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8
제 338화
336.
-연중 : 여기가 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드네. 이거 내가 지도 업데이트해서 알려줄게.
-수혁 : 알았어. 등록하면 알려줘!
당장 가고 싶었지만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며칠 뒤에 배우자.’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내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리고 도시 전역을 확인한 수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둘이 끝이네.’
혹시나 더 나타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상급 발록은 처음 등장했던 둘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어 특수 퀘스트 ‘발록의 체력’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발록의 체력>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발록의 체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록 : 100 / 100]
[상급 발록 : 2 / 30]
[최상급 발록 : 0 / 1]
퀘스트 보상 : 체력 스텟 강화
첫 번째 조건은 이미 충족했다.
일반 발록은 차고 넘쳤으니까.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큰 도시가 나와야 할 텐데.’
이 정도 도시에 평균 2마리의 상급 발록이 있다면?
앞으로 14곳을 더 방문해야 한다.
도시마다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고 적어도 2시간 이상은 걸린다.
‘이럴 때는 발록들의 속도가 부럽단 말이지.’
퀘스트 창을 닫은 수혁은 도시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음 도시를 향해 유령마를 몰았다.
* * *
코잔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코잔의 손에는 보고서와 지도가 들려 있었다.
똑똑
“코잔입니다.”
목적지인 에르테의 방에 도착한 코잔은 노크 후 외침과 함께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에르테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찾았습니다.”
“……!”
코잔의 말에 에르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녀석을?”
자리에서 일어난 에르테가 물었다.
“예.”
코잔은 물음에 답하며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에르테에게 건네고 지도를 책상 위에 펼쳐 설명을 시작했다.
“도시만 습격하고 있군.”
설명을 듣던 중 에르테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대로라면…….”
“칼라플레인?”
“예, 칼라플레인에 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코잔의 답에 에르테는 장비를 챙기며 말했다.
“칼라플레인에 가야겠어. 만에 하나 녀석이 방향을 틀거나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바로 연락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인간들은 어떻게 할까요?”
“다른 인간들? 다른 인간들도 우리 영역을 습격하고 있나?”
“아뇨. 포탈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 어차피 용을 다루는 그 인간만 처리하면 나머지 인간들이야…….”
에르테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마쳤다.
“예, 알겠습니다.”
코잔은 고개를 꾸벅 숙여 답하고는 방을 나섰다.
‘만약…….’
그리고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향하며 생각했다.
‘에르테 님이 당하면…….’
로비스와 로비스의 부대가 당했다.
물론 에르테가 그보다 더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했다.
‘아니, 쓸데없는 걱정이야.’
걱정을 하던 코잔은 고개를 휙휙 내저으며 불안을 떨쳤다.
에르테가 누구던가?
마왕이라 불리기에는 손색이 있지만 그에 근접했던 에겔라스를 이긴 에르테다.
용을 다루는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에르테에게는 안 된다.
집무실에 도착한 코잔은 에르테에게 보고를 하러 간 사이 새롭게 도착한 정보들을 보고는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역시.’
용을 다루는 인간은 예상했던 루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내일 칼라플레인에 도착하겠어.’
루트대로라면 내일 저녁이 되기 전 칼라플레인에 도착할 것이었다.
‘3일 만에 칼라플레인이라…….’
내일은 인간들이 마계에 다시 나타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엄청난 속도군.’
포탈에서 칼라플레인까지의 거리는 정말 멀다.
그런데 고작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 * *
“호오.”
장경우는 감탄했다.
“드디어?”
현재 모니터에는 수혁과 에르테의 위치가 나타나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만났네.”
아무리 빨라도 4일은 지나야 만날 것이라 생각했다.
발록들의 정보 체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으니.
“얼마나 걸리려나.”
장경우는 기대했다.
이대로라면 수혁과 에르테의 전투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전투가 얼마나 빨리 끝날지 기대가 됐다.
“설마 또 갑자기 다른 곳으로 빠지지는 않겠지?”
문득 든 생각에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겨 현재 수혁이 받은 퀘스트와 주변 NPC들의 상황을 확인했다.
“딱히 빠질 일은 없네.”
확인을 마친 장경우는 미소를 지었다.
전처럼 수혁이 갑작스레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에르테가 죽으면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되려나.”
장경우는 또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당연한 것이지만 원래 11마계 스토리의 최종 보스는 에르테였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흘러 수혁과 에르테와의 전투가 일어나면 에르테는 죽고 말 것이다.
스토리가 제대로 진행되기 전에 최종 보스인 에르테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에르테가 죽으면 스토리는 자연스레 수정될 것이다.
어떻게 스토리가 수정될지 기대가 됐다.
* * *
수혁은 전방에 있는 도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제발…….”
3일, 지도 제작 퀘스트를 받고 11마계로 들어온 지 벌써 3일째였다.
수혁은 3일 동안 수많은 도시를 방문했다.
하지만 최상급 발록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있어라.’
