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00화 (300/553)

# 300

제 300화

298.

믿기지가 않았다.

기로스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라만 왕국 3지부와 유스 왕국 1지부에서 온 보고서를 보았다.

두 보고서에는 아주 짤막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라만 왕국 제 4지부 발각. 괴멸

-유스 왕국 제 2지부 발각. 괴멸

‘지부가 발각이 됐다고?’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괴멸이라니.’

지부가 발각되었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무엇보다 그 뒤에 쓰여 있는 괴멸이란 단어가 충격적이었다.

암당에서 ‘괴멸’이란 단어는 특별했다.

단순히 지부가 공격당해 사라졌을 때 쓰이는 단어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내지 못했다니.’

지부에서는 공격을 받을 시 가장 먼저 근처 지부에 연락을 보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지부가 공격당해 사라졌을 때.

이럴 때 바로 ‘괴멸’이란 단어를 쓴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 들어왔다는 건데.’

라만 왕국의 4지부야 임시 지부이지만 유스 왕국의 2지부는 정식 지부였다.

정식 지부인 2지부까지 괴멸당했다는 것은 아주 치밀한 준비를 했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디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기로스는 라만 왕국의 4지부와 유스 왕국의 2지부를 괴멸시킨 단체가 어떤 곳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하지만 당장 생각나는 단체가 없었다.

‘이거 다른 곳도 위험한 거 아냐?’

암당의 지부가 없는 곳은 없다.

신성 제국에도 암당의 지부는 존재했다.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곳이 있을 수 있다.

‘확인해봐야겠어.’

기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페이드 제국 3지부에 입장하셨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이네.’

가구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다.

방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수혁의 발밑에 있는 마법진뿐이었다.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아벤에게 얻은 팀장 증표를 꺼냈다.

‘가볼까.’

증표를 꺼낸 수혁은 문을 열고 방에서 나왔다.

저벅!

방에서 나오자마자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책상 앞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메시지가 뜨지 않은 것을 보아 이곳의 보스급 인물은 아니고 워프 마법진을 지키는 암당의 당원인 것 같았다.

“……누구십니까?”

이내 수혁을 발견한 암당의 당원 ‘칼로’가 물었다.

칼로의 물음에 수혁은 팀장 증표를 보여주었다.

“……!”

증표를 본 칼로는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3지부 당원 칼로입니다.”

수혁은 칼로의 공손한 인사에 생각했다.

‘팀장이 많이 높은 건가?’

칼로의 태도는 너무나도 공손했다.

그리고 어려워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팀장이란 직위가 생각보다 높은 것 같았다.

“지부장님께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칼로가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호오, 바로?’

수혁은 칼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꽤 큰데?’

걸음을 옮기며 수혁은 생각했다.

임시 지부라 작은 줄 알았는데 크기가 상당했다.

얼마 뒤 칼로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경고!]

[암당 서열 38위 클로스가 나타났습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필.’

수혁은 손에 쥐고 있던 팀장의 증표를 보았다.

39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서열 39위 아벤이 드랍을 한 증표였다.

즉, 증표에 쓰여 있는 숫자는 서열을 의미했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서열 38위가 서열 39위를 모를까?

똑똑

“지부장님. 서열 39위 아벤 님이 오셨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수혁은 칼로의 말에 순간 움찔했다.

당원인 칼로조차 증표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클로스가 모를 리 없다.

‘얼굴은 모를 수 있지.’

하지만 이름을 알고 있다고 얼굴까지 아는 것은 아니다.

수혁은 걱정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끼이익

“아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클로스가 나왔다.

“……?”

그리고 클로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수혁을 보았다.

수혁은 클로스의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알고 있구나.’

얼굴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플레임.”

수혁은 바로 입을 열었다.

‘뭐라도 드랍하겠지, 뭔가 있거나.’

팀장의 증표로 정보를 얻어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스아악!

[암당 서열 38위 클로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제 3지부’가 생성됐습니다.]

-암당의 팀장 증표 1개

플레임이 등장했고 등장과 동시에 메시지와 드랍 창이 나타났다.

“매직 미사일.”

그리고 수혁은 이어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칼로에게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펑!

매직 미사일이 터지며 칼로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어둠의 자식, 어둠의 자식.”

칼로까지 처리한 수혁은 재빨리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했다.

소환된 어둠의 자식들이 주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제 3지부’를 확인했다.

‘똑같네.’

악마의 둥지에서 생성되었던 ‘수상한 자들’과 똑같았다.

제 3지부에 있는 모든 암당의 당원들을 잡아야 하는 퀘스트였다.

‘맡기자.’

같이 돌아다니며 당원들을 잡을까 아니면 어둠의 자식들에게 맡길까 고민하던 수혁은 클로스의 방으로 들어갔다.

‘음?’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건 뭐지?’

책상 위에 수많은 종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종이들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수혁은 다가가 종이들을 확인했다.

‘비밀 서류인가?’

종이에는 여러 정보들이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비밀 서류인 것 같았다.

‘정보 길드인가?’

혹시나 암당이 정보를 파는 정보 길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 빛은 뭐지? 마치 책 같은…….’

문득 든 생각에 수혁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장 얇은 비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5장밖에 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고 마지막 줄을 읽은 순간.

