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34화 (334/553)

# 334

제 334화

332.

‘발록?’

수혁이 의아해한 이유, 그것은 바로 전방에서 다가오는 발록들 때문이었다.

‘마력의 저주에 걸렸는데?’

발록들의 피부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즉, 마력의 저주에 걸린 게 분명했다.

하기야 독룡이 뿜어내는 독이 있는데 70% 확률이 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왜 움직여?’

문제는 마력의 저주에 걸린 발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력의 저주에 걸리면 2가지 효과를 받는다.

마나가 0이 되는 것.

그리고 기절 상태에 빠지는 것.

그런데 발록들은 마력의 저주에 걸렸음에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보호막 때문인가?’

불그스름한 보호막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발록들.

혹시나 발록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게 투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까?

‘근데 연중이도 못 움직였는데?’

하지만 연중 역시 보호막으로 보호를 받았는데 기절 상태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보호막 때문은 아니다.

‘그럼 투기?’

발록들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

마나 대신 투기를 사용한다.

그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수혁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다가오던 발록 다섯 마리 중 한 마리의 몸에서 보랏빛이 사라졌다.

마력의 저주에서 풀려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발록의 몸에 다시 보랏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발록이 움직임을 멈췄다.

‘설마…….’

그 모습을 본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발록들이 움직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실험해봐야겠다.’

수혁은 후에 연중과 마력의 저주에 대한 실험을 하기로 결정하고 다가오는 발록들을 향해 마주 다가가며 생각했다.

‘최상급이겠지.’

투기로 보호막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독룡의 독을 버티고 있는 것을 보아 최상급 발록임이 분명했다.

상급 발록의 속도 역시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힘든데 최상급이면 더 할 것이다.

“성스러운 보호막, 환상 결계, 설원”

[이동 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고 수혁의 이동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물론 발록들의 속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둠의 늪.”

대지에 어둠이 물들기 시작했다.

* * *

“……!”

로비스는 고개를 휙 돌렸다.

천막 밖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로비스는 천막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녀석이다!’

아사크를 죽였던 인간.

그 인간이 온 게 분명했다.

“카라가스, 준비해라.”

로비스는 자신의 뒤를 따라 천막에서 나온 발록 카라가스에게 말했다.

“예, 데리고 오겠습니다.”

카라가스는 로비스의 말에 함께 훈련을 했던 헬모스, 코로베, 아스칼린을 데리러 움직였다.

그렇게 카라가스가 사라지고 로비스는 생각했다.

‘에겔라스보다 강하군.’

느껴지는 마력이 어마어마했다.

11마계를 지배했던 에겔라스의 마력보다 훨씬 큰 마력이었다.

‘이 정도 마력이라면 빠르게 승부를 봐야 되겠어.’

오래 끌어서 좋을 것 없다.

스윽

생각에 잠겨 있던 로비스는 뒤로 돌아섰다.

카라가스와 함께 헬모스, 코로베, 아스칼린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겁니까? 저희가 상대해야 할 녀석이?”

도착과 동시에 헬모스가 물었다.

“아니.”

로비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음에 답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인간은 저 용을 다루는 인간이다. 에겔라스보다 더 강한 마력을 갖고 있는 인간이지. 물론 인간이기에 에겔라스보다 상대하기는 쉬울 거야.”

인간의 마력은 에겔라스보다 강하다.

하지만 에겔라스는 마력만 강한 게 아니다.

육체 역시 뛰어났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직접 싸워 본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에겔라스보다 강한 육체를 갖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헬모스는 로비스의 답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독 조심하고.”

로비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헬모스, 그리고 나머지 세 발록들을 보며 이어 말했다.

“바로 간다.”

그리고 뒤로 돌아선 로비스는 앞장서 독룡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조심해라.”

빠르게 움직인 로비스는 곧 독룡이 뿜어내는 독을 마주할 수 있었다.

로비스는 뒤따라 오는 부대원들에게 말하며 투기를 뿜어내 단 한 줌의 독도 침투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보호막을 만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

독과 마주한 로비스는 걸음을 멈췄다.

‘이게 무슨!’

보호막에 엄청난 압박이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막을 통과한 건가?’

독에 중독됐는지 몸 내부를 돌아다니는 마나들이 크게 느려졌다.

분명 촘촘히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독이 보호막을 통과한 것일까.

‘끙.’

로비스는 부대원들을 보았다.

부대원들 역시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독에 당한 게 분명했다.

“장난…… 아닌데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코로베였다.

“이 정도 독이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20분 정도. 대장은 30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네요.”

코잔, 아르펭과 마찬가지로 부대의 지낭을 맡고 있는 코로베의 말이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 한계일 것이다.

“와, 순간 정신 잃을 뻔했습니다.”

“엄청난 독이군요.”

코로베의 말이 끝나고 차례대로 부대원들이 말했다.

“20분 안에 끝내야 한다.”

로비스는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독룡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인가!’

독룡의 바로 밑.

인간 한 명이 보였다.

아사크를 죽인 인간임이 분명했다.

‘기다려라 아사크.’

로비스는 이를 악물었다.

‘복수를 해 줄 테니.’

