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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읽는자-360화 (360/553)

# 360

제 360화

358.

자리에서 일어난 수혁은 바로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을 한 권 꺼내 책상 앞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 * *

마을 캐슈에 자리 잡은 여관 ‘나그네의 쉼터’.

“후.”

여관 주인 파트라는 깊게 숨을 내뱉으며 여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드디어…….”

키메라들의 습격으로 인해 여관은 난장판이 되었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니었기에 파트라는 보수를 시작했고 이제 그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장사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이봐, 파트라!”

지하 창고를 보수하고 있던 파트라의 절친한 친구 퓨란이 올라왔다.

“창고에 이상한 게 있는데?”

“……?”

퓨란의 말에 파트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거?”

“어, 벽을 허물었더니 이상한 문이 하나 나타났어.”

“문?”

“모르는 문이야?”

“응.”

파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처음 듣는데? 진짜 문이 있어?”

“어어, 와 봐.”

퓨란이 앞장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파트라는 그 뒤를 따라 퓨란과 함께 지하 창고로 내려갔다.

그리고 퓨란이 말했던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징그러운걸?”

파트라가 문을 보며 말했다.

문은 진한 빨간색이었다.

거기다 회색의 기묘한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거부감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문양이었다.

“진짜 처음 보는 거야?”

퓨란이 물었다.

“느낌이 안 좋은데 바클락한테 뭐 들은 거 없어?”

거부감이 드는 것은 퓨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없어.”

파트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갑자기 사라졌잖아.”

원래 여관의 주인은 파트라가 아니었다.

나그네의 쉼터는 바클락이라는 중년 사내가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바클락이 사라졌고 여관은 오랫동안 방치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결국 귀족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고 파트라가 싼값에 구매를 한 것이다.

“어떻게 할 거냐?”

“뭘?”

“덮어? 아니면 신고?”

“음…….”

퓨란의 말에 파트라는 침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덮을 경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계획대로 여관을 열고 장사를 하면 된다.

그러나 덮자니 무언가 찜찜했다.

그렇다고 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신고를 할 경우 조사대가 파견될 것이다.

조사대가 파견되면 필연적으로 문의 존재가 밖에 알려질 것이다.

만약 문 안에 심각한 뭔가가 있다면?

‘손님이 안 오겠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것이 분명했다.

‘뭐가 있을까.’

없다면 다행이지만 이 기괴한 문만 덜렁 만들어 놨을 리 없다.

안에는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확인해 볼까?’

문득 문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열어볼까?”

생각을 마친 파트라는 퓨란에게 물었다.

“뭐?”

퓨란은 파트라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안에 뭐가 있는 줄 알고?”

“그러니까 확인해 보자는 거지. 연다?”

파트라는 문으로 다가갔다.

퓨란이 반대를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파트라는 문을 열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문 앞에 도착한 파트라는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다행히도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끼이익

문이 열렸고 파트라와 퓨란은 짙은 암흑을 볼 수 있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랜턴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가지고 올게.”

퓨란은 파트라의 말에 중앙으로 가 랜턴을 들고 돌아왔다.

랜턴의 빛이 암흑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곧 방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방에 있는 것은 총 3가지였다.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조각상.

조각상 옆에 있는 작은 탁자.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책.

파트라와 퓨란은 조각상 앞으로 다가갔다.

조각상은 소녀와 소년이었다.

소녀와 소년은 두려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손을 잡고 있었다.

“이거 읽을 수 있겠어?”

조각상을 보고 있던 파트라는 퓨란의 말에 책을 보았다.

책에는 처음 보는 언어가 쓰여 있었다.

“엘프어는 아니고.”

파트라는 엘프어를 읽을 줄 알았다.

일단 책에 쓰여 있는 것은 엘프어가 아니었다.

“네가 못 읽는 걸 보니 룬어도 아니고.”

스윽

파트라는 책을 들어 펼쳤다.

그리고 안에 있는 글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글 역시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읽을 수가 없었다.

‘무슨 언어지?’

바로 그때였다.

“어?”

퓨란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떤 언어일까 생각하던 파트라는 고개를 돌려 퓨란을 보았다.

“……왜 그래?”

퓨란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조각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조각상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저, 저거…….”

파트라는 퓨란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돌려 조각상을 보았다.

조각상을 본 파트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각상이 왜?”

그리고 다시 퓨란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왜 놀란 것일까?

“표, 표정 바뀐 거 아냐?”

퓨란이 답했다.

“표정?”

파트라는 퓨란의 답에 반문하며 다시 조각상을 보았다.

“……!”

그리고 파트라의 동공이 확장됐다.

처음 소녀와 소년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지금 소녀와 소년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히죽 웃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조각상이 변했다.

끼이익! 쿵!

그 순간 문이 닫혔다.

“마, 망할!”

문이 닫힌 순간 불안함이 가득 엄습했고 파트라는 욕을 내뱉으며 재빨리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매끄럽게 열렸던 전과 달리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안 열려?”

뒤따라 문으로 달려온 퓨란이 말했다.