스아악

빛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나타났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처음으로 비밀 서류를 읽으셨습니다.]

[칭호 : 보안 담당자를 획득합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책만 오르는 게 아니야?’

당연히 책만 지혜가 오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비밀 서류…….’

수혁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꽤 있겠지?’

임시 지부라고 해도 지부는 지부.

분명 비밀 서류들을 모아둔 곳이 있을 것이다.

수혁은 일단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비밀 서류들을 넣어봤다.

[습득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에이, 안 되나.’

지부장인 클로스를 죽였다.

그래서 혹시나 습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비밀 서류는 클로스가 아니라 암당에 귀속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의외네.’

수혁은 비밀 서류를 보며 생각했다.

‘일란이 그렇게 비리가 많은 도시 일 줄이야.’

비밀 서류에 쓰여 있는 것은 예전 리더 길드의 거점이었던 도시 ‘일란’을 다스리는 귀족이 저지른 비리였다.

‘이거 생각보다 귀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겠어.’

수혁은 책상 위에서 여전히 빛을 뿜어내는 비밀 서류들을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서류를 읽을 때마다 꾸준히 1씩 상승했다.

이내 비밀 서류를 다 읽은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건 1로 고정인가 보네.’

10장이 되는 비밀 서류를 읽었을 때에도, 2장인 비밀 서류를 읽었을 때에도 지혜는 1씩 올랐다.

‘하긴 책을 좋아하는 자니까.’

칭호 ‘책을 좋아하는 자’의 효과를 받지 않을까 했는데 책과 비밀 서류는 별개였다.

수혁은 퀘스트를 확인했다.

‘다 잡았네.’

넓기에 혹시나 다 못 잡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도 소환 시간 내에 3지부 당원들을 전부 처치했다.

[퀘스트 ‘암당의 페이드 제국 제 3지부’를 완료하셨습니다.]

[암당의 페이드 제국 3지부 만능 열쇠를 획득합니다.]

‘잠긴 곳이 있는 건가?’

퀘스트 보상은 지부의 열쇠였다.

완료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난감한 상황이 일어날 뻔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찾아볼까.’

이제 비밀 서류들이 있는 방을 찾을 때였다.

수혁은 방에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방을 한 번 쭉 탐색했다.

지부장의 방이기에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없네.’

하지만 눈에 띄는 아이템이 없었다.

방에서 나온 수혁은 지부 내부를 돌아다니며 방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겨 있는 문이 있었지만 보상으로 획득한 만능 열쇠로 해결했다.

그렇게 쭉 방을 확인하던 수혁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시야에 수많은 비밀 서류들이 들어왔다.

* * *

“얼마나 더 가야 돼?”

윤진의 물음에 사냥왕은 지도를 보았다.

“조금만 더 가면 돼. 20분 정도?”

이제 곧 목적지 불의 들판에 도착하게 된다.

“도착해서 찾아다녀야 하는 거지?”

“그래.”

물론 도착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도착 후 인간들이 만든 거점을 찾아야 했다.

[불의 들판에 입장하셨습니다.]

얼마 뒤 불의 들판에 도착한 사냥왕은 주변을 주시하며 말했다.

“이제부터 조심해.”

정찰병이 올 수도 있고 함정을 만들어 두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윤진과 레아는 사냥왕의 말에 함께 주변을 주시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리고 이내 윤진이 말했다.

사냥왕은 윤진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목책 같은 것이 보였다.

퀘스트 수행 장소인 ‘거점’이 분명했다.

“준비하자.”

사냥왕의 말에 레아가 버프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 사냥왕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불의 들판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인간들>

금지 ‘불의 들판’에 인간들이 나타났다.

인간들은 불의 들판에 거점을 만들고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크라노손은 인간들의 정체와 목적이 궁금하다.

인간들의 정체와 목적을 확인하라!

[정체불명의 인간 : 0 / ???]

[보고서 : 0 / 1]

퀘스트 보상 : ???

‘중요한 건 보고서.’

퀘스트 완료 조건은 2개였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은 완료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

보상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조건이었다.

“끝났어.”

버프를 다 시전한 레아가 말했다.

“가자.”

사냥왕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리고 거점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는데? 잡아?”

윤진이 물었다.

거점에 가까워지자 입구에서 우르르 인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잡아.”

사냥왕은 물음에 답하며 뛰쳐나갔다.

그리고 바로 전투가 벌어졌다.

사냥왕은 정체불명의 인간들을 쓰러트리며 생각했다.

‘쉽네?’

강할 것이라 생각했던 인간들이 너무나 약했다.

전투가 너무나 쉬웠다.

입구에서 나온 인간들을 전부 쓰러트린 사냥왕은 보고서가 드랍됐는지 확인을 위해 드랍 창을 확인했다.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9개

보고서는 드랍되지 않았다.

‘암당?’

하지만 사냥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암당이라면…….’

그도 그럴 것이 사냥왕은 암당을 알고 있었다.

사냥왕은 친구 창을 열었다.

바로 그때였다.

-루타 : 사냥왕 님.

라만 왕국과 유스 왕국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랭커이자 제왕 길드의 길드원이 된 ‘루타’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사냥왕 : 네, 루타 님.

그렇지 않아도 루타에게 귓속말을 보내려 했던 사냥왕은 재빨리 답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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