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28화 (328/553)

# 328

제 328화

326.

수혁이 고개를 갸웃거린 이유, 그것은 바로 연중의 피부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력의 저주 같은데.’

피부가 보라색으로 물든 건 중독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막은 금이 갔을 뿐 굳건히 남아 있었다.

데미지를 입지 않았으니 중독 상태에 빠졌을 리 없다.

즉, 보라색 피부는 마력의 저주 때문임이 분명했다.

“효과가 뭐야?”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

하지만 연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연중아?”

연중이 답이 없자 수혁은 재차 연중을 불렀다.

“…….”

그러나 이번에도 연중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

수혁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지도 않아?’

그리고 곧 연중이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죽은 건가?’

말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 두 가지는 죽었을 때의 특징이었다.

‘메시지가 안 떴는데.’

현재 수혁과 연중은 결투 상태였다.

만에 하나 죽었다면 메시지가 떴을 것이다.

‘뭐야?’

수혁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친구 창을 열었다.

그리고 연중의 상태를 확인했다.

‘접속 중인데?’

수혁은 의아해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던 연중의 피부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아아아.”

그리고 연중이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 된다!”

이어 연중은 탄성과 함께 외쳤다.

연중의 외침에 수혁은 연중이 말을 하지 않았던 것과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마력의 저주 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효과가 뭐야?”

수혁은 연중에게 재차 물었다.

정확히 어떤 효과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효과? 장난 아니다. 들으면 깜짝 놀랄 거야.”

수혁의 물음에 연중은 당황과 놀람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물음에 답했다.

“이거 발동 확률이 70%라고 했지?”

그리고 이어 물었다.

“응.”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쿨타임 없고?”

“따로 나와 있는 건 없어.”

“와…….”

연중이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감탄을 들은 수혁의 호기심과 기대감은 더욱더 커져갔다.

어떤 효과이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알려줄게.”

수혁의 눈빛을 본 연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효과가 뭐냐면…….”

* * *

“날린다?”

“응!”

연중은 수혁의 말에 답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매직 미사일.”

그리고 수혁이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고 연중은 빠르게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볼 수 있었다.

쾅!

이내 매직 미사일이 보호막에 작렬하며 폭음을 만들어냈다.

‘살았다!’

폭음을 들으며 연중은 활짝 웃었다.

금이 쩍쩍 나긴 했지만 보호막이 버텨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 주르륵 나타나는 메시지에 연중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력의 저주에 걸리셨습니다.]

[지혜가 낮습니다.]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합니다.]

[10분간 마나가 0이 됩니다.]

[30초간 말을 할 수 없습니다.]

[30초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게 뭐야?’

메시지를 본 연중은 당황했다.

말을 하고 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입을 꾹 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효과가 뭐야?”

수혁이 물었다.

‘열어두길 잘했어.’

혹시나 이런 상황이 올까 귓속말 창을 닫지 않았던 연중은 이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혁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귓속말을 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귓속말 역시 말이었고 보내지지 않았다.

‘이런 미친.’

메시지를 보며 연중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30초를 쭉 기다려야 한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대로 30초가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그래야 말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다.

‘이거 완전 사기 옵션인데?’

저항을 하지 못해 최대 효과를 받았다고 해도 30초나 움직이지 못한다니 너무나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까지 0이고.’

문제는 30초가 지난다고 해도 마나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돌아오는 것은 움직임과 말뿐.

마나는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과연 신 등급.’

괜히 신 등급이 아니었다.

“연중아?”

수혁의 부름에 연중은 어서 30초가 흐르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30초가 지나고.

“아아아.”

연중은 목소리를 내뱉을 수 있었다.

* * *

연중에게 모든 설명을 들은 수혁은 생각했다.

‘장난 아닌데…….’

마력의 저주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옵션이었다.

상대방의 지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저항을 하지 못할 경우 무려 30초나 제압을 할 수 있다.

‘쿨도 없는데.’

마력의 저주는 쿨타임도 대상의 수도 제한이 없었다.

마법 공격을 받은 대상들에게 모두 발동되는 효과였고 갱신 역시 무한히 가능할 것이었다.

만약 지속 광역 마법을 쓴다면?

범위 내의 모든 이들이 저주에 걸릴 것이다.

“이제 더 실험할 거 없지?”

연중이 물었다.

“응, 이제 없어.”

“그럼 나 나가볼게! 내일 보자!”

“어, 그래.”

수혁과 인사를 나눈 연중은 로그아웃을 했다.

연중이 나가고 수혁은 생각했다.

‘독룡이랑 시너지가 아주 좋겠어.’

현재 수혁이 가지고 있는 마법 중 가장 범위가 넓은 마법은 독룡 소환이었다.

더구나 독룡 소환은 단발 광역 마법이 아닌 지속 광역 마법이었다.

독룡이 소환된 순간 범위 안에 있는 이들은 마력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었다.

* * *

“이런 망할!”

라모스는 책상 위에 있던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물론 보고서의 무게가 가볍기도 했지만 라모스도 힘이 없기 때문인지 보고서는 허공에서 나풀거리며 천천히 땅으로 떨어졌다.

“도대체 암당은 뭘 하고 있던 거야!”

