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더 읽는자-346화 (346/553)

# 346

제 346화

344.

몬스터가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 ‘스산한 어둠의 숲’은 리치들의 서식지였다.

<리치들의 전쟁>

스산한 어둠의 숲에는 수많은 리치들이 파벌을 만들어 살고 있다.

아크 리치 플라밍이 이끄는 플라밍 파벌.

아크 리치 코레몬드가 이끄는 코레몬드 파벌.

아크 리치 올렉플라모스가 이끄는 올렉 파벌.

총 3개의 파벌이 존재한다.

세 파벌은 숲 중앙에 있는 ‘???’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

퀘스트 보상 : ???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파벌을 이루고 살아갈 정도로 많은 리치들이 있었다.

수혁은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근데 완료 조건이 뭐지? 뭘 하라는 거야?’

퀘스트에는 스산한 어둠의 숲에 대한 설명이 있을 뿐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와 있지 않았고 완료 조건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완료가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숲 중앙으로 가면 뭔가 바뀌려나?’

세 파벌이 차지하려 하는 ‘???’.

‘???’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도착하면 퀘스트에 변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하프 블러드 본부는 언제든 가도 된다.

급한 게 아니다.

수혁은 숲의 중앙에 있는 ‘???’가 무엇인지 알아본 뒤 리치들을 잡고 숲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리치 더드르미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리치 파레나르드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리치들을 향해 떠난 어둠의 자식들이 리치들을 죽인 것이다.

‘리치도 죽일 수 있구나.’

하기야 발록도 죽이는데 리치를 죽이지 못할 리 없다.

아크 리치도 아니고 일반 리치가 아니던가?

더구나 상성을 생각해보면 어둠의 자식들은 발록보다 리치가 더욱 상대하기 수월했다.

수혁은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두 퀘스트 ‘잠식’과 ‘지혜’를 확인했다.

<잠식>

조건을 달성해 완료하라!

[좀비 : 3027 / 5000]

[구울 : 2019 / 4000]

[듀라한 : 200 / 200]

[리치 : 13 / 200]

퀘스트 보상 : 스킬 – 잠식

<특수 퀘스트 – 지혜>

지혜 3만을 달성한 당신.

당신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아래 조건을 달성하라!

[책 읽기 : 0 / 20]

[리치 : 2 / 30]

[1등급 마나석 : 200 / 30]

[레벨 : 642 / 600]

[마법 시전 : 500 / 500]

[마탑 방문 : O]

[미개척지 방문 : O]

퀘스트 보상 : ???

퀘스트를 보며 수혁은 생각했다.

‘잠식은 힘들겠지?’

아무리 이곳에 리치가 많다고 하더라도 ‘잠식’의 조건을 충족할 만큼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리치 잡고 바로 읽기 시작해야겠네.’

하지만 ‘잠식’과 달리 ‘지혜’는 충족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남은 조건은 책 읽기와 리치 2가지뿐이었다.

리치를 잡는다면 책 읽기만 남는 것이다.

책 읽기를 위해 얇은 책을 가져온 수혁은 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찾아오길 바라며 퀘스트 창을 닫고 이어 드랍 창을 확인했다.

-리치의 라이프 베슬 2개

-리치의 메마른 피

-리치의 뼈

-리치의 마력이 담긴 피부 조각 3개

드랍된 아이템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비우고 오길 잘했어.’

만약 인벤토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아이템이 나왔을 것이다.

확인을 눌러 아이템들을 습득한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며 고민했다.

‘어디로 갈까.’

어둠의 자식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고민이 됐다.

‘그냥 중앙으로 갈까?’

꼭 어둠의 자식들이 간 방향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현재 수혁은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차피 ‘???’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으로 가야 했다.

결정을 내린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을 소환한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경고!]

[리치 케플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리치 클라우스가 나타났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났고 어둠의 자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4마리 전부 중앙으로 향했다.

수혁은 어둠의 자식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이런 곳이 왜 안 알려졌을까.’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캄프의 늪지대만 지나치면 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스산한 어둠의 숲’이었다.

리치들이 넘쳐나는 이곳이 왜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의아했다.

생각에 잠긴 채 걸음을 옮기던 그때.

[리치 케플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경고!]

[리치 칼라소플렌이 나타났습니다.]

[경고!]

[리치 코글레피아가 나타났습니다.]

[리치 클라우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주르륵 메시지가 나타났다.

‘중앙에 가까워져 그런 건가.’

[경고!]

[리치 에필레미스가 나타났습니다.]

[리치 칼라소플렌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며 ‘???’가 있는 숲 중앙에 거의 도착했음을 직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 메시지들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혁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쾅! 쾅!

전방에서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발생된 폭음이었다.

어둠의 자식들이 내는 폭음은 아니다.

수혁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둠의 자식들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즉, 리치들이 내는 폭음임이 분명했다.

‘독룡 꺼낼까.’

상황을 보니 리치들이 모여 있는 게 분명했다.

