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
제 310화
308.
* * *
“안녕하십니까.”
황지연은 건물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수혁에게 인사를 하며 생각했다.
‘오늘도 왔네.’
그제와 어제 그리고 오늘.
벌써 3일째였다.
“안녕하세요.”
수혁이 인사에 답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오늘도 7호실을 이용하시겠습니까?”
카드를 받은 황지연이 물었다.
“비어 있나요?”
“물론입니다.”
황지연은 수혁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제왕 그룹의 VIP부터였다.
하지만 VIP가 많은 게 아니고 그보다 상위 등급인 VVIP는 더욱 적고 수혁처럼 블랙 등급을 가지고 있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애초에 그들이 도서관에 온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방이 사용되는 건 1년에 한두 번뿐이었다.
“그럼 7호실 이용할게요.”
수혁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도서관에서 정연이 나왔다.
“또 오셨네요!”
정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수혁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며 답했다.
“정연 씨, 7호실로!”
황지연이 정연에게 말했고 정연이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혁은 정연의 뒤를 따라 7호실로 이동했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예.”
7호실에 도착한 정연은 수혁의 답을 듣고 사라졌다.
그리고 수혁은 바로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 도착한 수혁은 자연스레 걸음을 옮겨 읽자고 생각했던 책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 여덟 권을 챙긴 수혁은 방으로 돌아갔다.
수혁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책에 빠져들었다.
방에는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점심도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울 정도로 책에 집중한 수혁은 저녁이 되기 전 가져온 책 여덟 권을 전부 읽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읽은 책들을 바라보던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세 권 더 읽을 수 있겠어.’
남은 시간은 4시간.
판게아와 달리 현실에서는 책의 두께가 엄청나 한 권을 읽는 데에 1시간이 넘게 필요했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끊기지 않고 쭉 편안함과 만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혁은 책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락 온 게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저벅!
핸드폰을 확인한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연락이 여러 곳에서 와 있었다.
물론 전부 답장을 할 필요는 없었다.
수혁은 우선 연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 도서관이냐?
얼마 지나지 않아 연중이 전화를 받았다.
“응, 무슨 일이야?”
-이따 12시에 업데이트 끝나잖아. 혹시 바로 접속하나 싶어서.
연중이 전화를 한 이유는 바로 판게아 때문이었다.
3일간 진행되었던 업데이트가 오늘로 끝이 난다.
자정이 되는 순간 서버가 열리며 접속이 가능해진다.
“아니, 자려고.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 하니까 너도 너무 오래 하지는 말고.”
연중의 말에 수혁이 답했다.
수혁은 접속할 생각이 없었다.
내일 아침에 퀘스트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홀로 진행하는 퀘스트라면 조금 늦출 수 있겠지만 제왕 길드와 함께 진행하는 퀘스트였다.
늦출 수 없었다.
-알았어! 나도 어차피 잠깐 접속할 거야. 업데이트된 것들 확인할 겸.
“업데이트 올라왔어?”
수혁이 물었다.
3일 동안 무엇을 업데이트한 것인지 아직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올라온 것은 업데이트 기간 그리고 시간 정지뿐이었다.
-아니, 아직. 근데 이제 곧 올라오지 않을…… 어?
말을 하던 중 연중이 탄성을 내뱉었다.
-올라왔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 말을 끝으로 연중이 침묵했다.
업데이트 내용을 읽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단 끊자. 특별한 업데이트 있으면 문자 남겨줘!”
-……응!
연중의 답을 끝으로 수혁은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이어 부재중 전화를 2통이나 남긴 오재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문자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그제 보여드렸던 것들 준비가 되어 가져다 드리려 하는데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십니까?
오재용이 전화를 한 이유, 그것은 바로 그제 수혁에게 보여주었던 선물용 책들이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저녁도 가능하고 언제든 가능합니다.
“그럼 오늘 저녁 9시 가능할까요?”
소나무 도서관의 운영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였다.
8시에 출발을 하면 9시쯤에 집에 도착할 것이다.
-예, 물론입니다.
오재용이 흔쾌히 수락했고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서재에 추가될 책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일 아침 9시에 뵙겠습니다!
“예, 내일 뵐게요.”
통화를 마친 뒤 수혁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책장으로 향했다.
* * *
띡띡띡띡 띠리릭
‘오셨구나.’
집에 도착한 수혁은 신발을 벗다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현관에 부모님의 신발이 보였다.
“저 왔습니다.”
수혁은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했다.
“왔냐?”
그러자 거실에 있던 강지성이 활짝 웃으며 수혁을 반겼다.
“식사하셨어요?”
“오랜만에 집밥 먹었지! 하하.”
“엄마는요?”
“지금 자고 있다. 나도 이제 네 얼굴 봤으니 이만 자러 가야겠다.”
수혁의 얼굴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강지성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일도 일이지만…….”
피곤함이 가득한 강지성의 표정을 본 수혁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알았다. 알았어. 이번 일만 끝나면 한 달 정도 푹 쉬마. 그럼 잘 자라!”