* * *

[최상급 발록 로비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레벨 업!]

.

.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던 발록의 정체는 최상급 발록이었다.

물론 다섯 마리 전부 최상급 발록은 아니었다.

최상급은 한 마리.

나머지는 전부 상급 발록이었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상급 발록이 있을 줄이야.’

아무리 투기를 둘렀다고 하지만 독룡의 독을 뚫고 들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발록들의 침공’을 확인했다.

<발록들의 침공>

발록들이 10마계로 침공을 하려 한다.

침공을 막아 10마계를 지켜라!

[최상급 발록 로비스 : 1 / 1]

[최상급 발록 모르테 : 0 / 1]

.

.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에르테는 없는 건가?’

완료 조건에도 그렇고 메시지도 그렇고 에르테가 보이지 않았다.

‘만나보고 싶었는데.’

한번 에르테와의 전투를 겪어 보고 싶었던 수혁은 아쉬운 표정으로 퀘스트 창을 닫았다.

‘나머지 최상급들은 어디에 있으려나.’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크, 큰일입니다!”

상급 발록 엔살롯이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외쳤다.

엔살롯의 외침에 코잔은 미간을 찌푸렸다.

큰일이라니?

지금 상황에서 큰일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10마계 침공이야 로비스와 모르테 등이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고 인간의 다음 목적지인 라필렌의 경우 에르테가 있으니 문제가 없다.

스윽

“거점에서 온 급보입니다.”

엔살롯이 다급히 서신을 내밀었다.

‘거점에서?’

코잔은 속으로 반문하며 서신을 받아 펼쳤다.

-인간이 거점에 쳐들어옴.

-로비스 사망 추정.

.

.

“……!”

그리고 펼치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정보에 코잔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점에서 왔다고?”

코잔은 엔살롯에게 반문했다.

“예.”

엔살롯의 답을 들은 코잔은 다시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

이내 서신을 전부 읽은 코잔은 생각했다.

‘어떻게?’

인간이 거점에 나타났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 전 보고 받은 인간의 위치에서 거점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며칠 지난 것도 아니다.

어떻게 거점에 나타난 것일까?

‘설마 용을 다루는 인간이 하나가 아닌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문득 든 생각에 코잔은 잠시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비스가 죽었다는 게 더 충격적이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추정이었지만 그 아래에 나온 정보들을 보면 확인만 되지 않았을 뿐 로비스는 죽은 것이 확실했다.

로비스가 누구인가?

마법 전투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빠삭한 이가 바로 로비스였다.

그런 로비스가 인간 마법사에게 죽었다?

‘그때 힘을 다 쓰지 않은 건가?’

코잔은 인간과 전투를 해보았다.

당시 보았던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로비스를 죽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걸…….’

인간에 대해 생각하던 코잔은 미간을 찌푸렸다.

라필렌에서 인간을 기다리고 있을 에르테에게 보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10마계 침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발록들이 죽었다.

이 사실을 에르테가 알게 된다면?

“후.”

절로 한숨이 나왔다.

* * *

‘어디에 있는 거지?’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다 도망갔나?’

11마계에 온 지 2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상급 발록들이 보이질 않았다.

아니, 최상급뿐만 아니라 이제는 상급 발록과 일반 발록 역시 보기 힘들었다.

‘도망간 것 같은데…….’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퀘스트 ‘발록들의 침공’을 보며 생각했다.

‘왜 변화가 없는 거야?’

퀘스트 ‘침공을 막아라!’는 완료가 됐다.

그런데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발록들의 침공’은 완료가 되지 않았다.

하기야 완료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도망을 가 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니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변화가 없으니 답답했다.

수혁은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거기 상황은 어때?

-연중 : 지금 회의 중인데 전초기지를 다시 세울 생각은 없는 것 같아. 이번에 피해도 많이 입었고.

1시간 전 발록들을 어느 정도 정리한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에게 연락을 했고 연중과 사냥왕은 마족 몇몇과 함께 11마계에 와 상황을 확인하고 돌아갔었다.

-연중 : 아마 지금 상황 유지하면서 우리가 퀘스트를 받고 개척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수혁 : 그렇구나.

-연중 : 응, 근데 발록은 찾았어?

-수혁 : 아니, 도망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어둠의 자식들도 못 찾고 있어.

-연중 : 그럼 어떻게, 지금 올 거야?

수혁은 연중의 말에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자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수혁 : 일단 좀만 더 돌아다녀 보고 갈게.

-연중 : 알았어. 사냥왕 님한테도 그렇게 전할게.

-수혁 : 응.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혁은 30분이나 더 돌아다녔음에도 발록 단 한 마리와도 마주칠 수 없었다.

“에휴.”

결국 수혁은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리고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포탈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속성 개방하고 자면 딱이겠네.’

발록들 덕분에 현재 수혁의 레벨은 605가 되었다.

즉, 새로운 속성을 개방할 수 있었다.

‘대지를 개방할까 아니면 빛을 개방할까.’

발록들 찾아다니며 간간이 고민을 했던 수혁은 4가지 선택지를 2가지로 줄일 수 있었다.

바로 대지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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