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1
제 341화
339.
이제 모르테는 앞서 예상했던 대로 인간을 찾아 움직일 것이다.
인간의 이동 경로를 보면 금방 만날 테고.
‘죽겠지.’
에르테가 당했는데 모르테가 어찌할 수 있을 리 없다.
인간이 에르테와의 전투로 죽음에 가까운 상처를 입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인간은 지금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코잔은 고뇌했다.
어떻게 인간을 처리해야 할지.
지금 이 상황을 어찌 풀어야 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후…….”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애초에 에르테가 당했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무슨 인간이…….’
코잔은 용을 다루는 인간을 직접 봤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에르테라면 분명 인간을 죽여 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후…….”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으며 코잔은 향후 상황과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도시 이곳저곳을 꼼꼼히 확인한 수혁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도시에서 나왔다.
‘여기도 없네.’
최상급 발록을 만나지 못했다.
‘진짜 다 숨은 건가.’
상급 발록들 역시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일반 발록들뿐이었다.
설마 했던 대로 전부 꼭꼭 숨은 것이 분명했다.
‘수도 같은 곳에 가면 만날 수 있겠지.’
그래도 수도가 무너지는데 숨어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수혁은 수도에 가서라도 최상급 발록을 꼭 잡기로 결정하고 다음 도시를 향해 유령마를 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나타난 메시지에 수혁은 유령마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경고!]
[최상급 발록 모르테가 나타났습니다.]
“……?”
메시지를 본 수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최상급 발록?’
전혀 예상치 못한 메시지였기 때문이었다.
에르테의 죽음으로 상급 발록들은 전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최상급이라 하더라도 혼자 왔다?
왕인 에르테의 죽음을 알고도?
수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다.’
왼쪽 언덕에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르테가 분명했다.
“성스러운 보호막.”
수혁은 보호막을 시전하고 모르테가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단번에 끝내자.’
에르테에게 죽음을 안겨준 결정적 스킬 ‘파멸의 빛’.
수혁은 모르테 역시 파멸의 빛으로 끝을 낼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동 속도로 보아 다른 마법을 적중시키는 것은 힘들었다.
‘지금이면…….’
이내 모르테가 상당히 가까워졌다.
“환상 결계, 설원.”
[이동 속도가 30% 감소합니다.]
눈보라와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모르테의 이동 속도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주변 상황이 변했음에도 멈추지 않고 다가오는 모르테를 보며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붉은색?’
모르테의 피부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투기로 만든 보호막이 아니었다.
마력의 저주로 인해 피부가 보라색으로 물드는 것과 비슷했다.
바로 그때였다.
[모르테의 분노가 주변을 장악합니다.]
[이동 속도가 20% 감소합니다.]
[모든 공격력이 10% 감소합니다.]
[모든 방어력이 20% 감소합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고 수혁은 붉게 물든 피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분노 상태도 있구나.’
앞서 잡았던 아사크, 로비스도 그렇고 최근에 잡았던 에르테 역시 분노했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빨리 잡아서 못 봤던 건가.’
그래서 특수 상태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건 알려줘야겠네.’
수혁은 연중과 사냥왕에게 이 정보를 알리기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파멸의 빛.”
스아악!
구체가 나타났고 이내 구체에서 사방으로 빛을 뿜어냈다.
모르테는 순간 움찔했지만 투기로 보호막을 만들고 다시 거리를 좁혀왔다.
‘분노 때문인가.’
그리고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에르테 역시 도망을 치게 만든 파멸의 빛이었다.
그런데 에르테보다 약할 것이 분명한 모르테가 파멸의 빛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쩌적!
이내 파멸의 빛과 모르테가 마주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르테의 보호막에 금이 쩍쩍 등장했다.
[모르테의 분노가 사라집니다.]
그 순간 또다시 메시지가 나타났다.
‘정신을 차린 건가.’
모르테의 붉은 피부가 어느새 검게 돌아와 있었다.
파멸의 빛의 위력에 정신을 차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쩡!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보호막이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파멸의 빛이 모르테의 전신을 습격했다.
[최상급 발록 모르테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특수 퀘스트 ‘발록의 체력’을 확인했다.
<특수 퀘스트 – 발록의 체력>
아래 조건을 충족하라! 그러면 발록의 체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록 : 100 / 100]
[상급 발록 : 30 / 30]
[최상급 발록 : 1 / 1]
퀘스트 보상 : 체력 스텟 강화
‘됐다.’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
이제 퀘스트를 완료할 때였다.
수혁은 체력이 어떻게 강화될까 기대하며 퀘스트를 완료했다.
[특수 퀘스트 ‘발록의 체력’을 완료하셨습니다.]
[스텟 ‘체력’이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체력 1당 더 많은 생명력이 오릅니다.]
[더 이상 생명력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
그리고 메시지를 본 수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명력?’
이미 한 번 생명력이 강화되어 체력 1당 100의 생명력이 오르고 있었다.
‘이제 그럼 150씩 오르는 건가? 200?’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640
경험치 : 82%
생명력 : 163700
마나 : 472000
포만감 : 85%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23600 (+2550)
맷집 : 10
보너스 스텟 : 710
그리고 생명력을 확인한 수혁은 생각했다.
‘150이구나.’
체력 1당 오르는 생명력은 150이었다.
‘체력 1 올릴 때마다 300씩 오르는 건가.’