이번 도시는 정말 컸다.
여태껏 방문했던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혁은 기대를 하며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지금 업데이트했어.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 : 업데이트하면 귓 줘. 바로 알려줄게. 아니, 알려 줄 필요도 없네. 지금 보니까 지도에 히드라 나와 있다.
-수혁 : 고맙다.
수혁은 활짝 웃으며 답을 보냈다.
‘드디어.’
히드라의 위치가 업데이트됐다.
이제 돌아가 지도만 최신화시키면 히드라를 잡으러 갈 수 있는 것이다.
‘독기 방출도 엄청나겠지.’
책 『독 마법이란』에 나온 대로라면 독기 방출 역시 엄청난 스킬이었다.
독룡 소환만큼 엄청난 범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독기 방출은 범위가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범위 안에서의 영향력은 독룡 소환과는 비교할 수 없다.
수혁의 예상이 아니다.
책에 실제로 그리 쓰여 있었다.
-연중 : 아냐, 근데 지금 어디야? 아직도 최상급 발록 찾고 있어?
-수혁 : 응, 근데 보이질 않는다. 이번 도시는 꽤 커서 가능성이 높긴 한데…….
-연중 : 도시 도착했구나? 그럼 전투 끝나고 연락 줘!
-수혁 : 알았어. 곧 귓 줄게.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냈다.
그리고 도시와의 거리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독룡을 소환해도 될 거리였다.
수혁은 바로 입을 열었다.
“독룡 소환.”
[독룡 소환의 쿨타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소환과 동시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의 크기가 너무나 커 독룡 한 번으로는 커버할 수 없었는데 쿨타임 초기화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경고!]
[발록들의 왕 에르테가 나타났습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그대로 멈췄다.
“에르테?”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입가에 지어졌던 미소가 사라졌다.
“……!”
수혁은 놀란 표정으로 메시지에서 도시로 고개를 돌렸다.
‘에르테가 있다고?’
최상급 발록이 있길 바랐는데 그보다 상위 존재인 에르테라니?
‘이렇게 빨리…….’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독기 방출을 배우고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책에 나온 독기 방출의 설명을 보면 발록같이 움직임이 빠른 근접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아주 좋은 스킬이었다.
독기 방출을 습득한 상황이었다면 더욱 수월한 전투가 됐을 것인데 참으로 아쉬웠다.
‘이렇게 된 거.’
하지만 독기 방출은 원래 예상치 않았던 스킬이었다.
괜히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잠시 걸음을 멈췄던 수혁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 다섯 걸음을 걷기도 전 수혁은 걸음을 또 멈췄다.
‘뭐야?’
도시에서 붉디붉은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이내 수혁은 날아오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투기?’
붉디붉은 무언가는 바로 투기였다.
스윽
수혁은 투기가 날아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독룡한테?’
투기는 독룡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설마.’
수혁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투기를 지켜보았다.
쾅!
이내 투기가 작렬하며 폭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수혁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독룡이 역소환됩니다.]
* * *
도시 ‘칼라플레인’.
‘도착할 때가 됐는데…….’
현재 에르테는 칼라플레인에서 용을 다루는 인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또 다른 곳으로 빠진 건 아니겠지?’
전에도 갑작스레 방향을 바꿨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방향을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바로 그때였다.
“……!”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이 정도 마력이면…….”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엄청난 마력이었다.
“녀석이다!”
용을 다루는 인간임이 분명했다.
에르테는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성벽으로 달려갔다.
“…….”
성벽 위에 도착한 후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본 에르테는 말없이 이를 악물었다. 용이 똬리를 튼 채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인간이 하나 있었다.
“드디어…….”
에르테는 오른손에 투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단 에르테는 인간이 다루는 용을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용이 내뿜는 독 때문이었다.
“한 방에 끝낸다.”
한 번에 끝내지 못하면 사방으로 독을 미친 듯이 뿜어낼 것이다.
단숨에 숨통을 끊어야 했다.
스아악!
오른손에 모이는 투기는 점점 짙어졌고 크기 역시 에르테만큼 거대해졌다.
“이 정도면…….”
투기의 크기는 용의 크기를 생각하면 현저히 작았다.
하지만 압축시킨 투기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충분히 용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후웅!
에르테는 용을 향해 투기를 날렸다.
스아악!
투기는 엄청난 속도로 용에게 날아갔다.
몸이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투기의 크기가 작기 때문일까?
별 피해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용은 투기의 결정을 피하지 않았다.
쾅!
이내 투기가 작렬했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용의 몸에 거대한 구멍이 났다.
에르테는 은은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용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볼까.”
용이 죽었다.
더 이상 독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즉, 인간에게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르테는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인간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르테는 달리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인간을 아니, 인간의 머리 위를 보았다.
“어, 어떻게.”
인간의 머리 위에 용이 다시 나타났다.
방금 전 만들어냈던 상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에르테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루는 용이 한 마리가 아닌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