라모스는 땅에 떨어진 보고서를 발로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보고서에는 독산의 본부 위치가 발각됐다는 정보와 본부로 수많은 이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정보가 쓰여 있었다.

“이런 망할.”

본부로 오는 토벌대를 막을 수는 없다.

즉, 본부를 버려야 했다.

문제는 본부에 있는 수많은 자료와 재료들이었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었다.

“어떤 걸, 어디로…….”

라모스는 생각했다.

챙겨야 할 자료와 재료.

그리고 자료와 재료를 보관할 도피처.

하지만 본부로 쳐들어오는 토벌대에 대한 분노 때문일까?

아니면 이런 상황이 될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암당에 대한 분노 때문일까?

분노로 가득 차 제대로 생각이 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허공에서 스르륵 한 사내가 나타났다.

바로 에리멘이었다.

“에리멘!”

라모스는 에리멘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평소라면 짜증이 가득 깃든 표정으로 맞이했겠지만 지금은 평소와 상황이 달랐다.

‘됐다!’

에리멘이 그냥 왔을 리 없다.

지금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새로운 도피처와 자료와 재료를 옮길 인력!

“상황이 나쁘긴 한가 봅니다. 미소를 지어주시다니.”

라모스의 미소를 본 에리멘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에리멘의 말에 라모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짜증을 낼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되지?”

라모스는 에리멘에게 물었다.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왔는지 궁금했다.

“아아, 그전에 그건 어떻게 됐나요?”

“그것?”

“캐슈에 있는 조각상과 책 말입니다.”

“아아, 그거…….”

라모스는 에리멘의 말에 말끝을 흐리며 생각했다.

‘어디에 있지?’

회수 명령을 내리긴 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일로 인해 잊고 있었다.

명령을 내렸으니 회수는 했을 것인데 어디에 보관 중인지 알지 못했다.

“설마 아직도…….”

라모스가 답을 하지 않자 에리멘이 말했다.

“아니 아니, 보관 장소를 잊어서 말이야.”

에리멘의 말에 라모스는 생각을 끝내고 답했다.

“……그렇군요.”

라모스의 답에 에리멘이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의 말씀을 듣고 싶은데.”

고개를 끄덕이는 에리멘에게 라모스가 말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차례군요. 하하.”

라모스의 말에 에리멘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스터가 주신 수정구 어디에 있습니까?”

“수정구? 책상에 있지.”

“잠시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에리멘의 말에 라모스는 뒤로 돌아섰다.

푸욱!

“……!”

그리고 그 순간 라모스는 등에서 시작된 화끈한 감촉에 고개를 내려 가슴을 보았다.

검디검은 단검 하나가 가슴을 뚫고 나와 있었다.

라모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단검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단검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에리멘이었다.

에리멘은 미소를 지운 채 싸늘한 표정으로 라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라모스는 에리멘에게 물었다.

물론 물음에 답을 듣지 않아도 에리멘이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게 해결책입니다. 깔끔한 정리.”

“이 개 같은…… 크윽!”

에리멘의 입에서 예상했던 답이 나오자 라모스는 욕을 내뱉었다.

“포이즌 볼!”

그리고 기습적으로 포이즌 볼을 시전했다.

스아악

이미 라모스의 저항을 예상했던 에리멘은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포이즌 스…… 크윽!”

포이즌 스피어를 시전하려 했던 라모스는 피를 토해냈다.

“마법 쓰려 하지 마세요. 그거 보통 단검 아니에요. 마법 쓰면 더 고통스러우실 겁니다. 그냥 덤덤히 죽음을 받아들이세요.”

에리멘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다 읽은 수혁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책을 넣은 뒤 새로운 책을 꺼냈다.

반짝반짝 하얀빛을 뿜어내는 책.

수혁은 책을 펼치기 전 귓속말을 확인했다.

정찰 퀘스트를 완료하고 3일이 지났다.

그동안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는 전초기지 건설을 돕고 있었다.

물론 기여도가 필요 없는 수혁은 발록들의 습격에 대비해 전초기지에 머물며 책을 읽고 있었다.

-연중 : 지금 거의 다 구했어.

-연중 : 이번에 재료 가져가면 끝날 것 같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와 있었다.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의 도움으로 전초기지 건설 속도는 빠르게 상승했고 이제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즉, 본대가 넘어올 테고 본격적인 11마계 퀘스트를 진행할 때가 된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제대로 된 퀘스트 안 주면…….’

수혁은 연중의 귓속말을 보며 생각했다.

거점 때도 그렇고 전초기지 때도 그렇고 또다시 건설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퀘스트를 준다면?

‘그냥 먼저 가서 초토화시켜야겠어.’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수혁은 먼저 가서 길을 닦아 놓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수혁은 책을 펼쳤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 * *

“지금 녀석들의 본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아르펭의 보고에 에르테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바로 시작할 거야?”

에르테의 중얼거림에 모르테가 물었다.

“시작해야지.”

전초기지를 만들고 있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은 아직 본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다리던 본대가 왔으니 더 이상 내버려 둘 이유가 없었다.

“로비스, 코잔을 불러와.”

에르테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르펭에게 말했다.

“예.”

아르펭은 에르테의 말에 답하며 방을 나갔고 에르테는 벽에 걸어둔 장비를 챙기며 생각했다.

‘드디어 재미를 볼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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