을 수 있으려나.’
남은 14명이 전부 평등한 위치는 아닐 것이다.
분명 통솔을 하기 위한 위치의 인간이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수혁은 드랍된 아이템들을 습득하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스악!
시야 공유 창이 사라졌다.
“……?”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지속 시간이 끝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창이 사라졌다는 것은 분신이 누군가에게 당했음을 의미했다.
‘분신을 죽일 정도면…….’
장비가 없어 방어력이 낮다고 해도 분신의 생명력은 3만이 넘는다.
분신에게 픽 죽었던 이들이 3만이 넘는 생명력을 단숨에 없앴을 것 같지는 않았다.
보스급 존재가 분신을 죽인 게 분명했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러자 어둠의 자식들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혁 역시 어둠의 자식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뒤.
[경고!]
[암당 서열 39위 아벤이 나타났습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39위?’
메시지를 본 수혁은 반문했다.
메시지가 나타났다는 것은 보스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고작 39위가 분신을 죽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수혁은 살짝 긴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긴장을 풀 수밖에 없었다.
[암당 서열 39위 아벤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
그리고 말없이 메시지를 보았다.
‘어둠의 자식한테 죽은 거야?’
어둠의 자식들은 분신과 달리 장비의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장비의 영향을 받은 어둠의 자식들은 강력했다.
* * *
악마의 둥지.
“……흐음.”
암당 서열 39위이자 7차 조사단의 팀장으로 오게 된 아벤은 포탈을 보며 침음을 내뱉었다.
‘어디로 이어진 걸까?’
마계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확실한 게 아니었다.
확인을 떠난 조사단들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포탈이 없는 거라면 다행인데.’
아벤은 품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클라빈의 수정구를 떠올렸다.
중간계로 이어지는 포탈을 만들 수 있는 아티펙트.
만약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가 포탈이 없기 때문이라면 다행이었다.
클라빈의 수정구로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마왕성 같은 곳은 아니겠지.’
하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게 다른 이유 때문이라면?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수많은 수정구 중 가운데에 있던 수정구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침입자?’
고민을 하고 있던 아벤은 수정구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몬스터가 들어왔나?’
악마의 둥지 내부는 깨끗이 청소했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몬스터가 들어온 게 아닐까 싶었다.
“1팀은 a지역 앞쪽 길목을 막고 나머지는 지키고 있어.”
아벤은 당원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앞장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
‘인간?’
침입자의 정체를 확인한 아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몬스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
이내 아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침입자가 인간이기 때문에 놀란 게 아니다.
‘당했다고?’
인간 앞에 1팀 당원들이 쓰러져 있었다.
다섯이 전부 당한 것이다.
스윽
아벤은 양손에 단도를 들었다.
그리고 은밀히 침입자의 뒤로 이동했다.
1팀 당원들을 홀로 쓰러트린 것을 보아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단숨에 숨통을 끊어야 했다.
다행히도 침입자는 아벤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벤은 재빨리 침입자의 목을 향해 단도를 휘둘렀다.
스걱!
침입자가 휘청였고 아벤은 연달아 단도를 휘둘러 급소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급소 열 곳을 공격한 아벤은 앞으로 쓰러지는 침입자를 보며 공격을 멈췄다.
침입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벤은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침입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체를 뒤집었다.
“……?”
그러나 아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스아악
뒤집으려 한 그 순간 시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아벤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시체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빠르게 들어가야겠군.’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
그리고 사라진 침입자의 시체.
불안했다.
아벤은 지체 말고 바로 포탈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들어갈 준비는 끝났나?”
아벤은 도착과 동시에 당원들에게 물었다.
“예, 준비…… 아벤 님!”
바로 그때 당원 하나가 외쳤다.
“……?”
당원의 외침에 아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등에서 화끈한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스윽
아벤은 고개를 내렸다.
날카로운 검은 무언가가 가슴을 뚫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무력감이 찾아왔다.
온몸에서 힘이 빠졌고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아벤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아벤은 당원들에게 다가가는 검은색의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 * *
<수상한 자들>
악마의 둥지에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다.
수상한 자들을 처치하라!
[수상한 자 : 20 / 20]
퀘스트 보상 : ???
“역시 참 좋은 스킬이야.”
아직 포탈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암당의 당원들을 전부 처치했다.
어둠의 자식들이 죽인 것이다.
[퀘스트 ‘수상한 자들’을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암당’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한 수혁은 속으로 반문했다.
‘연계?’
어떤 보상을 줄까 했는데 연계 퀘스트였다.
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 ‘암당’을 확인했다.
“…….”
그리고 암당을 확인한 수혁의 표정에 물음표가 가득 등장했다.
<암당>
???
퀘스트 보상 : ???
아직 조건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
퀘스트를 확인한 수혁은 어이가 없었다.
‘조건이 뭔지라도 알려주던가.’
물음표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드랍 창을 확인했다.
-클라빈의 수정구
-암당 임시 지부 워프 스크롤 5개
-암당의 팀장 증표 1개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13개
-식량 자루 5개
-아벤의 금빛 단도
-아벤의 은빛 단도
.
.
무수히 많은 아이템이 드랍됐다.
‘워프 스크롤?’
그리고 드랍된 아이템 중 눈에 띄는 아이템이 있었다.
수혁은 아이템을 습득 후 바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아이템 ‘암당 임시 지부 워프 스크롤’의 정보를 확인했다.
<암당 임시 지부 워프 스크롤[특별]>
암당의 임시 지부 중 하나인 페이드 제국 ‘3지부’로 워프할 수 있는 스크롤이다.
“오.”
정보를 확인한 수혁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름 그대로 임시 지부로 워프할 수 있는 스크롤이었다.
‘페이드 제국이라.’
수혁은 고민했다.
‘가볼까.’
임시라고 해도 지부는 지부다.
암당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수혁은 고민을 하며 차근차근 아이템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
그리고 이내 움찔했다.
‘전설?’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드랍되었기 때문이었다.
<클라빈의 수정구[전설]>
클라빈이 만든 수정구로 어떤 차원에서든 중간계로 이어지는 포탈을 만들 수 있다.
사용 시 소멸된다.
‘포탈을 만들 수 있다고?’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아이템이었다.
수혁은 멍하니 아이템 정보를 보며 생각했다.
‘뭘 하려고 했던 거지?’
클라빈의 수정구로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을까?
설마 10마계에서 포탈을 만들어 중간계로 마족들을 불러들일 생각이었을까?
암당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수혁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암당의 팀장 증표[영웅]>
암당의 팀장임을 증명하는 증표다.
암당의 지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음 아이템 ‘암당의 팀장 증표’를 확인한 순간 수혁은 암당의 임시 지부로 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끝낼 수 있었다.
정식 단원 증표와 마찬가지로 팀장 증표 역시 영웅 등급이었다.
하지만 아이템이 갖는 가치는 매우 달랐다.
지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즉,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잘만하면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암당에 소속되지 않았기에 증표가 먹히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생각을 마친 수혁은 인벤토리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스아악
스크롤을 사용하자 수혁의 발밑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 * *
“…….”
기로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뭔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