강지성은 수혁의 걱정에 껄껄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수혁은 걱정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잠시 안방을 보다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일을 그만두라 말씀드릴 수도 없고.’
강지성과 김지수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수혁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힘들어하면서도 정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수혁은 차마 일을 그만두라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차라리 돈 때문이면 좋았을 텐데.’
일을 하는 이유가 돈이었다면?
당장 그만두라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수많은 전설 아이템들을 판매한 수혁은 현재 써도 써도 끝이 없을 정도의 거금을 가지고 있었다.
“후.”
수혁은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판게아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메인 화면에 업데이트가 올라와 있었다.
“흐음.”
업데이트 내용을 보며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이거…….’
이어 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독이 약해진다는 소리잖아.’
키메라들이 너무 강력해 유저들의 항의가 많았던 것일까?
업데이트에는 유저들의 기본 독 저항력을 5% 상승시킨다는 내용이 있었다.
거기다 중독 지속 시간까지 줄어들었다.
‘키메라만 독을 쓰는 게 아닌데.’
문제는 키메라 말고도 독을 쓰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수혁 역시 독 마법을 사용한다.
거기다 다른 속성 마법을 사용해도 패시브 ‘대마도사’로 인해 중독을 걸 수 있었다.
‘저격 맞은 느낌이야.’
그런데 독이 하향 당하니 껄끄러웠다.
수혁은 이어 다른 업데이트 내용도 확인했다. 딱히 신경을 쓸만한 업데이트는 없었다.
업데이트 확인을 끝낸 수혁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일부터 퀘스트 진행을 해야 한다.
이제 책을 읽을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었다.
그전에 수혁은 최대한 읽어둘 생각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수혁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중과 사냥왕에게서 접속하겠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나도 접속해야겠네.’
아직 약속 시간인 9시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었지만 미리 접속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수혁은 바로 캡슐로 들어가 판게아에 접속했다.
헤엘스 도서관에서 로그아웃을 했던 수혁은 바로 도서관에서 나와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수도 아밀레타로 워프 후 왕궁으로 걸음을 옮기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금지, 발록의 사원으로>
드디어 10마계의 안정화가 끝났다.
몰래 떠나려 했지만 아밀레타가 계획을 눈치챘다.
아밀레타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목적지 ‘발록의 사원’에 존재하는 포탈이 11마계와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11마계는 10마계와 달리 발록들이 매우 많으며 포탈 주변 지역은 발록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등 위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크라노손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설득을 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크라노손을 도와 11마계로 이어진 포탈을 찾아내라!
퀘스트 보상 : ???
‘드디어 진행하는구나.’
처음 마계에 왔을 때 받았던 퀘스트였다.
‘11마계도 레시피로 주려나.’
아밀레타 파벌과 키라드 파벌에 각각 하나씩 신 등급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있었다.
11마계 역시 하나의 ‘계’이고 발록과 마족으로 두 개의 세력이 존재했다.
각 세력당 하나씩 신 등급 아이템이 있을 것이다.
과연 레시피일까? 아니면 완제품일까?
퀘스트를 보며 11마계에 대해 생각하던 수혁은 왕궁에 도착하고 퀘스트 창을 닫았다.
“왔어?”
“오셨습니까.”
이미 연중과 리더 길드원 그리고 사냥왕과 제왕 길드원들이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인사를 나눈 뒤 물었다.
“다 오셨나요?”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다.
오지 않은 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예, 다 왔습니다.”
“우리도!”
사냥왕과 연중이 차례대로 답했다.
“그럼 다녀오죠.”
둘의 답을 듣고 수혁이 앞장서 왕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연중, 사냥왕, 윤진, 레아가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왕궁으로 들어온 수혁과 일행은 크라노손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셨군요.”
크라노손이 활짝 웃으며 수혁과 연중, 사냥왕 파티를 반겼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 수혁과 연중, 사냥왕 파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크라노손이었다.
크라노손의 말에 수혁이 물었다.
“그러면 바로 출발할까요?”
* * *
“역시 바로 출발하는군.”
모니터를 보던 장경우는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이틀이라.”
원래는 하루면 도착할 거리였다.
하지만 아밀레타에게 정식으로 허락받은 크라노손은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인원이 대폭 늘어났다.
인원이 늘어나 이동 속도가 자연스레 느려졌고 도착 시간이 2배로 증가했다.
“이틀이면…….”
장경우는 말끝을 흐리며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포탈이 있는 발록의 사원과 11마계의 상황이 나타났다.
“호오, 준비가 꽤 많이 됐네?”
11마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발록들의 왕 에르테가 마족들을 이끌던 에겔라스를 죽였다.
구심점을 잃은 마족들은 발록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결국 11마계는 완벽히 발록들의 손에 떨어졌다.
발록은 투쟁의 종족.
11마계를 통일한 에르테는 곧바로 다른 ‘계’를 침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계’는 10마계였다.
크라노손이 11마계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르테 역시 포탈로 발록들을 보내 10마계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이나 살아남으려나.”
장경우는 이틀 뒤, 크라노손이 11마계에 도착했을 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