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22화 (322/553)

# 322

제 322화

320.

타깃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피는 현재 영웅 등급의 장비들을 장착하고 있었다.

즉, 외관상 아주 훌륭했다.

“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 하나가 다가왔다.

“네, 안녕하세요.”

“레벨 80에 힐 중급 1단계, 패스트힐 초급 9단계인데 괜찮을까요?”

“아, 물론이죠.”

다가온 유저의 직업은 바로 사제였다.

‘사제라, 좋군.’

사제는 해피가 선호하는 직업이었다.

죽이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었다.

“혹시 아이디가?”

해피는 유저의 캐릭터명을 물었다.

“크로입니다.”

“예, 잠시만요 파티 초대 드릴게요.”

크로의 답에 해피는 바로 파티 초대를 했다.

[스킬 ‘위장’이 발동됩니다.]

[공격 시 위장이 해제됩니다.]

그리고 초대와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코드 님 맞으세요?”

크로가 물었다.

“예, 맞습니다.”

해피는 크로의 물음에 답하며 생각했다.

‘참 좋은 스킬이란 말이야.’

크로가 해피를 코드라 부른 이유.

그것은 바로 스킬 ‘위장’ 때문이었다.

스킬 ‘위장’은 캐릭터명을 바꿔주는 스킬이었다.

‘이거 없었으면 먹잇감 구하기도 힘들었겠지.’

해피라는 이름은 초보자 PK로 꽤나 유명해져 있었다.

만약 스킬 ‘위장’이 없었다면?

크로 같은 먹잇감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시죠.”

이내 크로가 초대를 받았고 파티가 결성됐다.

그리고 해피는 앞장서 ‘더듬이가있다’를 죽였던 오크들의 영역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크로 님.”

“예.”

“혹시 스킬 구성이랑 쿨타임 좀 알 수 있을까요?”

걸음을 옮기며 해피는 크로에게 스킬 구성에 대해 질문했다.

“예? 스킬을요?”

크로는 그걸 왜 묻냐는 표정으로 해피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해피는 크로의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거기에 오크 대장이란 보스 몬스터가 있는데 혹시나 사냥 중에 만나게 되면 대처를 해야 하니까요.”

“아아.”

크로는 해피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해피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에레본의 보호막이라는 보호막 스킬 있구요. 2분 지속 4분 쿨타임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크로의 설명이 이어졌고 해피는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꽤 많네.’

크로의 스킬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거 좀 많이 몰아야겠는데.’

죽이기 전 최대한 스킬을 빼놔야 했다.

해피는 오크를 몇 마리 데리고 와야 스킬을 다 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여섯까지 가자.’

스킬을 빼야 된다고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오크들보다 레벨이 높긴 했지만 여섯 정도가 한계였다.

그리고 여섯이라면 충분히 스킬을 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입니다.”

이내 크로의 설명이 끝났고 따라 생각을 끝낸 해피가 입을 열었다.

“보스가 나타날 때나 오크가 5마리 이상 모이면 스킬 좀 다 써주세요. 제 한계가 3마리 정도라서.”

“우와, 3마리까지 잡으실 수 있어요?”

해피의 말에 크로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버프를 받으면 4마리도 가능할 것 같아요. 혹시나 그 이상 나타나면 꼭 써주셔야 합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크로와의 대화가 끝나고 얼마 뒤 해피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조심하셔야 합니다.”

물론 말만 조심하라 했을 뿐 해피는 성큼성큼 움직이며 오크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피는 미소를 지었다.

-취익?

-인간이다! 취익!

오크 5마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버프랑 보호막 다 주세요!”

해피는 놀란 표정과 목소리로 외쳤다.

“생명의 노래, 에레본의 보호막, 칼린의 가호…….”

그렇지 않아도 오크 3마리가 한계라던 이야기를 들은 크로는 해피의 다급한 외침에 재빨리 버프와 보호막 등 모든 스킬을 쏟아부었다.

[10분간 생명력이 10% 증가합니다.]

[4분간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

.

해피는 나타나는 메시지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크들을 향해 달려갔다.

* * *

‘버프를 받아도 4마리라고…….’

크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크와 싸우고 있는 코드는 분명 3마리가 한계.

버프를 받아도 4마리가 한계라고 했다.

그런데 5마리가 나타났음에도 코드는 너무나도 수월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오크들의 레벨이 낮은 건가?’

혹시 코드가 말한 오크들보다 레벨이 낮은 오크들인 것일까?

“힐이요!”

“힐!”

코드의 외침에 생각에 잠겨있던 크로는 힐을 시전한 뒤 생각했다.

‘맞지도 않은 것 같은데…….’

오크들에게 단 한 번의 공격도 당하지 않은 코드였다.

그런데 힐이라니?

‘공격할 때마다 생명력이 깎이시는 건가?’

전사 스킬 중에서는 생명력을 소모해 기본 공격을 강화하는 스킬이 있었다.

혹시나 코드도 그런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물어봐야겠다.’

전투가 끝나고 크로는 코드에게 묻기로 결정을 했다.

코드의 스킬 구성 역시 알아둬야 할 것 같았다.

-취익…….

[레벨 업!]

이내 마지막 오크가 죽음을 맞이했다.

“패스트 힐!”

레벨 업 메시지에 크로는 미소를 지으며 코드에게 패스트 힐을 시전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코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걱!

[파티원 ‘코드’에게 공격을 받으셨습니다.]

[파티원 ‘코드’의 위장 상태가 해제됩니다.]

[파티원 ‘해피’와 적대 상태가 됩니다.]

