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3
제 343화
341.
‘근데 재시전에도 쿨타임 초기화가 들어가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쿨타임 초기화 확률인 20%가 재시전이 될 때도 적용이 될까?
‘만약 적용이 되면…….’
수혁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며 스킬 창을 닫았다.
“독기 방출.”
그리고 독기 방출이 어떤 스킬인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스아악! 스아악!
시전과 동시에 수혁의 몸에서 초록, 보라, 빨강, 주황 등 가지각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파멸의 빛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속도였다.
순식간에 주변 지역을 장악한 연기들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스킬이구나.’
역시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제 하나 남았네.’
수혁은 스킬 퀘스트 ‘잠식’을 확인했다.
<잠식>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좀비 : 3027 / 5000]
[구울 : 2019 / 4000]
[듀라한 : 200 / 200]
[리치 : 11 / 200]
퀘스트 보상 : 스킬 – 잠식
독의 문을 열고 생성된 수많은 독 속성 스킬 퀘스트들.
이제 단 하나 ‘잠식’만이 남아 있었다.
‘이건 하기가 귀찮단 말이야…….’
독룡 소환, 독기 방출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드래곤과 히드라를 잡아야 했다.
난이도를 생각하면 ‘잠식’이 제일 낮았다.
하지만 수혁에게는 반대였다.
한 마리씩만 잡으면 되는 독룡 소환, 독기 방출과 달리 잠식의 경우 너무나 많은 몬스터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좀비, 구울은 잡아야 할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잡은 수가 4자리나 되었지만 잡아야 할 수 또한 여전히 4자리였다.
수혁은 모든 창을 닫았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향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도서관 가서 로그아웃하면 되겠다.’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딱 자정이 될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연중 : 수혁아.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왔다.
-연중 : 그때 그 암살자들 기억나냐? 콜로니라고 길드 하우스 둘러쌌던?
-수혁 : 당연히 기억나지. 왜?
-연중 : 날씨 님이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셨어.
-수혁 : 새로운 정보?
-연중 : 응,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일인 것 같은데?
수혁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연중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수혁 : 심각한 일이라니?
-연중 : 콜로니에 널 죽이라 사주했던 단체를 알아냈어.
-수혁 : 단체?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서 날 사주했다고?
개인일 것이라 예상했던 수혁은 연중의 말에 원한을 맺었던 조직들을 떠올렸다.
‘악마 길드, 고독 길드, 독고 길드, 암당…….’
생각보다 부딪혔던 조직들이 많았다.
-연중 : 하프 블러드라는 암살 길드에서 널 죽이라 명령했던 거였어. 콜로니의 상위 길드라는데 대륙 최고의 암살자들이 모인 길드라고 하더라.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도착했고 수혁의 표정에는 물음표가 등장했다.
‘하프 블러드?’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중 : 혹시 알고 있어?
-수혁 : 아니, 잘 모르겠어. 하프 블러드에서 청부한 거야? 아니면 다른 조직에서 하프 블러드에 청부해서 콜로니가 움직인 거야?
-연중 : 하프 블러드의 수장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데?
-연중 : 지금 날씨 님이 자세히 알아보고 있어. 정보 들어오면 알려줄게.
-수혁 : 그래.
-연중 : 히드라는 잡았냐?
-수혁 : 응, 잡았어. 독기 방출 써봤는데 좋더라. 파괴력 면에서는 파멸의 빛보다 더 쎌 것 같아.
-연중 : 독기 방출은 구경할 수 있어?
-수혁 : 어, 이건 범위가 좀 작은 편이라 구경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구경시켜줄게.
-연중 : 그래, 그럼 이제 도서관 갈 거야?
-수혁 : 응, 가는 중이야.
수혁은 다시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연중과 귓속말을 나눴다.
그리고 이내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연중과의 귓속말을 끝내고 정복할 도서관이 있는 10마계의 도시로 워프했다.
* * *
“그렇지, 그렇지.”
장경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르테를 잡고 10마계로 돌아간 수혁이 다시 11마계로 가 설마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수혁은 히드라만 잡고 다시 10마계로 돌아왔다.
도서관에서 로그아웃한 것을 보면 당분간 도서관에서 지낼 것이 확실했다.
장경우는 10마계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 중 수혁이 읽지 않은 책들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을 했다.
“얼마나 걸릴까?”
도서관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남아 있는 책이 중요했다.
현재 10마계에 있는 책 중 수혁이 읽지 않은 책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수혁의 읽는 속도와 하루 독서량을 생각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었다.
“중간계로 가면 좋겠는데.”
수혁은 책을 읽을수록 강해진다.
특히나 좋아하는 자 칭호가 있어 다른 유저들이 책을 읽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다.
유저가 강해지면 컨텐츠 소모 속도가 빨라진다.
즉, 장경우 입장에서 좋은 상황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미 수혁은 다른 유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차이가 더 벌어진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컨텐츠 소모 속도나 다른 유저들에게도 더욱 낫다고 생각하는 장경우였다.
“흐음.”
침음을 내뱉으며 장경우는 수혁에 대한 생각을 끝냈다.
