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06화 (306/553)

# 306

제 306화

304.

이어진 물음에 기로스는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 않았다.

“예.”

기로스는 답을 한 뒤 이어 말했다.

“라만 왕국 3지부에 루타 길드 녀석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페이드 제국 2지부는 흔적이 없는 것을 보아 수혁이 움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끙.”

지부를 괴멸시킨 이들이 누구인지 확인한 아소멜은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어떻게 안 걸까…….”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게.”

중얼거림을 들은 기로스가 입을 열었다.

“…….?”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의아한 눈빛으로 기로스를 보았다.

기로스에게 질문한 게 아니었다.

그저 생각을 하며 중얼거렸을 뿐이다.

그런데 기로스의 반응을 보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조사단이 당한 것 같습니다.”

“조사단이 당해?”

아소멜이 반문했다.

그리고 이어 말뜻을 이해한 아소멜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가지고 간 워프 스크롤이…….”

“예, 페이드 제국 2지부와 라만 왕국 3지부 워프 스크롤입니다.”

“혹시 그 전에도?”

“페이드 제국 3지부는 워프 스크롤 때문이고 다른 곳들은…….”

“……흐음.”

지부들이 발각된 이유를 알게 된 아소멜은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기로스가 말했다.

“아니, 죄송할 게 아니지. 이렇게 될 줄은 나도 예상 못 했으니.”

아소멜은 기로스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사단이 당할 줄 알고 워프 스크롤을 준 게 아니었다.

누가 조사단이 당할 것이라 생각했겠는가?

“그나마 다행이군.”

“……?”

기로스는 아소멜의 말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지부 6개가 사라졌다.

거기다 정식 지부도 3개나 포함되어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지금 무엇이 다행이란 말일까?

기로스의 눈빛을 본 아소멜이 말했다.

“모든 지부가 정보 때문에 들킨 게 아니니까.”

“아.”

아소멜의 말에 기로스는 탄성을 내뱉었다.

여태껏 지부가 발각된 것이 정보가 새어나가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황을 정리하면 정보가 새어나가 발각된 것은 유스 왕국의 2지부, 3지부, 라만 왕국의 4지부뿐이었다.

나머지 지부는 워프 스크롤 때문에 발각이 되었다.

“제왕 길드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되겠어.”

여태껏 지부가 발각된 것이 제왕 길드 혹은 배후 조직의 정보력이라고 생각해 정말 긴장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제왕 길드는 대단한 곳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완전히 긴장을 풀 정도는 아니었다.

조사를 하며 속속 들어오는 정보를 취합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조사단들이 다 당했다고 봐야겠지?”

아소멜이 말했다.

“아무래도…….”

기로스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7차와 8차 조사단이 당했다.

앞서 마계에 갔던 조사단들 역시 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잠입 준비는?”

“1주일 내로 끝날 것 같습니다.”

현재 암당에서는 루타가 이끄는 길드들에 당원들을 잠입시키고 있었다.

1주일 내로 투입된 당원들은 모두 완벽한 루타 길드원이 될 것이다.

“정보 들어오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기로스의 답에 아소멜은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이만 정보 취합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아소멜의 답에 기로스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방에서 나갔다.

기로스가 나가고 아소멜은 생각했다.

‘이제 흔들어도 되겠어.’

제왕 길드의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조사했다.

아직 완벽히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다.

거기다 오늘 일로 너무 과하게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이제부터 아소멜은 제왕 길드 아니, 제왕 길드와 직접적으로 연관 된 곳들을 흔들 생각이었다.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탁자로 다가가 하프 블러드와 연결된 수정구를 가지고 돌아왔다.

-무슨 일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구에서 하프 블러드의 수장 클레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해드릴 정보가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수혁에 대한 정보인가?

“예, 그것도 있고 다른 것들도 있구요.”

말끝을 흐린 아소멜은 힐끔 보고서를 보고 이어 말했다.

“제왕 길드를 아십니까?”

-들어봤다.

“수혁이 제왕 길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흐음.

한동안 아소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클레인이 물었다.

-이번에는 확실한 건가?

클레인의 물음에 아소멜은 쓴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클레인은 수혁에 대한 정보 부족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예, 확실합니다.”

-한 번 더 믿어보지.

“구체적인 정보는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알았다. 정보가 도착하는 대로 시작하지.

스아악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소멜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구를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이어 ‘크라누스’와 연결된 수정구를 가져왔다.

-여어, 아소멜! 어쩐 일이야?

얼마 뒤 수많은 살인마들의 대장이자 크라누스의 수장 ‘크라누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라누스, 일 좀 해줘야겠다.”

-어디에서 깽판 치면 되는데?

“라만 왕국, 유스 왕국.”

-아무 곳이나?

“아니.”

아소멜은 크라누스의 물음에 답하며 보고서를 뒤적였다.

그리고 이어 루타 길드에 대한 정보가 가득한 보고서를 찾은 뒤 이어 말했다.

“라만 왕국은 우린, 칼로시네아, 아필리소, 케시울. 유스 왕국은 하르베닝, 로스템, 팔락.”

-일곱 군데만 하면 되는 거야?