코드가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

갑작스러운 코드의 공격과 나타난 메시지를 보고 크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해피?’

익숙한 이름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미친놈?’

실제로 아는 것은 아니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때문에 알고 있었다.

페이드 제국 게시판에는 초보자들을 전문적으로 PK하고 다니는 유저 ‘해피’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올라오고 있었다.

문제는 해피라는 캐릭터명이 너무나도 흔했고 죽였다는 글, 접었다는 글 역시 자주 올라온다는 점이었다.

‘이 녀석이?’

일단 크로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 해피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해피를 보았다.

해피는 낄낄 웃고 있었다.

크로는 생명력을 확인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절반에 가까운 생명력이 사라져 있었다.

“힐.”

크로는 힐로 생명력을 회복하며 생각했다.

‘도망칠 수도 없고.’

해피의 다급한 외침에 쓸 수 있는 스킬을 모두 사용했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현 상황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버프뿐이었다.

버프만으로 해피에게서 도망을 칠 수는 없다.

“야,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결국 크로는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누구?”

“독고 길드의 전 길드장 햇별! 햇별이 우리 사촌 형이라고!”

바로 진실이 담긴 협박이었다.

“햇별?”

해피는 크로의 말에 반문했다.

“그래!”

크로는 해피의 반문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피의 반응을 보니 사촌 형인 햇별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어진 해피의 반응에 크로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알 게 뭐야.”

해피는 피식 웃으며 거리를 좁혔다.

“……너 이 새끼 사람 잘못 건드린 거다.”

크로는 다가오고는 해피에게 말했다.

“다 그 말 하더라.”

해피는 크로의 말에 답하며 검을 휘둘렀다.

크로는 해피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피한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시라도 빨리 죽는 게 나았다.

[사망하셨습니다.]

이내 생명력이 0이 되었고 사망 메시지가 나타났다.

“개자식.”

캡슐에서 나온 크로 아니, 김윤석은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윤석아.

“현성이 형!”

* * *

“그럼 이곳에 오신 이유가…….”

“그래, 수혁의 도움이 필요해.”

“하지만 수혁이라 해도 성룡이 된 드래곤은…….”

파비앙은 라스칼의 말에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말을 마쳤다.

그리고 눈치를 살폈다.

라스칼이 온 이유.

그것은 바로 성룡급 드래곤이 타락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성룡이 되긴 했지만 많이 다쳤어. 지금이라면 혼자서도 자연으로 돌려 보내줄 수 있어.”

타락에 저항하며 크게 다쳤다.

지금이라면 수혁 혼자서라도 쉽게 자연으로 보내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회복이 되면…….”

문제는 시간이었다.

회복 불가능의 상처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상처는 회복될 것이다.

즉, 힘이 점점 강해질 것이다.

이대로 완전히 회복된다면?

수혁이라 하더라도 힘들다.

한시라도 빨리 수혁을 불러 출발해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똑똑

“케일입니다.”

노크와 함께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파비앙이 외쳤고 케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리더 길드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리더 길드에서?”

“예, 아무래도 좀 먼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급한 일인지 묻는데요?”

“매우 급한 일이라고 전해줘.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아니, 빨라야 된다고. 라스칼 님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그렇게 전하면 될 거야.”

파비앙은 케일의 말에 답했다.

“알겠습니다.”

케일은 파비앙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답하고는 재빨리 방에서 나갔다.

“그런데…….”

파비앙은 말끝을 흐리며 라스칼의 눈치를 살폈다.

“갑자기 왜 타락을 한 겁니까?”

그리고 이어 물었다.

“드래곤 킬 웜은 다 사라진 것 아니었습니까?”

“우리도 그게 궁금해. 어디서 드래곤 킬 웜이 나타난 건지…….”

말끝을 흐린 라스칼은 미간을 찌푸렸다.

* * *

“수혁아 연락이 왔는데…….”

“연락?”

“응, 지금 비둘 님이 마탑에 가서 바로 답을 받았거든.”

연중은 수혁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말했다.

“마지막 챕터 때문이 아닌 것 같아.”

비둘의 귓속말에 따르면 독의 마탑에서 수혁을 찾는 이유는 마지막 챕터 ‘진정한 배후, 독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면?”

“라스칼 님이랑 관련된 일이라는데?”

“라스칼 님?”

수혁은 연중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블랙 드래곤들의 수장이자 고룡인 라스칼이 무슨 이유로 수혁을 찾는단 말인가?

연중은 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우 급한 일이라는데 혹시 타락한 드래곤이 또 나타난 게 아닐까?”

라스칼, 급한 일.

이 2가지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드래곤의 타락이었다.

연중의 말에 수혁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 생각에는 타락한 드래곤이 나타난 게 확실한데.”

수혁의 표정을 보며 연중이 이어 말했다.

“어떻게 할래?”

연중은 라스칼이 수혁을 찾는 이유가 타락한 드래곤 때문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너 무기 옵션 개방하려면 드래곤 잡아야 되잖아.”

“음…….”

수혁은 침음을 내뱉었다.

연중의 말대로 수혁은 현재 장비 ‘무(無)’의 옵션을 개방하기 위해 드래곤을 한 마리 잡아야 되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하지만 라스칼이 찾는 이유가 드래곤의 타락 때문이 아니라면?

“아니라 해도 보통 일은 아니지 않을까?”

“여기는 어떻게 해?”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연중은 수혁의 말에 히죽 웃으며 답했다.

“어차피 시간 좀 걸릴 테고 우리도 상급 발록 정도는 막을 수 있으니까 마음 편히 갔다 와. 여기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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