현재 수혁은 패시브 스킬 ‘트롤의 피가 흐른다’ 때문에 최종 체력 스텟이 2배가 된다.
즉, 체력 1당 수혁의 경우 생명력이 300이나 오르는 것이다.
일반 유저들이 체력 1당 50의 생명력이 오르는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차이였다.
‘이 정도면 탱커들 뺨 여러 번 치겠는데.’
현재 수혁의 생명력은 탱커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았다.
그리고 이어 연중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수혁 : 이제 돌아갈게.
에르테도 잡았고 퀘스트에 필요한 발록들도 전부 잡았다.
더 이상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방문할 필요가 없다.
연중이나 사냥왕 그리고 리더 길드와 제왕 길드를 위해서라도 남겨 두어야 했다.
-연중 : 지금? 최상급 잡았어?
-수혁 : 응. 방금 잡았어. 모르테라고.
연중에게서 답이 왔고 수혁은 귓속말에 답하며 모르테가 드랍한 아이템들을 습득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연중 : 카상에서 올 거야?
-수혁 : 그래야지.
수혁은 연중과 귓속말을 나누며 워프 마법진으로 향했다.
-연중 : 4시간 정도 걸리겠네. 갱신하고 또 11마계 갈 거야?
-수혁 : 아니, 이제 에르테도 잡았고 퀘스트도 깼고 당분간 도서관이나 다니려고.
아직 10마계에는 정복하지 못한 도서관이 9개나 남아 있었다.
이제부터 수혁은 도서관들을 돌아다니며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수혁 : 아이템 받으러 올 수 있겠어?
수혁은 연중에게 물었다.
에르테가 드랍한 아이템 중 연중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있었다.
수혁은 연중에게 그 아이템을 줄 생각이었다.
-연중 : 당연하지! 4시간 뒤에 보자!
연중과 귓속말을 끝낸 수혁은 워프 마법진에 도착했고 마을 ‘카상’으로 워프 후 발록의 사원으로 향했다.
* * *
“드디어 돌아가는군.”
최상급 발록을 잡고 나서야 수혁의 도시 방문이 끝났다.
10마계로 돌아간 수혁.
“이제 어떻게 하려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했다.
또다시 11마계로 갈지 아니면 예상했던 대로 도서관에 갈지.
“그러고 보니 해피는…….”
수혁에 대해 생각하던 장경우는 문득 든 생각에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모니터에 해피의 정보가 나타났다.
“흐음.”
정보를 확인한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진짜 미친 듯이 죽였구나.”
해피가 죽인 NPC와 유저의 수는 며칠 사이에 폭발적으로 증가해 있었다.
“이 정도면…….”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고 모니터에 암당의 정보가 나타났다.
“찾았네.”
해피가 조건을 달성하면 암당에서는 해피의 위치를 알게 된다.
그리고 현재 해피는 조건을 달성한 상황이었다.
“이제 곧 만나겠는데?”
당연하게도 암당에서는 해피의 위치를 알게 되었고 현재 암당에서는 해피에게 인원을 보낸 상황이었다.
“해피가 이길 수 있는 레벨은 아니네.”
해피에게 간 암당의 NPC들은 강했다.
행운이 함께 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떤 선택을 하려나.”
수혁과 마찬가지로 해피의 선택 역시 궁금해졌다.
암당의 제안을 듣지도 않고 죽이기 위해 싸움을 걸지.
아니면 싸움을 포기하고 제안을 받아들여 직업 퀘스트 ‘검은 달의 지배자’를 수락할지.
* * *
“이 새끼! 오지 마!”
유저 ‘히카’는 표창을 날렸다.
휙!
하지만 가까이서 던진 표창의 위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해피는 단검으로 표창을 쳐내며 히카와의 거리를 좁혔다.
푹!
그리고 이내 해피의 양손에 들려 있던 두 단검이 히카의 몸에 박혔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전 오우거와의 전투로 생명력이 바닥에 가까웠던 히카는 단검에 생명력이 0이 되었고 검은빛으로 물들었다.
해피는 단검을 빼냈고.
쿵!
히카가 힘없이 쓰러졌다.
해피는 발로 히카의 시체를 밀었다.
그리고 히카가 드랍한 아이템을 확인했다.
“좋아.”
드랍된 아이템을 확인한 해피는 활짝 웃었다.
“꽤 떨궜네.”
목걸이, 반지, 표창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피는 히카가 드랍한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주워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며 다음 사냥감을 찾기 위해 근처에 있는 도시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악 스악 스악 스악
복면을 쓰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해피의 앞에 나타났다.
“……!”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던 해피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허리에 걸어 두었던 단검들을 꺼내 쥐었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주시하며 해피는 생각했다.
‘고독? 아니야, 길드 마크가 없는데.’
처음에는 고독 길드가 아닌가 싶었는데 머리 위에 길드 마크가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현재 해피는 수많은 이들을 죽여 레벨을 올렸고 스킬을 개방해 웬만한 은신은 간파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바로 앞까지 은신 상태로 올 수 있는 실력자는 고독 길드에 존재하지 않았다.
‘NPC인가?’
길드 마크도 없고 은신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강자라면 NPC일 가능성이 높았다.
“누구냐?”
해피는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 물었다.
“살성일까요?”
“그런 것 같은데.”
정체불명의 존재들은 해피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히카의 시체를 보며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직업 퀘스트 ‘검은 달의 지배자’가 생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