파트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고리에서 손을 놓았고 퓨란이 문고리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역시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파트라는 뒤로 돌아 조각상을 보았다.

조각상에는 또 한 번의 변화가 생겼다.

소녀와 소년은 더 이상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

서로 옆으로 걸음을 옮겨 떨어져 있었다.

스아악!

이내 소녀와 소년 사이에 회색 포탈이 생겨났다.

그리고 포탈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하지?”

퓨란이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하지만 파트라라고 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상황에 무슨 답이 있겠는가?

바로 그때.

스아악

포탈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곧장 파트라와 퓨란에게 다가왔다.

“어어?”

“뭐, 뭐야!”

파트라와 퓨란은 경악하며 무언가를 피해 움직였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거기다 포탈에서는 계속해서 희끄무레한 무언가들이 튀어나왔다.

수가 많아졌고 피할 공간이 적어졌다.

결국 희끄무레한 무언가는 파트라와 퓨란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파트라와 퓨란이 움직임을 멈췄다.

움직임을 멈춘 파트라와 퓨란의 눈에는 더 이상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둘의 눈은 새하얗게 뒤집혀 있었다.

스윽

파트라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들고 있던 책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퓨란 역시 따라서 포탈로 들어갔다.

둘이 포탈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탈이 사라졌다.

포탈이 사라진 뒤 소녀와 소년은 다시 움직여 서로의 손을 잡았다.

히죽 웃고 있던 소녀와 소년의 표정에 다시 두려움이 등장했다.

* * *

.

.

[지혜가 1 상승합니다.]

책을 덮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수혁은 책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을 나서며 시간을 확인했다.

‘5시간이면 다 읽겠지?’

1구역에 와 책을 읽기 시작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수혁은 수많은 책과 서류들을 읽었고 이제 남은 방은 하나뿐이었다.

방이 하나 남았다는 것에 수혁은 아쉬움을 느꼈다.

읽을 책과 서류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기 때문이었다.

이내 마지막 방에 도착한 수혁은 서류들을 가지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메모지와 펜을 꺼내 서류들을 읽으며 고급 정보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응?’

메모를 하며 서류를 읽던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익숙한 단어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캐슈? 나그네의 쉼터?’

바로 캐슈와 나그네의 쉼터였다.

수혁은 이 두 단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목적지가 바로 마을 ‘캐슈’의 여관 ‘나그네의 쉼터’였다.

서류의 정체는 하프 블러드에 속한 모든 암살자들에게 전하는 명령서였다.

명령 내용은 접근 금지 장소였다.

수혁은 어째서 나그네의 쉼터가 접근 금지 장소인지 궁금했다.

‘왜 접근하지 말라고 한 거야?’

하지만 이유가 쓰여 있지 않아 호기심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뭐가 있길래.’

호기심이 더욱 증폭됐다.

수혁은 계속해서 서류들을 읽어 나갔고 이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책마저 정독을 끝낸 수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캐슈 가서 로그아웃해야겠다.’

자정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수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방 내부를 둘러 보았다.

놓친 책과 서류가 없는 것을 확인한 수혁은 입을 열었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

아공간에 도착한 수혁은 워프 마법진으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676

경험치 : 12%

생명력 : 163700

마나 : 638300

포만감 : 79%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31915 (+2550)

맷집 : 10

보너스 스텟 : 870

‘제대로 된 도서관 몇 곳만 더 들르면 4만 되겠네.’

레벨이 높아져 지혜 1이 올라가는 데 필요한 스텟 경험치가 높아졌다.

하지만 좋아하는 자 칭호가 워낙 많아 지혜는 여전히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반짝이는 책이 많이 있는 도서관을 몇 곳만 정복하면 지혜 4만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들렀다가 바로 도서관 돌아다녀야겠어.’

이미 어떤 도서관을 갈지 목록을 뽑아 놓은 수혁이었다.

워프 마법진에 도착한 수혁은 바로 일리인 공국의 마을 ‘캐슈’로 워프했다.

캐슈에 도착한 수혁은 지도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지도를 따라 걸음을 옮겨 여관 ‘나그네의 쉼터’로 향했다.

여관 앞에 도착한 수혁은 팻말을 볼 수 있었다.

‘오, 장사 시작했네?’

혹시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텅 비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수혁이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여관 주인이 돌아왔는지 팻말에는 정상적으로 운영을 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여관 ‘나그네의 쉼터’에 입장하셨습니다.]

수혁은 여관으로 들어갔다.

‘장사한다고 했는데…….’

카운터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카운터뿐만이 아니었다.

손님조차 보이지 않았다.

‘밤이라 그런가?’

혹시나 늦은 밤이라 텅 비어 있는 것일까?

“저기요?”

수혁은 소리를 내어 주인 혹은 종업원을 찾았다.

하지만 소리를 냈음에도 주인이나 종업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저기요?”

수혁은 전보다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돌아다니다 보면 만나겠지.’

나타나지 않는 주인과 종업원에 수혁은 직접 돌아다니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이곳 어딘가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어디부터 살필까 고민을 하던 수혁의 시야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지하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수혁은 지하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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