어둠의 자식들로 차근차근 잡을 수 있겠지만 독룡을 소환한다면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차지한다는 걸 봐서 생물은 아닌 것 같은데.’

중앙에 있다는 것과 차지하려 한다는 것.

두 가지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특별한 물건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수혁은 그 물건이 유령마나 유령마차가 역소환되는 이유라 예상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수혁은 입을 열었다.

“독룡 소환.”

스아악!

머리 위에 마법진이 등장했고 독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룡은 똬리를 틀고 사방으로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저벅!

수혁은 걸음을 멈췄다.

“……?”

걸음을 멈춘 수혁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수혁이 의아해한 이유.

그것은 바로 드랍 창에 나타난 한 아이템 때문이었다.

-리치의 마력이 담긴 피부 조각 9개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2개

-리치의 정수 4개

‘암당?’

리치들이 드랍한 아이템 사이에 있는 ‘암당의 정식 당원 증표’.

‘이게 왜…….’

드랍 창에 나타났다는 것은 수혁에게 죽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여기에 본부가 있나?’

하프 블러드 역시 미개척지에 본부가 있었다.

암당 역시 미개척지에 본부가 있을 수 있고 그곳이 바로 이곳 ‘스산한 어둠의 숲’일 수 있다.

‘허…….’

드랍 창은 계속해서 갱신되었고 암당의 증표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본부는 아니더라도 지부가 있는 것 같은데.’

본부일 확률은 적었다.

만약 본부였다면 증표의 수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드랍됐을 것이다.

하지만 증표의 수를 보아 지부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지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

수혁은 암당에 대한 생각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콰아아아앙!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고 수혁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바람이 전방에서 불어왔다.

수혁은 메시지를 보았다.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

.

[어둠의 자식이 소멸됐습니다.]

방금 전의 폭발로 어둠의 자식들이 전부 죽었다.

‘아크 리치가 나타난 건가?’

일반 리치의 마법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일반 리치가 이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진즉 사용해 어둠의 자식들을 죽였을 것이다.

[경고!]

[아크 리치 플라밍이 나타났습니다.]

예상대로였다.

방금 전의 폭발은 세 파벌 중 하나인 플라밍 파벌의 수장 아크 리치 ‘플라밍’의 작품이 분명했다.

‘아크 리치는 어느 정도려나.’

리치와는 여러 번 전투를 해보았지만 상위 존재인 아크 리치와는 단 한 번도 전투를 해본 적 없는 수혁이었다.

아크 리치가 일반 리치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

수혁은 머릿속에서 암당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지우고 폭발이 시작됐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더드르미와 파레나르드가 죽어?”

아크 리치 플라밍이 말했다.

“예.”

플라밍의 말에 엘렉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녀석들이지? 코레몬드? 올렉?”

“소환수라 처음에는 코레몬드 쪽인가 싶었는데 강한 어둠이 느껴져서…….”

각 파벌마다 특징이 있다.

플라밍 파벌의 리치들은 죽음의 기운을 주로 다룬다.

그리고 코레몬드 파벌의 리치들은 소환수를, 올렉 파벌의 리치들은 어둠을 다룬다.

파벌의 리치들을 죽이는 것들이 소환수이기에 처음에는 코레몬드 파벌에서 벌인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환수에게서 너무나 강한 어둠이 느껴졌다.

그래서 확신할 수가 없었다.

코레몬드 파벌의 리치들은 어둠의 기운과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사용을 하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느 쪽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군.”

플라밍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끄덕임을 멈춘 플라밍이 물었다.

“두 파벌이 힘을 합칠 확률은?”

세 파벌이 균등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플라밍이 이끄는 파벌은 다른 두 파벌보다 더 강했다.

두 파벌이 힘을 합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두 파벌이 힘을 합쳤다면 소환수임에도 강한 어둠의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낮습니다. 아시다시피 두 파벌의 사이가 워낙 좋지 않으니까요.”

플라밍의 물음에 엘렉트가 답했다.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지만 0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 두 파벌의 수장 코레몬드와 올렉플라모스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수장들뿐만 아니라 파벌에 속한 리치들끼리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힘을 합쳤을 리 없다.

“직접 봐야겠어.”

플라밍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직접 그것들을 보아야 어느 파벌에서 한 짓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 순간.

“……!”

플라밍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벽을 보았다.

‘이게 무슨.’

벽 너머에서 거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도대체 누가 이런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일까?

벽을 바라보던 플라밍은 거처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보았다.

“용?”

마력의 주인공을 알게 된 플라밍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멀리 똬리를 튼 용이 보였다.

갑작스레 등장한 용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플라밍은 당황하지 않았다.

용이 나타난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찾으러 온 건가?”

중앙에 있는 그것 때문임이 분명했다.

“흥, 그걸 가져가게 할 수는 없지. 우리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플라밍은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중앙에 있는 그것.

그것을 만들기 위해 플라밍을 포함해 다른 두 파벌의 수장 코레몬드와 올렉플라모스는 엄청난 시간과 힘을 들였다.

그리고 이제 거의 완성이 됐다.

이제 와서 빼앗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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