“가능하겠어?”

-당연하지! 안 그래도 애들 요즘 몸이 근질거려 미칠 것 같다고 했거든. 바로 시작해도 되는 거지?

“그래.”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끝!”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루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루타 님 어디세요?

-루타 : 아, 지금 잠시 일이 생겨서 칼로시네아라는 도시에 와 있습니다. 혹시 끝나셨나요?

-수혁 : 예,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루타 :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수혁 : 일은 끝나신 거예요?

-루타 : 옙! 막 끝났습니다. 지부로 갈까요?

-수혁 : 예, 지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수혁은 루타와 귓속말을 끝낸 뒤 기밀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혹시나 놓친 것이 있을까 지부를 쭉 돌며 꼼꼼히 확인을 했다.

‘역시.’

이내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놓친 비밀 서류가 있었다.

책상 밑에서 비밀 서류를 주운 수혁은 자리에 앉아 비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루타 : 수혁 님, 저 왔습니다!

비밀 서류를 다 읽은 순간 루타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수혁 : 입구로 갈게요.

수혁은 방에서 나와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곧 루타를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기요.”

수혁은 루타의 인사를 받아주며 인벤토리를 열어 메모지를 꺼내 내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메모지를 받은 루타는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아, 곧 안정화 끝난다고 하는데 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이어 물었다.

“네, 그럴 생각이에요. 루타 님은요?”

“전 일이 생겨서 아무래도 참여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루타가 아쉬운 표정으로 답했다.

“아, 그렇군요.”

“득템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하하.”

아쉬움을 날린 루타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일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옙! 그럼 전 이만!”

루타가 인사를 하고 지부를 떠났다.

“아공간으로.”

더 이상 지부에 볼일이 없는 수혁 역시 아공간으로를 시전했다.

그리고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 사냥왕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사냥왕 : 안정화 끝났습니다.

귓속말을 본 수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수혁 :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수혁은 사냥왕에게 답을 보냈다.

-사냥왕 : 바로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수혁 : 예, 그럴 생각입니다. 어차피 정지가 되니까 문제도 없을 것 같구요.

업데이트 관련해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이례적으로 시간을 정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지사항이었다.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바로 퀘스트를 진행해도 상관없다.

-수혁 : 그리고 준비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안정화가 됐다고 해서 크라노손이 바로 출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준비를 할 것이고 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여섯 시간 뒤 업데이트가 시작된다.

여섯 시간 정도면 충분히 준비가 끝날 시간이었다.

준비가 끝나면 업데이트가 끝난 직후 바로 출발을 할 수 있다.

-사냥왕 : 그럼 아밀레타에서 뵙겠습니다.

-수혁 : 옙. 왕궁 입구에서 뵙죠.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바로 워프 마법진을 통해 10마계의 수도 ‘아밀레타’로 워프했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왕궁 입구에 도착한 수혁은 사냥왕의 인사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리고 사냥왕의 뒤쪽을 보며 생각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사냥왕의 뒤에는 윤진, 레아 말고도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전부 제왕 길드 마크가 달려 있었다.

제왕 길드에 소속된 랭커들인 것이다.

‘제왕 길드가 진짜 크구나.’

아무리 큰 길드라 하더라도 랭커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곳은 없다.

새삼 제왕 길드의 힘이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저희 왔습니다.”

뒤쪽에서 연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은 뒤를 보았다.

연중을 필두로 리더 길드원들이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입구에 도착한 연중이 사냥왕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냥 퀘스트를 진행했을 뿐인데요.”

사냥왕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연중의 말에 답했다.

“이제 들어가죠.”

수혁의 말에 사냥왕과 연중은 각자 길드원들에게 다가갔다.

왕궁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수혁, 연중, 사냥왕, 윤진, 레아 다섯뿐이었다.

* * *

“드디어 시작이군.”

장경우는 미소를 지었다.

모니터에는 10마계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누가 상자를 가져가려나.”

이제 11마계로 가게 될 것이고 보상으로 신 등급 상자를 얻게 될 것이었다.

장경우는 누가 행운을 거머쥘 것인지 궁금했다.

“수혁이 가져갈 확률이 높긴 한데…….”

인원이 많아지긴 했지만 행운을 거머쥘 후보는 둘뿐이었다.

“안정화에 사냥왕이 엄청 힘을 썼단 말이지.”

11마계의 포탈이 있는 금지 ‘발록의 사원’에 도착할 경우 보상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보상은 랜덤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기여한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물론 기여도가 제일 높다고 신 등급 상자를 얻는 것은 아니다.

신 등급 상자는 추가 보상이었다.

일정 기여도를 달성한 이들 중에서 랜덤으로 지급이 된다.

원래는 수혁 혼자였지만 안정화를 홀로 진행하며 사냥왕이 기여도를 엄청나게 올려 최저 기여도를 달성했다.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신 등급 상자를 받을 수 있는 최저 기여도를 충족한 유저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수혁과 사냥왕이 나타났다.

“음?”

그러나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침음에는 의아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더 있어?”

신 등급 상자를 받을 수 있는 후보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장경우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 유저도 열심히 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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