“나중에 생각하자.”
어차피 수혁은 당분간 도서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혁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생겼다.
방금 전 직업 퀘스트 ‘검은 달의 지배자’를 받은 해피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하프 블러드에 들어가는 유저가 생길 줄은 몰랐는데.”
흑월의 10조직 중 하나인 하프 블러드.
하프 블러드에 들어간 유저가 생겼다.
물론 본부에 간 것은 아니었다.
하프 블러드의 지부였다.
“이 유저가 정보를 풀면…….”
암당만큼은 아니지만 암살자 길드인 ‘하프 블러드’ 역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프 블러드는 다른 곳과 달리 일원이라면 그 누구나 정보를 볼 수 있다.
또한 지부라고 해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즉, 이번에 들어온 유저 역시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뜻이고 유저가 정보를 홈페이지 같은 곳에 공유한다면?
“괜찮은데?”
어떤 상황이 될까 생각을 해본 장경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첫 번째 메인 에피소드의 화제성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정보를 공유해버린다면?
유저들은 정보를 보고 움직일 것이고 수많은 퀘스트들이 생성될 것이다.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꽤나 남아 있는 지금 아주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메인 에피소드는 어떻게 바뀔까나.”
메인 에피소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행동에 따라 퀘스트가 휙휙 바뀌듯 메인 에피소드 역시 유저들의 행동에 의해 바뀔 수 있었다.
이미 수혁으로 인해 메인 에피소드에 큰 변화가 있지 않았던가?
유저들에 의해 두 번째 메인 에피소드 역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하프 블러드 역시 메인 에피소드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직이었으니.
* * *
“대박.”
서류를 내려놓은 유저 ‘날씨’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날씨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주변에는 수많은 책장과 진열대가 있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책, 스크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부 1급 기밀이라 할 수 있는 정보가 쓰여 있는 것들이었다.
“상위 길드인 이유가 있구나…….”
연중의 도움을 받아 모든 장비를 영웅 등급으로 교체한 날씨는 콜로니에서 주는 의뢰를 빠르게, 완벽하게 해결했고 쭉쭉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결국 날씨는 간부가 되었고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새로운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승급 퀘스트였다.
그리고 승급 퀘스트를 받으며 지금 와 있는 ‘하프 블러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콜로니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암살자 길드들의 상위 길드인 ‘하프 블러드’.
처음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여러 길드들이 모여 만든 연합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몇 개 보지 않았지만 다루는 정보만 봐도 이전에 속해 있던 ‘콜로니’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콜로니가 제국 혹은 인접 국가에 대한 정보만 다루었다면 하프 블러드는 대륙 전역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비밀 조직들에 대한 정보까지 다루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왜 수혁 님을 죽이려 한 거지?”
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렇게 대륙적으로 노는 길드에서 왜 수혁을 죽이려 한 것일까?
“빨리 알아내야겠어.”
날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날씨는 의뢰를 해결하러 떠나야 했다.
그 전에 수혁을 죽이려 한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날씨는 책장으로 다가가 책과 스크롤들을 듬뿍 집어 책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스윽
메시지를 보며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지고 왔던 책들을 들어 반납한 뒤 책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제 마지막인가.’
도서관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책은 이제 네 권뿐이었다.
네 권만 읽으면 정복하게 되는 것이다.
남은 책 네 권을 들고 책상으로 돌아온 수혁은 다시 독서를 시작했다.
전부 두껍지 않아 완독을 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지혜가 1 상승합니다.]
[포르만쉬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으셨습니다.]
[칭호 : 포르만쉬 도서관 정복자를 획득합니다.]
[도서관 마흔여섯 곳을 정복하셨습니다.]
[칭호 : 책을 좋아하는 자45를 획득합니다.]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디어 정복!’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을 반납하며 귓속말을 보았다.
-연중 : 수혁아, 이제 거의 끝났어.
-연중 : 사냥왕 님이랑 힘 합치니까. 최상급 발록도 잡을 만하더라.
-연중 : 앞으로 3일 정도면 끝날 것 같아.
-연중 : 물론 안정화도 있으니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긴 한데…….
연중에게서 귓속말이 무수히 와 있었다.
수혁은 천천히 연중의 귓속말을 확인했다.
-연중 : 그리고 다른 세계로 이어진 포탈이 있는데 위치는 확인 중. 천계인지 마계인지는 사냥왕 님도 모르겠대.
-연중 : 아, 또 하나. 날씨 님이 하프 블러드의 본부를 알게 됐다는데 지도를 주시기로 했거든. 한번 가볼래?
귓속말을 확인하던 수혁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하프 블러드의 본부?’
수혁은 바로 연중에게 답을 보냈다.
-수혁 : 지도 어디서 받으면 돼?
-연중 : 2일 뒤에 길드 하우스에 오기로 하셨어.
-수혁 : 알았어. 그럼 2일 뒤에 내가 가서 받으면 되는 거야?
-연중 : 그렇지.
-수혁 : 오케이.
-연중 : 날씨 님한테 말해 놓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